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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2일 21시 22분 등록

. 저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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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1941.08.23 ~ )

41년 일제 강점기 경상남도 밀양군에서 태어난다. 63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 강사를 하였다. 그는 진보적인 지식인이였다. 지식청년으로 창백한 엘리트주의를 통렬히 비판하고 반성을 한다. 학생운동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5.16, 4.19등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 다녔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68년 박정희 시절 통일 혁명당 사건에 연류되어 억울한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당한다. 98 8.15일 특사로 출감되기 까지 20년간 옥살이를 한 것이다.

그의 옥살이는 끔직했다. 빛하나 들어오지 않은 골방, 어떤 여가활동도 허락하지 않은 답답한 환경이였다. 그는 매일 사색을 하였고, 인간과 사회에 대해 깊이있는 통찰을 하였다. 그는 이런 자신의 사색을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기록도 허락하지 않았기에 한달에 한번씩 집으로 보내는 편지에 자신의 사색들을 적기 시작했다. 한달에 하나의 주제로 장문의 편지를 집에 부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알려지기도 하였다.

그는 감옥살이를 통해 참 많은 것을 얻었다고 회상한다. 특히 감옥에서 살아야한다.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하루 2시간씩 비추던 햇살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는 행복감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농밀한 인간관계를 알게 되었고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20년의 옥살이 후에 그는 성공회대 교수로 교편을 잡게 된다. 원래 경제학이 전공이지만 인문학 소양이 깊어서 고전이나 인문학 분야에 유명하게 되었고, 책도 많이 집필하게 되었다. 후에는 붓글씨에 전념하고 있다. 유명한 신영복체를 탄생시켰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붓글씨를 쓰면서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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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최초로 썼던 붓글씨로, 나중에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여럿이 함께가면 길은 위에 생겨난다라고 추가하였다. 그의 진보적이고 관계지향적인 사고가 글씨체에서도 나타난다.

 

저서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1988

나무야 나무야, 1996

더불어 숲, 2003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2004

처음처럼, 2007

청구회 추억, 2008

느티아래강의실, 2009

신영복-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2010

 

 

 

. 내 마음을 무찌러드는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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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17, 요즈음 대학생이나 젊은 세대들은 근본적 성찰을 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매우 감각적이고 단편적인 감정에 매몰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세례를 받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반성 자체가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까지 하지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근본적 담론 자체가 실종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 고전을 읽겠다는 것은 태산준령 앞에 호미 한 자루로 마주 서는 격입니다.

23, 우리의 고전 강독은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사회와 인간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근본적 담론을 주제로 할 것입니다.

29,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결국 차별화로 귀착 되는 것이지요. 반대의 논리도 없지 않습니다. 일단 차이를 인식하고, 차이를 인정하고 그러한 토대 위에서 통합과 공존을 모색한다는 논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공존은 차이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 것이지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존이 필요한 것이지요. 어떠한 경우든 차별화는 본질을 왜곡하게 마련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 점을 특히 경계해야 하는 것이지요.

38, 동양에서는 자연이 최고의 질서입니다. 초고의 질서란 그것의 상위 질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자연 이외의 어떠한 힘도 인정하지 않으며, 자연에 대하여 지시적 기능을 하는 어떠한 존재도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이란 본디부터 있는 것이며 어떠한 지시나 구속을 받지 않는 스스로 그러한 것(self-so)입니다. 글자 그대로 자연自然이며 그런 점에서 최고의 질서입니다.

45, 동양 사상은 과거의 사상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사상입니다.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뛰어난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47, 고전을 재조명하는 작업은 어쩌면 오늘날처럼 속도가 요구되는 환경에서 너무나 한가롭게 우원迂遠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가 쌓아가고 있는 모순과 위기 구조는 근본 담론을 더욱 절실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금언이 있습니다. 길을 잘못 든 사람이 걸음을 재촉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2. 오래된 시

52, 우리가 시경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것의 사실성에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거짓이 있지만, 노래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국풍에 주목합니다. 『시경』의 국풍 부분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백성들이 부르던 노래라는 데 있습니다.

