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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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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1일 15시 30분 등록

 

지난 주말 저는 2건의 송년회, 한 곳은 선생으로, 또 한 곳은 동료이자 제자로 참석했습니다.

선생으로 참여한 자리에는 한 해 동안의 연구원 일들을 돌아보고 그간의 희노애락을 묻는 자리였습니다. 노래와 선물을 나누는 유쾌한 중에도 제가 자꾸 출입문을 살피게 된 건 그 자리에서 얼굴을 보고팠던 제자들을 기다렸던 가 봅니다.

 

그 다음날 있었던 송년회, 동료 연구원들이 애써 마련한 자리. 그곳에도 음악이 있고 와인이 있고 , 낯익은 정다운 얼굴이 있었으나 스승이 아니 계신 채 처음 맞는 그 자리는 여전히 제게 낯설고 아팠습니다. 몸담고 있는 내내 스승이 안 계신 가운데도 더 자발적으로 연구원 일을 솔선수범하는 선후배들이 고마웠고 스승과의 추억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났습니다.

제가 첫책을 출간했던 어느 해, 그해 책을 출간한 연구원들이 송년회, 짤막한 강연자로 나서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저는 송년회가 모두 끝난 뒤에야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이미 그 행사장에서 뒷풀이로 옮긴 후의 장소에서 저를 만난 스승은 ‘네가 이 자리에 어쩐 일이냐’고 호통을 치셨습니다. 저희에게 늘 자애로왔던 스승이 왜 늦었느냐고 연유조차 묻지 않고 다짜고짜 하신 말씀에 저는 몹시 당황했습니다.

그날 제 일이 늦게 끝났던 탓도 있지만 강연자로 예정된 3명 중 한 사람에게 그해의 연구원 상을 준다는 소식에 저는 그 상을 다른 분이 받기를 바랐고, 또 강연으로 경연을 하고 상을 받는 방식도 썩 좋지 않다는 내심이 있었습니다. 제가 도착하지 못한 중에 관계 연구원으로부터 언제 오느냐는 확인을 받기는 했지만 스승이 그렇게 까지 노하셔서 생각지도 못했던 말씀을 듣게 되자 저는 골똘해 졌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스승의 심산한 다친 마음이 짐작 되자 생각이  짧았던 잘 못을  뉘우치며 무조건 스승께 잘 못을 빌었습니다.

그래도 화를 풀지 않으시고 금세 자리에서 일어나시는 스승을 쫓아 집까지 모셔다 드리며 , 왜 늦었는지 차근이 말씀드리고서야 스승은 노여움을 푸신 듯 웃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는 참 어리섞은 제가 부끄럽고 송구하고 마음 아팠습니다. 그날 내내 스승은 오지 않는 제자를 기다리고 계셨던 거지요. 돌이켜 보면 스승은 그렇게 늘 누군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스승의 그 귀한 기다림의 미학이 지금, 몹시 아프고, 그립습니다.

 

혹 만나게 되는 누구에게나 일일이 근황을 물으시고, 출간될 혹은 쓰고 있는 책에 대해 물어 주시던, 그 모습은 저희를 늘 기다리고 있지 않으면 보여주실 수 없는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승이 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자꾸 그 스승의 기다림의 행간, 그 못다한 말들이 선명히 읽혀집니다. 올해의 송년회. 저도 그렇게 오지 않는 누군가를 내내 기다렸습니다.

 

지난 4월 이후 스승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았던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늘 문가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셨을 스승. 갑오년 한 해도 저 또한 책을 출간하거나 기쁜 소식이 아니더라도 늘 지켜봤던 이의 다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365일을 살아가겠지요.

부족하더라도 선생의 자리는 끝없이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날이 갈수록 새록새록 깨닫게 됩니다.

단지, 늘 모두의 스승이 되려 근심을 자초하게 되는 오만을 경계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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