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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1일 19시 43분 등록

나도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고 싶다.

 

 

안녕? 잘 있었어? 오늘은 점심 먹고부터 어째 어두컴컴하다 했더니 창 밖에서 함박눈이 내린다. 대설답네. 올해의 마지막 절기. 음력을 마무리하고 보름 후면 새로운 입춘이겠구나. 눈 속에서 어쩐지 설렌다. 소리없이 눈은 종일 내리는데 나는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를 읽다가 눈을 보다가 제라늄 누렁 잎을 뗐다가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해 옆방에 잠든 이를 보러 갔다가 서성인다. 눈 오시는 날도 비 오는 날처럼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나보네. 노을이 질 때처럼 느껴지는 귀소본능이라니. 인제 모든 걸 떨치고 나서야 할 것 같다. 나는 어디에 있는 어떤 집을, 누구를 그리워하는 걸까? 이 그리움은 어디서 연원하는 걸까? 눈길을 걸어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하나 부쳤어. 청마 유치환 시인처럼 손편지를 써서 여기에 부치러 오고 싶어졌어. 그리고 돌아가서 네게 쓰는 편지를 마무리하고 싶어졌어.

 

너를 기다리는 두 번째달이 지나고 있다. 임신테스트기를 처음으로 사용해봤어. 아침부터 아랫배가 눈에 띄게 아팠어. 13일째 정도면 첫 소변이 아니라도 윤곽이 잡히리라 생각했어. 네가 찾아왔다면, 착상한 수정란이 지금쯤 이 테스트기가 충분히 기능할 만클의 hcg 호르몬을 만들어 내고 있겠지. 나는 배란 10일째부터 조금 성말라져서 임신테스트기 성공담과 실패담을 검색해 날마다 과식했지. 그는 야간 근무를 퇴근하는 날이었어. 딴 데 일을 보고, 배가 여러 날 째 아파서 허연 얼굴로 점심때쯤 잠깐 쉬러 들어왔지. 이틀 전에 사둔 테스트기 포장을 내가 뜯으니까 그의 얼굴이 상기되었어. 밀봉포장되어 있더군. 수분에 민감하대.

 

비임신으로 결과가 나온 테스트기를 들고 가 보여주었어. 그는 나는 괜찮아요. 괜찮아요. 당신만 편안하면 돼요라고 나를 위로했어. 고마왔어. 나는 며칠 전부터 그에게 임신이 아니어도 계속 맛있는 거 먹어도 돼요?” “임신이 아니어도 저를 계속 이뻐하고 사랑해줄건가요?” 며칠 아침저녁으로 물었어. 그럴 때마다 그는 화들짝 놀래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좀 오버 섞어서 대답을 해 주었어. 그는 원래 같이 공부하는 이들을 초대해서 굴파전을 해 먹일 작정이었는데, 내 심기를 살펴서 모임을 우리집에서 잡지를 않더구나. 이번 달에 나를 설레게 했던 꿈들은 다 뭐란 말인가 우유를 지고 장에 가던 이솝우화 여자의 백일몽은 돌부리에 채여서 항아리 채 뒹구는 순간 박살이 나지. 나의 둘째달 증상놀이도 막을 내렸어. 그의 말대로 꿈들은 이번 달에 실현이 안 되었더라도 유효할까? 너무 집착하기 말고 삶의 신비를 관전하는 즐거움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태평하지 못하다.

 

예정일보다 3일 일찍 생리가 왔어. 배 아픈 건 생리통이었어. 배란유도제를 먹고 주사를 맞았더니 주기가 변경되었나? 병원의 선생님은 배란유도제의 영향은 아니고 한약의 작용인 것 같다고 했어. 이럴 때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게 되어. 난임병원을 다니면서 한약을 먹고 있을 때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변화들에 대해서 말이야. 어디서 좋다는 줏어소리를 듣고 다른 노력을 더 한다면 원인을 찾게 되는 소스가 늘어나겠지.

