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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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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1일 11시 03분 등록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한 자는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 간에
천사들이 우리의 옆집을 빌리기 때문이다

- 에밀리 디킨슨 (동화 '애밀리' 중에서)

이번 달 연구원 과제의 키워드는 '미래'와 '나' 입니다. 미래의 시간에 저는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 까요? 저는 미래라는 키워드를 바라보고 있으면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연상됩니다. 미래에 올 가장 확실한 사건은 역시 죽음 입니다.  


지난 주에는 친구 어머님의 장례식으로 고향에 다녀 왔습니다. 오랫 동안 암으로 병상에서 고생하시다 떠나셨다고 합니다. 고인을 보낸 친구 가족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 밤을 새워 차를 몰고 고향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서는 잠 못자고 밤 새 차를 몬 후유증에 며칠 시달렸습니다. 주말에 잠을 푹 자고 나서야 풀리는 것 같더군요. 그래도 친구가 힘들어 할 때 함께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장례식장을 다녀오면 늘 '지금을 충만하게 살자'는 마음이 듭니다. '지금 살고 있는 삶을 행복하게 살자. 이승을 떠나기 전에 이승을 누리며 살자. 그동안 일상에 파묻혀 삶을 누리지 못하고 살고 있구나. 햇살도 아름답고 하늘도 아름답구나.' 하는 맘이지요.

미래에 반드시 저를 찾아올 죽음을 생각해 봅니다. 찾아온 죽음을 저는 어떤 태도로 맞을수 있을까요? 영원한 잠을 자려는 그 순간 내 삶을 돌이켜 어떤 삶을 기억하고 싶을 지 생각해 봅니다.


아! 좀더 자유롭게 살지못했다고 후회할 것 같습니다. 술과 담배와 한숨과 무기력으로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며 살았노라 돌이킨다면 정말 후회할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잘 성장시켜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며 살고 싶습니다.

저의 20대는 '혼동'이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저와 함께 보냈던 30대라는 시간은 제게 '안정'을 가르쳤습니다. 지금 막 찾아온 40대는 아마도 '성숙'을 가르치려 하는 것 같습니다. 먼 훗 날 저를 찾아 올 50대와 60대는 무엇을 또 제게 가르칠까요? 설레입니다.

가을입니다. 시의 언어가 그립습니다.가끔씩 찾던 헌책방에서 이번에는 시집만 눈에 들어오더군요. 늦은 저녁 퇴근길에 늘 만나던 지하철역이 요즘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인생은 기차여행하다 잠시 내린 역 같다고나 할까요? 과거와 미래 사이에 놓인 지금 이 시공간이 달리던 기차에서 잠시 내린 간이역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에서 만난 간이역도 여행의 한 부분 임에 틀림 없겠지요. 초라하건 화려하건 현재의 순간을 여행하듯 즐기고 싶습니다. 


사부님 처럼 저도 시처럼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 봅니다. 삶을 시처럼 곱게 풀어내 하나씩 둘씩 글로 쌓아보고 싶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음미하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 제 옆에 있는 사람들과 크게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 


2013-11-11
파주 운정에서

IP *.62.17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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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1 19:00:18 *.97.72.106

보르헤스가 말하는 '시간'은 지금 바로 이것(형선 아우의 글을 읽고 있는 나의 손가락이 좌판을 두드릴 때는 그 밖에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들러붙을 수도 없는 상태의 ... )밖에는 없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하고자 하는 그것(어떤 것)에 몰입하여 젖어듦 그 자체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때에 우리는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여태의 다른 것들은 다 깜깜해 진 채 인생이 고해라고 하는 상태에서 홀연히 빠져나오게 하여 생로병사를 겪지 않아  일테면 아프지도 속상하지도 어떤 걱정이나 슬픔 따위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상태, 곧 영원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떠한 모습으로 살다가 죽느냐가 그 사람의 영원의 모습이 된다고 하네요. 조금 섬짓해 지기도 하지요?

 

그런 뜻에서 보면 사부님께서는 마지막까지 그 좋아하시는 책들을 읽으며 골몰해 쓰시다가 노트북을 채 닫지도 못하고 병원으로 향하셨다 소천하였으니, 그 순간이 당신의 마지막 장면 곧 영원의 모습이 되었겠지요. 따라서 사부님께서는 천상에서 역시 글을 쓰고 계실 듯해요. 피로해 질 양이면 간간히 우리들과 함께했던 즐거운 장면들을 새록새록 꺼내어 생생히 추억하시면서 말이지요. 그대 간결한 글에 댓글이 넘 어려운 건 아닌지 모르겠네그려. 이해하시게나, 아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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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2 08:40:19 *.62.173.246
음... 어려워도.... 그 느낌 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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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2 16:24:01 *.50.65.2

20대의 혼동, 

30대 사랑하는 여인네를 만나 아이들을 키우며 안정을 찾고

40대는 변경연을 만나 성숙해지는 형선

형선이의 50대 60대 70대 80대 90세 100세 110세가 기대되네~~

너무 기대를 했다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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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4 13:20:10 *.62.162.4
변경연 사람들과 100세때도 함께 놀려다니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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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2 20:24:42 *.206.95.91

에밀리 딕킨슨의 시와, 다니엘 핑크의 책,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와 장례식에서 느낀 '죽음'에 관한 화두들이 한꺼번에 던져있는 무거운 주제가 될 수도 있는 주제를 형선씨만의 감수성으로 버무린 칼럼을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거대한 화두 사이사이를 도약과 비약을 통과 하기에는 오히려 '시'라는 장르가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형선씨의 감수성이 묻어있는 시는 과연 어떨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칼럼이 한 편의 멋진 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혹시, 기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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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4 13:21:52 *.62.162.4
안됩니다. 기대하지 마세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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