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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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컨드다
나는야 세컨드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는 남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 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번째
첫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이 아니라 늘 다음,인
언제나 나중,인 홍길동 같은 서자,인 변방,인
부적합,인 그러니까 결국 꼴찌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내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이거야 말로 미스테이크, 전국노래자랑 딩동댕 ♬이 아니라 땡! 시츄에이션이다. 시를 잘못 인용했네. 부정교합 앞니로는 달랑무 총각김치 버적버적 못 베어 먹는데 어쩌나. 자르기와 분쇄 이빨의 두 기능 중 하나에 불능인건 나팔관 한 쪽이 유착된 거나 진배없다. 나는 숨겨놓은 우웃빛 살결의 세컨드, 본처 몰래 또는 본처 묵인 하에 살림 차려놓고 애 낳고 살면서, 자고 가라고 입으로 눈빛으로 애원 or 압력하는 세컨드,를 이야기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세컨드' 키워드가 들어간 시 중 내가 아는 게 저게 다라 바꾸지 않기로 한다. 블루 프린트 없이, 시멘트가 굳어서 빼도박도 못하게 된 가난한 집짓기처럼 기호따라 중구난방, 눈대중으로 계속 쌓는다.
그리스신화의 최고신 제우스는 공식적인 아내, 비공식적인 아내, 지나가는 연애를 통해 수많은 자식을 낳았다. 천신 제우스에게 유전자 감식, 친자확인 소송을 의뢰한 핏줄만도 제우스 망이 터지는 전국 각지에서 수두룩빽빽하다. 제우스의 생식력은 가히 기업형 1인 정자은행 급이었다. 오늘은 그의 정처와 정처가 아니기 때문에 ‘세컨드’급인 여신과 인간여성들을 두루 두루 살펴볼까 한다. 들어가기 전에 먼저 밝혀둘 게 있다. 이 살핌이 상당히 편파적일 거라는 거다. 제우스의 연애는 한 번에 한 사람과 결혼하거나 연애해야 한다는 일부일처제 또는 1:1대응이 공평하다는 관점을 가진 나에게 모종의 억하심정과 상당한 피해의식, 골똘한 불안을 번번이 유발했다. 어떤 연애는 내가 보기에 성관계가 아니라 성폭력이며, 사랑의 밀당이 아니라 납치와 강간이었다. 입장에 따라 같은 상황을 두고 다르게 해석한다. 이 신에 대해서 ‘먼저 믿어라.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다. 믿음이 우선이다’는 관점이 내게 없다.
정처는 결혼식을 하고 혼인신고를 마친 법적 아내인가? 일부다처제를 채택하고 있고 법적 아내로 4명까지 허용하는 문화권 같으면 4명이 모두 정처일테다. 대신 서열이 있을 거고. 오늘날과 신화 속의 이야기의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뭣부터 살펴야 하는 지, 뭣을 전제로 삼을건지, 조작적 정의라도 해야하나 첫 걸음부터 발이 꼬인다. 청첩장을 들고 부조금 봉투를 든 하객은 아니었지만 내가 명절 특집 재방송으로 보았던 제우스의 결혼식은 헤라여신과의 것뿐이었다. 암튼 제우스는 연애를 대단히 즐긴 신이었다. 연애를 위해서라면 모습을 바꾸는 것 따위는 번거로와 하지 않았다. 비, 햇빛, 백조, 황소로 기꺼이 변했고 아내에게서 애인을 들키지 않으려고 서둘러 구름 장막을 쳤다가 후다닥닥 걷는 조명과 소품 담당 일도 흔쾌히 했다. 목마른 자가 물을, 길 잃은 자가 등불을, 배 고픈 맹수가 먹이를 찾듯이 연애에 용맹정진했다. 이런 강력한 욕망은 질투심과 독점욕이 강한 아내의 육해공 천천후 탐지레이다급 철통 감시를 번번이 교묘하게 뚫었다. 여러 사단을 겪으면서도 연애질을 멈추질 않고 계속했다. 제우스 본인에게가 아니라 상대 여자와 자식들에게 발사되는 화염방사기급 헤라의 보복을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 수염 적시고 육즙에 손 번들거리는 정도로 여긴 듯 하다.
