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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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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0일 07시 27분 등록

태몽일 지도 모르는 꿈

 

 

내가 아이 엄마가 되면 아이의 태몽일지도 모르는 꿈을 잘 적어두려고 마음 먹었어. 이건 엄마가 2012년 겨울에 변경연연구원 지원서를 쓰면서 내가 태어나던 때의 이런저런 일을 쓰도록 한 구본형 선생님의 글을 읽은 후에 결심한 일이야. 나도 물론 그 지원서에 나의 태몽을 적었어. 엄마, 그러니까 너의 외할머니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생존해계시니 나는 당연히 내 태몽을 얻어들을 수가 있었어. 산밤을 치마 하나 가득 얻어서 집으로 돌아온 꿈과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를 캐는데 사람만한 고구마를 얻은 꿈 두 개를 외할머니가 말해주었어. 이게 네 엄마인 나의 태몽리란다. 내가 해몽 사이트를 뒤져본 결과 그건 주로 남자아이의 태몽이고 머리가 좋고 재능이 있는 이의 태몽인 듯 해. 하지만 나는 여자지. 어쨎든 그 선생님은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태몽이나 출산시 여러 가지 일을 어머님께 들을 기회를 놓쳤단다. 그게 많이 아쉬우시다 했어. 나는 혹시 태몽 비스무리한 걸 꾸면 미리 미리 글로 써놓아야 겠다고 결심했어. 혹시라도 내가 일찍 죽게 되더라도 우주가 나에게 보낸 너라는 생명의 수태고지를 기록해놓아야겠다고 결심했지. 예수님만 수태고지를 받으며 태어난 건 아닐 테니까 말이야.

 

첫번째 꿈부터 이야기해줄께. 아빠와 나는 세종문화회관으로 가려고 시청역 화장실 앞에서 만났단다. 아빠의 직장에서 직원 가족을 초대한 음악회를 한다고 해서 초대권을 받았거든. 아빠는 아주 어렸을 때 이웃집 할머니가 초대권을 구해줘서 할머니, 삼촌 같이 세종문화회관에 와서 똘이장군 만화를 본 적이 있대. 그 반공만화 때문에 김일성은 정말로 돼지가 변신한 괴물이고 북한도 그렇다고 생각했었대. 나는 지나가면서만 보았지 들어와서 뭔가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야. 우리는 시작시간보다 조금 늦어서 서두르고 있었어. 한 손으로는 전화기를 잡고 한 손으로는 그의 손을 잡고서 빠른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지. 안동의 외숙모가 전화를 하셨어. 어제도 부재중 전화가 있었는데 전화 거는 걸 깜박했기 때문에 통화는 사과로 시작되었어. 외숙모는 자기는 꿈을 잘 안꾸고 기억도 잘 못하는 사람인데 그저께 내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면서 이야기를 해줬어. 이런 내용이야.

 

1 제목 : 붉은 알이 박힌 쌍가락지 중 한 개를 안동올케가 내 손가락에 끼어주다.

 

문경 식구들이 모두 모여 있었대. 거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안동 큰 외삼촌네 네 식구, 그러니까 네 외삼촌, 전화를 하신 외숙모, 사촌 수현이, 나윤이가 있고, 또 너희 둘째 외삼촌 식구들고 있고, 아직 혼자인 막내 외삼촌도 있었나봐. 엄마가 있었어. 아빠도 같이 있었는 지는 한 번 물어볼께. 그런데 안동 외숙모가 아주 귀하고 어여쁜 반지를 한쌍 가지고 있었어. 그 반지는 금으로 되었고 가운데에 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는 구나. 그 반지는 알이나 굵기가 굵지는 않았지만 매우 사랑스러웠댄다. 외숙모가 반지 한 개를 내 손가락에 끼어주었대. 기분이 굉장히 좋았대. 

 

주변 사람들이 그건 딸의 태몽이라고 했다는 거야. 그래서 나한테 알려주려고 전화를 한 거였어. 나는 냉큼 그 꿈을 사겠다고 말했어. 나는 이렇게 말했지. “우리는 어제 마리아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어. 이제 적극적으로 노력해볼거야. 일단 상담만 하고 왔고, 검사시기가 제법 지나서 재검사를 해 보자고 하고 있어. 옮기기 전 병원에서는 내 난소는 34세 정도로 기능이 좋아서 과배란유도에 정상반응군이래. 마흔이 넘었는데 난소 나이가 35세 전이라니 나는 신이 났었어. 나팔관 한 쪽, 오른쪽이 막혀서 그렇지. 배란유도제를 쓰면 한 달에 한 개씩 양쪽 난소에서 번갈아 배란되던 게 한꺼번에 양쪽 난소에서 여러 개가 배란 될 수도 있대. 그래서 쌍둥이가 많아진대. 근데 자연임신은 워낙 확률이 낮아서 10% 정도이고, 인공수정은 20% 정도인가봐. 난임병원에만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확률이 낮네. 암튼 그 꿈을 내가 들으니까 나도 태몽같아. 근데 왜 쌍가락지 한 쌍 중에서 한 개만 받는 걸까? 만약에 원래는 쌍둥이였는데 쌍둥이 중에 하나만 온다는 고지거나 하나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거라면 내가 나머지 쌍둥이 하나도 건강하게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께. 고마워.”

 

이게 태몽일지도 모르는 첫번째 꿈이란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꿈을 꾸게 될 지 모르겠어. 계속 기록해 둘 작정을 했어. 매우 신비로왔어. 한편 태몽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어. 폭풍검색에 들어갔지. 두 개의 임산부, 육아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했어. ‘맘스홀릭베이비하고 아가야 어서 오렴이야.

