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효우
- 조회 수 4093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어느 곳에 가을 깊어 좋은 가
何處秋深好 - 하처추심호 秋深隱士家 - 추심은사가
新詩題落葉 - 신시제낙엽 夕飡掇籬花 - 석손철리화
木脫千峰瘦 - 목탈천봉수 苔斑一路賒 - 태반일로사
道書堆玉案 - 도서퇴옥안 瞋目對朝霞 - 진목대조하
가을이 깊어 그 어디가 좋은가 은사의 집에 가을이 깊었구나
새로운 시는 낙엽에다 쓰고 저녁 찬에는 울타리 꽃을 줍네
나무들 옷 벗자 온 산은 여위어 가고
이끼는 깊어서 외줄기 길은 먼데 책을 서안위에 쌓아 둔 채로
눈감고
아침노을 마주하노라.
김시습의 이 시는 제가 존경하는 흥선스님의 『맑은 물바람 드는 집』 저서 175 P.에서 발췌 했습니다.
가을이 깊으니 평시보다 여러통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그 편지 마다마다 어찌나 애닮은 사연 담고 있는지
답장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문득 가던 길이 아득할 때, 명랑함을 나누고 싶어질 때 전하던,
편지를 품어 주셨던 , 세상을 피해 살던 隱士가 아닌 제자들의 희노애락을 품어 주던 恩師의 뜨락에도 가을이 무진 깊었겠지요.
하여 저도 편지를 보낸 이들에게 대답해 봅니다.
恩師의 뜨락은 아닌, 옹색한 뜰이지만 그 편지를 따듯이 품고 있노라고.
잠들지 못하는 밤 시간이 늘어나는 것처럼 뜨락에는 잠들지 못한 마음이 날아와 앉습니다. 비단 타자의 편지 뿐 아닌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도 함께 차곡이 쌓여갑니다.
어느 곳에 가을 깊어 좋은가. 바로 우리의 마음이었겠지요. 편지를 보내는 마음. 편지를 품고자 하는 마음.
그렇게 수런 거리는 마음들을 품고 가을은 저 홀로 조용한 척, 저물어 가는 모양입니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676 |
정예서/ 지방엄마의 유쾌한 가족혁명 | 효우 | 2015.12.09 | 3223 |
| 675 | 정예서/ 좌절된 갈망 | 효우 | 2015.10.21 | 3228 |
| 674 | 정예서/ 버럭하는 부모에게 | 효우 | 2016.04.27 | 3244 |
| 673 | 정예서/ 낙타, 사자, 아이, 그리고 초인이 되어 | 효우 | 2016.10.19 | 3261 |
| 672 | 정예서/시간의 가치 | 효우 | 2016.02.03 | 3263 |
| 671 |
걱정말아요, 그대 | 뫼르소 | 2015.11.26 | 3275 |
| 670 | 참꿈과 가꿈을 구별하라 | 효우 | 2016.05.18 | 3284 |
| 669 |
정예서/절해고도,봄편지 | 효우 | 2016.04.06 | 3314 |
| 668 | 디톡스 다이어리 15 - 시끄러운 비가 까맣다 | 김미영 | 2017.05.13 | 3314 |
| 667 |
정예서/꽃길을 걸으려면 | 효우 | 2016.08.10 | 3328 |
| 666 | 정예서/ 스스로를 믿는 힘 | 효우 | 2016.06.29 | 3332 |
| 665 | 정예서/ 사랑스런 추억 [2] | 효우 | 2017.04.12 | 3337 |
| 664 | 역사가 있는 풍경 들여다보기(10기 정수일) | 차칸양 | 2018.08.10 | 3338 |
| 663 | 꿈토핑더비움 2기를 시작합니다 [2] | 김미영 | 2017.04.29 | 3341 |
| 662 | 정예서/역사란 무엇인가 | 효우 | 2015.04.22 | 3344 |
| 661 | 정예서/그대의 공을 가로채거든 | 효우 | 2017.03.29 | 3345 |
| 660 | 정예서/득롱망촉 | 효우 | 2016.01.20 | 3347 |
| 659 | 디톡스 다이어리 13 - 샤브루베시 | 김미영 | 2017.05.11 | 3350 |
| 658 | 정예서/ 고수와 허수 | 효우 | 2017.07.05 | 3350 |
| 657 | 가치투자? 나는 "개뿔"이라고 생각한다(8기 이길수) | 차칸양 | 2018.08.03 | 335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