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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드네의 DIY
아리아드네는 미노스왕과 왕비 파시파에의 딸이다. 크레타섬은 도자기와 여러 가지 산물들로 유명했다. 그녀의 아버지 미노스왕은 강력한 통치자이자 정복군주였다. 그는 끊임없이 원정중이고 정복전쟁중이었다. 미노스왕은 매우 잘 생기고 매력적이고 또한 바람둥이였다. 그의 왕비 파시파에 역시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자주 집을 비우는 남편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많았다. 남편 미노스왕이 원정 중일 때 왕비 파시파에는 임신했다. 아이가 태어났다. 이것만으로도 추문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다. 태어난 사내아이는 머리가 소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왕비 파시파에는 아리아드네와 어떤 관계였을까? 모녀일까? 미노스왕을 사이에 둔 법적 엄마와 법적인 딸일까? 크레타섬은 일부다처제가 있는 섬이었을까?
돌아와 왕비와 아이를 본 미노스왕은 왕비를 무조건 탓할 수가 없었다. 그의 원죄가 이 해괴한 출산에 관여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노스왕은 에우로파의 아들이다. 에우로파는 제우스가 변신한 흰 소를 타고 크레타섬으로 왔다. 미노스왕이 형제들과 왕위를 다툴 때 그는 자신이 왕재라는 증표를 보내주십사, 보내주시면 사람들에게 확인만 시키고 곧바로 신께 희생제물로 바치겠다고 기도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그 기도에 즉각 응답했다. 세상의 어느 소보다 아름다운 수소를 보내주었다. 미노스왕은 ‘신이 선택한 사람’으로 왕이 되었다. 그런데 미노스왕은 느닷없는 욕심이 났다. 포세이돈의 수소가 너무나 아름답고 값졌기 때문이다. 전신이 2++ 이상이었나보다. 살짜쿵 수소를 제 외양간에 몰아넣어버렸다. 대신에 자기 소유 소 중에서 가장 잘난 놈으로 골라 희생제물로 바쳤다. 그는 정복군주로서의 일상을 쳐나갔다. 하도 바빠서 이 일의 상징적인 의미를 잊어먹었다. 제정일치시대의 왕은 자신을 신의 제물로 바쳐야 한다. 7년이나 8년 주기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자발적 희생’이라는 말이 있다. 예수님이 거룩해진 건 자발적 희생 때문이다. 그런데 미노스왕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노스왕은 괴물 아이를 감추기로 했다. 그는 다이달로스를 불러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정교하고 복잡한 미로로 된 미궁을 설계하게 명령했다. 다이달로스는 누구였던가? 그는 장인이었다. 왕비 파시파에가 포세이돈이 보낸 수소의 새끼를 밸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이달로스가 왕비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정교한 암소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소머리를 가진 아이 미노타우로스를 그 미궁의 안에 숨겨졌다. 미노타우로스는 생긴 것만 이상한 게 아니라 7년이나 8년 단위로 인신공양을 받아야 하는 괴물이었다. 살아있는 인간 먹이를 어떻게 조달했을까? 일전에 미노스왕의 아들 안드로게오스가 아테네 황소의 뿔에 치받쳐 죽은 일이 있었다. 보복하고자 미노스왕은 아테네를 침공해서 승리했었다. 그는 해마다 아테네에서 일곱명의 청년과 일곱명의 처녀를 크레타로 바치라고 조건을 제시한다. 볼모의 개념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걸 조셉 캠벨은 미노스왕이 왕에게 부과된 의무인 ‘자발적 희생’ 제물로서 그 자신을 바치는 의례를 근처 정복지에서 끌어온 남녀로 대체했음을 말한다. 미노스왕은 권력을 영속적으로 가지면서 공인으로서의 자신의 윤리를 저버렸다.
세번째 해에 테세우스가 젊은이들 사이에 섞여서 온다. 아리아드네는 준수한 아테네 청년 테세우스에게 첫 눈에 반한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를 돕고 싶었다. 죽지 않게 하고 싶었다.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죽여야 한다. 그는 미궁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자신을 신부로 데려가 달라고 한 후 다이달로스에게 찾아가서 실타래와 보검을 구해다 준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풀어가면서 미궁을 들어간다. 그 실타래를 다시 감으면 되나올 수 있을 터였다. 해리포터가 뱀을 만날 때의 무서운 어둠을 걸어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만난다. 아리아드네가 준 보검으로 괴물청년을 찔러 죽인다. 실타래는 여전히 길을 잃지 않도록 그의 손에 들려 있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자신의 안과 밖에 있는 미궁을 탐색하려는 자들의 힌트 또는 생명줄이다. 그녀는 영웅의 조력자의 대표주자다. 그러나 아리아드네는 도망치는 길에 테세우스에게 버림받는다. 어쩐 이유에서인지 테세우스는 잠든 아리아드네를 낙소스섬에 내려놓고 도망을 친다. 실의에 찬 아리아드네는 디오니수스 신에게 구출되고 주신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다.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가 있다. 그건 미노스왕의 또 다른 딸 파이드라 이야기다. 파이드라는 테세우스와 결혼했다. 젊은 파이드라가 테세우스에게 시집을 왔을 때 초혼이 아니었던 테세우스에게는 히폴리토스라는 건장한 아들이 이었다. 자신을 도와준 언니 아리아드네를 버린 사람이 여동생과 어떻게 결혼을 했단 걸까? 그리스본토의 지배력이 크레타를 멸망시키는 과정이 신화 속에 녹아들었거나 전리품으로 공주를 빼앗아왔을 지도 모른다. (구본형 그리스인 이야기 144쪽) 파이드라는 의붓아들 히폴리토스에게 사랑을 느꼈다.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거절당한다. 그녀는 남편에게 아들이 자신을 겁탈하려 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다. 아버지 테세우스는 포세이돈 신에게 아들에 대한 저주를 기원한다. 히폴리토스는 온몸이 거대한 상처가 되어 죽고 만다. 파이드라 이야기가 눈에 뜨이는 건 아리아드네, 파이드라, 미노스왕, 파시파에 왕비, 미노타우로스 이야기의 연결 때문이다. 이 가족의 내부 스토리 안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솔솔 올라온다. 구슬을 꿰는 끈은 테세우스라는 외부에서 들어온 인물이 아니라 정복군주 미노스왕이 지었던 세계 안에 이미 배태되어 있었다.
궁금증이 인다. 아리아드네는 다이달로스에게 찾아가서 실타래와 보검을 얻어올 수 있었다. 그 정도의 전략과 지혜, 지성을 갖춘 여자였다. 그런데 그녀는 동생이거나 오빠인 미노타우로스 또는 아버지의 어둠과 그늘이 인신공양을 받는 미궁을 외부 영웅에 의탁해서 해결했다. 미궁 속 괴물이라는 과제해결이 크레타섬 사회 내부에서 추동되었다면 외부의 영웅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거라고 조셉 캠벨은 말한다.(<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쪽) 그녀 스스로 아버지의 어둠, 그 사회의 어둠을 해결할 수는 없었을까? 그녀가 기원전 사회 배경의 신화에나 살고 있는 여자일까? 이런 과제는 현대에도 있지 않겠나? 아리아드네의 DIY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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