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경(旦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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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그녀는 당신을 만나러 어느 강연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역사적 성공의 반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되었다’. 토인비가 했다는 그 말 한 마디가그녀의 가슴에 걸렸습니다.
젊은 날에 마치지 못한 숙제는 40대가 되자 그녀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해결하지 않은 것은 사라지지 않고 거기 있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편두통처럼 그녀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그날 이후 그녀의 편두통은 사라졌습니다. 용기를 내서 버스를 갈아타고 그녀의 젊은 꿈 속으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그해 10월 풍광이 유난히 아름다운 당신의 집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그녀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그녀를 비껴간 행운들이 그곳에 미리 와 있었다는 것을요. 별이 쏟아지는 당신의 발코니에서 어릴 적 고향에서 보던 카시오페아를 바라보며 그녀는 알았습니다. 하나도 달라진 건 없다는 것을요. 대양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떠돌고 싶어하던 어린 시절의 그녀가 그 순간의 그녀였던 것입니다. 귀가하는 그녀의 가슴에 그날부터 별이 하나 떴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직관이 이끄는대로 당신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일생의 스승이 생겼다는 사실에 그녀는 기뻤습니다. 그 동안 숱한 선생이 그녀의 인생을 스쳐갔지만 ‘바로 한 분’의 스승은 없었습니다. 늘 혼돈과 갈등 속에서 시계추처럼 흔들리던 그녀에게는 인생을 이끌어 줄 스승에 대한 그리움이 오래도록 가슴에 있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재능에 대해 신뢰할 수 없었던 그녀에게 스승은 말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재능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더 활용하는가의 문제’라고 말입니다. 받은 것이 초라할지라도 평생 갈고 닦으면 영웅의 허리에 채워진 보검처럼 빛나게 된다고 말이지요.
지금 그녀가 스승 없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스승이 선물로 남겨준 ‘믿음’ 때문입니다. 그녀는 때로 자신을 믿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젖을 떼야 한다는 걸 압니다. 두 발로 든든히 서서 스승의 자리를 대신해야 할 때라는 것을요. 먼저 길이 되어주신 스승 때문에 그녀는 길이 끝나는 곳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사랑 때문에 의심이라는 적을 상대하지 않고도 그 길을 잘 걸어갈 것입니다.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 불임이니 시간에 의해 절멸될 것이다. 사랑만이 사랑을 낳게 되고, 그 사랑을 이어감으로써 우리는 시간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 육체가 죽어도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남아 있는 한, 그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 불멸이기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사랑으로 남는 존재들이다. <신화읽는 시간> 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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