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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4일 08시 38분 등록
왜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고 그 연기에 관객들이 호응해주는 모습에 희열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 느낌, 그 희열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포기하려하세요? 주변을 보니 저보다 더 경력많은 선배들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포기하는걸보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진짜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네.  지금 거짓말하시는 거잖아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
독설로 유명한 한 철학자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객에게 상담을 해주고 있다. 60여번의 선을 보고 결혼을 결혼 못한 사람,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색한 딸 그리고 꿈을 꾸지만 몇차례의 실패로 그 꿈을 접으려는 한 남자...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에. 그 말은 거짓말이라는 철학자의 말이 내 안의 숙제를 또다시 거내놓았다. 철학자가 묻는다. 왜 글을 쓰고 싶으세요? 뭘쓰시게요?
SNS 다 팟캐스트다 실시간으로 모든 이들의 생각과 생활을 보고 듣고 어섯눈으로나마 볼 수 있는 이 시대는 '미실'과 '불의 꽃'의 작가 김별아의 말처럼 말이 부족해서 해야하는 때가 아니라 말이 차고 넘쳐서 들어야 하는 때이다. 그런데 하필 난 왜 글을 쓰고 내 마음 속의 말을 하려하는걸까.
그것은 아마도 글을 쓰는게 재미있어서이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엔 글을 쓰고 책을 내면 일정부분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출판계의 현실을 알게 되니 이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근본적인 이유가 없이는 글을 쓸 수 없을텐데 다행히 나에겐 '글쓰는 재미'라는 이유가 있다. 2년여전 어느 날 문득, 퇴근 길에 글이  쓰고 싶어져 잠시 잠깐 카페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였다. 곧 생각나는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내가 쓰는 글 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다는 나를 발견했다.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한시간이 10분으로 느껴지는 시간의 왜곡을 경험했고 블랙홀 속으로 속수무책 빠져드는 행성들과 같이 글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나를 볼 수 있었다.몇 되지 않은 그 느낌은 내가 글을 쓰도록 손을 내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게 순진하게 시작했으니 무엇을 쓸건지에 대한 숙제 앞에 당황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주제를 좁히기위해 내 머리속은 오늘 하루도 동분서주하지만 아직 정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이나 범위는 좁혀놓아야한다.
 
글을 쓴다면 나는 몇가지 테두리 안에서 글을 쓸 것이다.
첫째 설교하거나 섣불리 가르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할 능력도 안되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설교가 아닌 자기성찰이 우선이다. 성인이 되기를 바라지 꼰대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둘째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소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일상 바라보기 또기 들여다 보기는 재미있다. 장점이라면 일상을 조금 더 성의있고 진지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실천하기 위한 시도가 없다면 자칫 관조적이라는 비판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깨닫고 함께 하는 시도는 계속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김별아씨의 책 '삶은 홀수다'는 나의 글쓰기 연습에 괜찮은 교본이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흔이 된 자신, 자신을 둘러싼 가족과 아이들, 그리고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이런 저런 면을 바라보며 삶에 대한 그리고 삶을 이루고 있는 사회와 현실 교육의 아이들과 희망, 소외된 자들의 모습과 문제의식 과 같은 기본 가치들에 대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정치적인 성향이 분명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내가 추구하는 글쓰기의 스타일와 일치한다.
 
"꿈을 꾼다는 것은 무서운 저주이다.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 꿈 근처에서 평생을 배회할 것이다. 때문에 꿈을 이뤄야하는 것이고, 꿈을 포기하는 것도 그 꿈에 도달한 후 해야 한다."
 
위에 언급된 철학자 강신주가 배우를 꿈꾸는 한 관객에게 한 말이다. 그렇다. 꿈을 꿈다는 것은 무서운 저주에 걸린 것과 같다. 고시에 패스하지 못한 사람들이 고시원 근처를 배회하듯,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은 꿈 언저리에서 배회할 것이다. 풀어야 할 저주를 풀지 못한 사람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꿈을 이루어야 한다. 성배를 찾기위해 모험을 떠나는 파르치발 경처럼, 절대반지의 저주를 풀기위해 불의 산으로 떠나는 호빗 프로도처럼, 우리도 각자의 가슴 속에 품은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 하루를 정진하는 우리만의 영웅의 여정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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