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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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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31일 08시 34분 등록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이라는 대목에서는 아쉬움과 기대가 섞이곤 합니다. 어떤 것의 마침이자 또 다른 것의 시작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지난날이나 앞날보다는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마음을 존재의 본질로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불교경전 <금강경(金剛經)>이 떠오릅니다. 이 경전의 제목에 들어 있는 ‘금강’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강’은 ‘다이아몬드’를 가리킵니다. 다이아몬드는 예리하고, 견고하며, 귀합니다. 어떤 것도 잘라버리면서, 그 자신은 어떤 것에도 깨지지 않습니다. 일부 연구가는 금강을 다이아몬드가 아닌 ‘벼락’으로 보기도 합니다. ‘금강’의 산스크리트어인 ‘바즈라(Vajra)’는 본래 인드라 신이 갖고 다니는 무기인 벼락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종합하면 금강은 그 무엇도 파괴할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자 무엇이든 깨뜨릴 수 있는 무기입니다. 그렇다면 <금강경>은 번뇌를 깨는 벼락같은 깨달음과 다이아몬드처럼 견고하고 귀한 지혜를 담고 있는 경전입니다. <금강경>의 핵심 메시지를 육조 혜능(六祖 慧能) 선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바라건대, 모든 중생 수행자들이, 철광 더미 속에 금강이 있는 줄을 알아, 지혜의 불로 녹이고 제련하여, 잡된 쇠찌끼는 떨어내고, 순수 금강만 남기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 다이아몬드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혜능 선사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아래 내용은 한형조 선생이 <붓다의 치명적 농담>에서 혜능 선사의 비유를 요즘 문체로 다듬은 것입니다.

 

“산 속에 금이 묻혀 있다. 그러나 산은 금을 몰라보고, 금 또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산인 줄 모른다. 의식이나 지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각할 줄 알아 이 보물이 귀한 것을 안다. 그래서 전문가를 시켜 산을 뚫고 원광을 캐낸다. 그것을 불에 녹여 찌끼를 떨어내어 순금을 얻는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은 큰 부자가 되어 오랜 가난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귀한 불성이 우리 몸 안에 숨어 있는 사정도 이와 같다. 이를테면 덧없는 몸이 세계(世界)라면, 나와 남을 갈라보는 뿌리 깊은 습관(人我)은 산(山)이라 할 수 있고,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번뇌는 금을 덮고 있는 광석찌끼에 비유된다. 불성은 금이고, 그것을 되찾는 반야지혜는 전문제련사(工匠)이며, 정진용맹은 그 광석찌끼를 뚫고 깨는 일에 해당한다.

 

정리하자면, 몸이라는 세계(世界) 속에 인아(人我)의 산이 있고, 인아(人我)의 산 속에 번뇌의 광석찌끼가 있다. 번뇌의 광석찌끼들 속에 그러나 불성의 보물이 숨어 있고, 그 불성의 보물 가운데 반야지혜의 제련사가 있다. 지혜의 제련사를 시켜 인아의 산을 깨고 뚫어, 거기서 번뇌 광석을 확인하고 이를 깨달음의 불로 제련하면, 거기 금강처럼 빛나고 영원한 불성(金剛佛性)이 분명히 명정(明淨)하게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경의 이름에 금강을 붙였다.”

 

혜능 선사의 비유와 <붓다의 치명적 농담>을 읽으면서 그 동안 애매하게 잡고 있던 ‘돈오점수(頓悟漸修)’에 관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돈오’란 마음의 실상에 대한 깨달음이고, 그 깨달음을 삶으로 실천하고 심화시켜나가는 것이 ‘점수’입니다. 그러니까 깨달음과 수행은 마음과 삶의 일이지, 그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닙니다.

 

한형조 선생은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낡은’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다시 말하면,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금강경>을 비롯한 모든 불교경전의 “가르침이란 본시 내 속에 있던 어떤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시켜주는, 선가의 말을 빌리면 ‘지시(指示)’일 뿐입니다.” 지식과 실천, 그리고 마음이 서로 도울 때 보다 풍성한 진리에 더 깊이 다다를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여기서 ‘진리’는 ‘삶’을 떠나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진리와 함께 삶 또한 풍성해지고 깊어짐을 나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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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조 저, 붓다의 치명적 농담, 문학동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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