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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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비이커에15도와 45도의 물이 담겨있다. 서로 다른 온도의 물에서 개구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실험한다. 15도의 물에 넣어진 개구리는 편안하게 있다가 점차 데워지는 물에 서서히 죽음을
맞이 하고, 45도의 물에는 넣자 마자 밖으로 뛰쳐나온다. 자기계발을
주제로 하는 강의에 자주 등장하는 영상이다. 서서히 변화하는 물의 온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죽는 개구리와
같은 온도라도 급격한 변화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개구리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튀어나온 개구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에 대한 답을 얻기는 힘들다. 변화를 감지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는데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는 다른 차원이기도 하다. 자신이 몸담은 곳의
환경변화를 감지하지 않으면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개구리 꼴이 날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설득력이 있다.
개구리는 몸은 굵고 짤막하여 네 다리가 발달하였는데 특히 뒷다리가
발달하였으며 꼬리가 없다. 개구리가 되기 전 올챙이(幼生)는 머리와 몸통이 둥글고 세 쌍의 겉 아가미와 긴 꼬리로 수중생활을 한다. 성숙해지면
변태과정에서 제일 먼저 뒷다리가 생겨나고 다음에 앞다리고 생긴다. 개구리에 관한 이야기는 삼국유사 동부여의
금와왕(金蛙王) 설화에서 현대소설까지 다양하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개구리는 2000여종이 된다. 물속에서부터 해발1300미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인간 곁에 살고
있는 동물 중 하나이다. 어릴
적 또는 예전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하여'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고 하고, 견문이 좁은 사람을 가리켜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한다. 우물
안 개구리와 비이커에 담겨 실험의 대상이 되는 개구리는 같은 과에 속하는 느낌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경영전략가 게리 헤멀은 [경영의
미래]에서 기업이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화의 시대가 가고 혁명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스스로 경쟁의 룰을 바꾸는 자가, 기업이 성공한다.”경영혁신을 위한 핵심과제 중에 오늘날 변해가는
기업환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규제장벽, 특허권보호, 유통독점, 소비자의 정보부족, 소유권제한, 수입제한, 자본장벽 등이 기존 기업들을 보호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는데
이런 장벽들이 무너지고 있다. 규제완화, 무역자유화는 산업내, 산업간의 진입장벽을 줄여나가고 있다. 웹의 힘은 세계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글로벌 인프라의 형성을 필요 없게 만들었다. 비 수직화와 아웃 소싱 등을 통한 대기업의 경영방식의
변화는 새로운 참가자의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기존 기업들은 초저가 비용구조를 앞세운 나라들과 싸워야
한다. 인터넷기업들은 기존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소비자의 정보부족이 곧 기업의 이익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었는데 나날이 똑똑해지는 소비자 덕분에 기업의 수익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인터넷은 거래비용감소에 도움을 준다. 특히 딜러, 브로커, 대리인에게 주는 커미션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신문사나 잡지사와 달리 블로거(blogger)들은 그들의 정보를
알리기 위해 물리적인 네트워크가 필요 없다.
아가미와 꼬리로 수중생활을 해야 하는 올챙이와 다리가 생기고
꼬리가 없어진 후 개구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다르다. 인간이 살아가는 생태계도 비이커에 담겨진 물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변화하고 있다. 물의 온도는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현실과 맞물리면서 급속도로 온도를
올리고 있다. 혁신을 넘어 혁명의 수준으로 말이다. 실험의
도구가 되어 익사하는 멍청한 개구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면을 살펴보자. '개구리 주저 앉는 뜻은 멀리 뛰자는 뜻이다'라고 하는 말은 앞일을
위해 생각을 하거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를 이른다. 개구리들의
겨울나기는 현실에 적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를 보여주기도 한다.
한겨울 송곳 바람이 불면 물개구리는 잘 얼지 않는 냇물의 바위
밑에서, 참개구리는 땅굴 속에서 떼 지어서 겨울을 난다. 우리나라의
들녘에 살고 있는 양서류 중 홀로 나무에 사는 종이 있는데, 부모의 말을 잘 안 듣는 아이들에게 동화로
들려주던 청개구리이다. 청개구리가 다른 개구리들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고 만들어진 민담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개구리는 앞다리에 발가락이 넷, 뒷다리에
다섯 개가 있고 뒷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다. 나무에 주로 살아 헤엄 칠 필요가 없어진 청개구리는
물갈퀴가 없고 대신 아무데나 착착 달라붙게 발가락 끝에 혹같이 생긴 흡반(吸盤, pad)이 있다. 필요 없는 것은 잘라내고 필요한 것은 얻어내는
놀라운 적응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청개구리(tree
frog)는 홑이불 같은 가랑잎 덤불 속에 땡땡 얼음이 되어 고된 겨울을 난다. 몸 속
물의 65%정도는 얼어버린 상태로 심장과 대동맥언저리만 피가 도는 상태로 겨울과 겨루기를 한다. 청개구리는 몸이 영하로 내려가면 기초대사량을 왕창 낮춰 물질대사가 거의 정지상태에 이른다. 이런 상태로 겨울잠을 잔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로.
개구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살아있는 생물이 사는 모습이다. 사람도 그들과 같은 생물이니 삶의 모습이 다르지는 않다. 삶의 환경이
변해감을 몸으로 느낀다. 만일 느끼지 못한다면 보고 싶지 않거나,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한 순간에 45도의
비이커에 던져지는 개구리는 자신의 살길을 찾는다. 내가 담겨진 주변은 어떤 비이커인지 둘러보자. 나의 환경은 삶의 생태계 중 어디쯤인지. 그리고 튀어나갈 건지, 나간다면 언제 나갈 건지 생각해보자. 그날이 오늘일지 모르니. 살아 있는 생물들은 겨울을 나기 위하여 준비를 한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한다. 현재는 스스로 변하는 자만이, 게임의 줄을
정하는 자만이 살 수 있는 생태계이다.
겨울이 나만 비켜간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겨울이 온다.
겨울을 견디는 자만이 따뜻한 봄을 맞는다.
땡땡한 얼음이 되어 겨울과 맞짱뜨는 청개구리처럼 있는 힘을 다해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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