 

나의 자가 위로를 위한 3단 콤보 세트를 들어봐. 그를 배웅하고 일단 한 숨 잤어. 머리 복잡할 때는 일단 밑잠을 자 두어야 해. 두번째는 웹써핑을 해. 지식이 좀 필요하거든. 검색 주제어가 '배란 10~13일째 임테기'가 아니라 '43세 첫 임신'으로 바뀌었지. 나처럼 결혼이 늦은 사람들이 있고, 둘째나 세째 경산부가 있지만 그 나이는 생산에서 빠져나오는 나이라 소수였어. 노산에 대한 정보는 일반 여성들이 많이 모여있는 포털보다는 난임카페에 많았어. 불다방에 가입했어.(네이버카페 ; 불임은 없다. 아가야 어서 오렴) 이 나이는 모든 기능이 떨어져 있어. 임신이 되기도 어렵고, 임신이 되고 난 후에도 계류유산에 맘 졸이며 초음파에 아기집 보러 가고, 기형아검사 맘 졸이고양수검사하라고 해서 갈등하고,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을 한 이들 중 이식한 여러 개의 수정란이 다행히 잘 착상한 경우에는 임신 때문에 기뻐했다가, 또 선택유산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어. 몸을 만드는 과정은 엽산과 비타민, 두유, 치즈, 과일류 골고루 먹고, 운동을 하고, 내복, 수면양말, 좌훈 등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건 공통적인 듯 해. 나와 같은 과정을 다 겪어내고 첫 아이를 안은 외숙모는 피고름을 짜내는 당장의 육아에 치여서 난자가 몇 개 배란되고, 어떤 증상놀이를 했던 걸 다 잊었더라. 나더러 연연하지 말고 즐겁게 지내라고 했어. 웹써핑에 자꾸 빠지게 되니까 시간을 정해놓고 해얄 것 같아. 

 

세번째는 집안의 식물을 보러 나갔어. 나는 베란다정원을 가꾸는 일에서 힘과 기쁨을 많이 얻는단다. 이쁘고 싱그러운 저 식구들이 나와 같이 살고 있으니 나는 우리집이 제일 좋다. 바이올렛들을 모아서 길다란 물받이를 해줬어. 분갈이 몸살이 와서 한동안 그늘에서 요양하던 빵강 꽃기린은 노란 떡잎을 내지 않길래 인제 창가로 내줬지. 스프레이를 들고 분무를 좋아하는 이들을 하나하나 방문했어. 큰 화분들은 흙을 손가락 두마디씩 찔러보고 마른 것들에 물조리개로 물을 부었어.  

 

늦은 저녁에 단골 꽃집에 내려갔어. 나는 직장에서, 주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꽃집에 가서 들여다보거나 3천원에 사온 포트를 분갈이하거나 원예를 잘하는 블로그를 읽지. 식물을 사서 내 공간의 풍경으로 사유하는 건 나만의 사치이며 호사야. 눈독들이던 걸 데려왔어. 후마타, 벤자민 고무나무, 만냥금, 개량종 팔손이야. 핑게는 이번 달에 먹는 아빠와 엄마의 한약값을 주신 할머님 답례용 선물이야. 할머니는 나처럼 식물을 좋아하시지. 하늘하늘하지만 강인한 코스모스를 제일 좋아하셔. 남들이 버린 거, 죽어가는 걸 주워다가 기막히게 살려내셔. 직접 돈을 주고 사시는 건 본 적이 없어. 그런 건 싫어하셔. 그래서 나는 일부러 집에 가지고 있는 화분을 들고 내려가서 심어달랬어.

 

벤자민고무나무는 겨자색 화분에 심었는데 아직 화원에서 안 왔어. 어제밤 기온이 떨어져서 오늘 햇살 퍼지고 날 풀리면 데리고 오려고 해. 만냥금과 팔손이는 신문지로 꽁꽁 싸서 데리고 왔어. 꽃집 안주인이 예방접종 가는 아기처럼 싸줬어. 신문지 보온효과가 대단한가봐. 그 단골꽃집은 내겐 식물들의 응급센터야. 물을 말려서 잎을 떨궈서 맡긴 오렌지쟈스민도 찾아왔어. 흙을 뒤집어 보니까 다행히 뿌리는 건강하다고 했어. 5년 된 분을 엎고 뿌리 것을 다 긁어내고 영양이 많은 새 흙을 넣어 더 큰 화분으로 옮겨 주었어.

