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오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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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를 읽다가.
서른여덟살에 읽고 기록으로 남겨둔 '프랭키'를 읽다가 적어둔다.
<프랭키 251~253쪽>
내 안에 종양이 자라난다. 그것은 내 가슴속에 있고, 배가 슬슬 고파온다.
성 프란체스코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두 눈에서 터져 나오는 눈물을, 내 오열을 멎게 해주지 않을 것이다. 앞 좌석의 등반이에 머리를 기댄 채 의자 위에 무릎을 꿇고 앉자 있다. 허기와 오열로 기운 없어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다.
‘주님이시여, 성 프란체스코여, 굽어보소서. 저는 오늘 열여섯 살이 되었고 엄마를 때렸고 테레사를 지옥으로 보냈고 성벽 꼭대기에 올라 리머릭을 내려다보며 수음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 목에 맷돌이 달릴까봐 무섭습니다.’
그때 내 어깨를 감싸는 손길이 있다. 갈색 옷에 검은색 묵주가 찰랑 거린다. 프란체스코 성당의 신부님이다.
“아가, 아가.”
그래, 나는 아가다. 아빠 무릎 우에 앉은 어린 프랭키가 되어 나는 신부에게 몸을 기댄다.
‘아빠, 쿠후린 얘기를 해주세요. 맬러시나 프래디 리보위츠가 빳아갈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말이에요.’
“아가, 이리 와서 앉거라. 무엇이 널 이렇게 괴롭게 하는지 말해 보렴. 다만 마음이 내키면 하거라. 나는 그레고리 신부란다.”
“저는 오늘 열여섯살이 됐습니다, 신부님.”
“오, 축하할 일이구나. 그런데 왜 괴로워하니?”
“어제 저녁에는 첫 맥주를 마셨습니다.”
“그래?”
“제가 엄마를 때렸습니다.”
“저런, 하지만 주님은 용서해 주실 거다. 또 다른 것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신부님.”
“고해성사를 하고 싶니?”
“못 하겠어요, 신부님. 저는 끔찍한 짓을 했습니다.”
“주님은 회개하는 자는 누구나 용서해 주신단다.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 우리를 위해 죽게 하신 분 아니니.”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신부님.”
“하지만 성 프란체스코에게는 말씀드릴 수 있겠지?”
“그 분은 이제 저를 도와 주시지 않으세요.”
“하지만 그 분을 사랑하지?”
“예, 제 이름이 프란시스입니다..”
“그렇다면 성 프란체스코에게 말씀드리거라. 나와 함께 앉아서 너를 괴롭게 하는 것들을 모두 말씀드리거라. 여기 앉아서 내가 이야기를 드는 것은 다만 성 프란체스코와 주님의 귀 역할만 하는 것이란다. 그리면 그분께서 굽어보시지 않겠니?”
나는 성 프란체스코에게 얘기한다. 죽은 마가렛과 올리버와 유진에 대해서, 술에 취해 로디 맥코리의 노래를 부르며 집에는 돈 한 푼 가져 오지 않았던 과거의 아버지와 굶어 죽든 말든 영국에서 돈 한푼 보내지 않는 현재의 아버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서 테레사와 초록색 소파에 대해서, 캐리고거넬 성벽 꼭대기에서 지은 죄에 대해서, 포로수용소에 어린아이들의 신발을 흩어지게 만든 헤르만 괴링을 목매달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놓는다. 또한 나를 문전박대한 크리스천 브라더스 학교에 대해서, 어렸을 적 나를 복사로 써주지 않았던 성당에 대해서, 밑창이 떨어진 골목을 올라가던 동생 마이클의 뒷모습에 대해서, 나를 창피하게 만든 눈병에 대해서, 며칠 전 나를 문전박대한 예수회 수도사에 대해서, 따귀를 때렸을 때 엄마의 눈에서 솟던 눈물에 대해서도 주절주절 이야기한다.
옆에서 이 모든 걸 듣고 있던 그레고리 신부가 말한다.
“여기, 조용히 앉아 있거라. 잠시 기도를 드릴 수 있겠니?”