제우스의 연애행각을 그린 명화들이 많이 있다. 적당량의 양념을 치는 방해꾼 헤라 덕분에 이야기들은 더 흥미진진해졌고 상대 여신과 여인들은 얼마나 아름답길래 천신이 수고로움을 모두 감수하면서 찾아갔겠나 싶어 그녀들의 미모를 상상하는 즐거움도 주었으리라. 모든 사랑들이 그러하듯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순간을 잡아챈 그림은 에로틱하고 집중적이다. 이건 아테나여신과 인간 아라크네 사이의 베짜기 시합에서도 다루어진다. 아라크네는 제우스의 불륜을 폭로하고 욕하기 위해서 베를 짰지만 ‘아버지의 딸’로서 부권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을 갖고 있던 아테나여신에게 졌다. 아테나가 황금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전쟁터의 막사에서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 같은 전쟁의 여신이기만 한 게 아니라 지혜와 공예의 여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테나는 아버지의 연애행각에 대해 왈가왈부 입을 대는 것 자체를 참지 못한다. 패배한 아라크네는 경기 규칙을 지키며 페어플레이하고 경기 결과에 승보하는 스포츠맨십 따윈 안중에도 없는 아테네 여신에 의해 거미로 바뀌었다. 우리집 빌라 계단이 청소가 안되어 거미가 많던데 이 거미님들이 그녀의 후손이다. 나도 거미가 될라나? 밤길 조심해야겠다.
가만히 짚어 보니 제우스는 본인이 동물로 변했을 지언정 동물을 취한 적은 없네. 제우스 뿐만 아니라 그리스신화 중에서 사랑에서 도망치기 위해, 또는 벌을 받아서 나무나 돌, 동물, 샘이 된 경우는 있어도 피그말리온을 제외하면 인간이 아닌 존재를 사랑한 예는 없는 것 같다. 그리스인들은 인간됨을 참으로 긍정하고 사랑했었나 보다. 신을 포함한 육도윤회의 대상 중 인간이 최고라는 인도사람들과 좀 교통했었나?
널리 유포된 것과는 달리 제우스의 공식적인 아내는 세 명이었다. 그 중 헤라가 도드라지게 유명한 건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가장 자기 주장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첫번째 아내는 메티스다. 그녀는 지혜의 여신이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로 첫 문장을 시작해서 누가 누구를 낳고 누가 누구를 계속 낳았다는 몇 쪽짜리 히브리 족보가 나열된 창세기처럼 제우스를 말하자면 윗대 부모와 그 윗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이야기하게 된다. 크로노스가 제우스의 아버지였다. 크로노스는 공포영화의 살인 괴물이 종종 어깨에 떼메고 나타나는 기역자형 낫을 휘둘러 자신의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했다. 제우스의 라이프 스토리는 상습적으로 태어난 아이를 꿀떡굴떡 삼키는 아버지 크로노스의 독특한 식성에서 시작한다. 거식증, 폭식증 등 이상 식이습관이 대부분 심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듯 크로노스에게도 두려움이 있었다. 크로노스는 제 자식에 의해 망하리라는 예정을 두려워했다. 저 자신이 아비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왕이 되었으니 자식에 대한 축출 예고와 두려움은 보통 사람이 보기에도 인과응보로 읽힌다.
제우스의 어머니, 곧 크로노스의 아내 ( )은 해산한 산욕기에 여러 딸과 아들을 남편이 삼키는 걸 보면서 무기력했다. 산후 우울증을 최고치로 겪고도 남음직한 상황이다. 막내 아들에게서야 이 아이만은 잃고 싶지 않다는 열망이 일었다. 핏덩이 제우스 대신 돌덩이를 강보에 싸서 동굴처럼 입벌린 남편에게 던져주었다. 제우스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빼돌려져 살아남는다. 암염소의 젖을 먹고 자라나 장성한 청년 제우스는 아버지를 타도하기 위해 아버지의 집으로 입성한다. 크로노스에게 토하는 약물을 먹여서 다른 형제들을 구해낸다. 그리고 형제들과 종횡무진 연합하여 아버지를 극복하고 세계의 최고신이 된다. 제우스는 논공행상을 따져 통치영역을 분할한다. 전체 총괄과 하늘 담당은 제우스, 바다는 포세이돈, 지하는 하데스 같은 불하가 이 때 일어났다. 약물을 주어 토해 내고 연합하게 하여 제우스가 신들의 왕이 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이가 바로 첫번째 아내 메티스여신이다.
