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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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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6일 01시 24분 등록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다. 왜 다니게 되었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교회 다니는게 재밌지는 않았지만 일요일에는 가족들과 교회가는 것이 그냥 일상적인 일이였다.

하지만 어느순간 목사님 설교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마 고등학생쯤 되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일반적인 상식이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목사님은 너무나 비과학적인 이야기들을 쉽게 하였고, 신도들은 그것에 대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점점 그런 이야기를 듣는게 불편했다. 힘든 수험생활에 기도가 큰 힘이 되었지만 그것 뿐이였다. 이미 그 시기 난 교회와 목사님 설교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을 가고 부모님과 떨어지고 나서는 교회에 발을 끊었다. 교회가 아니여도 재밌는 일이 많았다. 가끔 부모님께 교회 갔다왔다는 거짓말 하는 것 외에는 딱히 불편함이 없었다. 정말 힘든일이 있을 때, 한번씩 새벽기도에 가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다. 설교가 아닌 기도 그 자체에만 의미를 두고 싶었다.

새벽기도는 목사님 설교가 별로 없다. 또 새벽이라서 그런지 분위기 자체도 holy하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새벽기도에서 친구를 만나게 되고, 친구의 끈질긴 권유로 결국 다시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 그것도 살던 자취방 앞의 교회였다.

스무살이 넘어서, 그리고 몇년간 그만두었던 교회를 다시 다니려고 하니 적응이 쉽지 않았다. 머 다른 작은 부분은 넘어가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목사님의 설교였다. 설교를 듣는게 너무나 힘들었다. 설교가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을 떠나서, 자꾸 반론을 하고 싶어졌다. 난 목사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다른 성도들과 다른 내 모습이 어색해서 평일에 따로 성경공부도 해보았다. 신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록, 더욱더 의심은 커져갔고, 내 믿음은 약해져갔다. 청년부에 가입하여 친구들과 어울려도 보았지만 허무했다. 신앙에 열정적인 친구들이 한심해 보이는데 좋은 관계가 유지될리가 없다.

결국 친구와 상의하여 서울의 대형교회로 옮겼다. 양재와 영등포에 있다는 세계에서 손가락안에 든다는 교회들이였다. 하지만 이곳역시 마찬가지였다. 설교는 세련되었지만 그 안에 따스함이 없었다. 또 교회 시스템은 철저히 자본주의적이였다. 헌금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잘나가고 그래서 헌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이 철저히 주목받았다. 마음이 따뜻하거나 약한 거에 신경쓰는 세심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아나운서를 준비한다는 이쁘장한 여자아이가 촛불집회를 빨갱이들 짓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대형교회를 나가는 것도 그만두었다. 시간과 차비가 아까웠다.

그리고 자취방을 옮기고 나서는 교회에 정말 완전히 발을 끊어버렸다. 부모님께는 이제 교회에 다니지 않겠다고 당당히 이야기했다. 밥먹기 전에 하는 기도도 하지 않았고, 종교란에는 무교라고 기입하기 시작했다. 교회는 지친 내 영혼을 더 힘들게 할 뿐이였다.

아마도 이제 난 자의로 교회를 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질리도록 경험한 교회다. 가끔 뉴스에서 사건사고로 한번씩 나쁜 소식을 접할때면 더욱더 허무하다. 좋은 교회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상한 교회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교회가 좋고 나쁘건 간에 성경이나 목사님 말씀은 결코 날 이해시키지 못하것이다.

니체를 알게 되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100년전의 인물이였지만 그와 나는 통했다고. 그가 통렬히 비판했던 기독교인의 모습이 오늘따라 내 눈길을 사로 잡는다.
IP *.67.78.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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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6 02:48:52 *.161.253.103

이해하고 공감 합니다. 저도 한때 그랬거든요. 그리서 교회를 떠났지요. 정상적인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고민 하고 갈등할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갈등하고 고민 하게 되는 것이 문제이지요. 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이 없으면 모를까 있다고 생각이 되면 그분을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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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4 17:10:35 *.209.223.59

잘 했어요.^^  많이 읽진 않았지만 성경은 문학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멋진 경전인데

교회에는 갈수록 신뢰가 안 가네요.

두루두루 준영씨의 경험이 참으로 풍부하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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