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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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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5일 13시 55분 등록

 

아침 7시 44분. 마침내 시안에 도착했다. 

시안(Xian). '장안의 화제'할 때 그 '장안'이 바로 시안의 옛이름이다. 실크로드의 관문지로 온나라 문화가 섞이고 또 섞여 흘러가고 흘러온 곳. 온갖 물건과 사람들로 흥청이던 곳, 장안은 당시 세상의 중심지였다. 

그리고 지금 거기, 내가 있다.


시안까지는 베이징에서 기차로 13시간 걸린다. 역에서 나오니 바로 더운 바람이 훅~ 끼쳐온다. 부채질 해봐야 더운 바람만 이는 그런 날씨다. 겨우 6월 중순인데, 너무 한 거 아냐? 


밤새 기차에서 잠을 제대로 못잔터라 무척 피곤했다. 침대칸이 너무 비싸 좌석칸을 타고 왔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우리나라 귀성열차보다 더 미어터졌다. 2인용 좌석에 4명씩 앉아가는 건 기본. 바닥은 물론, 화장실에도, 세면대에도 사람들이 꽉꽉 찼다. 절대 무슨 날이어서 꽉 찬 건 아니었다. 나중에 안 거지만, 중국기차는 언제나 어느때고 만차다. 언제타도 우리나라 귀성열차란 얘기다. 혹 자리에 일어나면 바로 누군가 앉아버리기 때문에, 쉽게 자리를 뜰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13시간동안 화장실은 커녕 자리에서 일어나보지도 못했다. 온몸이 뻐근한건 그렇다쳐도 오줌보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행히 내가 예약해둔 여행자숙소에서 봉고차로 역까지 마중나와줘서 (공짜로, 난 공짜아님 안하지) 숙소까진 좀 편하게 이동했다. 내 방은 한 방에 8명이 함께 쓰는 '도미토리'였는데, 이미 꽉 차 있었다. 짐 풀고, 한숨 쉴까 하다, 시안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너~무 궁금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좀이 쑤셔 참지못하고 바로 나왔다. 


시안은 사방이 성벽으로 둘러싸여 진정한 고도의 분위기를  풍겼다. 성벽도 무척 잘 보존돼있어, 아주 튼튼해보였다. 심지어 이 성벽 위에선 자전거를 대여해주는데 그를 타고 시안 성내를 한바퀴 돌아볼수 있게 해놓았다. 성벽위 길은 한 4차선은 될만큼 아주 널찍했다. 왠만한 것들은 성내에 있고, 베이징처럼 크지 않고 걸어다닐만 해서 좋았다. 배가 고팠기에, 온갖 먹거리가 있다는 '무슬림 거리'부터 갔다. 


시안부턴 중국이라고 상상해온 이미지가 아니다. 여기서부터 이슬람문화권이 시작된다. 옛날 투르크족이라 불리던 후손들인, 위구르인들이 바로 이곳에서 부터 살고 있다. 이들은 터키어와 비슷하고 중국어와 완전히 다른 '위구르말'을 쓰고, 이슬람을 믿으며, 이슬람복장을 한다. 얼굴 생김도 다르다. 우리처럼 머리가 검고 눈은 갈색이지만 콧대가 높고 눈이 크며 움푹 꺼진건 서양사람같이 생겼다. 얼굴부터가 동서양의 묘한 조합이다. 실크로드의 도시 어딜 가나, 이들 위구르인들이 수천년동안 장사를 하며 터전과 그들의 문화를 지켜왔다. 나는 실크로드를 따라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싶어 실크로드의 관문인 '시안'을 세계여행 첫 여행지로 택했다.  앞으로 란저우- 둔황- 투루판- 우루무치- 카슈가르까지 이어지는 이번 중국 여정에선 이들을 더욱 많이 만날것이다. 서쪽으로 갈수록 더 많은 위구르인들이 살았고, 그들의 색채와 문화는 더 강해졌다.


무슬림 시장 가는 길목에, 무슬림사원이 두 어 군데 보였다. 여자들은 히잡이라 불리는 보자기를 머리에 쓰고 검은 원피스로 온몸을 가린채 지나다녔고, 남자들은 흰 모자와 흰색 통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무슬림들이다. 무슬림 거리에 가면 그 유명한 무슬림시장이 있다.  싸고 맛있는 음식과 기념품이 즐비한 곳으로, 시안에 오는 관광객들이면 무조건 거쳐가는 곳이다. 그 옛날 비단과 차가 거래되던 '실크로드'가, 바로 이 곳에서 시작됐다. 