신부의 갈색 옷에게 느껴지는 깔깔한 촉감이 뺨을 스친다. 비누 냄새가 난다. 신부는 성 프란체스코의 성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주님과 얘기 중인 모양이다.
그리고 나서 신부님은 무릎을 꿇으라고 하더니 내게 사면을 내리고, 성모송 세 번, 주임의 기도 세 번, 영광송 세 번을 올리라고 한다. 하느님께서 내 죄를 용서해 주셨으니 나도 내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고, 내 안에 하느님을 사랑할 때 비로소 하느님의 온갖 창조물을 사랑할 수 있단다. 또한 신부님은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듯이 나도 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프랭키 277쪽>
그대로 눌러앉아 우체국 시험을 치르고 승진을 했어야 했다. 많은 돈을 벌어 마이클과 알피가 배불리 먹고 말쑥한 신발을 신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했어야 했다. 골목에서 벗어나 큰 거리나 아니면 정원에 있는 집들이 있는 고급 주택가로 이사를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 그 시험을 치렀으면 엄마는 슬리니 씨의 요강도, 그 누구의 요강도 비우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늦었다. 나는 이미 배에 올랐고 아일랜드는 저 멀리 어둠 속으로 멀러져 가고 있다
저는 오늘 서른여덟살이 되었습니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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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로 눌러 앉아 근무를 했어야 했다. 섬이라 해도 한달만 근무해보면 살만한 곳이라는 그곳의 생활도 길어야 2년이라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꼬박꼬박 월급을 받고 그 돈을 저축해서 방이 3개가 있는 비탈길이 없는 큰 거리의 집이나 아니면 마당에 나무가 있는 집으로 이사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 그곳에 계속 근무했더라면 어머니는 아침 일찍 병원에나가 버둥거리는 사람을 부축하지 않다도 된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나 늦었다. 나는 이미 이곳 서울에 있고 바람은 싸늘하고 불빛은 희미하다.
**
저는 오늘 열여섯살이 되었습니다, 신부님.
내일은 아버지께서 서울에 오십니다. 아버지는 오늘 제게 전화를 하셔서 저번에 그일로 서울에 오신다고 말씀하시며 다른 일이 있으면 안와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말을 듣는 게 미안했습니다. 저는 추석을 쇠고는 집에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집에 전화도 하지 않고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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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 타오에게 이야기를 한다. 죽은 상용이와 나를 유일하게 아가라고 불렀던 할머니에 대해서, 집안일과 어린 자식들을 돌보느라 한번도 학교에는 찾아오지 않았던, 한번도 자취방에 찾아오지 않았던 과거의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서 상수와 도박중독과 자동차에 대해서, 힘들고 약한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사채업에 대해서, 자본이 더 큰 자본에 끌려서 빨려들어가 버리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내가 아니라고하며 은숙이가 책임져주길 바랬던 일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놓는다. 또한 나는 하고 싶다고 했으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팀원들에 무심함에 대해서, 회사 다닐 적 나에게 홈페이지를 만들게 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못 알아듣고 열심히 활동하지 않는다고 나를 강등시킨 카페메니저에 대해서도, 돈을 못 빌려 주겠다는 말에 별말 없이 전화를 끊었던 정희에 대해서, 잔뜩 움츠리고 나를 볼품없게 만든 추위와 호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이사하는 날 엄마가 와서 한밤 자고 간 것과 청소를 계속했던 것들애 대해서도 주절주절 이야기한다.
옆에서 이 모든 걸 듣고 있던 그레고리 신부가 말한다.
“여기, 조용히 앉아 있거라. 잠시 기도를 드릴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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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는 성 타오의 성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주님과 얘기 중인 모양이다.
그리고 나서 신부님은 무릎을 꿇으라고 하더니 내게 사면을 내리고, 성모송 세 번, 주님의 기도 세 번, 영광송 세 번을 올리라고 한다. 하느님께서 내 죄를 용서해 주셨으니 나도 내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고, 내 안에 하느님을 사랑할 때 비로소 하느님의 온갖 창조물을 사랑할 수 있단다. 또한 신부님은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듯이 나도 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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