 

평소에도 꿈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새로운 월드를 탐험할 거라는 기대에 콩닥콩닥 두근두근 했구나. 임신기간에는 호르몬과 심리적 변화로 인해 꿈을 많이 꾼대. 아기를 잉태한 임신부만이 꾸는 것은 아니라, 태아의 아버지나 조부모, 외조부모, 고모 등 가까운 친척, 주변의 지인이 대신 꾸어주는 경우도 있나봐. 태아에게 관심이 많은 분들 누구나가 태몽을 꿀 수 있다네. 태몽은 일종의 예지몽으로, 뱃속의 아이의 미래를 암시한다고 전해 내려온다네. 태몽을 분석해보면 잉태가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여부는 물론 태어날 아이의 성별, 성격, 기질, 재능, 직업 등등 대략적인 운명과 같은 것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소중한 꿈이라네. 또한 태아를 잉태한() 부모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야 하며, 실제로 행위(신체적인 접촉)가 있어야 한대. 이를테면 달을 가슴으로 받아 안았다,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호랑이 새끼가 내 집 울 안에 털석 앉아 있었다, 과일을 손으로 따는 거야. 호랑이, , , , 조개, 과일과 채소들, , , , , 사슴 등등등 평소에는 안 꾸던 꿈을 꾸고, 그게 선명히 기억에 남아 신비로와지나봐. 

 

다음 꿈들은 이번 달의 가임기에 집중적으로 꾼 것들이야. 나는 모닝페이지 덕분에 꿈기억이 좋은 편이야. 일어나자 마자 쓰니까 꿈이 아직 휘발되기 전에 뜰채로 떠 놓게 되지. 보통은 일주일에 2개 정도 기억하는 것 같아. 이번 달 가임기에는 많이 기억했어. 하지만 제레미 테일러는 하룻밤에도 7편 정도를 기억할 수도 있다고 했어. 아무래도 나는 너에게 태몽일지도 모르는 꿈을 목걸이처럼 여러 개를 꾸러미로 꿰어서 줄 것 같구나. 엄마랑 같이 출근하는 용산선생님은 단태아, 이란성 쌍둥이를 낳아 기른 분인데 그 분도 임신 기간 내내 꿈들이 넘쳤다고 했어.

 

이번 달은 우리가 너를 만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시작한 첫번째 달이야. 여러가지 난임검사를 받았고, 처음으로 배란일을 받았지. 금요일이 배란일이었고, , 토가 지정일이었어. 내가 지금 기록하는 꿈들은 배란일 전날인 목요일부터 그 다음 주 화요일까지 6일간의 꿈이란다. 

 

2 제목 ; 도시 중심에 새로 서고 있는 건물의 골조를 보러 온 여자아이를 보다.

 

밝은 대낮이고 계절은 겨울이다. 나는 어떤 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있다. 도시는 너른 평원에 새워졌다. 유럽의 어느 도시처럼 생겼다. 4~5층 높이의 건물들이 있는데 지붕이 독특하다. 시멘트 건물은 아니다. 고풍스런 유럽식 건물이다. 군데군데 나무와 숲이 있다. 길은 계획도시인지 사방으로 뻗어있다. 나는 그 도시의 정중앙에 위치한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있는 중이다. 거대한 기둥을 매어 옮긴다. 기중기를 움직이는 사람이 나다. 그 기둥들은 다른 곳에서 이미 건조된 것들이다. 거기로 옮겨와서 조립해서 세운다. 나는 기둥들을 옮겨서 나사못으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위는 분화구처럼 움푹하다. 하지만 공사장처럼 황량하지 않고 무덤처럼 잔디가 입혀져 있다. 띠는 누렇지만 죽지는 않았다. 잘 가꿔진 공원의 잔디처럼 제때 손질된 것들이다. 그런데 쇠로 된 나사못은 붉다. 붉은 자줏빛. 두 여자 아이가 그걸 구경하고 있다. 왼쪽 아이는 얼굴이 둥글고 오른쪽 여자아이는 갸름하다. 오른쪽 여자아이는 쌍커풀이 없고 눈이 작고 광대나 턱이 없이 갸름하다. 하관이 빠르다. 꼭 거지왕자 동화에 나오는 왕자처럼 생겼다. 숙현이네 둘째 딸램처럼 예쁘장하다. 그러니까 단발머리다. 왼쪽 여자아이는 광대와 턱이 있고 볼살이 통통하다. 긴 머리다. 왼쪽 여자아이도 쌍꺼풀이 없지만 오른쪽 여자아이보다는 눈이 크다. 내가 위험하다고 거기 있으면 안된다고 말해준다. 오른쪽 아이는 금방 사라졌다. 왼쪽 아이는 계속 서서 기둥과 골조들이 조립되는 모양, 구멍이 파진 모양을 보고 그것들이 제자리에 배치되는 모양을 구경하고 있다. 호기심이 대단한 표정이다. 나는 그 왼쪽 아이에게 끌려서 자꾸 쳐다보았다. 그러면서도 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했다. 아이는 대여섯 살쯤 된 것 같다. 여섯 살 쯤인 것 같다. 두 아이 모두 군살이 없다.  

