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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가지고 평생을 살다 보면, 언젠가 우리는 그 질문의 답 속에 살고 있는 우리를 보게 될 것이라는 릴케의 말을 믿고 있다. <구본형 지음, 익숙한 것과의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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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돌아가던 업무가 끝나면 잠시의 자투리 시간이 생깁니다. 한숨 돌리며 만나는 짧은 시간은 평화롭고 달콤합니다. 업무를 보조하는 젊은 여직원과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집이 어딘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등등 그저 농담을 하는 거지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꿈이 뭐예요?” 그냥 해본 소린데 잠시 생각을 하는 눈치입니다. 재차 농담을 던집니다. “돈 많이 버는 거? 멋있는 남자 만나는 거?” 슬쩍 웃음을 짓던 여직원이 말합니다. “아뇨, 회사를 다니지 않는 게 꿈이에요. 저는 그런데, 어떤 꿈이 있으세요?” 심심풀이로 벽에 던진 공이 튕겨 나와 머리를 때리는 듯 했습니다. 꿈? 아, 그런 단어가 있었지.
점심을 먹고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질문의 끝을 붙잡아 봅니다. 꿈이 뭐였지? 꿈이란 단어는 생각해보면 참 낡은 단어입니다. 언제부턴가 많이 그리고 너무 흔하게 쓰이기까지 합니다.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그래서 그 단어를, 의미를, 잊고 있었던 걸까요? 내놓을 수 있는 답이, 선뜻 응대할 수 있는 답이 없다는 걸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억지로라도 답을 찾아내려고 해봤지만 또렷이 떠오르는 게 없었습니다. 선명하게 정해놓은 꿈이 없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만 개운치 않은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씁쓰레한 마음의 뒤끝을 타고 또 다른 질문이 떠오릅니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앞으로 뭘 할 거지?
질문하는 걸 잊은 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 말이지요. 여러 가지를 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느라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도 있었지요. 그런 시간을 거쳐서 어떤 답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꽤 오래 전 입니다. 그런 치열함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우리는 많은 질문을 합니다. 살면서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질문들,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던 질문들이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답이 있든지 없든지, 답을 찾았든지 못 찾았든지, 질문은 수시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런 질문을 잊어버리면서 방향키도 함께 잃어버렸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꿈이 무언지, 무얼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 응답할 수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5년 뒤 2018년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물어봅니다. 10년 뒤 2023년에는 또 어떤 모습일까요. 10년의 질문을 던져 놓으니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 불편함이 때로는 삶을 강하게 이끌어 간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묻고 또 묻는 과정은 괴로움의 연속입니다. 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하니 힘이 들 수밖에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럼에도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질문을 품고 있으면 답을 찾는 길 위에 서게 됩니다. 길을 잃지 않는다면, 자신이 만들어 낸 답대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지금 혼란스럽다면, 질문을 해보세요. 10년의 질문을 던지면, 길을 만들지는 못해도 길을 잃지는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세요. 그리고 응답하세요. 당신의 2023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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