 

생기왕성한 것들을 새벽에 타이핑하는 눈앞에 배치했어. 붉은 열매를 매단 만냥금은 침실에다 갖다 두었어. 내가 읽은 풍수 인테리어 책에 침실에 꽃 피는 식물을 두면 딸이 오고, 열매 달린 걸 두면 아들이 온다는 말이 있었어. 꽃과 열매가 여아와 남아를 상징한다니 비유가 상투적이고 식상하지? 거기에라도 기대고 싶은 마음을 부끄러워 숨기지 않을란다. 나는 아빠가 붉은 색을 좋아하니까 그걸 보고 그가 기뻐지고 생기 있어지면 좋겠어. 우리집은 해가 잘 안들어서 그늘에서 잘 사는 것들이어야 해. 게다가 물주는 집사인 내가 과잉보호와 무관심을 줄행랑치며 들쭉날쭉한 편이라 건조에도 강해야 하지. 그런 기준에 맞아야 입양이 가능하니까 선택 폭이 좁아. 대부분 스킨과 이글레오나마 양치류들이야. 식물들이 나를 다시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 같아.

 

너와 만나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어. 나는 네가 올 길에 놓인 걸림돌들을 하나씩 치우며 너를 기다리고 싶다. 길을 닦고, 만약 강물이 넓다면 징검다리를 놓는 일에 땀을 흘리면서 너를 기다리려고 해. 너는 태중에 있을 때는 내 몸을 나와 같이 쓰면서 이 몸 안에서 같이 먹고 같이 잘 테지. 또한 애착형성기인 초기 3년간 마음이 나와 연결되어 있을테지. 그러니 내 몸과 마음을 잘 가꾸는 일이 참 중요하네. 우선 버리기부터 시작해 볼 작정이야.

 

100일 동안 하루 15분씩 정리하고 하루 1가지씩 버리는 모임에 들었어. ‘집은 내 마음의 거울, 집 정리로 마음을 정돈한다고 정리서약서를 썼어. 주변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일로 시작해서 마음으로 걸어가볼 작정이야. 그래서 마음의 짐이 되고 있는 것들, 내 에너지를 좀먹는 미해결과제들을 나름대로 야금야금 타파해 나갈거야. 10만원 미리 내고 잘 실천하면 돌려받고 못하면 정리되는 체제야.  

 

한 달 마다 보상을 정했어. 아빠랑 같이 가는 데이트 계획을 짰지. 그와 짝궁이 된 후로 나는 더 자주 놀러 다니고 있단다. 해물부페에 평일 점심에 가서 밥 먹기, 양재꽃시장 구경가기, 그리고 아랫녁으로 봄꽃여행을 가는 거야. 마칠 때가 4월이라 우리 결혼기념일 즈음이거든. 천지에 꽃이 만발하겠지. 그가 선운사 이야기를 해. 고창 선운사를 지나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그와 같이 저 동백을 보러 와야지로망을 품었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 그걸 기억해주니 고마웠어. 그 꽃구경을 너랑 같이 하고 싶구나. 아니 그러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행복한 추억을 한 장 쟁일 수 있는 시간을 보낼거야.

 

생리가 시작되니까 한편으로는 전전긍긍이 사라졌어. 편안해졌어. 나는 비로소 미뤘던 일에 집중해. 원격연수 진도 빼고, 미뤄두었던 약속을 처리했어. 또 세번째 달을 시작하기 위해서 병원에 다녀왔어. 이번 달에는 예정대로 과배란 유도 인공수정을 진행할거야. 생리 양이 많은 날인데도 혹시 자궁에 혹이 있으면 배란유도제를 처방할 수 없기 때문에 질초음파를 봤어. 진료의자에 남은 내 핏자국을 돌아보며 기분이 안 좋았어. IVF-75 주사와 클로미펜, 엑토스 알약을 처방받았어. 이번 달에는 알약이 증량되었어. 진료비가 19만원 나왔어. 난임주사와 약이 비급여라서 그렇다는구나. 직장 16년 동안 내가 낸 의료보험에서는 나를 돕지 못하는 걸까? 두 사람 급여수준을 상정해서 정부지원을 해주는데, 나는 휴직을 하니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구나. 그리고 불임을 사유로 하는 질병휴직을 내기 위한 진단서를 끊었어. 진단서 병명에 여성 불임으로 적혀있었어. 말로 듣는 것과 서류화된 건 차이가 있어. 나는 한동안 얼어붙었어. 남녀가 평등하다는 말은 여성가족부, 종교, 정치인이 떠드는 빈 말이었구나. 같은 나이라도 여자에게는 불리하구나. 내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확신하였는데. 개뿔!!! AC!!!! 하지만 진인사대천명마개로 눈물을 틀어막았다. 진단서를 떼면서 한 발자국 나아간 느낌이야.

