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오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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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2014년 달력을 하나 구매했습니다. 연구원 박주선(사샤)씨가 만든 것인데요, 강화도 전등사에서 일년동안 찍은 사진들과 멋진 문구들을 편집해서 만든 것입니다. 같이 있는 동료가 편집을 도와주고 인쇄 과련일은 다른 친구가 도와서, 여럿이 일을 나누어서 했고, 페이스북을 통해서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면서 지인들에게 미리서 홍보를 하고 펀딩을 받고 배포는 지난주에 일괄적으로 했습니다. 저는 크리에이티브살롱9를 통해서 구매했습니다. 여기 변화경영연구소에도 달력에 관한 문구가 올라있더군요.
저는 달력을 보고, 그 일련의 과정을 보고 심하게 질투심이 일었습니다. 저도 달력을 만들고자 했었거든요. 1년간 이미지에세이를 하면서 그린 그림들을 모아서 달력을 만들 생각을 했었습니다. 올해 뿐 아니라 작년에도 했었지요. 작년과 올해 두번 모두 제때에 달력을 만들지 못하고 이렇게 된 것은 여러가지 핑계를 댔기 때문입니다. 한해동안 그린 것들 중에 12~15개 정도 마땅한 그림이 없었고, 편집부터 인쇄, 배포, 자금조달,... 그 과정을 기꺼이 할 만큼 용기를 내지 못했던 거지요.
그런데, 그걸 해버린 사람을 만나니 너무나 질투가 났습니다. 달력에 넣은 사진은 편안하고, 문구도 좋고, 세트 구성도 좋았고, 제가 그렇게도 어려워하던 알리는 글도 좋아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화가 나더군요. 달력 제작은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이라서, 사샤는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한 사람이라서 부러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이미지를 고르고, 보정작업을 계획하고, 달력에 넣을 문구들을 고르고, 인쇄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하루를 꼬박했는데, 그것이 시기상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모두 폐기하고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한장짜리 포스터 달력을 기획하고, 이미지를 편집하고 달력에 들어갈 숫자를 쓰는 데 또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렇게 써넣은 숫자들을 그림과 배치해 보고서야 그것 역시도 제대로 된 작업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달력을 만들 때, 10월부터 준비해서 만든다고들 합니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왜 그렇게 시간을 많이 들이는지를 짐작해 봅니다. 질투만으로 2~3일내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더 질투가 나지요. 협력을 통해 만든 것도 부럽고, 일년동안 사진을 틈틈히 찍었던 것도 부럽고, 여러가지 좋은 컨텐츠를 많이 가진 것도 부럽고, 또 시의적절하게 잘 맞춰서 해낸 부지런함도 부럽습니다. 저도 내년에는 14장짜리 달력만들기를 꼭 성공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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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을 다 채울 정도의 그림의 양이 안되어서 올해 그린 것 중에서 색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하나를 골라 1장짜리 달력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