 

이건 배란일로 예정된 날에 꾼 꿈이야. 우린 전날 숙제를 열심히 했지. 나는 너의 아버지한테 이 꿈 이야기를 해 주었어. 그는 어릴 때 ‘기집애처럼 이쁘장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어. 내 꿈에 찾아와 내가 건물을 짓는 걸 (그건 마치 언덕 위 신전 같았어) 구경하던 두 아이가 무얼 상징하는지 그리고 너와는 어떤 관계일지가 궁금했어. 나는 혹시 쌍둥이? 하면서 희망에 부풀었어. 왜냐하면 이번 달에 3개의 난자가 배란이 된다고 했거든. 기대를 숨길 수가 없었단다. 이런 기대는 이 날이 임신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라고 병원에서 받아준 날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어.

 

그런데 아이들이 구경하다가 한 아이는 계속 나의 작업을 보고 있는데 다른 아이는 금방 가버린 게 마음에 걸렸어. 혹시 모든 아이들이 그냥 영영 가버리면 어쩔까 염려가 되었지. 그래서 나는 부랴부랴 토요일 출근하지 않는다는 이점을 활용하여 3시간을 들여 아이를 초대하는 편지를 한 통 썼어. 그게 바로 내가 너에게 보내는 첫번째 편지야. 네가 우리에게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너에게 이야기를 했어.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와 아이의 교류가 가능할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있어.

 

토요일에 아빠가 일부러 휴가를 내었어. 너를 초대하는 일에 집중을 하려고 말이야. 그런데 우린 다른 일을 하느라 만나지 못했어. 아빠와 나는 우리 자신의 일정보다는 우리에게 부과된 의무나 책임, 그리고 약속꺼리들을 중시하는 편이야. 우리는 저녁에 약속이 있었어. 개인적인 것이 아니었지만 그걸 취소하지 못했단다. 알다시피 난자는 생명이 24시간 뿐이란다. 기분이 매우 안좋았어. 엄마가 아는 어떤 분을 생각했어. 그 분은 유산을 벌써 여러 번 했어. 나처럼 데메테르가 있는 분이라 아이 엄마가 되길 앙망하지.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너무 과로해. 그리고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봉사하느라 자기 몸이나 일정을 챙기지를 못하는 거야. 나는 나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알아챘어. 한 달 중에 임신이 가능한 기간은 겨우 며칠이고, 병원에까지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면서도 다른 일정을 커트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거야. 마음이 씁쓸했어. 그 다음날 꾼 꿈은 이렇단다.

 

3 제목 ; 블라디보스톡 에서 우회전하는 항로를 발견하다.

 

나는 지도에서 평면도시의 블록들 사이에서 길을 찾고 있다. 여러 번 길을 잘못 들어서 되돌아가서 다시 와야 했다. 드디어 길을 발견한 것 같다. 저 끝에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도시가 파란색 글씨로 씌어 있었다. 나는 그 도시까지 가서 도는 항로를 드디어 발견한 거다. 그 부동항의 이름은 나에게 묘한 기쁨과 위안을 주었다.

 

부동항이라는 단어가 새로와서 일어나자 마자 사전에서 찾아보았어. 이렇게 나와 있더구나. ‘러시아 ·캐나다처럼 국토가 북쪽으로 치우쳐 있는 나라에서는 부동항이 갖는 의의가 크다.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최북단에 가까운 함메르페스트, 그 동쪽에 있는 러시아의 무르만스크는 북위 70 ° 전후에 있으나, 북대서양해류(멕시코만류의 연장)의 영향을 받아서 부동항을 이룬다. 연해주나 뉴펀들랜드섬 근해에서는 북위 45 ° 전후에서도 연안부가 동결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겨울에 해면이 동결하지만, 쇄빙선에 의해 항상 항만기능이 유지된다.’ 나는 쇄빙선이라는 말에 주목했어. 겨울에는 해면이 동결하지만 얼음을 깨는 배가 있으면 부동항에 들어간다는 말이거든. 그래서 나는 너를 만나는 항로가 부동항 근처에 있더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기로 했어. 쇄빙선을 나는 건조시켜서 출항시킬 거거든. 쇄빙선을 준비하지 못해서 항구전체를 포기하는 일을 나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어. 좀 인위적인 노력을 많이 해야한다는 말로 들리지? 실제로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톡 말고 부동항을 얻기 위해서 남하정책을 추진했고 그래서 조선의 원산이나 청진이 물망에 올랐지. 구한말 이야기를 하니 시대적인 국제적인 조류를 읽지 못하고 좁은 울타리에 갖혀지내 수탈당한 내 나라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구나. 언제나 나는 찬탈 당하는 식민지가 아니라 주권을 가진 국가이고 싶구나. 뭔가 여지가 있다, 또는 좀 더 노력하자고 격려하는 듯한 느낌의 꿈이었어. 이 날 김송씨와 강원래씨가 열 번의 시험관아기 시술 끝에 드디어 성공했다고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과 휠체어에 앉은 강원래씨, 그리고 이제 30대 중반이 된 아리따운 김송씨가 찍은 사진을 보았어. 눈물이 나더라. 어렵게 아기를 잉태한 그 부부가 잘 출산하길 비는 마음과 함께 나도 실망하지 말고 애를 써보자 싶어졌어.

 

4 제목 : 피란민들을 이끌고 집에 도착해서 달빛에 동한 부부의 부인이 되다.