61, 어쩌면 사실보다 전설 쪽이 더 진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학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의 내면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어떤 혼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시경』의 시가 바로 이러한 진실을 창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이란 결국 진실을 구성하는 조각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의 조합에 의하여 바로 진실이 창조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문학의 세계이고 시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4, 상품미학, 가상 세계, 교환가치 등 현대 사회가 우리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한마디로 허위의식입니다. 이러한 허위의식에 매몰되어 있는 한 우리의 정서와 의식은 정직한 삶으로부터 유리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소외되고 분열된 우리들의 정서를 직시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유력한 관점이 바로 시적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시적 관점은 왜곡된 삶의 실상을 드러내고 우리의 인식 지평을 넓히는 데 있어서도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65, 시인은 마땅히 당대 감수성의 절정에 도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의 개인적 경험세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7, 시경의 정신은 이처럼 땅을 밟고 걸어가듯 확실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땅을 밟고 있는 확실함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되찾아야 할 우리 삶의 진정성이기도 합니다.

68, 농경민족은 유한 공간에서 반복적 경험을 쌓아 문화를 만들어냅니다. 땅이라는 유한한 공간에서 무궁한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과거의 경험이 다소 반복되는 구조를 터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과거에 대한 기록은 매우 중요한 문화적 내용이 됩니다.

72, 한마디로 무일 불편함이고 불편은 고통이고 불행일 뿐이지요. 무엇보다도 불편함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깨어 있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없는 것이지요. 살아간다는 것이 불편한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상처받는 것이라는 성찰이 없는 것이지요.

75, 고전 독법은 물론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당대 사회의 문제의식으로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떠한 시대나 어떠한 곳에서도 변함없이 관철되고 있는 인간과 사회의 근본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무일」이 바로 그러한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77, 여러분은 무엇이 변화할 때 사회가 변화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여러분은 미래가 어디로부터 다가온다고 생각합니까?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부터 온다는 의식이 바로 식민지 의식의 전형입니다. 권력이 외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입니다.

82, 제가 감옥에서 만난 노선배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론은 좌경적으로 하고 실천은 우경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좌경적이라는 의미는신목자 필탄관新沐者必彈冠 신욕자 필진의新浴者必振衣처럼 비타협적인 원칙의 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경적이라는 의미는 맑은 물에는 갓끈을 씻고 흐린 물에는 발을 씻는다는 현실주의와 대중노선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84, 남방과 낭만주의와 창조적 정신영역이 서로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입니다. 현실에 매달리지 않고 현실의 건너편을 보는 거시각적 시각과 대담함이 곧 낭만주의의 일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바다로부터 물을 긷는 것입니다. 자연과 사회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나름의 인식 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는 그릇이 집집마다 있었지요. 여러분도 물 긷는 그릇을 한 개씩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서로 비슷한 그릇들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주역』에 담겨 있는 사상이란 말하자면 손때 묻은 오래된 그릇입니다.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친 경험의 누적이 만들어낸 틀입니다. 그 반복적 경험의 누적에서 이끌어낸 법칙성 같은 것입니다. 물 긷는 그릇에 비유할 수 있지만 또 안경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물과 현상을 그러한 틀을 통해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주역』은 동양적 사고의 보편적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5p

3. 주역의 관계론

89, 우리가 보통 점이라고 하는 것은 크게 상 , , 으로 나눕니다. 상은 관상 수상과 같이 운명 지어진 자신의 일생을 미리 보려는 것이며, 명은 자주팔자와 같이 자기가 타고난 천명, 운명을 읽으려는 것입니다. 상과 명이 이처럼 이미 결정된 운명을 미리 엿보려는 것임에 반하여 점은선택판단에 관한 것입니다. 이미 결정된 운명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판단이 어려울 때, 결정이 어려울 때 찾는 것이 점입니다.

90, 주역이 점치는 책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경험의 누적으로부터 법칙을 이끌어내고 이 법칙으로써 다시 사안을 판단하는 판단 형식입니다. 그리고 이 판단 형식이 관계론적이라는 것에 주목하자는 것입니다.

92, 한마디로 주역은 변화에 대한 법칙적 인식이 절실하게 요청되던 시기의 시대적 산물이라는 것이지요.

107, 주역의 관계론적 철학 사상이 이러한 사회 역사적 지반 위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상이란 어느 천재의 창작인 경우는 없습니다. 어느 천재 사상가가 집대성하는 경우는 있을지 모르지만 사상이란 장구한 역사적 과정의 산물입니다.

107, 공자는 주역을 열심히 읽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 하였습니다. 죽간竹簡 엮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많이 읽은 것으로 유명하지요.

