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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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 가을 깊어 좋은 가
何處秋深好 - 하처추심호 秋深隱士家 - 추심은사가
新詩題落葉 - 신시제낙엽 夕飡掇籬花 - 석손철리화
木脫千峰瘦 - 목탈천봉수 苔斑一路賒 - 태반일로사
道書堆玉案 - 도서퇴옥안 瞋目對朝霞 - 진목대조하
가을이 깊어 그 어디가 좋은가 은사의 집에 가을이 깊었구나
새로운 시는 낙엽에다 쓰고 저녁 찬에는 울타리 꽃을 줍네
나무들 옷 벗자 온 산은 여위어 가고
이끼는 깊어서 외줄기 길은 먼데 책을 서안위에 쌓아 둔 채로
눈감고
아침노을 마주하노라.
김시습의 이 시는 제가 존경하는 흥선스님의 『맑은 물바람 드는 집』 저서 175 P.에서 발췌 했습니다.
가을이 깊으니 평시보다 여러통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그 편지 마다마다 어찌나 애닮은 사연 담고 있는지
답장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문득 가던 길이 아득할 때, 명랑함을 나누고 싶어질 때 전하던,
편지를 품어 주셨던 , 세상을 피해 살던 隱士가 아닌 제자들의 희노애락을 품어 주던 恩師의 뜨락에도 가을이 무진 깊었겠지요.
하여 저도 편지를 보낸 이들에게 대답해 봅니다.
恩師의 뜨락은 아닌, 옹색한 뜰이지만 그 편지를 따듯이 품고 있노라고.
잠들지 못하는 밤 시간이 늘어나는 것처럼 뜨락에는 잠들지 못한 마음이 날아와 앉습니다. 비단 타자의 편지 뿐 아닌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도 함께 차곡이 쌓여갑니다.
어느 곳에 가을 깊어 좋은가. 바로 우리의 마음이었겠지요. 편지를 보내는 마음. 편지를 품고자 하는 마음.
그렇게 수런 거리는 마음들을 품고 가을은 저 홀로 조용한 척, 저물어 가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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