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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9일 12시 19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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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인으로부터 2권의 책을 건네받았습니다. 책의 내용보다는 책의 구성을 보라고 빌려준 책인데요, 저는 그걸 보다가 대체 어떤 그림이 이야기 '꺼리'를 주는지를 보았습니다. 그중 한권을 들춰보다가 내용도 보고, 그림도 보다가 문득 거기에 나오는 그림들은 의미있는 그림들일거란 생각에 그려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는 것은 자세히 들여다보는 행위이기도 하니까요. 칸을 나누어서 그리다가 그리고 있는 칸이 작아서 못 그리겠다 싶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무리도 해야하는데, 어찌할까 고민도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하나 떠올랐죠. 그래요. 이야기. 


'상담실에 온 아이에게 그리고 싶은 걸 그려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받아든 종이를 검은색 크레파스로 칠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라고 했는데, 아이는 그 종이 가득 검은색만을 칠했습니다. 그리고는 종이를 또 받아다가는 또 칠하고 칠하고 칠하고, 칠했습니다. 아이는 아무말 없이 그렇게 몇시간을 검은색으로 칠을 했습니다. 그래서 상담사는 아이가 그동안 겪은 일이 크게 상처받은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몇시간을 아이는 검은색으로 종이를 채워나갔습니다. 아이가 크레파스로 검은색을 칠하기를 마치고, 그 종이를 모두 펼쳤을 때, 거기엔 커다란 고래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자기계발서에 본 듯도 하고, 이런 류의 이야기도 한 때 유행했었으니까요. 아이는 상담사가 말한 대로 자기가 그리고 싶은 걸 그렸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을 다 그리기 전까진 이상한 아이였거나, 상담사를 당황스럽게하는 아이였을 것 같습니다. 


제가 건네받은 책은 <그림으로 읽는 성공의 법칙>입니다. 책에는 하나의 그림으로 하나의 성공법칙을 이야기하는 것들을 30개 정도 모았습니다. 책 속의 그림은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를 선순환을 나타내는 에셔의 '자기자신을 그리는 손'과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점이 매력의 요소인 고흐가 그린 초상화와 낙서가 작품이 된 것과 악마와 천사가 교차로 있는 것, 조그만 틀어보면 이전과를 그림이 달라져 버리는 것 등이 있습니다.  각각이 성공하는 법이란 팁을 줍니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것들은 모두 멋져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 나오는 것들을 잘 따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쪽도 아니고, 배워서 자신에게 잘 적용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3~5번정도는 시도해봐야 그때서야 제법 비슷하게 맞추는 정도가 됩니다. 5번 이상을 시도해봐야하니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요. 그렇게 적용하다가 때때로 여기에서 말하는 방식과 성공이란 것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러차례 시도하는 과정에서 저는 상담사에게 간 아이처럼 전 말귀 못알아듣는 사람을 오랫동안 할 것 같기도 합니다. 검은색을 계속 칠하는 것을 할지도 모르죠. 그래도 커다란 고래 한마리는 그려보고 싶습니다. 조각그림을 어떻게 정리할까 하다가 떠오른 커다란 고래를 그린 아이처럼 저의 올해 한해는 이상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검은 고래를 두번 그려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리 커다란 고래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싶은 걸 그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재료가 있으니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커다란 고래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다는 것은 몇시간 이내에 혹은 몇 일, 몇년이란 시간을 한정한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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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 2013 *.10.141.190

여전히 나의 눈은 한장 한장의 조각그림에 맞춰져 있는 사람이지만

빅픽쳐를 그려볼 수 있는 그대가 아름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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