113, 되돌아오지 않는 과거는 없다. 이것은 천지의 법칙이다. (중략) ‘ 만남의 의미입니다. 천은 양, 지는 음입니다. 따라서천지제야天地際也라는 의미는 음양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천지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지의 법칙, 즉 천지의 운행 법칙이라는 의미로 풀이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춘하추동이 반복됩니다. 인간의 화복도 대체로 다시 반복됩니다. 그런 의미로 읽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130, 주역사상을 계사전에서는 단 세 마디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역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가 그것입니다. “역이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잇습니다. 궁하다는 것은 사물의 변화가 궁극에 이른 상태, 즉 양적 변화와 양적 축적이 극에 달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태에서는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질적 변화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통 의미입니다. 그렇게 열린 상황은 답보하지 않고 부단히 새로원진다(進新)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30, 계사전에서 요약하고 있는 주역 사상은 한마디로변화입니다.

132, 여러 가지 사정을 배려하는 겸손함  그것이 바로 관계론의 최고 형태라는 것이지요.

4. 논어, 인간관계론의 보고

135, 고전과 역사의 독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제라는 사실입니다. 궁자의 사상이 서주 시대 지배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오늘의 시점에서 규정하여 비민주적인 것으로 폄하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의 담론을 현대의 가치 의식으로 재단하는 것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지요. 공자의 인간 이해를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의 인권 사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우리의 고전 독법은 그 시제를 혼동하지 않음으로써 인 대한 담론이든 민 대한 담론이든 그것을 보편적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관점이 고전의 담론을 오늘의 현장으로 생환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42,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어찌 군자가 아니겠는가.

133, 중요한 것은 이을 복습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의 뜻은 그 글자의 모양이 나타내고 있듯이실천 의미입니다. 부리가 하얀 어린 새가 날갯짓을 하는 모양입니다. 복습의 의미가 아니라 실천의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배운 것, 자기가 옳다고 공감하는 것을 실천할 때 기뿐 것이지요.

149, '온고이지신이란 구절은 어디까지나 진보적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하나의 통일체로 인식하고 온고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지향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150, '가이위사의스승이라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스승이란 단지 정보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지요. 더우나 과거지사 전하는 것만으로 스승이 될 수는 없지요. 스승이란 비판적 창조자여야 하는 것이지요.

153, 행정명령으로 백성을 이끌어가려고 하거나 형벌로써 질서를 바로 세우려 한다면 백성들은 그러한 규제를 간섭과 외압으로 인식하고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될 수 있으면 처벌받지 않으려고 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부정을 저지르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와 반대로 덕으로 이끌고 예 질서를 세우면 부끄러움도 알고 질서도 바로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163,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

168, 덕의 의미는 논어의 이 구절에 나와 있는 그대로입니다. ‘이웃입니다. 이웃이란 그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입니다. 개인으로서의 인간성과 품성의 의미라면 덕은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에 무게를 두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4, 바탕이 문채 보다하면 거칠고 문채가 바탕보다 승하면 사치스럽다. 형식과 내용이 고루 어울린 후라야 군자이다. 옹야

195, 승하다는 표현은 물론 지금은 쓰지 않지요. 그러나 과거에는 매우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말이었습니다. 이 구절에서승하다는 말은 여러분의 언어로는튄다로 해석해도 되겠네요. 내용이 형식에 비하여 튀면 거칠고, 형식이 내용에 비해 튀면 사치스럽다는 의미입니다.

199,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5. 맹자의 의

215, 사실 맹자는 그의 주장과 같이문구의 생략과 중복이 절묘하고, 흐름이 경쾌하고 민첩하며, 비유가 풍부하고.... 어떠한 상대도 설복시킬 정도로 논리가 정연하다.” 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의문, 감탄, 부정구 등 문장의 형식도 다양하고 자유자애하여 한문의 문법과 예문의 교범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맹자입니다.

219, 공감이 감동의 절정은 못 된다고 하더라도 동류라는 안도감과 동감이라는 편안함은 그 정서의 구원함에 있어서 순간의 감동보다는 훨씬 오래가는 것이지요. 마치 잉걸불처럼 서로가 서로를 상승시켜주는 것이지요.