메티스 여신은 그런데 이름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메티스가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건 아테나여신의 족보에서다. 그녀는 아테나 여신의 어머니다. 그러나 메티스는 아테나 여신을 자연분만으로 출산해서 안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출산 전에 남편 제우스에 의해 삼켜졌기 때문이다. 그럼 씨받이거나 난자 제공자인가? 암튼 야망을 이루도록 자기가 도왔던 남편에 의해 삼켜진 사연은 이러하다. 제우스의 할머니 (가이아?)는 제우스에게 며느리 메티스여신이 두 아이를 낳을 거고 하나는 딸, 하나는 아들일거다, 그 중 아들아이가 제우스의 왕위를 빼앗을 거라고 나이든 사람 특유의 입바른 소리로 경고했다. 제 아비 크로노스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축축하고 왕이 된 제우스는 아비의 두려움을 물려받았다. 그는 아이를 태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엄마를 삼켰다. 그래서 그때 임신중이던 메티스의 딸 아테나는 어머니 없이 다 자란 어른의 모습으로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나게 되고 남자아이는 행방불명된다. 이런 경험으로 아테나는 자기는 여자 없이 태어난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아버지를 죽인 제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 오레스테스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캐스팅 보우트를 던진다.
두번째 아내는 법과 정의의 여신 테미스다. 그녀는 거인족과 싸울 때 제우스에게 암염소 아말테이아의 가죽인 아이기스를 갑옥으로 삼으라고 조언했고 신탁, 제의, 법 등을 만들어 제우스를 보필했다. 트로이 전쟁을 구상한 것도 테미스라는 설이 있다. 인구가 너무 많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켰다는 거다. 그리스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에 따르면 인간을 만든 프로메테우스의 어머니라고 한다. 아폴론에게 신탁 내리는 비법을 전수했다. 테미스를 삼켰다는 말은 없다. 테미스는 어디서 살고 있을까? 첫번째 아내 메티스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고 두번째 아내 테미스와 헤라는 어떤 식으로 살았을까? 궁궐 안에 중전이 사는 교태전과 빈과 무슨 무슨 숙의 등 급이 낮은 왕의 부인들이 거처하는 집을 따로 두었던 것처럼 올림푸스산 어드메에 각각의 영역이 있었을까? 테미스는 인형왕후처럼 제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살고 있는 순한 왕비과였나?
제우스의 세번째 아내가 결혼의 여신이며 가정의 수호신 헤라다. “네 년이 내 남편을 후려? 어디 니 년을 가만 두나 봐라”며 남편하고 사귀거나 살림을 차린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살림을 탕탕 뽀샤버릴 뿐만 아니라 여자와 아이를 심하게 골탕먹이는 본처 강짜 배역 전문이다. 헤라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또는 혼인 동안 두 아들 헤파이스투스와 전쟁의 신 아레스, 딸 헤베을 낳았다. 두 아들 모두 남편 제우스의 신임을 받지는 못했다. 헤라는 비에 젖은 작은 새로 변해 자신의 품에 파고 드는 제우스와 성대한 결혼식을 하고 300년 간의 허니문을 즐겼다. 허니문이 끝나고 나서 제우스는 본래의 연애로 돌아갔고 헤라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분노하고 뒷조사하고 복수하는 흥신소의 단골 사모님이 되었다.