 

나는 남편과 같이 피난을 가고 있다. 피난민은 6,25전쟁중인지 그 이전의 전쟁중인지는 모르겠다. 한복을 입은 건 알겠다. 남편은 키가 크고 군살이 없고 매우 정직하고 강직하게 생겼다. 우리는 우리 가족이 아닌 일행을 책임지고 있다. 그들이 우리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다. 우리 아이도 한 명 있었다. 아들이었다. 서너살 짜리였다. 그런데 우리는 그 아이를 품에 안고 챙기는 게 아니라 다른 피란민 가족들하고 같은 무리로 취급하면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다른 피란민들은 그들의 아이를 품에 안고 그들의 아내와 남편과 부모와 형제를 챙기면서 오고 우리는 그들을 챙기면서 정작 우리 아들은 살뜰히 챙기지 못하고 우리가 챙겨야할 무리 중 1인으로 하면서 피란을 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아들은 얼굴에 새까맣게 얼룩이 지고 옷은 더럽다. 아니면 우리가 피란민들과 함께 피란을 가는 걸 아이가 슬쩍 무리 속에 끼어서 지켜본다는 느낌도 든다. 우리는 어떤 집에 도착했다. 거긴 내가 어릴 적에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우는 밤’ 노래를 부를 때 상상하던 그 집이다. 초가집인데 집터가 좋은 건지 매우 안온하다. 초가의 뒤에는 둥그스름한 산이 있고 그 산 위에 보름달이 떠 있다. 보름달이 매우 아름답고 고요하다. 나는 마당에 짐을 푼 피란민들에게 쉬라고 말한다. 그와 나는 그 집의 주인임이 분명하다. 다른 피란민들은 마당에 앉는데 우리는 그 집의 마루에 앉았다. 그리고 그이들 모두에게 음식을 차려 주었다. 우리 식구를 위한 상도 차렸다. 음식은 차별없이 공평했다. 나는 그 음식을 먹다가 동했다. 남편에게 찡긋했다. 나는 사람들이 있든 말든 그들이 우리의 달밤의 정사를 눈치를 채든 말든 그의 손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간다. 나이든 사람들은 특유의 유쾌함으로 놀리면서 응원한다. 그의 손을 이끌고 방에 들어간다.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두 사람이 꽃잎처럼, 달빛처럼 포개어지는 게 다 보였다. 그러나 달빛은 밝고 달을 보고 늑대가 울 듯 두 남녀는 섹스를 하고 바깥의 사람들은 안온히 쉰다. 얼굴에 검댕이 묻은 아이 역시 마당 어딘가에 있다. 모두가 흐뭇하게 그 부부의 실루엣을 본다. 마당의 장작불은 타오르고 그들은 고단하지만 순간의 안온함을 즐긴다.

 

이 꿈을 꾼 새벽은 병원에서 예측한 배란일이 이틀 이상 지난 시점이었어. 그 달밤 꿈을 보고 병원에서 예측한 배란일은 이미 이틀 전이고 난자의 생명이 24시간이므로 이미 가능성이 없는 시기지만, 아직 난자가 살아있다는 생각을 했어. 지금 달이 뜬 거니까. 그래서 늑대가 보름달을 향해 야생의 울음을 우우우 울듯이 방으로 들어가 사랑을 나눌 때고, 우주 만물이 모두 우리의 결합을 축하하고 축원할거라고 읽었어. 어쩌면 병원에서 받아준 날짜보다 이런 꿈들이 더 정확할 수도 있을 거라고 말이야. 나는 새벽 6시에 전화를 걸어서 낮의 점심식사 약속을 취소했단다. 지난 번에 저녁약속 때문에 날짜를 놓친 것에 대한 교훈을 상기했지.

 

우리 일행을 따라와 우리 집과 우리 부부를 구경하던 그 아이가 우리가 만날 아이가 아닐까 나는 생각을 해 보았어. 어쩌면 그 아이는 우리 부부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런 일 난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주는 일이 끌리는 사명을 가진 아이가 아닐까 생각했어. 아직은 인연이 아닐수도 있겠구나. 왜냐하면 우리 울 안에는 있었지만 안은 것도 아니고 내 옆에 앉은 것도 아니고 그냥 마당 속 군중 속에 있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나는 속으로 잠잠이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어. ‘네가 우리가 만나기로 약속된 그 아이니?’ 마치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 ‘, 어머니, 저예요. 순리대로 우리는 만나게 될 겁니다. 어머니가 저 때문에 골몰하고 전전긍긍하느라 몸 상하게 되는 게 싫어요. 앞으로도 어머니가 저로인해 기쁘고 편안하길 원하지 저를 위한 어떤 사안으로도 어머니가 아파지길 원치 않아요. 어머니 몸과 마음을 우리가 깃들 수 있도록 편안하게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어머니가 서원했던 그 어머니를 살아주세요. 우린 자연스런 호흡처럼 만나게 될 겁니다.’   

 

5 제목 : 검은 강아지와 수탉

 

나는 귀여운 강아지를 손에 올려 이뻐서 어쩔 줄 모르며 쓰다듬고 있다. 그 강아지는 아주 손에 찰싹 붙는다. 그런데 장면이 전환되어 수탉이 동굴 앞에 서 있는 걸 본다. 약간 무심하면서 기품이 있다.

 

강아지 꿈은 선명하고 손에 남은 느낌도 강하고 꿈의 3/4을 차지한다. 닭의 꿈은 1/4만 차지하고 뭔가 희미하다. 

 

이건 그 다음날의 꿈이야. 강아지의 손 느낌이 선명해서 일어나자 마자 모닝페이지를 하다 말고 마구 검색을 했어. 혹시나 싶어서 말이야강아지 태몽의 아이는 건강하고 명랑하다네. 그런데 그 검은 강아지는 털이 많거나 긴 애완용 강아지는 아니었어. 지금은 작지만 크게 자라는 종의 강아지였어. 닭 태몽의 아이는 성별 상관없이 영리하고 부귀하다네. 음악가, 예술가, 작가, 방송인으로 성공하고 피부가 깨끗하고 목소리가 아름답다 했어. 공명정대하고 독립성이 강하고, 불의와 부정을 가까이 하지 않으며 가족애가 깊다네.

