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유형선
  • 조회 수 1371
  • 댓글 수 5
  • 추천 수 0
2013년 12월 2일 11시 31분 등록

귀농을 결심한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메마른 아스팔트와 시멘트 도시 속에서 자꾸만 몸도 마음도 병들어 사는 것 같았습니다. 촉촉한 흙덩이를 일구며 몸의 건강도 찾고 마음의 평온도 되찾으려고 농촌생활을 시작합니다. 아는 이도 없고 농사일도 서툴지만 부부는 성실과 사랑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만나면 다정하게 인사하고, 마을에 귀찮은 일이 생기면 먼저 나서서 도우려하고, 음식이나 좋은 물건이 있으면 서로 나누려고 노력했습니다.

성실하고 소박한 태도는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줍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부인은 부인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사람들과 친분을 쌓게 되었고, 이들은 곧 마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도움을 주고 받으며 농촌 생활에 잘 적응하는 듯 하였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이들 부부에 대해 반감을 갖기 시작합니다. 상냥하고 부드럽고 배려심이 많은 부인과 친해진 이웃 아낙들은 집으로 돌아가 남편에게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새로 이사온 젊은 이웃집 남편은 부인에게 저녁이면 안마도 해주고, 밥도 스스로 차려먹고 설거지는 당연한거라는데, 대체 당신은 뭐 하나 하는게 있냐며 면박을 줍니다.

마을 남편들도 가만히 있을리가 없습니다. 새로 이사온 집 부인은 남편이 힘들게 일하고 돌아오면 몸에 좋은 반찬도 만들어 주고 발도 씻어준다고 하고 목소리도 다소곳하더라. 또한 외모 관리도 잘해서 날씬하고 화장도 세련되게 하던데 당신은 가꾸는 거 포기했냐고 핀잔을 둡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마을 분위기는 이상해 집니다. 이들 부부를 대하는 동네사람들의 태도도 점차 서먹해지고 때로는 적대적이기 까지 합니다. 지난 밤 부부싸움을 하며 배우자에게 끊임없이 비교당한 마을 사람들에게 이들 젊은 부부가 좋게 보일 리가 없었겠지요.

결국 마을이 점점 시끄러워지자 마을 이장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마을 회관으로 회의를 소집합니다. 한 부부가 새로 이사 온 후 마을의 모든 집안이 풍파를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들이 고민 고민하며 민주적으로 투표를 해서 얻은 결과는 '이 새로 이사해 온 부부를 마을에서 쫓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 여럿이 모여 머리를 맞대면 '괜찮은 결론'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착각을 일깨우는 동화입니다. 제 지인의 블로그에서 본 이야기였는데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습니다. 웃음이 나오기는 하는데 영 찝찝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게 여러분도 그러신지요?

안철수라는 젊은 정치인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존 정치인들에게 찾아 보기 어려운 '신뢰'라는 가치를 기업인 안철수는 늘 지켜 왔기 때문일 겁니다. 벤쳐회사를 어렵게 경영하면서도 컴퓨터 백신 무상배포라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고 회사를 넘기는 대신 엄청난 거액을 제시한 외국자본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자신이 소유한 자사지분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일도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일 겁니다.

정치는 기업 경영과 또 다른 것 같습니다. 동화속 온 마을 사람들이 비상식적인 결정을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모습이 우리네 국회와 똑같아 보입니다. 안철수처럼 믿음 가는 사람이 나서도 말도 안되는 관행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성실하고 상냥한 부부를 마을의 문제꺼리로 삼아버리던 동화 속 마을 사람들이 진짜 문제꺼리 인 것처럼, 우리나라 정치는 늘 요모양 요꼴로 만글어 온 것도 정치인 탓하기 전에 방관하기만 해온 국민이 진짜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정직하고 신뢰가는 한 사람 정치판에 내세워 문제를 풀어보라 주문하기 이전에 나라 정치를 이 꼴이 되도록 방조해온 국민들부터 자성해야 합니다.

아마도 동화 속 농촌 마을로 성실하고 다정다감한 도시 젊은이들이 더 많이 귀농하려면 마을 사람들부터 바뀌어야 할 겁니다. 현실 속 정치판도 똑같을 것 같습니다. 마을주민들이 변하지 않으면 또 다른 젊은 부부가 귀농을 해도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될 것입니다. 부디 안철수라는 한 사람이 동화 속 젊은 부부처럼 정치판에서 쫓겨나지나 않았으면 합니다.


동화의 또다른 결론을 상상해 봅니다. 쫓겨나지 않으려고 젊은 부부가 기존 마을 사람들처럼 삶이 변해버린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서글픈 상상일 겁니다. 부디 안철수라는 정치인은 그리 되지 않기를 빕니다. 진심입니다. 

IP *.62.163.88

프로필 이미지
2013.12.02 16:31:25 *.50.65.2

형선이가 오프수업/때 들려준 '우산을 사랑하는 도깨비'이야기가 생각나네.

 

어른들이 읽어야 할 동화,

긍정적인 면을 보고 배우고 적응하려는 것보다는

 질투하고 시기하고 끌어 내려는 사람들.

투명한 신뢰는 정치판에는 통하지 않는 사회였지만

투명한 신뢰가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프로필 이미지
2013.12.04 19:16:16 *.62.175.40
신뢰와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꿈꿉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13.12.02 22:57:49 *.36.146.150
정말 동화 듣는 느낌 역쉬 형선인 이야기꾼이야

안철수...,
우리나라 기업 세계에서도
따 당해왔음
어디가나 원칙과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은 따 당하는게 인지상정인듯
왜냐?
국민다수의 지지와 신임을 받는
상급수니까!
우리가 그를 지켜야해
그를 지키는것이 우리 사회에 원칙과 가치를 뿌리내리게 하는 길
프로필 이미지
2013.12.04 19:17:41 *.62.175.40
요상한 데서 술 안마시고 골프 안치는 기업인이 별종 취급받는 사회... ㅠ ㅠ
프로필 이미지
2013.12.06 06:16:11 *.35.252.86
난 갑자기 영화 '도그빌'이 생각나는 거지?! 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아저씨의 가치와 원칙 중심의 삶이 정치판에서 어떻게 관철되는지 함 지켜볼 생각이야~^^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