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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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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3일 11시 57분 등록

 

칼럼9. 생각과 사유

--- 고기는 잊어버리고 망을 얻어라, 관계의 망을.

 

1.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부분을 확대하는 것 

2.

3.

4.

 

 

 

 

                           *  *  *  * *

 

*

나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아이들과 독서 글쓰기 수업을 한다.

아이들이 글쓰기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서술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아이스토텔레스의 수사법'을 가져와 사용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법은 대략 10 여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시간순서 맞춰 글쓰기

공간순서 맞춰 글쓰기

묘사하여 글쓰기

분류하여 글쓰기

과정 설명하며 글쓰기

비교 대조하며 글쓰기

정의 내리며 글쓰기

원인 결과에 맞게 글쓰기

문제 해결 구조로 글쓰기

이유에 따라 글쓰기

 

.

 

초등학교 교과서를 훑어보면 알수있다. 어떤 자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방법으로써 특히 '비교 대조하며 글쓰기' 방식은 정말로 많이 쓰인다. 교과서의 절반 이상이 아마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아이들과 빌 클린턴과 빌게이츠의 닮은 점을 정리할 때도 비교 대조의 방법을 쓰며 글쓰기를 가르쳤고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알아볼 때도,  나와 친구의 다른점을 알아볼 때도  비교 대조를 사용하였다. 내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얘들아, 이건 어떤 방식의 글쓰기를 사용하면 좀 더 내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저학년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러면 나는 힌트로 동그라미 두 개를 그린다.  밴다이어 그램이다. 밴다이어 그램 구조(비교대조)의 틀만 미리 제시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하~맞아" 하는 표정으로 '비교 대조하며 글쓰기'를 사용하자고 큰 소리 치며 말을 한다.

 

  

그런데......

 

 

신영복 선생의 책 "동양고전 독법-강의"를 나는 지난 주 내내 읽었다.

서론 부분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무엇과 무엇의 차이를 비교하는 방식의 접근 방법을 나는 신뢰하지 않습니다....."

 

나는 순간 아찔했다.

 

"아니,  비교 대조 방식은 '무언가를 이해하는' 인간 사과 기능의 중요 방식이 아닌가? 그리고 서술방식으로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수사법이 아닌가?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그는 말한다.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부분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비교하여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은 가장 본질적인 것, 핵심적인 것을 놓치기 쉽다고.  그 이유로는 '지엽적인 부분'이 비교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본질적인 차이가 지적된다 하더라도 이른바 차이라는 개념으로 그것의 본질 부분을 설명하거나 이해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역설한다.

 

 

우리가 어떤 본질에 대하여 이해라려고 한다면, 먼저 그것이 가진 독자성과 정체성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식이어야 가능하다.  남과 여,  너와 나 등등은 본래 비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또한 대등한 비교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나 차이는 원천적으로 비대칭적인 것이다.

 

 

그는 동양사상의  관계론적 관점에서 사물을 볼 것을 권유한다. 

개별적 존재가 존재이 긍극적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의 모든 존재를 '관계망' 속에서 이해할 때 본질에 더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

순간 내 머리 속은 반짝 불이 커졌다. 

정말 맞는 말이다 관계망을 통해 무언가를 볼 때 그 사물의 본질이 더욱 잘 드러난다.  바로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동양적인 사고 방식인 관계론적 사고가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동양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반면, 서양의 존재론적 사고방식은 개별적 존재를 세계의 기본 단위로 인식하고 그 개별적 존재에 실체를 부여한다.  비교 대조하면서 차이를 보려는 시각은 결국  한쪽을 부당하게 왜곡 할 수가 있다.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결국 차별로 귀착되기도 한다. 이 점에서 나는 존재론적 방식의 서술기법인 아리스토텔레스 수사법의 한계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교과서,  거의 모든 글쓰기 교육이 서양의 존재론적 방식을 따르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동양적 관계론적 방법을 아이들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을까? 그런데 대입 논술은 논증, 예증, 비교/대조 방식의 이른바 '과학적인' 방식의 글쓰기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 방식이 올바른가?"