 

 증상놀이라는 말을 그 즈음에 알게 되었지. 임신을 원하는 여자들은 배란일 이후 다음 생리일까지 2주간을 기다리게 되잖아? 그 때 나타나는 몸의 증상이 꼭 임신 초기증상이 아닐 수 있지. 그런데 꼭 임신한 것처럼 본인이 생각하는 거야많은 이들이 그러는 것 같아. 나도 그랬어. 혹시 이것도 쌍둥이 꿈 아니야 그랬으면 좋겠다 했어. 이거 뭐 한 번도 경험이 없으니 말이야. 가슴이 찌르르 해도 혹시 싶고 말이야. 이건 내가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상대의 행동이 다 나를 좋아하는 행동처럼 보이는 걸로 보이는 것과 비슷해. 누굴 기다려본 사람은 바람소리도 그의 발소리인가 싶고 그렇대잖아? 또 다른 꿈을 들어보렴.  

 

6 제목 : 같은 금은방에서 결혼예물을 한 여직원 2명의 예물상자를 열어보다.

 

내가 커다란 사무실에 앉아 있어. 그런데 내 왼쪽에 앉아 있는 행정실 직원 중 황00(주무관. 20대 아가씨, 키가 크고 통통해. 밝은 성격이야. 욕심은 별로 없고)가 자기하고 옆에 주무관님 (이번에 승진한 김##)이 같은 금은방에서 결혼예물을 맞췄다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 왔다며 한 번 보라네. 나는 왜 남의 결혼 예물을 직장에서 보여줄까 의아했어. 다른 이들은 다 봤다길래 나도 보려고 기다렸어. 가방이 하나 내 책상 위에 놓였어. 그 가방은 여성적인 가방이야. 생긴 건 명품가방이야. 코우치나 MCM, 루이비똥 가방 같았어. 그 중에서는 루이비똥이 제일 비슷해. 색깔은 베이지보다 짙은데 글자로 된 무늬가 있었어. 가죽가방이야. 그런데 나는 명품가방을 잘 모르니 뭐하고 비슷한 지는 모르겠어. 암튼 양쪽에 주름이 두 개 잡혀있었고 위의 뚜껑을 열도록 되어 있었어. 번쩍이는 버클리 있었어. 가죽에 박힌 글자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 한글은 아니야. 나는 속으로 금은방에서 명품가방에 예물을 포장해서 보냈겠어? 저게 진짜일까 에이 아니겠지, 그런데 이쁘네 생각했어. 매우 여성적인 가방이야. 핸드백보다는 조금 크지만 손가방이야. 그 가방을 열었더니 안에 보라색 빌로드로 된 두 개의 보석함이 나왔어. 결혼 예물이라니 이런 데 담아두나 보다 생각했어.

 

처음 것이 황00씨 것이야. 오른쪽에 있는 그녀를 쳐다보니까 예의 그 밝음으로 활짝 웃고 있었어. 하얗게 화장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말이야. 열었더니 그 안에 보석이 아니라 어찌 보면 플레이도우로 만든 공예품 같은 게 나왔어. 반지 같지 않았어. 에게, 결혼예물인데 뭐 이래 첫 느낌이야. 게다가 어찌나 큰지 반지라면 도저히 끼고 다니기 어려울 것 같았어. 장식이 손등을 다 덮을 지경이었어. 머리 띠에 달거나 가슴에 달면 좋을 정도야. 자세히 보니까 이파리와 열매가 섬세하게 만들어졌어. 근데 잎은 포도나무 잎처럼 잎 끝이 여러 개로 갈라진 모양이야. 그런데 열매는 포도가 아니야. 언뜻 보기에 색깔은 복숭아 색이야. 하지만 나는 그런 과일을 본 적이 없어. 이국 과일인가 했어. 00씨가 젊어서 이런 걸 결혼예물로 맞췄나 싶었어. 나는 내 결혼 반지를 쳐다보았어. 네 아빠가 선물한 도반링이 내 손에 끼어져 있었지. 이 반지가 최고라고 속으로 생각을 했어. 그런데 황00씨는 이런 디자인이 끌리나봐. 그녀를 다시 보니까 여전히 행복한 표정이야. 신랑을 많이 사랑하나봐. 그런데 그걸 두 손에 들고 이파리들을 내가 만지면서 들씌니까 돌돌말린 이파리들이 하나 떨어지는 거야. 이파리채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반이 뜯겨서 말이야. 덜 굳었나 해어. 그래서 이건 덜 말랐든가, 정착액을 덜 발랐든가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 맞춘 금은방에 가서 이야기를 하라고 내가 말했어.

 

두번째 보석함을 열었어. 보라색 빌로드 안에는 아이보리 속이 있었어. 가운데에 씸플한 반지가 있었어. 그 반지는 보는 순간 내 마음에 쏙 들었어. 그런데 언뜻 보기에도 반지가 작았어. 백금이거나 금 같았어. 세공이 섬세한데 신부의 손가락이 작은가 보다 생각했지. 왼손 애기손가락에 끼면 맞을 것 같더라고. 오른쪽에 있는 그녀는 김##씨야. 검정색 옷을 입고 있어. 그 반지 주변에는 손으로 직접 만든 발도르프 인형들이 있었어. 모자를 쓴 거, 얼굴만 있는 거, 미니어처처럼 작은 것들이야. 나는 그것들이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거야. 뒤를 뒤집어 보니까 이건 네모난 메달인거야. 그래서 허**씨가 반지를 넣어서 메달을 만들었나? 싶었지. 매달 뒤에는록에게이렇게 적혀 있었어.

