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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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 중에 향(Fragrance)이 있다. 나는 모든 香 향을 가진 것을 좋아한다. 음식에 들어가는 향신료(파슬리, 베이즐, 각종 허브 등)부터 향을 지닌 음료(커피, 와인 등등), 어디 이뿐이랴, 본격적인 향을 주로 하는 것들에는 완전히 매료된다.
물론 향에 있어 주관적인 호불호는 명확하기에 향이 가미된 제품의 선택에 있어서는 그 제품의 효능 못지 않게 향 또한 매우 비중 있는 선택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비누, 세제, 화장품 등의 선택에 있어서 나는 그 제품이 가진 향이 그 제품의 효능만큼 선호도에 있어 중요한 의사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직접으로 향과 관련된 제품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 향이 주는 느낌이 중요하다. 왜 나는 이토록 향에 매료될까? 그 근원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향에 얽힌 최초의 기억은 엄마의 ‘내음’ 엄마의 향기로 기억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인가? 엄마가 미국의 이모네 집에 다니러 가시게 되어 처음으로 한 열흘 정도 엄마와 떨어져 지낸 적이 있다. 그때 어린 나이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무척이나 컸었는지 엄마가 보고싶어 엄마의 옷(잠옷으로 기억된다)을 찾아 냄새를 맡으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던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그 사람 고유의 ‘냄새’가 있음을 말이다.
향과 냄새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냄새’란 1)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 2)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 라고 한다면 ‘향기’란 향수 따위에서 나는 좋은 냄새 즉, 코로 맡을 수 있는 기운 중 ‘좋은’이라는 가치판단이 포함된 개념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이의 냄새는 나에게 좋은 향기, 그리움으로 기억된다. 그 사람이 지녔던 향은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과 함께 그리움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문뜩 샴푸병에서 샴푸를 짜다가 코 끝으로 느껴지는 향기가 나를 추억의 어느 한 순간으로 데려가 줄 때도 있다. 설레이는 마음과 두근거림을 안고 첫 데이트를 위해 준비하고 단장하던 그 순간. 이제는 20년 지기 친구가 되어버린 그 친구가 늘 뿌리고 다니던 향수의 향기를 맡을 때면 한 때는 작은 갈등으로 언쟁을 하고 난 후 이내 언제 싸웠냐는 듯이 서로 툴툴 털어버리던 오랜 친구와의 우정도 떠오른다.
문뜩 거리를 걷다가 바람 결에 흘러오는 어떤 꽃 향기나 스쳐 지나가던 사람들 사이에 코 끝을 스치는 익숙한 향기는 나를 추억의 어느 한 순간으로 데려가 준다.
오늘날 이제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며 생각해보니 향(香)이란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향기는 나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추억은 향기를 타고 나에게 온다. 그리고 향기는 나의 추억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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