227, 여하튼 맹자의 성선설은 사회 원리인 예가 인간 본성에 순응하는 천리라는 것을 밝혀 두고 있는 것입니다. 주관적 윤리인 인보다는 객관적 구조를 갖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객관적인구조가 기존의 제도와 체제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는 보다 효과적인 이론으로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맹자의 성선설은 불인인지심을 확충하는 체계이며 이 불인인지심의 확충이 곧 본성의 사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231, 인이라는 것은 활 쏘는 것과 같다. 활을 쏠 때는 자세를 바르게 한 후에 쏘는 법이다.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으면 자기를 이긴 자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과녁에 맞지 않은 까닭을) 도리어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

232, 부중했을 경우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반구제기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삶의 자세와 철학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중략)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실패에 직면하여 그 실패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가 아니면 외부에서 찾는가의 차이는 대단히 큽니다. 이넋은 모든 운동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가 아니면 내부에서 찾는가 하는 세계관의 차이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세계는 끊임없는 운동의 실체이며, 그 운동의 원인이 내부에 있다는 것은 세계에 대한 철학적 인식 문제입니다. 반대로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것은 결국 초월적 존재를 필요로 합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초월적 존재를 만든 어떤 존재를 또다시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지요.

233, 반구제기의 자세란 IMF 사태에서 우리의 종속적이고 비자립적인 구조를 먼저 보는 것이지요. 물론 친인소연을 다 아울러야 합니다. 그러나 가까운 인 미루어 놓고 먼 연 먼저 보는 것은 사태를 그릇되게 보는 것이지요. 사활적 공세를 전개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패권주의와 그러한 세계 경제체제의 중하위권에 편입되어 있는 우리의 경제적 위상을 아울러 보아야 하겠지만, 반구제기는 우리를, 나를, 내부를 먼저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원동의 원인은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개인이든 국가든, 자기반성이 자기 합리화나 자위보다는 차원이 높은 생명운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242, 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절망적인 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황폐화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라는 것은 그 뼈대가 인간관계입니다. 그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가 바로 사회의 본질이지요. (중략) 지속성이 있어야 만남이 있고, 만남이 일회적이지 않고 지속적일 때 부끄러움이라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입니다. 지속적 관계가 전제될 때 비로소 서로 양보하게 되고 스스로 삼가게 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남에게 모질게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245, 일원이 모든 틈새를 다 비춘다는 것은 한 점 숨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불영과불행도 우리가 특히 명심해야 할 좌우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는 학과라고 할 때의 그 과입니다. 원래 의미는구덩이입니다.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다음에 앞으로 나아가는 법이지요. 건너뛰는 법이 없습니다. 건너 뛸 수도 없는 것이지요. 첩경에 연연하지 말고 우직하게 정도를 고집하라는 뜻입니다.

249, 맹자의 사회주의와 민본주의는 오늘의 사회적 현실을 조명해주고 있습니다. 맹자는 그 사상이 우원하였기 때문에 당시의 패자들에게 수용되지는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급진적이었기 때문에 수용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맹자의 민본 사상은 패권을 추구하는 당시의 군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적인 사상이었습니다. 아마 제선왕이었지요? 신하가 임금을 시해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맹자는 참으로 명쾌하고도 단호하게 답변하여 군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습니다. “인을 밟은 자를 적이라 하고, 의를 짓밟는 자를 잔이라고 합니다. 잔적한 자는 일개 사내에 불과합니다. 주의 무왕이 일개 사내일 뿐인 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으나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6. 노자의 도와 자연

251, 진정한 연대란 다름 아닌노자의 물입니다. 하방 연대입니다. 낮은 곳으로 지향하는 연대입니다. 노동 농민 의료 시민 등 각 부문 운동이 각자의 존재성을 키우려는 존재론적 의지 대신에 보다 약하고 뒤처진 부문과 연대해 나가는 하방 연대 방식이 역량의 진정한 결집 방법이라고 생각하지요. 중소 기업, 하청 기업, 비정규직, 여성, 해고자, 농민, 빈민 등 노자의 물처럼 낮은 곳을 지향하는 연대여야 하는 것이지요. 하방 연대에는 보다 진보적인 역량이 덜 진보적인 역량과 연대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덜 진보적인 역량은 더 내놓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연대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연대 담론에 있어서 노자의 생활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254, 노자가 가리키는 근본은 자연입니다. 노자의 귀 바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연이란 문명에 대한 야만의 개념이 아님은 물론이고 산천과 같은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노자의 자연은 천지인 근원적 질서를 의미하는 가장 큰 범주의 개념입니다.