 

나는 이 꿈에서 또 다시 두 개의 보석상자가 반복되는 걸 보고 이렇게 내 쪼대로 혹시 쌍둥이?’ 백일몽에 사로잡혔단다. 그래서 이런 잡념, 또는 self dream work를 했지.

 

만약 임신을 한다면 생명을 주시는 이는 동일하게 하늘인 것 같다. 금은방 주인 말이다. 그 가죽가방은 나의 자궁이라고 생각했어. 가죽 가방도 금은방 주인이 보낸 거였잖아? 그러니 나도 나를 이 세상에 보낸 금은방 주인이 기억하는 생명인 거지. 그 금은방 주인이 기독교식 신인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런 존재를 믿는 마음이란다. 그게 인디언 식의 마음인지, 힌두교 식의 마음인지 굳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마흔 넘어서 아이를 잉태해서 건강하게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할 정도면 정말로 명품이지 않겠니? 그리고 커다란 위로와 다독임이지 않니? 임신이 되었다는 건 그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할 수 있다는 상태라는 말이니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주라고 수수팥떡에서 들었어. 금은방 주인에게 온 메시지는 네 자궁은 명품이다.”는 선언 같았어. 감격스러웠어. “너는 할 수 있다는 말 같고 말이야. 이런 말을 마음으로 들었던 적이 있었어. 인도의 보드 가야 대탑 앞의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말이야. 뜬금없이 그 마음이 들어서 나는 울었지. 뭘 할 수 있다는 건지도 모르면서 할 수 있다는 그 말이 고마워서 울었던 것 같아. “또 너도 보물이고 아이들도 모두 보물이다는 선언이지 않겠니?

 

외모만 보자면 두 개의 난자 중 하나는 황00씨처럼 아이가 건강하고 크게 자랄 수 있는, 큰 키와 덩치 유전자를 담고 있는 것 같고, 하나는 김##씨처럼 작고 왜소하고 여리여리 약해 보이는 유전자를 가진 것 같아.

 

사실 황00 쪽이 상징하는 유전자는 내 친정의 유전자겠지. 네 외할아버지는 50년대 생인데 176센치이고 네 외삼촌 중 두 분은 180센치잖아? 네 큰 외삼촌도 보통 키고 말이야. 아니 너의 할아버님이나 증조 할머니를 닮았을 수도 있어. 동네에서 키 큰 할머니라고 불릴 만큼 키가 컸고, 할아버님도 컸지. 너의 삼촌도 크시잖아? 그런데 몸피가 큰 아이 쪽이 덜 단단하고 좀 더 주의가 필요한 것 같아. 그러니까 아트클레이의 과일 잎이 떨어지려고 해서 그 보물들을 만들어서 보낸 금은방에 수리를 보내라고 내가 말을 했잖아? 그러니 아이들을 위해서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할 것 같아. 끊임없이 이 아이의 영육의 건강과 강건함을, 그러니까 유지보수를 요청하고 깨어있는 기도를 퍼붓는 건 물론이고, 때가 되면 보약을 먹이고, 아이 어릴 때부터 먹거리에 신경 쓰고, 운동도 특별히 신경써서 시키고,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 주고 말이야. 뼈대와 기골이 크지만 사실 땀 많이 흘리는 무른 우리 안동 남동생처럼 약한 거지. ‘에게, 이게 무슨 예물이야하다가 풍요의 뿔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어. 농부인 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건강하고 정직한 성실함을 닮았으면 좋겠구나. 매우 넉넉하고 밝고 건강한 마음의 아이인 것 같아. 내가 사랑하여 마지 않던 그 검은 강아지가 이 아이일까? 모르겠다. 

 

##씨 닮은 난자는 굳이 말하자면 시댁 쪽 어머님 가계의 유전자인 것 같아. 어머님도 음성 외삼촌, 이번에 뵌 안산 외삼촌도 모두 얼굴이 조그맣고 몸이 아담했어. 뼈가 가늘고 키가 작고 또 선이 곱고 아름답지. 너의 아빠도 키가 작은 편이지. 아빠와 엄마는 어깨동무 남산커플이야. 우리가 어깨동무를 하면 기울지 않아. 어릴 때 만났어도 우린 좋은 친구가 되었을 거야 .아마 어깨동무 깨나 하고 다녔을 걸. 엄마가 아빠를 되게 좋아했을 것 같아. 그러니 한 아이는 아빠나 할머니처럼 얼굴이 작고 곱고 키와 덩치가 작을 것 같아. 하지만 할머니를 보렴. 150 센치가 안되고 40킬로그램 정도의 몸무게를 가졌지만 평생 일을 하셨고, 장거리 출퇴근을 하셨고, 할아버지를 편안하게 해드리지 않았니? 용사 같은 여자분이란다. 너는 작지만 아름다운 반지 같은 사람으로 자라날 아이인 거지. 아빠와 할머니의 외모를 닮은 거지. 아빠와 할머니의 성품도 닮았으면 좋겠구나. 할머니는 9살에 할머니의 어머니, 그러니까 네 아빠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외갓집에 맡겨지고, 또 서울로 보내져 남의 집을 10년 사는 동안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으셨어. 하지만 내가 그 분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어보니 뱀도 잡아서 걸어놓고, 나무 위에 올라가 놀고, 어릴 적 동두천에 살 때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고, 또 매우 안정적이고 힘이 있는 여자야. 멋진 여자지. 강단이 있어. 네가 할머니를 닮는다면 나는 든든할 것 같아. 네가 아빠를 닮는다면 나는 만사 오케이야. 아빠는 훌륭한 분이시지.   

