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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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산문집을 읽다. 짧은 여행의 기록. 느낌이 많다. '짜쉭' 스물 아홉에 신춘문예 당선이라니. 그럴 만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목매다는 것이니까. 다른 이들보다 좀 나은 것은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으로 시를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스물아홉 살, 어느 삼류 극장에 앉아 조용히 숨을 거둔, 그 짧은 여행의 마지막 눈빛은 어떠했을까."
김광석의 글입니다. 그의 에세이 중 일부입니다. (그의 일기, 노트, 메모를 모아『미처 다 하지 못한』이란 제목의 에세이집이 2013년 12월에 출간되었습니다.) 『기형도 산문집 - 짧은 여행의 기록』은 1990년도 출간되었다 절판되었는데, 김광석이 그 책을 읽었나 봅니다. "느낌이 많다"고 썼지만, 어떤 감상을 가졌는지 일일이 적어주지 않아 아쉽네요.
다만, 기형도가 자신의 삶으로 시를 완성했다는 사실을 치하합니다. 그리고 시인의 마지막 눈빛을 궁금해합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짙은 감수성 때문일 겁니다. 기형도라는 인물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하여, 그를 인간 실존의 마지막에 이르게 한 것이 무엇인지 마음 아파하며 궁금해했을 겁니다. 수사관의 호기심이 아니라 어머니의 궁금함이라고 할까요. (김광석은 항상 웃는 사람,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지인들은 전합니다.)
저는 이제 시인 뿐만 아니라, 가객 김광석의 마지막 눈빛마저 궁금합니다. 궁금함이 증폭되도 일상은 진행됩니다. 궁금함은 잠시 서랍 속에 넣어두고(서랍은 언젠가 열어볼 테고요), 대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목매단다"는 김광석의 말로 제 삶을 돌아봅니다. 나의 관심사... 로 작품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자신의 삶으로 시를 완성한 기형도처럼.
새해의 첫번째 월요일입니다. 자신의 관심사에 시간과 애정과 노력을 듬뿍 주다 보면, 그런 한주 한주가 쌓여, 자기 삶으로 무언가를 완성하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활기찬 한 주를 보내시기를 응원합니다. 저는 그리 살아보려고요. 완성이 되든, 그렇지 않든 과정만으로도 의미와 기쁨이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작품의 완성에도 욕심이 있고요. ^^
사족 하나. 18년 전 오늘(1월 6일)은 김광석이 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 날입니다. 그래서 김광석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사족 두울. 기형도 시인의 산문이 궁금하시려나요? 옛 책은 절판되었지만 지금은 문학과지성사의 『기형도 전집』에서 『기형도 산문집』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김광석이 읽었다는 '짧은 여행의 기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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