 

나는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고, 동양의 관계론적 서술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관계론적인 수사법 쯤으로  이름을 붙혀서  서술기법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

 

 

엄밀히 말해 본질이 드러나게 설명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비교 대조 방식를  본질파악을 위한 최상의 수사법처럼 가르칠 수는 없다.  서양적 수사법의 틀 안에 우리  아이들의 사고방식를 가둘 수는 없다.

 

 

 

***

아이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시험 성적, 성격, 기질, 재능 등등을 서로 비교 하지 말하야 한다. 그 아이의 본질은 다른 아이와의 비교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본질은 그 하나 하나가 가진 독자성을  잘 살피고  들여다 볼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다모든 사물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각각의 고유한 본질을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동양고전도 그 자체로 보아주어야 하고, 여자도 그 자체로 보아주어야 하고 남자도 그 자체로 보아주어야 한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조선시대 끝자락에 태어났던  우리 할머니는  돌아가실 때 까지 조선시대 사람으로 사셨던(?) 분이다. 조선이 망하고 일제시대, 그리고 대한민국이 들어섰지만 할머니는 조선 여인네의 정서 그대로 삶을 사셨던 분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할머니의 사고방식은 정말로  동양의 관계론적 사고를 하셨던 것 같다.  할머니는 며느리로서 부인으로서 모든 것을 품어주는 여성으로서의 삶을 한 점의 갈등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물과 같은 분이었다. 신식 교육을 받고 일하는 여성의 고뇌와 육아 사이의 갈등 때문에 가끔씩 폭팔 직전 이었던 우리 어머니와는 달리.  할머니는 손주들을 절대 비교하지 않으셨다.  아들을 선호하는 사상을 가지고는 계셨지만 개별 한 손녀 손자를 차별하지는 않으셨다. 하나 하나 그 존재로 이뻐하였던 기억이 난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여성적 에너지가 바로 관계론적 사고의 핵심이 아닐까?

 

나는 여자인 나를 잘 알기 위해 남자를 알 필요가 있다고 늘 생각했다.

시중 서점에 나와 있는 남녀 관계를 다룬 책들도 대부분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비교 대조 한다.  그리고 그 차이점을 인정하고 서로 공존하라고 말한다.  이러한 조언을 받아들여서 나 역시 남녀의 차이 비교 대조에 몰두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비교 대조를 하며 이해해봤자 살아가는 실상에서는 정말로 본질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가 왕왕 발생했다.  남 여가 서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비교 대조하여 차이점을 알아보는 것 보다  그냥 서로의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안고 가는 거다. 차이를 따져서 이해하는 방식이 점점 부질 없음을 느낀다서로의  차이를 이야기하며 따지고 들수록 남녀관계에는 싸움이 난다. 서로의 차이를 하나하나 따져서 비교해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은 남자의 본질, 여자의 본질이 아니다남녀의 본질은 그 자체, 고유의 것이기 때문에.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부분을  확대하여 본질에 대한 접근을 멀게 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통합과 공존을 모색하자는 논리' 역시 진정으로 서로를 안고 가는 방식이 아니다.

화가가 그림 그릴 때 처럼  관계를 잘 살펴 보아야  온전한 존재로서의 각자의 본질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다.

그리려는 사물과 그 주변의 관계들, 햇볕, 거리 탁자, 그리고  그림 그리는 화가와 사물의 시공간적 감정적 관계 등등을 잘 살펴야 한다. 세상은  그 자체로 충만한 존재 하나 하나가, 커다란 관계망 속에 서로 연결되어 움직이는 살아있는 유기체를 닮았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23일   서은경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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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3 12:35:27 *.88.32.212

어린 아이의 시각으로 사람을 대하면 얼마나 좋을 까 . 거기에는 차별이 없고 분별이 없고 편견이 없겠지.

물론 의식의 확장과 혁명을 거쳐 다시 태어나야 이 세상이 불국토인 줄 알테니. 은경은 좋겠다. 아직 덜 오염됨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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