 

성별은 모르겠어. 성별은 중요하지 않단다. 나는 사실 딸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왜냐하면 내가 우리 엄마와 살뜰한 관계를 가지며 살았던 딸이 아니라 아버지와 속 이야기를 하며 자란 딸이라, 딸을 키우는 법을 잘 모르거든. 나는 딸아들 구별이 심한 전형적인 경상도 집에서 자랐기 때문에 은근히 아들을 편애하고 딸에게 가혹하게 굴 가능성이 있어. 그래서 차라리 아들이라면 쉽겠구만 한다. 이게 사실이야. 그런데 네 아빠는 아버지와 목욕탕도 가고 뭐 그랬다는구나. 딸 이상으로 다정하게 하시거든. 네 할머님과 해물등심 샤브샤브를 먹다가 물어보니까 나는 어쩐지 아들 낳을 것 같다고 하셨어. 제가 좀 여자같지 않게 무심하지요 하면서 나는 웃었지. 나는 딸처럼 살가운 기운이 없는 여자거든. 오히려 네 아빠가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이지. 나는 나의 부족함을 알기 때문에 어떤 아이든, 성별이 무엇이든 만 세 살까지는 무조건 일을 쉬고 엄마가 기를 거란다.

 

나는 지난 번 편지 이후로 마음을 좀 바꿨단다. 다음 학기를 임신한 채로 다니는 게 아니라 인제 임신을 확인한 직후부터 휴직을 해서 태교에 전념하기로 했어. 돈을 포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 엄마직장에서는 1년은 유급 휴직이고, 2년은 무급휴직이야. 고마운 것은 3년 휴직후에도 복직이 된다는 거야. 엄마는 지금 직장으로 옮길 때 이걸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어. 내가 임신기간부토 휴직을 한다면 네가 만 3살이 될 때까지 엄마가 옆에 있어줄 수가 없겠지. 3년에서 부족한 기간은 아빠가 채우기로 했어. 본인이 휴직한 기간이 아니라도 아빠는 양육에 많이 참여할 사람이고, 매우 재능이 있어 보여. 나는 천기저귀를 삶아 빨면서 너희를 기를 작정이지. 엄마는 너에게 애착형성 기간에 무조건 옆에 있어줄 거란다. 그러면 엄마가 좀 무심한 사람이고, 나름의 상처와 부족함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일을 모두 정리를 하고 너와 있는 것을 1순위로 삼으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을 안하기로 결정하니까 마음이 많이 개운하다.

 

그런데 나는 너를 0순위로 삼지는 않을 거란다. 엄마에게는 새벽 푸른 빛 안전기지로 상징되는 새벽일정이 매우 중요하단다. 나는 그 시간에 모닝페이지를 하고, 천일기도를 하고 글을 쓸거란다. 그래서 너한테 이 시간을 주지 않을 작정이란다. 너한테 안 주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도 양보를 하지 않아야 내가 나의 생명과 나됨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신념이 있어. 나는 매우 두려워한단다.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해서 너한테 해악이 갈까 하고 말이야. 나는 나의 사명을 내 대에서 부덕과 박복의 인연을 끊어버리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 너한테는 절대로 대를 물리지 않으려고 작정하고 있단다. 그러자면 나는 반드시 기도하고 정진을 해야한단다.    

 

나는 그 두 개의 보석함에 들어있던 힌트들을 직접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어. 그러니까 아트클레이로 과일과 잎들을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또는 과일이나 초화류를 열심히 그려보면 어떨까? 우선 우리집에 있는 식물들부터 그리면 되지. 보고 그리는 동안 나는 그 식물을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되고 더 사랑하게 되고 내 마음이 기뻐지겠지. 이게 첫번째 보석함에 들어있던 거니까 이걸 그리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뭔가 알아지고 깨달아지는 게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주인인 너와 뭔가 교류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오는 길을 예비하는 것 같아.

 

또 하나는 인형 바느질이야. 그 주변에 있던 인형들을 내가 미리 만들어두고 싶어졌어. 말 인형, 하늘색 뾰족한 모자를 쓰고 노란 빛이 도는 귀여운 얼굴을 가진 아기 인형들, 신발과 양말 모양들은 바느질을 해서 내가 모빌로 만들었다가 너희가 다 자란 다음에는 집 안을 장식하는 가렌드로 쓰면 될 것들이지.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 그 아이와 나는 교류하게 되고 우리가 함께 행복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유는 모르지만 아이들의 성격이나 사명이 그 꿈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참고로 나는 지금까지 바느질 따위는 별로 해본 적이 없단다. 성질 버릴까봐 할 수가 없었어. 엄마는 이번 겨울방학에 집중적으로 책을 쓸 작정이야 그래서 시간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조그만 것부터 하나씩 해 보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 네가 찾아오면 시작할 수도 있겠지. 사실 두 가지는 내가 좋아하는 활동인데 해본적은 별로 없는 활동이야. 나는 손그림 그리기를 종아하고, 또 어릴 땐 인형옷도 바느질로 제법 만들었거든. 크면서 공부하느라 바빠서 해본 적은 없지만 말이야. 암튼 그런 결심을 했단다.       

 

 

또 꿈들이 찾아오면 잘 기록해서 기억해두도록 할께. 네가 잉태된다는 꿈, 네가 어떤 사명을 가지고 이 땅에 오는 지, 그래서 내가 부모로서 너를 어떻게 도와야하는지를 힌트 주는 꿈, 너의 출산에 관련된 꿈, 또는 너와 나를 또 네 아빠를 지키는 수호신들이 보내는 힌트들을 나는 깨어서 영민하게 수신하길 바란다.