이제 정처급이 아닌 여자들을 살펴보자. 비공식적인 여자는 여신과 인간 여성을 넘나들며 여럿이었다. 여신으로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이란성 쌍둥이 남매를 낳은 레토여신이 있다. 이 여신은 자식에 대한 긍지가 얼마나 높았는 지 자기 자식이 단 둘인 레토 자식보다 낫다고 자랑하는 여자 니오베에게 복수를 주문한다. 헤라가 해산을 방해해서 혼자서 섬들을 떠돌며 쌍둥이 남매를 낳은 레토 엄마의 말이라면 하늘의 법인 줄 알고 벌벌 떠는 남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는 주특기인 활쏘기로 니오베의 일곱딸과 일곱 아들을 모두 죽였다. 제 동굴에서 머물길 좋아하는 수줍음 많은 마이아 여신은 제우스와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낳았다. 데메테르는 제우스와의 사이에 외동딸 페르세포네를 두었다. 그녀는 농사를 관장하는 곡물신이었고 부재중인 남편에게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엄마와 밀착된 딸 페르세포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 여성들은 제우스를 만나 영웅과 신의 어머니가 되었다. 백조가 된 제우스와 만나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나와 남편을 죽인 클뤼타임네스트라를 낳은 레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안드로메다와 결혼한 페르세우스를 제우스가 변신한 빛과의 인공수정으로 낳은 다나에, 남편인 줄 알았는데 자고 간 남자가 제우스여서 헤라클레스를 낳은 알크메네, 아직도 섬지역에 남아있는 약탈혼처럼 하얀 황소(제우스의 변신) 등에 타고 크레타섬으로 실려가 미노스왕을 낳은 에우로페, 이오, 디오니수스의 어머니 세멜레가 있다. 세멜레는 아이를 임신했지만 헤라의 농간으로 벼락에 맞아 일찍 죽었다. 태아가 몇 백 그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제우스가 자기 허벅지 인큐베이터에 넣어 38주를 채우고 태어났다.
올림푸스 주요신 남신과 여신으로 나눠 본다면 아버지 세대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는 형제간이다. 아들 세대 아레스, 헤파이스투스, 헤르메스, 아폴론, 디오니소스는 모두 제우스의 아들이다. 여신 데메테르, 헤라는 제우스의 자매였다가 나중에 아내가 되었고, 페르세포네, 아테나, 아르테미스, 아프로디테는 딸들이었다. 제우스의 엄청난 생식력을 알 수 있다. 제우스는 결혼과 연애, 또는 겁탈까지도 자식을 얻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시키는 통로로 이용했나 보다. 그리고 어머니가 누구이든 능력있는 아들과 딸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면 아르테미스에게 꼬마 활을 쥐어준 것도 제우스였다. 또한 딸과 아들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지원하는 자식을 인정하고 마음에 안 드는 자식은 대놓고 학대했다. 아테나를 오른팔로 삼았다거나 헤파이스투스를 집어던져 불구로 만들거나 했다.
학자들은 제우스의 바람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지배신이 있는 도시에 그리스인들이 들어가 영향력이 커지면 제우스 숭배도 함께 퍼지게 되면서 원래의 토속신과 하나로 융화하게 된다. 그러면 그 토속신의 아내 역시 제우스에게 양도된다. 이 과정이 바로 제우스의 끝없는 외도 행각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영웅들은 자신들의 계보를 신에 닿게 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제우스의 아들이 되는 것이 영광스러웠다. 그렇게 반신반인이라는 특별한 혈족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제우스신의 여러 아내와 여인들에 대한 글을 읽다가 나의 마음에서 두 가지 질문이 솟아오른다. 첫번째은 이렇다. “사랑은 변한다. 결혼 안에서 사랑이 변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건가?” 제우스는 모든 걸 다 가지고 다 할 수 있는 전지전능의 신으로 상정되므로 자신의 욕망을 모두 실현시킬 수 있었다. 그가 인간의 야생의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신화를 내 쪼대로 읽은 것이긴 하지만 신화는 어떤 이유에서건 사랑이 변한다고 제우스의 너무도 많은 예제를 들어 말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나의 소망이었다. 또 결혼한 사람과 계속 사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결혼하기로 결정하는 모든 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결혼을 하고 법률혼이므로 혼인신고를 함므로써 나는 제도로서의 결혼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사랑은 변한다. 