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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4일 14시 53분 등록

아구병 걸린 에릭직톤의 딸

 

 

메스트라, 심청이에 대응되는 그리스로마신화 그녀의 이름이다. 나는 동대입구 전철역 안에 있는 프렌차이즈 빵집에서 오렌지쥬스와 검은깨가 박힌 납작하고 작은 빵을 사는 중이었다. 가족세우기 웍샾을 막 끝내고 내려왔고 저녁식사 약속시간까지는 여유가 있다. 밀봉된 주스병을 따다가 뜬금없이 생각 났다. 메스트라는 에릭직톤의 딸이다.

 

 

에릭직톤은 신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데메테르의 성림(聖林)에 한 그루로 능히 숲이라고 불릴만한 커다란 떡갈나무가 있었다. 나무 앞에는 여기에 와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걸어놓은 꽃다발과 명문도 있었다. 에릭직톤은 그 신령스런 나무를 베었다나무를 찍으라는 명령에 아무도 응하지 않자 자신이 직접 도끼를 들어 내리친다. 말리는 사람의 목도 쳐 버렸다. 도끼질을 멈춘 후에는 줄을 매어 나무를 넘어뜨렸다. 살 나무와 숲을 잃은 요정들이 상복을 입고 데메테르 여신에게로 달려가 벌을 내려달라 간청했다. 테메테르는 배고픔과 굶주림의 신 파메스를 에릭직톤에게 붙일 작정을 했다.

 

운명의 신은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와 기아의 여신 파메스를 한 자리에 만날 수 없게 했다. 데메테르는 요정을 불러 비룡이 끄는 마차를 내어주고 파메스가 사는 곳을 일러주었다. 그 곳은 한기, 창백, 전율의 황량한 불모지였다. 요정은 금새 파메스를 찾아내었다. 파메스는 돌밭에 앉아 손톱과 이빨로 몇 포기 안 남은 풀뿌리를 캐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이 한 점도 붙어있지 않은 엉치뼈는 허리 이쪽으로 불쑥 저쪽으로 불쑥 불거져 있었다. 어찌나 말랐던지 뼈의 관절은 마디마다 툭툭 불거져 있었고 슬개골은 툭 튀어나오고 발뒤꿈치는 불룩하게 솟아 있었다. 요정의 말을 듣고 파메스는 데메테르의 명을 실행했다.

 

파메나는 자고 있는 에릭직톤의 침실로 들어가 허기의 씨앗이 든 숨결을 불어넣어주었다. 그 순간부터 그는 허기에 붙들렸다. 즉각적으로 에릭직톤은 자면서도 먹는 꿈을 꾸고 입맛을 다시고 이빨을 갈고 음식을 삼키는 시늉을 했다. 잠에서 깨어나자 그는 미칠듯한 시장기를 느꼈다. 하인들에게 명령하여 하늘에서 나는 것이든, 땅에서 나는 것이든, 물에서 나는 것이든 닥치는 대로 장만해 오라고 시켰다. 그는 먹으면서도 배가 고프다고 죽는 소리를 하고음식을 더 장만하라고 악을 썼다. 한 도시 한 나라를 능히 먹일 음식도 그에게는 모자랐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시장기를 느꼈다. 이 같은 아구병(餓鬼病)은 그의 재산을 거덜나게 했다. 남은 것이라곤 딸 하나 뿐이었다.

 

먹기는 먹어야 하는데 먹을 것이 없게 되자 에릭직톤은 마침내 이 딸마저 팔았다. 처녀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기도했다. 포세이돈은 그녀에게 빚이 있었다. 그녀를 강제로 취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베풀어줄 때가 되었다고 노예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빌었다. 포세이돈은 그녀에게 둔갑술을 주었다. 메스트라는 둔갑을 해서 도망갔다. 처녀의 아비 에릭직톤은 딸이 둔갑에 능하다는 걸 알고는 번번이 딴 주인에게 딸을 팔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처녀는 말, , 황소, 사슴으로 둔갑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에릭직톤은 이렇게 되돌아온 딸을 되팔아 허기를 메우어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음식을 다 먹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에뤼식톤은 처음에는 제 팔다리, 그것도 모자라 결국에는 제 몸을 모두 뜯어먹었다. 아버지가 죽은 후에야 딸 메스트라는 도둑질과 사기의 명수라는 아우톨뤼코스라는 남자와 결혼했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가진 에릭직톤의 신화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인간사의 많은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영감을 주나보다. 소설가 이승우는 <에릭직톤의 초상>이라는 소설을 썼다. 나는 에릭직톤보다 이런 아버지를 둔 딸의 입장이 궁금하다.

 

그녀는 이런 저런 것으로 변신을 했지만 항상 도망을 쳐서 아버지에게로 돌아갔다. 아버지가 스스로의 몸을 먹어치우기 전에는 그녀는 이 악순환에서 풀려날 수 가 없었다. 아버지를 구하려는 그녀의 노력은 성공할 수 없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만약 메스트라가 아버지가 걸린 아구병이 자신의 행위의 결과이고 그 결과는 자신만이 책임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짐을 아버지에게 둔 채 자신의 인생을 살았으면 어땠을까?

 

효녀의 대명사였던 심청에게도 새로운 질문을 하게 된다. 아내가 일찍 죽어, 혼자된 남자가 젖동냥을 해가며 고이고이 기른 딸이 자신을 위해서 죽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아버지가 과연 행복했을까? 그게 최선이었을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을 바친 심청과 메스트라의 선택이 우리가 성탄절에 축하하는 예수님의 자발적 희생과는 어떻게 다를까같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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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7 11:36:21 *.160.222.10
제가 불교책에서 본 이야기 하나....
매에 쫒기던 참새가 너무 불쌍하여 왕자는 매에게 새를 놓아달라 청하고 매가 먹을 고기를 내어주기로 했데요. 양팔저울을 두고 새의 무게를 달아 그만큼의 자신의 살점을 내어 주기로. 살을 한점 잘라서 저울에 두었는데 같아지지 않았죠. 그래서 왕자는 더 많은 살점을 베어.... 아시죠 이 이야기. 뼈가 휜히 드러나게 다리살을 도려냈지만 저울은 여전히 참새쪽에 기울어서 왕자는 자신을 통째 저울에 올려 두었데요.
그리고 매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슨 신으로 변했다던가 뭐라는 이야기.
생명에는 생명만이 그 값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사랑은 생명을 살리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은 죽지 않으면 안되는 거라고...

아버지의 생을 대신할만한 것은 그에 무게에 대응하는 다른 생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연금술사에도 아구신이 나와요. 폭식의 글라터니. 기독교에서 7대 죄악으로 꼽는 것 중에 하나, 식욕.

걸신병 걸린 에..뭐라는 왕은 전형적인 인간으로 보여요. 그의 딸이나 심청이는 참새와 매 이야기 중에 왕자같은 그런 사람.... 신을 만나게 되는 마음의 눈을 뜨게 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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