 

오늘은 이 정도로 편지를 마칠까 한다.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이 아직 어색하고 낯설다. 내가 제일 많이 그 말을 하는 건 아빠를 볼 때지. 하지만 자꾸자꾸 연습하려고 해.) 너를 만나기 전부터, 너와 내가 부모와 자식으로 아직 연결되지 않았을 때부터 너를 향해 '사랑한다말을 연습한다.  사랑이 너와 우리 부부가 만나는 인연이 되길 기도한다. 그리고 이 사랑으로 내가 성숙해가길 내가 나의 사명을 다하고 돌아가야 하듯 네가 너의 사명을 다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너를 잘 돕기를 기도한다.

 

 

Ps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천룡팔부신중님 그리고 기도를 들으시는 모든 님들께 기도드립니다. 꿈일기를 쓰고 꿈작업도 해온 저는 꿈에 대해서는 그닥 놀라지 않는 사람입니다기대가 자꾸자꾸자꾸자꾸자꾸자꾸 생기니 그게 좀 그렇습니다. 이 편지를 마무리 짓는 오늘 생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 저 꿈 중에는 태몽이 없거나 아니면 다음 달이나 그 다음 달에 실현될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이 작업이 헛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수태고지일지도 모르는 꿈을 모아보니 우주가 저를 향해 보내는 이런저런 도움들이 많음을 알겠습니다. 저의 관심분야가 신화와 꿈인데요, 이 꿈들 속에 어떤 신화가 녹아 있을까요? 이 신화의 뜻을 음미하는 걸로만 그치지 않고 이 꿈들을 일종의 계시나 예언으로 보아 뜻을 잘 분별하고 실행해서 아이를 만나는 징검다리로 삼게 되기를 기도 드립니다. 지혜로운 힌트들을 잘 분별해서 활용하길 기도드립니다.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천룡팔부신중님, 혹시 제가 엄마가 되고, 아기를 품는 생명을 담은 그릇이 된다면 제 역할을 다해낼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이런 설레발, 너스레, 김칫국조차 그 아이의 거름으로 쓰이길 바랍니다. 시골 우리집에는 잿간이 있었어요. 그 거름더미에는 과일껍질, 채소 다듬은 찌꺼기, 소똥, 온갖 것들이 쌓여서 썩었어요. 그건 봄이 되면 들판에 퍼날라졌어요. 저한테 봄은 꽃잎으로 오는게 아닙니다. 바로 똥냄새로 옵니다. 이런 것들이 잘 썩어서 비옥한 땅을 만드는 거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런 마음과 싸우는 대신 이런 마음을 에너지로 삼아서 조력발전을 하고 풍력발전, 수력발전, 화력발전을 하는 지혜로운 사람이길 기도드립니다.

 

이 가족을 수호해 주옵시고, 우리가 모두 만나지길, 수수께끼를 잘 풀고 퍼즐을 잘 풀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선연으로 만나지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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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16:42:40 *.252.144.139

나는 태몽을 두 번 꾸었지.

큰 아이 태몽은 고양이 꿈이었어.

남편이 아주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를 나한테 가져다 주어 너무 기뻐하는 장면이었어. (난 원래 고양이를 좋아해)

작은 아이 태몽은 고추꿈이었어. (당시 나는 아들을 원했지.)

내가 하늘을 날고 있는데 파아아란 잔디밭에 빠아알간 통실통실한 고추가 있는거 있지.

그 색깔이 얼마나 예쁘고 탐스럽던지 나는 탄성을 질렀지.

 

그러더니 큰 아이는 고양이 같은 딸이야. 지 기분 좋을 땐 와서 아양떨고 자기 기뿐이 나쁘면 발톱을 세우지.

고양이는 지가 주인인줄 안대. 그래서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을 고양이 집사라고 불러. ㅋㅋ

작은 아이는 꿈에서 본 대로 아주 통실통실한 딸아이가 되었어.

그건 고추가 아니라 아마도 파프리카였나봐. (난 파프리카를 아주 좋아해)

추운 겨울날 작은 아이를 안고 자면 곰인형을 안고 자는 것 같이 따뜻하고 포근해.

 

콩두도 태몽대로 귀하고 소중한 아이들을 얻을거야.

내 말을 믿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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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4 15:28:20 *.43.131.14

두 아이 모두 태몽을 기억하시는군요. 재경선배는요.

오우 고양이 태몽의 아이가 고양이처럼 독립적이고, 고추(파프리카? ^^) 꿈의 작은 아이가 따뜻하고 포근하군요.

 

댓글 잘 읽었습니다. 고마워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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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1 09:24:23 *.131.89.154

콩두님, 사랑스런 아이를 낳으실거예요. 여럿을.

태몽과 신화와 비슷하다고 하데요.

누군가는 꿈에서 세 개의 기둥을 봤다고 하고, 아들 셋을 나았대요. 울 엄마는 포동포동한 기집애 다섯중에 셋을 데려왔고, 자녀가 셋이예요. 콩두님은 꿈에는 아이들이 나오고,  반지도 여럿 보고 하니 많은 아이들을 낳는게 아닐까 하네요. 저도 같이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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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4 15:29:29 *.43.131.14

오 포동포동한 다섯 명 중에서 세 명을 데려왔군요. 신기하네요.

신화와 꿈이 어떻게 연결될 지 궁금해요.

정화님의 응원 고마워요. 이거 어떻게 리액션 해얄 지 모르겠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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