 

병원에서 재미난 일이 있었어. 이번에는 언젠가 내가 소개팅 했던 남자를 맞닥뜨렸거든. 나는 그를 알아보았는데 아는 척은 안했지. 애석하게도 상대는 나를 전혀 몰라보는 눈치야. 오매나? 이것도 내가 약자인 흑역사 껀수였던가? 근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 거야. 밥을 두어번 먹고, 연관된 노래와 사진은 생각나는데 말이야. 결혼할 인연을 만나는 것과 아이를 만나는 게 비슷할 것 같아.  네 아빠와의 결혼은 호흡처럼 자연스러웠어. 때가 무르익고, 인연이어서 그렇겠지만 다른 연애와는 달랐어. 그와 만나는 1년 동안 나는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어. 그는 내가 쫒아가지 않아도 늘 있는 자리에 한결같이 있었어. 나를 향해 마음을 열어둔 것도 느낄 수 있었어. 안온하고 편안했지. 그 느낌을 나는 분명히 분별할 수 있어. 그때 나는 연구원 공부를 병행하느라고 그 연애를 1순위에 놓지 않았어. 그게 오히려 나았던 것 같아. 네가 나의 운명이고 나의 인연이라면 아빠와의 결혼이 내게 오듯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올 거라고 믿어. 나는 네가 아닌 다른 것에 몰입해서 기쁘고 바빠져야겠구나. 네가 오든 안오든 나의 삶을 가꾸는 일이겠지. 나의 재능과 욕망에 기반한 일, 나답게 사는 듯이 살아보는 시간들일테고.

 

네 덕분에 나도 휴직을 하게 되네. 어떤 이들은 난임으로 기다리는 동안 결국에는 그동안 돌보지 않았던 자신의 몸과 생활을 정비하게 되니까, 아기들은 오기 전부터 효자효녀라고 하더라. 나는 휴직을 하고서 인공수정이든 시험관시술이든 적극적으로 하는 동안, 오전에는 첫 책의 꼭지글을 쓸까 해. 어쩌면 그건 내가 살고 싶은 일상일수도 있어. 내가 어릴 적에 국어선생이 되고 싶었던 건 읽고 쓰기를 하면서 돈도 버는 직업군 중 내가 아는 유일한 것이어서야.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있어. 하지만 나의 첫번째 휴직사유가 너를 만나는 것이므로 나는 자르기 신공을 발휘해야 해. 그리고 가능하면 마음을 무겁게 하고 힘들게 하는 걸 피하고 즐거움을 주는 사람, , 꺼리를 접하려 하겠지. 불임휴직은 최장 1년간이라고 들었어. 내가 바라기로는 네가 찾아오면 다시 복직을 하지 않고 육아휴직으로 바로 들어갈 작정이야. 다른 이들은 육아를 태어난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데 나는 아닌 게 다를 뿐이지. 노사의 문제가 있을 때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통로가 열려있고 어떤 식의 조처가 취해지면 되는 거지. 비통한 건 약 한 첩 못썼다는 거지 할 수 있는 치료를 하고서 잃는게 아니다. 되든 안되든 그 일을 원하는 나의 마음을 우선순위 대접해서 1년간 집중해 보았다면 어떤 여한도 남기지 않을거다. 그 후에 손 터는 건 운명에 대한 패어플레이다. 휴직을 할 수 있고, 시도할 수 있는 것도 특혜임을 알고 있다.  

