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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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9. 생각과 사유 --- 고기는 잊어버리고 망을 얻어라, 관계의 망을. |
1.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부분을 확대하는 것 2.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나만의 키워드 찾기의 두려움
3. 내 맘대로 철학정리
4. 어쩌면 쓰다
* * * * *
나를 잊고 싶을 때, 나를 놓고 싶을 때는 코에 바람을 넣으러 가끔씩 야외 들녘으로 나가줘야 한다. 몸을 움직여서 아득한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에 나를 가져다 놓아야 한다. 바람이 충분하지 못하면 큰 날개를 띄울 힘이 없다. 구만리 창공에 오른 붕새는 큰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거침없이 없이 날아간다. 바람이 필요하다 바람이 필요하다. 나에게도 콧바람이 필요하다. 상쾌 통쾌한 숨이 필요하다 신바람 나는 생기가 필요하다.
나의 현존을 뛰어넘는 초월까지는 아니더라도 활기찬 삶을 위해서는 가끔 나를 잊고 어느 들녘의 배부른 언덕에 아주 조그마한 점이 되어 누워줘야 한다. 푸른 하늘을 내 눈에 다 쏟아 넣을 듯 무한히 쳐다보며.
무심결에 나는 손을 뻗어 언덕을 더듬는다. 들국화 꽃 한 송이 손에 걸려들고...
꺾는다. 코로 가져간다. 흙향기 닮은 꽃내음이 숭숭 뚫린 신바람 구멍을 타고 나에게 생기를 불어 넣는다. 멍하니 가만히 자연 속에 누워있을 때가 바쁘게 종종거리며 세상 속을 행보할 때보다 더 충만하다. 책 속 글귀들을 좌우로 천천히 훑으며 대 작가들의 글밥을 곱씹을 때도 때론 그 글의 무게에 짓눌려 내 자의식이 벌떡 들고 일어나 스스로를 초라한 못난이로 만들기도 한다.
내 안의 거울이 허언 손때 묻어 얼룩지고 더러워져서 내가 미워 보일 때, 그 때는 일탈하여 바람 솔솔 통하는 넓고 충만한 곳으로 나를 가져다 놓아야 한다. 요즘이 딱 그런 시기다.
똑같은 것을 가지고도 쓰기에 따라 쓸모가 다양하다. 자의식이 나의 숨통을 누르고 있을 때는 내 마음은 좀생이가 된다. 꼬불꼬불 치사하여 내가 가진 멋진 것들의 다양한 쓸모를 알아보지 못한다. 내 머리 속에 이미 한계선을 긋고 ‘쓸모없음’ 폐기처분 딱지를 딱 붙여 쓰레기 취급을 한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나를 잊어 줄 장소에 가고 싶다.
쓸모와 쓸모없음을 한계 지워 짱구 굴리는 내 자의식도 쳐내고 오만가지 감정으로 나를 지치게 만드는 내 마음도 굶기고 싶다. 멍하니 앉아서 잊어버리고 싶다. 똑똑똑 내 영혼을 두드려 줄 목탁 소리 듣고 싶다. 바람 타고 하늘 노니는 처마자락 물고기처럼, 하늘 바람 기운에 살랑살랑 흔들며 청아한 풍경소리 되고 싶다.
***
나는 천년을 우두커니 지켜온 용문사 은행나무 아래에 앉아서 시간도 잊고 나도 잊고 하고자 함도 잊는다. 주지 스님 빙그레 웃는 미소에 녹차 한 잎 띄워 우려낸다. 비워냄에 그윽이 차오르는 기운 따라서, 푸른 녹차 물 한 잔은 내 안에 흘러들어와 빙글빙글 돌며 나와 어울려진다.
내 몸은 마른 나무가 되고 마음은 죽은 재가 된다.
오직 바람 기운만이 내 코를 호흡하며 충만한 생명의 씨앗을 영글어 낸다. (*)
2014년 1월 어느 즈음, 양평 용문사에서 어쩌면 쓰다.
2014년 1월 20일.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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