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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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은 시간, 제주 우도가 바라다 보이는 하두리 마을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 '꿈꾸는 물고기'를 찾는 길이었다.
마을 입구엔 간판도 없는 구멍가게가 있었고, 우린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기위해 들어갔다.
할머니 한 분이 딸린 방 이불 속에서 나오신다.
"어서 왔수까? 얼매나 있수까?"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이런식의 사투리였을 것이다. 사람은 알지 못하는 것은 들어도 제 식으로 이해할 뿐이니까.
물과 제주막걸리, 컵라면, 쵸코바 몇 개를 사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할머니는 민호에게 풍선껌을 쥐워 주신다.
"할머니 귤은 없나요?" 하고 묻자, 팔진 않고 누가 가져다 준게 있다며 한 봉지를 그냥 주신다.
"할머니, 가게 이름은 없어요?" 뜬금없이 한가지를 더 묻자.
"이름은 무슨, 그냥 할망 슈퍼지." 하시며 환하게 웃으신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곳 '할망 슈퍼'를 들락 거렸다.
물건은 많지 않지만 신선한 제주막걸리가 있었고, 아내가 최고로 좋아한 오징어다리 안주가 있었다.
오백원짜리 쵸코바도 있었고,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는 귤도 있었다.
무엇보다 하두리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오신 할머니가 우릴 맞아 주셨다.
떠나는 날. 할머니와 민호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을 들고 다시 제주를 찾아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통해 할 수 있는 일. 그렇게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을 만나고 기록하고 잡아두는 일이 아닐까.
<태어나서 7년 7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