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땟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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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근길 지하철을 타보면 공통적인 행동을 보이는 승객들이 많다. 스마트폰이
그것이다. 아침 출근시간에는 잠시 잠을 청하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퇴근길이나
대낮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가 하면, 보이지도 않는 작은 자판을 연신
두들기는 사람도 있다. 고개를 쭈뼜 내밀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쉴새없이 화면을 두드리고 스마트폰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동 중에 한정된 자리에서 저렇게 다양한 활동을 한다니, 과연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정말 스마트한 폰일까?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혁신이라 말한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기원전 2000년경 말의 사육과 바퀴는 인간의 이동과 물물교환, 사냥과 전쟁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그들의 삶의 속도는 빨라졌으며
그 영역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 20세기 중반 세탁기의 대중화는 여성을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다. 동시에 그들의 사회활동과 진출은 활발해졌다. 장하준
교수는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더 커다란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21세기의 첫 번째 혁신으로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은 인간을 둘러싼 환경과 생활을 그들의 손안으로 가져왔다. 음악과 동영상감상, 인터넷, 위치추적과 번역, 문서지원, 카메라촬영과 녹음기능, 다중 통화 등 눈앞에 보이는 대충의 기능만
보더라도 십수가지이다. 디지털 카메라 기능으로 영화를 찍는 아마추어 영화인도 있고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하는 전문가도 있다. 문서 작업이 있다면 굳이 이동해서 데스크탑 앞에 앉거나
무겁게 노트북을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는 컴팩트한 키보드만 있다면
근처 카페가 작업장이 된다. 최근 애플은 차기 모델에서는 스마트폰 내에 디스플레이 프로젝터(일종의 빔프로젝터)와 키보드 프로젝터가 탑재되어 스마트폰이 노트북을
대신할 수 있는 파격적인 예고영상을 선보였으니 이 정도면 과연 스마트폰의 혁신이 어디까지 이뤄질지 궁금해진다.
그럼에도, 이 같이 ‘혁신적’인 기기인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간들은 그다지 스마트해지지 않은 듯 보인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21세기형 바보상자(20세기의 바보상자는
단연코 TV였다)라고 불리울 수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조금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사고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짐작컨대 문자(SNS)>게임>인터넷> 동영상(DMB)>음악감상>사진촬영 순일 것이다. 특히
DMB나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그들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이동시간을 활용해 취미생활을 한다고 하지만 그 취미생활이 우리들의 사고를 갉아먹고 있다. 그들은 미드(미국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한다. 명목상은 영어공부이고 스트레스 해소이다. 하지만
뇌 기능의 일부만을 사용하는 지극히 소극적인 활동이다. 네비게이션 기능까지 탑재한 스마트폰이다. 우리는 더 이상 길을 찾아 헤맬 필요도, 어느 길이 더 빠른 길인지도
생각하고 결정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이 알아서 생각하고 결정해준다.
스마트폰 밖의 환경을 조금 덧붙여보자. 우리의 업무는 파편화 되어 있다. 회사에서도 수많은 E-MAIL 보랴, 전화받으랴 팀에 주어진 업무하랴 한정된 시간 속에 다양한 업무로 우리들의 집중력은 파편화 되어 있고 기계화
되어가는 것 같다. ‘일의 미래’를 쓴 린다 그래튼은 현대인들의
업무 집중도가 3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거기에 업무 효율성과
처리능력을 고려하여 지금의 단순 업무들은 시스템을 통해 자동화 될 것이다. 주변환경이 이러한데 거기에
스마트폰까지 거드는 모습이라니, 사람들은 생각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인간은 점점 더 뚱뚱해질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자 대부분은 신체적
이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어린 시절 영화표 예매를 위해서는 극장에 직접 가서 예매를 했다. 상품에 대해 무언가 궁금한게 있으면 전화를 통하거나 또는 오며가며 상점에 직접 들러 물어보기도 했다. 오늘의 우리는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궁금한게 있으면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를 접속하고 관련 정보를 찾아본다. 영화 예매나 기차 예매도 스마트폰에서 해결할 것이다. 화질과 음질, 그리고 저작권과 배급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극단적인
경우 개봉영화를 스마트폰으로 관함할 수도 있다(애플의 차기 스마트폰에 빔프로젝트의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것을 보라). 영화를 보기 위해 더 이상에 극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우리의 사고의 영역(깊이가 아니라 넓이이다)은 스마트폰 안에서 활발이 움직이겠지만, 우리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듯하다. 이는 비만으로 연결되고 각종 질병을 유발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릴지도 모른다.
인간은 더욱 더 고독해질 것이다. 현대인의 개인화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현대 사회가 과거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화 사회로 넘어오면서 가족은 점점 핵가족화
되어왔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발표에 따르면
조사국가 224개국 중 최저의 출산율을 보인 나라는 0.79명을
기록한 싱가폴이다. 한국은 1.24명으로 조사국 중 219위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수치가 보여주듯 상당 수의 가정이 1인자녀이다. 과거 대가족시절 겪었던 형제자매간의 유대감은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처럼 개인화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스마트폰은 타인과의 관계마저 단절시키고
있다. 친구와 밥먹을 때도, 직장동료나 가족과 식사를 할
때도 우리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귀는 앞에 있는 사람의 말을 듣는 듯 하지만 눈과 뇌는
스마트폰에서 주어지는 싸구려(?!) 정보에 쏠려 있다. 심지어는
식탁에 앉은 모두가 대화 한마디 없이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활성화된 SNS로 그들의 인맥은 더욱 더 넓어졌지만 함께 마주보고 이야기 하고 소통하고 느끼는
인간관계를 소멸되고 있다. 결국 인간의 더욱 더 고립되고 외로워질 것이다. 누군가가 말한 ‘터치의 미학’이
필요한 때이다.
마지막으로 사생활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블로그나 SNS를 통해 일상의 일거수일투족을 남기기도
한다. 사생활 침해는 인터넷시대부터 대두된 문제이지만 스마트폰은 이를 심화시키고 가속화시키고 있다. 몇 해 전 스마트폰 업계의 선두주자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스마트폰은 어디든 따라다니는 보이지 않는 CCTV 이자
어둠의 그림자이다. 이와 함께하는 이상 우리들에게 사생활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은 편리하다. 동시에 다재다능하다. 이 혁신적인 기기는 우리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밝은 면 이면에 우리를 뒤덮고 있는 어두움은 너무도
짙고 거대하다. 생각하는 이들이 만든 기기를 우리를 생각없음으로 내몰고 있고 우리를 비만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람들 간의 감성소통은 점차 사라지고 사생활도 없어진다. 하지만, 편리함이라 달콤함에 가려져 이를 깨우친 사람은 아직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사탕은 달콤하다. 아이들은 달콤한 사탕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 한다. 하지만 이 달콤함은 충치를 유발하고 결국 아이는 무시무시한 치과의자에 누워야 한다. 스마트폰의 편리함은 사탕과도 같다. 지금 당장은 사탕과도 같은 그
달콤함에 빠져 있지만 그렇게 먹다가는 이빨도 다 썩어버리고 밥맛도 잃어버릴 것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우리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이 진정 스마트한 것인지 우리가 스마트해지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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