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서은경
  • 조회 수 1888
  • 댓글 수 6
  • 추천 수 0
2013년 11월 11일 11시 57분 등록

 

 

칼럼7. 미래와 경영

--- 내 안에 있는 미래의 트렌드를 찾아 세상과 연결하다

 

1. [오디오북] 좋은 것을 주는 여자 - 너를 위한 최고의 밥상

2.  누가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까 - 작은 변화를 시도하고 연결시키자

3.

4.

 

 

                                                                                             *   *   *   *   *

 

무언가를 바꾼다는 것은 삶이 이루어 내는 생동감 넘치는 경험이다.

좋은 방향으로 흐르던, 그렇지 못하던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던, 그렇지 못하던 간에 변화는 늘 나 자신에 대한 상념을 낳게 한다. 한 곳에 머물러 있기보다 변화를 만들어내고 변화한 지점에 서서 그 이전 지점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면 내 삶의 족적들이 한 장 한 장 그림처럼 눈앞에 흘려간다. 그 장면들 속에는 열정이 보이고 창의성이 보이고 황당한 실수, 그리고 뼈아픈 실패도 들어있다.

 

일을 하면서 조선시대 보부상의 생활상 보여주기 위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강원도에서 보부상 연구를 하고 있는 향토학자를 프로그램에 섭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방송준비의 촉박성 때문에 시작부터 여러 가지가 꼬였다. 피디는 서울의 한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보부상 전시회를 취재해 왔고 프로그램 코너의 컨셉 상, 관련 전문인이 게스트로 나와 나레이터로서 내용 소개를 해야 했다. 며칠만 제작하고 안 되는 내용을 어거지로 끼워맞춰 오직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사람을 끼워맞추듯 섭외하는 관행이 화를 불렀다.

 

70대로 다소 원로했던 강원도의 향토학자는 당신이 아는 보부상 관련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잔뜩 기대를 하고 강원도를 새벽에 출발하여 오후 2시에 서울방송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후 6시 생방송 스튜디오 촬영을 위해 하루종일 방송국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방송편집은 그 분이 말하고 싶은 방향과 다르게 편집되었고 게스트는 마치 조롱 당한 듯한 실망감과 분노의 낯빛을 보이며 방송을 마치고 방송국을 총총히 나갔다.

 

이건 아니었다. 절대 이런 식으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일계 말단에 있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스트에게 방송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서 '미안하다' 하며 커피 한잔 뽑아드리고 발 끝에 고개가 닿도록 사고의 인사를 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가 일하는 방송국는 공룡처럼 거대한 조직이었다. 층층이 위계질서가 높았고 게스트에 대한 배려 따위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일하면서 단 한 번도 섭외의 원칙,  게스트를 대하는 방법 등등의 시스템적 관리  문건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방송국은 세상에서  늘  힘있는 '갑'이었고 방송을 위해서는 모두가  방송을 배려(?)하거나 방송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휴머니즘이 살아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도 정녕 제작 과정은 사람 중심이 아니라 일 중심으로 다급하고 비 인간적으로 진행되는 방송 제작 시스템. 나는 이러한  문제점에 늘 벽처럼 느꼈다. 사전 취재와 교감을 나누지 못하고 단지 방송을 위한 소품(?)으로 게스트가 취급되는 현실. 나 역시 제작진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꼈다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란 어떤 예방이 아니라 뒷수습 뿐이었다.  게스트로 출연한 향토학자에게 직접 손 편지를 써서 방송의 현실을 말씀드리며 사과하는 방법 뿐이었다.  

 

나는 혼자 방송시스템을 바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피디와 작가들에게 고민을 넌지시 내 비췄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고민은 사치니 하지 말라'는 대답'이었다.  제작시간이 모자라 작가도 피티도 거의 밤을 새며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방송국에서 누구의 인권, 배려 따위에는 거의 관심을 둘 수 없는 분위기었다.  방송국 사내 잡지에 기고하려고도 생각했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 나 혼자 튀는 행동을 했다가는 바로 일에서 짤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지금도 방송 시스템에는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

보조출연자가 짧은 촬영을 위해 야외에서 하루 종일 대기하고 기다리기가 다반사다. 나는 일을 하면서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방송제작 시스템은 불가능할까 하는 고민에 빠졌지만 일개 프리랜서 작가였던 내가 공룡조직 시스템에서는 정말로 나사  하나로 취급되는 부품에 불가하였다.  모든 나사들이 들고 일어나서 시스템을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면 조금씩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 시스템  상 ,한 프로를 제작하는 배정시간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턱없이 짧은 우리나라의 방송 현실에서는  인간적인 제작 시스템을 주장하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의 방송 제작 시스템에 혁신이 일어날까?

