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 조회 수 154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민호가 초롱초롱한 눈을 하며 다가옵니다.
"아빠가 아빠만은 아닌 것 같지 않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사람의 몸에는 심장, 뼈, 피 여러가지로 되어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우리만은 아닌 것 같아. 여러가지가 합해진 거니까. 합해서 내가 되니까. 심장이 나는 아니잖아. 내 몸에는 여러가지가 있다구!"
어려운 설명을 하려니 띄엄띄엄 생각도 하며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이야기 합니다.
멍한 표정을 짓는 아빠를 설득해야겠다 싶었겠지요.
아마도 몸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자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는 모습이 기특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무엇인가의 본질에 대해 깊게 파고 드는 것이지요.
정말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진 것일까요?
사진 숙제를 했습니다. 의자 하나를 놓고 자세히 바라보며 부분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부분만 보면 의자같지 않고 전혀 다른 형상이 보입니다.
점과 곡선, 직선, 그리고 면으로 이루어진 형태가 보입니다.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어떻게 인식하는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게 무엇이던지, 아마도 그게 나던지, 너던지, 또는 의자인지, 나무이던지, 아니면 죽음이나 변화이던지.
이름 붙여진 그 무엇들도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해되는 것이겠지요.

<태어나서 7년 4개월, 의자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