258, 노자는 81 5,200여 자에 이릅니다. 상편은 도 시작하고, 하편은 덕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도덕경이라 불리게 됩니다. 주나라가 쇠망하자 노자는 주나라를 떠납니다. 이때 관윤이라는 사람이 노자를 알아보고 글을 청하자 노자가 이 도덕경 5천 언 지어줌으로써 후세에 남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263, 도라고 부를 수 있는 도는 참된 도가 아니며,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참된 이름이 아니다. 천지의 시작을 일컫는 것이고, 만물의 어미를 일컫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로서는 항상 그 신묘함을 보아야 하고, 유로서는 그 드러난 것을 보아야 한다. 이 둘은 하나에서 나왔으되 이름이 다르다. 다 같이 현이라고 부리니 현묘하고 현묘하여 모든 신묘함의 문이 된다.

299, 가장 완전한 것은 마치 이러진 것 같다. 그래서 사용하더라도 해지지 않는다.

가득 찬 것은 마치 비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퍼내더라도 다함이 없다.

가장 곧은 것은 마치 굽은 듯하고, 가장 뛰어난 기교는 마치 서툰 듯 하며, 가장 잘하는 말은 마치 더듬는 듯하다.

고요함은 조급함을 이기고, 추위는 더위를 이기는 법이다. 맑고 고요함이 천하의 올바름이다.

305, 노자의 철학은 귀본 철학입니다. 이며 자연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자의 철학을 유가 사상에 대한 비판 담론으로 규정하는 것은 노자의 철학을 유가 사상에 대한 비판 담론으로 규정하는 것은 노자를 왜소하게 읽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자 철학이야말로 동양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 것이 노자의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7. 장자의 소요

307, 고기는 이를테면 하나의 현상입니다. 반면에 그물은 모든 현상의 저변에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기가 하나의 사물이라면 그물은 세상의 모든 사물을 망라하고 있는 천망 것이지요. 고기는 잊어버리든 잃어버리든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물입니다. 모든 사물과, 모든 사건과, 모든 사태가 그 위에서 생성 변화 발전하는 거대한 관계망을 잊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한 마리의 재비가 아니라 천하의 봄이지요. 남는 것은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동료들의 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는 것은 그물입니다. 그리고 그물에 관한 생각이 철학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9, "우물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한곳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메뚜기에게는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325, 그렇기 때문에 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다고 하더라도 늘여주면 우환이 되고, 학의 다리가 비록 길다고 하더라도 자르면 아픔이 된다. 그러므로 본래 긴 것은 잘라서는 안 되며 짧은 것은 늘려서도 안 된다. 그런다고 해서 우환이 없어질 까닭이 없다. 생각건대 인의 사람의 본성일 리 있겠는가! 저 인 갖춘 자들이 얼마나 근심이 많겠는가.

326, 길다고 그것을 여분으로 여기지 않고 짧다고 그것을 부족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 이것이 자연이며 도의 세계입니다. 엄지발가락과 둘째발가락이 붙은 것을 가르면 울고, 육손을 물어뜯어 자르면 소리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장자가 주장하는 것은 인의 사람의 천성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무엇이며 인 무엇인가에 대하여 장자는 간단명료하게 답하고 있습니다.

338, 세상에서 도 얻기 위하여 책을 소중히 여기지만 책은 말에 불과하다. 말이 소중한 것은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며 뜻이 소중한 것은 가리키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은 그 뜻이 가리키는 바를 전할 수가 없다. 도대체 눈으로 보아서 알 수 있는 것은 형이요 귀로 들어서 알 수 있는 것은 명 뿐이다.

343, 배로 강을 건널 때 빈 배가 떠내려와서 자기 배에 부딪치면 비록 성급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비키라고 소리친다. 한 번 소리쳐 듣지 못하면 두 번 소리치고 두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세 번 소리친다. 세 번째는 욕설이 나오게 마련이다. 아까는 화내지 않고 지금은 화내는 까닭은 아까는 빈 배였고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산목」

343, 빈 배로 흘러간다는 것이 바로 소요유입니다. 빈 배는 목적지가 있을 리 없습니다. 어디에 도달하기 위한 보행 아닙니다. 삶이란 삶 그 자체로서 최고의 것입니다. 삶이 어떤 다른 목적의 수단일 수는 없는 것이지요. 이 점에서 장자는 자유의지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관념적이라거나, 사회적 의미가 박약하다거나, 실천적 의미가 제거 되어 있다는 비판은 장자를 잘못 읽거나 좁게 읽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354, 장자가 바야흐로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제자들이 장례를 후히 치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장자가 그 말을 듣고 말했습니다. “나는 하늘과 땅을 널로 삼고, 해와 달을 한 쌍의 옥으로 알며, 별을 구슬로 삼고, 세상 만물을 내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있네. 이처럼 내 장례를 위하여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는데 무엇을 또 더한단 말이냐?”