특히 KBS같이 방송과 무관한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는 조직에서  위에서부터 문제제기가 일어날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문제점을 정리하여 이야기하고 그것을 바꾸도록 사람들의 의견을 나누는 일이다.

모두가 위로부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만, 변화란 위로부터 아래로부터 다 일어날 수 있다.

 

 

경영혁신 사상가 게멜 하멀이 말했듯이 아래로부터의 변화는

풀뿌리에서 시작하고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일반 다수와 행동주의자가 몰여 들면서 점점 쌓여 올라간다.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내 자신도 내가 바꾸기 힘든데 어찌 거대한 시스템을 바꿀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내 중심의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늘 가능하다. 시스템 속에서 비관하지도 낙담하지도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실천하고 그것을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이들과 연결해 나가는 것, 그것이 변화의 첫 시작이다.

 

 

2013년 11월 11일 서은경 쓰다

(끝) 

 

 

IP *.58.97.140

프로필 이미지
2013.11.11 18:15:04 *.97.72.106

님의 열정과 같이 글에서도 힘이 빵빵하게 튀어나오는 듯합네당 ^-^*

프로필 이미지
2013.11.12 21:14:42 *.58.97.140
써니언니 오랫만이에요
요즘은 자주 못뵙네요
연말송년회때 얼굴 뵙고파요~♡
연구원생활 반을 넘기고 조금 더 지났어요 요즘은 그냥 굴러가는듯 초심을 잃는(?) 시기인듯해요 ㅋㅋ 초반에는 연구원 하는것만으로도 가슴 벅찼는데..... 이제는 익숙해진 느낌
곧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할듯^^
프로필 이미지
2013.11.12 16:22:09 *.50.65.2

은경이의 생생한 경험이 살아있듯이 팔딱거리네~~~


세상을 바꿀수 없다는 생각보다는


우리들

자기 자신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으니~~


 

프로필 이미지
2013.11.12 21:30:40 *.36.146.245
연구원 생활 반 이상 지났네
800페이지씩 읽을때는 매주 엄청 긴장속에 살았는데 요즘은 좀 풀어진 느낌
서로 만나서 으쌰으쌰 해야하는디
오~프로디테여
그대의 열정과 사랑의 입김을 불어넣어주시옵소서♡♡♡
프로필 이미지
2013.11.12 20:34:31 *.206.95.91

소중한 경험을 놓치지 않고 칼럼에 적절하게 녹여내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마치 내가 경험한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하는 실험을 이번 칼럼에서 하신것 같습니다. 다만 게리 하멜의 풍부한 사례를 좀 더 칼럼에 적극적으로 인용했으면 - 변화와 혁신에 관한 - 하는 욕심을 좀 내보았습니다. 생생한 칼럼 잘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3.11.12 21:33:44 *.36.146.245
좀더 통통 맛깔스럽고 하멜씨 말도 더 적절히 인용하는 실험을 해야하는데
이번주는....ㅋㅋㅋ
욕심내어야겠습니다^^
늘 관심어린 조언, 감솨함당♡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52 #25. 몰입 [1] 쭌영 2013.11.03 1919
1451 일, 몰입, 그리고 놀이 [5] 제이와이 2013.11.04 2384
1450 #22. 표준인재 '안이다' [2] 땟쑤나무 2013.11.04 1968
1449 파주 헤이리에 다녀왔습니다 [3] 유형선 2013.11.04 2208
1448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무엇이 나를 일어나게 하는가? [2] 라비나비 2013.11.04 1903
1447 No27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하는가 [1] 오미경 2013.11.04 2125
1446 [No.7-1] 들려줄게, 너를 위한 최고의 밥상이야- 9기 서은경 [4] 서은경 2013.11.04 2248
1445 #13_느리게 산다는 것 서연 2013.11.05 2160
1444 [2-21] 아리아드네의 DIY 콩두 2013.11.07 2388
1443 키드니 2 레몬 2013.11.09 2325
1442 #26. 지금 새마을 운동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4] 쭌영 2013.11.10 1989
1441 #23. 내 삶의 혁신 [3] 땟쑤나무 2013.11.11 1891
1440 더 많은 괴짜를 기다리며 [4] 제이와이 2013.11.11 1979
1439 [11월 3주차] 어디로 가고 있는가? [4] 라비나비 2013.11.11 1951
1438 과거와 미래의 중간에서 [6] 유형선 2013.11.11 2107
1437 No28 내 인생 내가 살도록 내버려둬요 [8] Oh! 미경 2013.11.11 1973
» [No.7-2] 작은 변화를 시도하고 연결시키자-서은경 [6] 서은경 2013.11.11 1888
1435 [2-22] 아도니스의 귀향 [4] 콩두 2013.11.12 2140
1434 #14_갈림길에서 [1] 서연 2013.11.12 2048
1433 [2-23] 마녀들의 연애 상담 [4] 콩두 2013.11.14 3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