시장에 가니 상인들이 온통 그 흰모자를 쓰고 물건들을 팔았다. 하긴, 그러니 무슬림시장이겠지.  신기했다. 베이징에서 고작 13시간 거리를 건너왔을 뿐인데, 마치 딴 나라에 온 듯했다. 먹거리도 달라졌다. 밀가루 일색이던 베이징과 달리 밥이 많아졌다. 대나무잎에 찐 밥과 볶음밥이 눈에 많이 띄었다.   과일과 견과류가 베이징에 비해 더 커졌는데 값은 더 싸졌다. 베이징에선 조그만 수박 한조각에 5위안이었는데, 여긴 그 두배크기가 3위안(500원)! 마침 덥기도 하고 수박 한 조각 샀다. 엄청 달고 시원했다. 역시 수박은 더운 지방의 것이 맛있다.며,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수박을 열심히 먹고 있는데, 

"어디서 왔으예?"

내게 수박 팔았던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오셨다. 베이징과 억양이 확연이 다르다. 우리로 치면 전주? 혹은 부산? 

"한국에서 왔으요."

혼자 여행왔다니, 아줌마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셨다.  


"쏼라쏼라~"

아줌마의 중국어가 내귀엔 다른 나라 말로 들렸다. 여행 가기전에 중국어를 6개월 공부해서, 베이징에선 말을 좀 알아들었는데, 여기선 완전 팅부동(못알아듣겠다는 뜻)이다. 마치 서울말에 익숙해진 외국인이 부산 자갈치 시장에 갔을 때의 충격이랄까. 결국 몸짓언어로 대화했다. 

"나 한국 드라마 엄청 좋아해. 매일 본다니까!" 

아줌마가 손가락으로 티비를 그리시더니, 매일이라는 단어를 썼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션머?(뭐?)'라 묻자 

"대장금, 엄청 재밌어. 그거 완전 인기라니까. 여기서"

아줌마는 칼질하는 흉내내며, '이쓰 (재밌다)'고 하며 엄지를 들어올리셨다. 


흠. 그래도 뜻은 통하네. 한국드라마와 노래가 내 생각보다 중국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남미, 아프리카까지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런 한류 덕분에 이후에도 나는 여행다니면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덕분에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무슬림 거리의 뒷골목을 좀 더 돌아다녔다. 중국식 묵도 사먹고, 모찌 등 길거리 음식을 여러개 맛봤다. 맛나다. 그런데 더운 날씨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몇시간 다니니, 아주 혀빼물거 같다. 


실은 여행 오기전엔, 낙타타고 실크로드를 가볼까, 했었다. 시안오면 낙타 한번 사볼까, 낙타상이 아직도 있는지 알아볼까 싶기도 했다. <스카프 뒤집어 쓰고 모래사막길을 낙타 타고 가다, 오아시스에 들려 대추야자 한줌 먹고, 중간에 시장에 들려 터번 쓴 상인들과 협상한다. 비단과 차를 버터, 소금과 향료로 바꾸고 다시 길을 떠나는...> 상상. 

크로드 길에 오르면 3년은 길 위에서 지내야 한다는 상인들의 숙명. 끝날거 같지 않은 그 길을 가다가다 보면, 인생도 함께 가버리는 머나먼 여정. 캬~ 나도 그 길위에서 서보는거야! 

그랬는데, 뛕!  낙타는 무슨. 이 더운 날엔 기차타고 가도 힘들어 뒤진다.  근데, 진짜 옛날엔 어떻게 낙타타고 그 먼길을 오간거야.


쓰러질듯 숙소에 돌아오니, 같은 방에 중국인 남녀 대학생 둘이 들어왔다. 
(커플인줄 알았는데, 그냥 친구였다) 
"내일 어디 갈거야?"

진시황 병마용 갔댔더니, 같이 가자네. 그래서 같이 가기로 했다. 자기네는 오후에 화산트레킹도 갈거니 생각있으면 따라오란다. 화산? 무협지에 단골손님인 '화산파'의 본거지로 나오는 그 '화산'?? 오, 당근, 가야지!  


혹 무림고수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진짜 중국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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