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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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땅 위를 걸을 때 필요한 것은 발바닥이 닿는 면적이다. 그러나 발이 닿는 부분만 재어 놓고 그 둘레를 다 파 내려가 절벽을 만들어 버린다면 그 발 닿는 곳 마저 쓸모가 없어진다. 그러니 쓸모가 없어 보였던 그 변두리 땅들이 다 쓸모 있는 것들이다. 이것이 바로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이다. 이 이야기는 장자가 ‘무용의 용’을 설명하기 위해 들었던 사례다.
ㅡ 구본형 칼럼, 쓸모없음의 쓸모있음-무용의 용
새벽 4시면 들리던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매일매일 정신의 터를 닦던 정성스런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자, 마음 속에 있던 좋은 삶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졌다. 그 갈증이 원동력이 되어 아빠의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저서들에 담긴 문장은 힘이 셌다. 가슴을 움직이는 따뜻함과 불을 싸지르는 선동이 있었다. 각각의 책이 던지는 화두와 실험을 실제 내 삶에서 적용하고 싶어졌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재료를 툭툭 건드려 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있어 내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일주일간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작업을 했다. 잘 써지는 일화도 있었고, 시간이 오래 걸린 사건도 있었다. 나는 나와 이야기하며 우리의 대화록을 적어 내려갔다. 그 동안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많은 사건과 사람들이 나를 단련시키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의 기준에 흡족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미워해 감추려고만 했었다. 그러나 이번 글쓰기로 잘못을 숨기는 것은 시간이 지나 그 사건을 회상할 때 솔직하게 사과할 걸, 떳떳하게 내 입장을 낱낱이 얘기할 걸 하는 후회만 키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예전에는 갈등이 나쁜 거라고 생각했다. 이심전심, 말하지 않고도 통할 수 있는 것이 사람들과 가장 친해질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달할 수 없는 이상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갈등이 생겼을 때 아무 말없이 무작정 참고 있다가 한꺼번에 화를 내고 연을 끊었던 친구가 기억났다. 말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며, 또 갈등이 생겼던 당사자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오해나 모호했던 부분들이 명확해져 오히려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뭔가 실수했을 때 자책이 심한 편이었다. 실수 자체는 서툴고 미흡한 증거지만 실수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잘 틀리는 부분에서 주의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험의 오답노트인 셈이다.
인생에서 가장 무의미해 보이는 시간도 다 쓸 곳이 있다. 덕분에 못나고 모난 마음이지만 경험을 통해 조금씩 더 열리게 마련인가보다. 나는 내게 남아있던 깨달음들을 잘 적어 두었다가 서른이 되는 나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조금 더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해져도 괜찮다고, 작은 일에 휩쓸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미래의 나와 내 개인의 역사를 같이 되짚어보며 대화하고 싶다. 서른 살의 나는 좀 더 즐겁게 세상과 어울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종국에는 ‘나에게 있어났던 일 모두가 다 좋은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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