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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4일 20시 59분 등록

 

                                                                                          엘 탱고msn039.gif

 

                                                                                                                                                                      msn019.gif보르헤스

 

 

 

다 어디로 갔는가? 엘레지(애가 愛歌)는 묻는다.

이미 사라진 사람들에 대해,

마치 어제가 오늘이 될 수 있고,

'벌써'가 '아직'이 될수 있는 지역이 있기라도 하듯이.

 

 

어디로 갔는가? (다시 묻는다.)

칼과 기백의 범죄 조직이

흙먼지 자욱한 골목길이나

퇴락한 마을에서 하던 그 도둑질도?

 

 

어디로 갔는가? 에피소드를 서사시에,

풍문을 시간에 맡기고 가버린 사람들.

증오나 이익 추구나 사랑의 열정도 없이

칼부림을 벌이던 그들은?

 

 

나는 그들을 찾는다. 코랄레스 형제나

발베네라 같은 용기 있는 빈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바랜 장미처럼 간직하고 있는 전설이나

잿더미 속 최후의 불씨 속에서.

 

 

어느 어두운 골목길 혹은 저 세상의

황무지 그 어느 곳에 머물고 있느냐?

어두운 그림자였던 칼잡이들의 딱딱한 그림자,

'무라냐'라고 불리던, 빨레르모의 그 칼은?

 

 

그 비운의 이베라는? (성인들이시여 그를 용서하소서)

어느 철길 위 다리에서 자기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 동생 냐또를 죽임으로써

타이기록을 세운 그 사나이는?

 

 

비수의 전설은 망각 속에서

천천히 바래져만 간다.

영웅의 노래는

천박한 탐정 가사 속에 버려졌다.

 

 

또 다른 숯불덩이가 있다. 그들을 속에

통째로 간직한 잿더미의 또 다른 달아오른 장미가 있다.

저기 호방한 칼잡이들이 있다.

그리고 침묵하는 비수의 무거움.

 

 

비록 잔혹한 비수, 혹은 시간이라는

또 다른 비수가 그들을 진흙 속에 묻어버렸지만,

오늘 시간과 불길한 죽음 너머로

그 죽은 자들은 탱고 속에서 살고 있다.

 

 

음악 속에,

행복한 밀롱가 노래를 부르는

피곤하고 완고한 기타줄 위에

축제와 용기의 순수성이 있다.

 

 

말과 사자가 끄는

노란색 바퀴가 빈 구멍 속에서 돌고 있다.

아롤라스와 그레꼬의 탱고의 메아리를 나는 듣는다.

나는 그들이 길거리에서 춤추는 것을 보았다.

 

 

오늘 외롭게 드러난 한순간,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없을 그 순간 속에서, 망각에 저항하여

나는 잃어버림의, 잃어버림과 되살려냄의 맛을 내는

그 미묘한 순간 속에서 그들이 춤추는 것을 보았다.

 

 

화음 속에는 오래된 것들이 있다.

또 다른 정원과 이야기의 덩굴.

(질투하는 벽들 뒤로

남쪽은 칼과 기타를 감춘다.)

 

 

그 섬광, 탱고, 그 난장은

바쁜 해[年)들에 도전한다.

먼지와 시간으로 이루어진 인간은

가벼운 멜로디보다 더 짧게 지속된다.

 

 

그는 단지 시간이다. 탱고는, 비사실적이지만

어떤 면으로는 사실인, 어두운 과거를 창조한다.

어느 교외 한 귀퉁이에서 싸우면서 죽어간

그 사람에 대한 불가능한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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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는 19세기 말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유럽 노동자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에 모여 거리의 여자들과 함께 삶의 애환을 나누면서 태어났다. 소외된 하층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던 탱고는 관능적이고 선정적이라 하여 아르헨티나의 상류층으로부터 멸시받았는데, 뱃사람들에 의해 유럽으로 건너간 후 오히려 유럽 부르주아 계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유행하였다. 유럽의 탱고는 곧 아르헨티나로 역수입되고, 1930년을 전후하여 서민 문화로 합법화된 탱고문화가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의 카페를 무대로 펼쳐지는 것이다. 보르헤스는 이 분위기를 현장에서 체험하고 <탱고>라는 시를 쓰게 된다.

 

이 보르헤스의 시를 탱고 음악의 모티브로 도입한 사람은 '20세기의 파가니니'라는 별명을 가진 러시아 라트비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Gidon Kremer)이다. 그는 탱고의 대표적인 작곡가 피아졸라의 탱고를 탁월하게 해석하여 레코딩함으로써, 퓨전음악의 바람에 따라 각광받은 클래식 탱고에 불을 붙인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피상적인 쾌락주의에서 벗어나 피아졸라의 음악은, 그것이 생겨난 근원이 무엇이며, 왜 그것이 창조되었는가 하는 물음에 솔직한 대답을 들려준다. 그의 음악은 정열을 비춰낸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작품에서 그러하듯이, 행복과 고통 사이의 전율, 감정의 양극단 사이의 극적인 연결을 그의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체험하게 하는 음악, 그 정도의 정열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음악을 쓰는 현대작곡가는 많지 않다. (......) 

 

피아졸라의 음악은 내게 모든 일상적인 것들과 모든 절망들을 잊게 해 준다. 그의 음악에 대한 나의 사랑은 나로 하여금, 일방적인 음악 강의처럼 받아들여지는 음악이 아니라, 청중들에게 진정으로 말을 거는, 현대음악의 한 단면을 탐구하도록 해주었다. (....... )

 

우리가 아름다움, 이를테면 건축물, 미술, 사람들, 그리고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또한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을 떠올려야 한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왜냐하면 그의 음악은 노스탤지어의 언어를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떠올려주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단 하나의 탱고에. (기돈 크레머의 Astor Piazzolla, El Tango 음반 부클릿에서 인용.)  보르헤스 문학전기- 김홍근 저 p182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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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살롱9에서 김홍근 박사 님께로부터 보르헤스의 문학에 대해 접하게 되었걸랑요. 위의 보르헤스 시와 더불어 탱고 음악이라도 한 곡 곁드려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능력이 모자라다 보니 ....   쪕;;  안타깝네용.  그래도 시 한 편 나눠봐요, 우리!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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