제자들이 말했습니다.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의 시신을 파먹을까 봐 염려됩니다.”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땅 위에 있으면 까마귀나 솔개의 밥이 될 것이고, 땅속에 있으면 땅강아지와 개미의 밥이 될 것이다. (장례를 후히 지내는 것은) 한쪽 것을 빼앗아 다른 쪽에다 주어 편을 드는 것일 뿐이다. 인지라는 불공평한 측도로 사물을 공평하게 하려고 한들 그것은 결코 진정한 공평이 될 수 없는 것이다.”

8 묵자의 겸애와 반전 평화

363, 학파간 차이는 그 시대의 과제를 인식하는 관점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파간의 차별화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각 학파간의 침투가 진행되는 것이 사상사의 일반적인 과정입니다.

366, 맹자에 따르면묵가는 보편적 사랑을 주장하여 정수리에서 무릎까지다 닳아 없어진다 하더라도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유가가 주공을 모델로 했다면 묵가의 모델은 하나라의 우임금입니다. 우임금은 황하의 치수를 담당하여 장딴지와 정강이의 털이 다 닳아 없어지도록 신명을 바쳐 일했던 사람입니다.

370, 이러한 현실 인식에 근거하여 묵자는 겸애라는 보편적 박애주의와 교리라는 상생이론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이 이론을 지침으로 하여 연대라는 실천적 방식을 통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당면의 실천적 과제로서 반전 평화의 기치를 내걸고 헌신적으로 방어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373,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혼란의 원인을 알아야 다스릴 수 있으며 그 원인을 알지 못하면 다스릴 수가 없다. 비유하자면 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면 다스릴 수가 없다. 비유하자면 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면 고칠 수 없는 것과 같다. 사회의 혼란을 다스리는 것 역시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382, 그래서 묵자께서 말씀하시기를옛말에 이르기를군자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 고 했다 물을 거울로 삼으면 길흉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공격 전쟁이 이롭다고 하는 사람들은 어찌하여 자백과 부차의 일을 거울로 삼지 않는가? 전쟁이야말로 흉물임을 일찌감치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388, “나라도 물드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 묵자가 가장 절실하게 고민했던 문제였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인간의 행동은 욕구로부터 나오며 욕구는 후천적으로 물들여지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백지와 같은 마음이마땅하게 물들여지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백지와 같은 마음이마땅하게 물들여져야 도리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390, 중요한 것은 어느 경우든 사람들의 소용은 기준이 되지 않는다. 는 사실입니다. 현재의 생산규모를 유지하려고 하는 정도라면 차라리 큰 문제는 아니지요. 새로운 상품이나 새로운 소재, 새로운 기술, 새로운 문화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부단히 그 규모를 확대해 가지 않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것은 사람의 소용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한 자본 활동의 일환인 것입니다.

396, “양성군과 나는 스승과 제자이기 이전에 벗이었고, 벗이기 이전에 신하였다. 우리가 죽기를 마다한다면 앞으로 세상 사람들이 엄격한 스승을 구할 때 묵자학파는 반드시 제외될 것이며, 좋은 벗을 구할 때도 제외될 것이다. 우리가 죽음을 택하는 것은 묵자학파의 대의를 실천하고 그 업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다.” 엄정하고 결연한 태도입니다.

400, 묵자가 죽은 후에도 200여 년 동안 여전히 세력을 떨쳤지만 그 후 2천년이라는 긴 망각의 시대를 겪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묵가는 좌파 사상과 좌파운동이 그 이후 장구한 역사 속에서 겪어 나갈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역사의 초기에 미리 모여준 역설적이 선구자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9 순자, 유가와 법가