 

엄마의 선생님은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는 책을 쓰셨어.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남자가 마흔셋 어느 날 작가가 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거든. 어쩌다 보니 나는 마흔 세 살에 두 가지 커다란 변화에 도전하게 되는구나. 책은 내가 인디언기우제를 지내듯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애를 쓰면 되겠지만 생명에 대한 것은 하늘의 뜻일테다. 엄마가 되든, 작가가 되든 이전의 나를 죽이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고 싶구나. 반드시 치뤄야할 죽음과 재탄생의 과정을 내가 견뎌내얄테지. 나는 이미 길을 떠났다. 되돌아갈 수 없다. 가다 어찌되든 끝까지 가봐야 한다. 난임에도 마지막 기회일거고, 작가에도 마흔셋은 더 이상은 물러날 수 없는 나이다. 어쩌면 이 나이가 한 번씩 변신을 시도해야 하는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러워 보이는 모든 일도 조용히 준비해 가는 사람들에게는 오랜 시간이 걸린 일임을 우리는 안다. 다만 한 가지 생각되는 건 이거다. 내가 오늘 읽은 책에 나오는 말이다.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경기에서나 경영에서나 승리는 게임 자체의 몰입을 통해 얻어진다는 점이 그것이다. 선수가 점수에 연연하면 그 경기는 풀리지 않는다.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은 결과가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목적은 좋은 삶 자체이고, 경기의 목적은 좋은 경기 그 자체이다. 경기 동안의 몰입과 정열이 중요하다.

위대한 무용수 나진스키는 자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춤추는 사람은 사라지고 춤만 남은 때라고 말한다. 인류에게 기억되는 좋은 경기도 바로 이런 몰입을 통해 만들어진다. 경영도 그렇다. 모든 인간적 활동은 다 그렇다. 우리는 결과와 연계된 과정의 몰입을 통해 일류가 될 수 있다.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 구본형 23)

 

지난번 편지를 엄마가 글쓰기 공부를 하는 모임에 올렸더니 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쳤다가 기러기가 잡히면 그걸 버리냐?’고 했던 다산선생과 정민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걸 버리지 말라고 조언하셨어. 태교편지는 나는 계속 쓸 작정이란다. 네가 태어나는 날이 이 편지의 마감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어떤 모롱이를 만날 지, 어떤 강을 건널 지 나는 모른다. 이건 온통 모험이란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는 여행이지. 두려움과 슬픔도 있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밝은 기대가 같이 있어. 하루하루가 충실하길, 수줍게 피어난 작은 꽃들을 알아보는 날들이길 바래. 조각보를 바느질 하는 이들처럼 내가 만드는 하루라는 조각이 아름답길 기대한다. 이 편지쓰기는 나를 위로한다. 나무와 풀꽃들은 나를 위로한다. 그리고 네 아빠는 나를 위로한다. 이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

 

한약은 잘 먹히지를 않는다. 짓는 정성이 반, 먹는 정성이 반이라는데 먹는 정성이 부족하네. 아침저녁 두 번 먹어야 하는데 하루 한 번만 먹게 되네. 배주사가 능숙해서 그제 혼자 맞고 오늘 혼자 맞았어. 힘내자. 안녕. 잘 있어. 우리도 잘 있을께.  2014. 1.21 엄마가

 

Ps.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기도를 들으시는 모든 고운 님들께 기도드립니다. 저희와 함께 하여 주십시오. 저희를 지키고 보호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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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2 19:30:46 *.186.179.86
콩두님
콩두님의 정성담긴 마음이 저에게도 녹아내리며 전해지네요
저도 같은 마음으로 두손을 모아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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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4 06:09:29 *.153.23.18

감사합니다.^^ 해를 넘기고 이제 1년차가 두 달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셔요. 곧 완주점이 보입니다. 건강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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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2 21:02:23 *.244.220.253

마흔세살에 다시 시작이라~

그럼, 난 내년에 다시 시작해야겠군...ㅋ

콩두낭자, 열정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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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4 06:10:16 *.153.23.18

1년 더 있어 좋지요? ^^

열정을 보아주니 열정있게 살고 싶어집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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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3 13:00:52 *.133.122.91

태교 편지를 계속 쓰신다는 소식에 저 또한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이런 기도와 눈물을 받고 자란 아이는 과연 얼마나 총명하고 건강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100일 동안 하루 15분씩 정리하고 하루 1가지씩 버리는 모임', 저도 가입해야겠는걸요?^^

어딘지 저에게도 공유해주실 수 있으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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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4 06:12:49 *.153.23.18

용기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아이는 얼마나 부담스럽겠나 그런 생각도 합니다.

 

네이버 카페 <정리력 하루 15분 정리의 힘> 입니다. http://cafe.naver.com/2010ceo

로이스님의 소개로 알게된 카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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