나는 여성이므로 바람쟁이 남편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입장에서 저 이야기들을 읽을 때가 많았지만 사랑이 결혼 안에서 변하는 상황은 남자인 그에게 올 수도 있고 여자인 나에게 올 수도 있다. 이 사람과 결혼했는데 그 울타리 안에서 사랑이 실종 또는 멸종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상황이다. 결혼 안에서 사랑이 변했을 때 나는 어떻게 하지? 저 질문에 대한 대처방안 몇 개를 미리 짚어두고 싶어졌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질문이 나에게는 조금 더 일찍 찾아 왔었다. ‘나는 세컨드’라고 커밍아웃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네 년들은 세컨드군일뿐이야’라며 합법적인 정처의 권리를 확성기로 방송하며 쏘다니던 헤라와 상대 여성들을 비교하다가 나는 문득 헤라의 고통이 매우 크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세컨드 급 여신 또는 여인들의 아이들이 더 잘 된 걸 보았다. 예를 들면 헤라는 알크메네가 낳은 헤라클레스에게 난제를 주었다. 축복할 의도가 아니라 골통이 목적이었을 거다. 이 난제는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레토가 해산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지만 태어난 남매는 태양의 신 아폴론 사냥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로 승승장구한다. 정작 헤라 본인이 출산한 아이들의 존재감은 미미하고, 그녀가 그토록 인정받고 싶어했던 남편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아레스를 향해서는 우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귀를 틀어막았고 제 어머니와 자신 사이의 다툼에 끼어들어 어머니 편을 드는 헤파이스투스를 올림푸스 산 아래로 집어던져 다리를 다치게 만들었다. 세컨드급 여성들에게도 고통받을 만한 상황이 많다. 예를 들면 페르세우스의 어머니 다나에는 지하감옥에 갖혀 있던 동안 빛에 의해 잉태했다. 나는 이게 또다른 처녀수태의 신화인지 아니면, 여자는 왕녀였지만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중요하지 않은 계급의 이름없는 남자여서, 또는 하룻밤 상대인데 우연히 만나 사랑하고 아이를 가졌을 수도 있겠다 상상한다. 그런데도 그녀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침해를 끼치지 않았다. 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과 매우 비슷한 이야기다. 내가 궁금한 것은 어떻게 이 여인들이 이 상황을 지혜롭게 받아들였길래 아마도 폭풍이 불었을 법한 그녀의 내면을 굳건히 하여 그 폭풍이 후세대에까지 내려가지 않고 잘 감당했을까다. 이 여인들이 잘 지낸 비결은 무엇일까? 또 능력이나 외모에 상관없이 안주인이 되기보담은 남의 세를 살게 되는 선택을 하게 되는 요인이 여성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인연은 어디서 오나 이게 궁금하다.
그 불안의 한쪽 기둥에 "나는 세컨드다!"라고 새기어 기대면 삶이 좀 나아질라나?
제목이 흠미로와 읽었다지. 콩두라서 더욱 궁금해하며.
"애정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미성숙으로 인해 무려 수십 년 간을 헤매인 내 회고로 보면
의식의 수준과 성숙의 문제인 거 같더라고.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것만으로는 결코 대처될 수 없는 우주적 차원의 진리를 터득해야 한다라고나 할까? ㅎㅎㅎ
사부님과 또한 더불어 여러 벗들과 함께 공부하며 내가 내내 속으로 되뇌인 것은 진작에 사부님 같은 스승을 만났더라면
꼬인 인생의 실마리를 분노와 실의에 빠져 냉큼 잘라내기보다 흐느적거리며 삭이고 지치더라도 바르게 펴가는 지혜를 터득했을 것이라는 회한이었다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 따위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리고 현재가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닐 테지만 사는 동안에 아름답게 더 나아지고자 함을 동경하는 것, 그 욕망 때문에 사회와 문화가 정화되고 좋은 가치를 지향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더라고.
콩두같은 지혜의 여신에겐 불안 따위는 한낱 한가로움이 아닐까 싶으이. 더군다나 스승의 가르침을 이미 득했기에 말이지. 오랜 만에 댓글 달았지? 지난 번 그대가 사준 커피향이 은은히 번지는 아침일세. 좋은 날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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