405, 순자가 유가학파로부터 배척당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그의 천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자의 천은 물리적 천입니다. 순자의 하늘은 그냥 하늘일 뿐입니다. 인간세상은 하늘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순자는 종교적인 천, 인격적인 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순자의 탁론입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유가의 정통에서 벗어난 것이지요. 정통유가와 결정적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바로 순자의 천론이고 순자가 이단인 이유가 바로 천론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08, 하늘만을 하늘같이 바라보거나 하늘을 칭송하는 숙명론을 벗어던지고 스스로 운명의 창조자가 되어야 하다는 것이지요. 운명이란 인간의 실천적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순자의 사상 체계입니다. 능참, 즉 주체적 능동성을 발휘하여 인문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417, 순자의 성악설도 그런 점에서 같은 구조입니다. 전국시대의 사회적 혼란의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하는 논리의 일환입니다. 순자의 이론 체계는 교육이라는 후천적 훈련과 예라는 사회 제도에 의하여 악한 성을 교정함으로써 사회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순자는 모든 사람은 인의와 법도를 알 수 있는 지의 바탕을 갖추고 있으며 또 그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419, 순자의 가장 크 공헌이 바로 이 예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새롭게 정의하였기 때문입니다. 순자의 예는 공자의 주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순자의 예는 전국시대의 예이며, 이 전국시대의 예가 바로 법으로서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에 도덕적인 내용 이외에 강제라는 법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하누 순자의 예론은 전국 말기의 현실적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23, 순자의 체계에 있어서 인간사회의 문화적 소산은 사회조직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 사회 조직이 바로 예입니다. 그리고 그 예가 곧 제도와 법입니다. 이러한 제도와 법을 준수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방금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이러한 제도와 법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지요. 더 푸르게 만들기도 하고, 둥글게 만들거나 곧게 만들기도 하고, 날카롭게 벼리지도 하는 것, 이것이 교육입니다.

10. 법가와 천하 통일

434, 유가나 묵가는,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백성은 임금을 부모와 같이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법관이 형벌을 집행하면 음악을 멈추고, 사형 집행 보고를 받고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 선왕의 정치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자식은 부모를 따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임금이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할 수는 없다. 눈물을 흘렸다면 그것은 임금이 자기의 인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좋은 정치를 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해내 모든 사람들이 공자의 인 따르고 그 의 칭송했지만 제자로서 그를 따른 사람은 겨우 70명에 불과했다. 임금이 되기 위해서는 권세를 장악해야 하는 것이지 인의를 잡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금의 학자들은 인의를 행해야 임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임금이 공자같이 되기를 바라고 백성들이 그 제자와 같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나 마차가지이다

441, 법은 귀족을 봐주지 않는다. 먹줄이 굽지 않는 것과 같다. 법이 시행됨에 있어서 지자 이유를 붙일 수 없고 용자 감히 다투지 못한다. 과오를 벌함에 있어서 대신도 피할 수 없으며, 선행을 상줌에 있어서 필부도 빠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윗사람의 잘못을 바로잡고, 아랫사람의 속임수를 꾸짖으며, 혼란을 안정시키고 잘못을 바로잡으며,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공평하게 하여 백성들이 따라야할 표준을 하나로 통일하는 데는 법보다 나은 것이 없다. 관리들을 독려하고 백성들을 위압하며, 음탕하고 위험한 짓을 물리치고 속임과 거짓을 방지하는 데는 형보다 나은 것이 없다. 형벌이 엄중하면 귀족이 천한 사람을 업신여기지 못하며, 법이 자세하면 임금은 존중되고 침해받는 일이 없다. 임금이 존중되고 침해받는 일이 없으면 임금의 권력이 강화되고 그 핵심을 장악하게 된다. 그러므로 옛 임금들이 이를 귀중하게 여기고 전한 것이다. 임금이 법을 버리고 사사롭게 처리하면 상하의 분별이 없어진다

445, 법가의 오늘의 법학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통치론, 지도자론, 조직론 등 오늘날 정치학 분야까지도 포괄하고 있는 훨씬 광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가는 새로운 정치 상황에 대한 새로운 대응 과정에서 형성된 학파였습니다. 천하 쟁패를 둘러싼 약육강식의 살벌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종래의 낡은 방식과 구별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며 그것도 광범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1. 강의를 마치며

471, 동양고전은 5천년동안 쌓여온 것으로 엄청나기가 태산준령입니다. 우리의 강좌는 호미 한자루로 그 앞에 서 있는 격입니다.

475, 이 깨달음의 문제는 우리가 이번 강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강조해온 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과 그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구조를 깨달아야 하고, 우리를 포섭하고 잇슨 문화적 기제를 깨달아야 하고, 우리 시대의 지배 담론이 다름 아닌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깨달음을 다집해 오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가 깨닫는 것, 즉 각에 있어서 최고 형태는 바로세계는 관계라는 사실입니다. 세계의 구조에 대한 깨달음이 가장 중요한 깨달음입니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마저 찬란한 꽃으로 바라보는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바로 이 현실을 수많은 꽃으로 가득 찬 화엄의 세계로 바라볼 수 있는 깨달음이 중요합니다.

488, ‘치지재격물’, 하여 이른다는 뜻입니다. 인식이나 깨달음의 뜻입니다. 그리고 격에 대한 해석도 여러 가지입니다만 격은 관계를 의미합니다. 물과의 관계를 통하여 인식을 얻는다는 것이지요. 실천을 통하여 지에 이르게 된다는 뜻입니다. 물이란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든 없다고 생각하든 상관없이, 다시 말해서 우리의 주관적 의지와는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외계 독립적 대상을 의미합니다. 물질과 같은 의미입니다. 인식과 깨달음이 외계의 객관적 사물과의 관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주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500, 견고한 구조는 변화에 대한 무지와 지체로 이어지고 당연히 19세기 말 근대 질서의 도전을 맞아 힘겨운 대응을 하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지요.

506, 인성은 이웃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그 시대의 아픔을 주입함으로써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좋은 사람은 좋은 사회, 좋은 역사와 함께 만들어지는 것임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지요. 인성의 고양은 그런 뜻에서바다로 가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바다로 가는 겸손한 여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506, 이것은 서구적 가치가 개인의 존재성을 강화하고 개인의 사회적, 물질적 존재 조건을 확대하고 해방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 구별됩니다. 서구적 가치는 인성의 고양보다는 개인의 존재 조건을 고양하는 것이며, 그 존재 조건들 간의 마찰과 충돌을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06, 바다로 간다는 것은 단순한 고전 독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독법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입니다. 근대성을 반성하고 새로운 문명을 모색하는 문명사적 과제와 연결된다는 의미입니다.

509, 한 사람의 사상에 있어서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가슴이라고 하였습니다. 중심에 있다는 의미는 사상을 결정하는 부분이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생각을 결정하는 것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조용히 반성하라고 해왔던 것이지요. 가슴을 강조하는 것은 가슴이 바로 관계론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거대한 장이 다른 곳이 아닌 바로 가슴이기 때문입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을, 논리보다는 관계를 우위에 두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가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510, 시서화의 정신은 무엇보다 상상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상상력은 작은 것을 작은 것으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작은 것은 큰 것이 단지 작게 나타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상상력입니다. 하나의 사물이 맺고 있는 거대한 관계망을 깨닫게 하는 것이 바로 상상력이며 그것이 바로 시서화의 정신입니다. 시서화로 대표되는 예술적 정서는 우리의 경직된 사고의 틀을 열어주고, 우리가 갇혀 있는 우물을 깨닫게 합니다.

 

 

 

. 내가 저자라면

동양고전에 대해 아는 건, 중학교 시절 배웠던 중국의 공자, 맹자 이야기가 전부이다. 체계적으로 공부할 기회도 없었지만 별로 공부하기 싫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동양고전을 생각하면 중국의 어려운 한자가 생각난다. 동양고전을 공부하는 건지 한문 공부를 하는건지 알 수 없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동양고전에 대해 쉽고 재밌게 해설해주는 책 역시 별로 없다. 쉽지 않은 학문인지, 아니면 뭔가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건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동양고전은 지루하고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관이 있다. 서양에 비해 낙후되고, 비민주적인 문화의 책임의 한 부분이 동양 고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두리뭉실한 이야기들과 지나치게 예절을 중시하는 부분은 현대사회와 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 하긴 현대 사회 자체가 서양문화가 주류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양 고전을 공부할 기회가, 그리고 공부하려는 의지가 점점 사그라든다. 그냥 몇 가지 좋은 귀절, 사자성어나 고사 몇개 인용하는 것이 현실에서 동양고전을 대하는 전부이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동양고전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강의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해답을 준다. 왜 동양고전을 공부해야 하는지, 동양고전의 어떤 부분이 현제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 해준다. 그렇다. 이게 방법이다. 왜 동양고전을 공부해야 하는지 자꾸 질문하는 그런 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동양 고전 전반적인 부분을 전부 다루고 있다. 동양 사상가들에 대해서 일목 요연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인용구와 이를 현대에 맞게 해석, 혹은 독자에게 생각하게 하는 부분은 자꾸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 서양 문화로 인해 파괴된 자연과 인성 부자연스러운 것들을 회복할 수 있는 지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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