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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등록
 

<북리뷰 10-3주차>                                                   

 

 

2013.02.10.

글: 서 은 경


 

 

 

(No. 37)

     헤르만 헤세 [데미안] 더클래식 (2013)

 

 


                   cover.jpg


                      @ 2013년 초판 1쇄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 "

                                                            

                                              -- 헤르만 헤세 --  



 

 

 

1. 작가 소개

 

 

 


hermann.jpg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


 

 

독일 출생, 독일계 스위스인. 소설가이자 시인이자 화가다. 1877년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칼프에서 태어난다. 개신교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라난다.1892년 마울브론 수도원 학교를 입학했으나 기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쳐 나온다.


1894년, 시계 부품 공장에서 수습공으로 일하다가 1896년, 튀빙겐에서 서점 점원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한다. 1899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한 헤세의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이 출간된다. 특히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으며, 문단에서도 헤세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1904년, 자살 미수 등 젊은 날 고통과 방황을 겪은 그는 자전적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발표하며 유명세를 떨친다. 같은 해 아홉 살 연살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하지만, 1923년 이혼하고 스위스 국적을 획득한다.


1906년 헤세의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발표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에는 반전 활동을 하며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글을 쓴다. 그는 전쟁의 고통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며, 이때의 영향으로 ‘에밀 싱클레어’라는 익명으로 1919년 <데미안>을 발표하여 큰 호응을 일으킨다.

그는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였는데, 인도 여행을 통한 체험을 녹아내어 1922년 <싯다르타>를 쓴다. 그리고 <황야의 늑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 수많은 작품을 남긴다. 헤르만 헤세는 1962년 8월 9일 뇌출혈로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사망할 때까지 자기 실현을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작가이다. 그는 사후인 1964년, 작품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  



2. 나를 무찔러 드는 글귀


서문


[6] 

난 진정, 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그것을 살아 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내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되도록 아주 오래전 내 유년 시절의 처음까지. 아니, 더 아득한 나의 근원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 나의 어린 시절, 아기들이 태어나는 산부인과 건물, 그 아래로 물이 흐른다. 지하수, 지하실 가는 길은 어둡다. 호기심 많은 나는 지하실 문을 열고 또 지하실 아래로 내려가는 문을 열고........ 사각 맨홀, 들여다본다. 동그랗게 큰 눈, 껌뻑껌뻑, 쑥 올라오는 물의 형체, 깜놀! 미르와 의 만남. 나의 근원 이야기.. 변신 이야기. 


어떤 작가든지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하겠지만, 내 이야기는 내게 그보다 더 중요하다.

내 자신의 이야기이자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이야기의 보편성, 인간 삶의 보편성 속의 진실을 이야기 해야 한다. 내 이야기를 넘어 한 인간의 이야기로. 보편적 주제의 특수한 이야기, 나만의 컨셉과 소재 잡기.


[7] 

단 한번뿐인 인생을 살고 있는, 현실적인, 살아 있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살아있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우리들의 존재가 총알 하나로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진다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

그러나 저마다 사람은 그저 자기 자신일 뿐만 아니라, 단 한 번뿐이며 아주 특별한,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하고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 세상의 많은 현상이 오로지 한 번 그곳에서 서로 교차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하나의 점인 것이다.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이제는 별을 바라보거나 책을 들춰보며 찾지 않고, 내 몸 안의 피가 내는 소리의 메시지를

듣기 시작했다.

---> 내 안에 흐르는 소리를 들어 봐. 내 마음에 흐르는, 널 두드리는 소리를 들어봐. 미르가 말했습니다. 


[8]

내 이야기는 즐겁지 않고, 만들어진 이야기처럼 달콤하거나 조화롭지 않다. 자신을 속이며 살지 않겠다는 모든 사람의 삶처럼, 무의미함과 혼란, 그리고 광기와 꿈의 맛이 난다.

----> 내 이야기는 상상 엉뚱, 자신을 살피는 프리즘으로 세상을 살피는 세세한 관찰 시선, 두려움을 넘어서서 나임을 주장하고 사랑하고 포기하지 않는 용기의 맛


지금껏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이 없었음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

---->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 심지어 어린 아이도. 살아보려고, 슬픔을 달래려고 애쓴다.


누구나 출생의 찌꺼기, 태고의 점액과 알껍데기를 삶의 끝까지 갖고 간다. 전혀 사람이 되지 못한 채 개구리에 그쳐 버리고, 도마뱀에 그쳐 버리고, 개미에 그쳐 버린다. 또 더러는 상체만 사람이고 아래는 물고기인 채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두가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계가 던진 돌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같은 협곡에서 나오고, 어머니가 같고 유래가 같다.

----> 같은 엄마에게서 나온 6남매.... 출생의 찌꺼기를, 출생의 훈장을, 삶의 끝까지 갖고 간다. 저마다의 잠재력. 태어나 완전한 사람 되지 못하고 반신반수로, 얼굴만 물고기, 다리가 도마뱀. 어떤 잠재력 있니? 무엇으로 생겨나니? 그 잠재력이 너를 살려낼거야. 완전한 네가 되려고 애쓸 때, 그 잠재력이 너의 길동무가 되어줄거야. 고독할 때 외로울 때 슬플 때 너의 눈물을 닦아 줄거야. 잠재력은 너를 무한한 무아지경으로, 몰입으로 가끔씩 문을 열어줄거야. 자주 자주 그 문을 열어보렴. .


우리는 같은 심연에서부터 시작된 시도이고 투척이다. 하지만 자신 나름대로의 목표를 실천하며 노력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삶의 의미는 자기 자신만이 판단할 수 있다.




두 세계


[10]

열 살 때의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그곳엔 두 세계가 얽혀 있었고, 밤과 낮이 세계의 양쪽 끝에서부터 나왔다.


한 세계는 아버지의 집이었다.


사랑과 엄격함, 모범과 학교라는 이름의 세계이기도 했다. 이 세계에 속하는 것은 부드러운 광채, 청명함과 깨끗함이었다.


[11]

한편 또 다른 세계가 이미 우리 집 한복판에서 시작되고 있었는데, 이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12]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두 세계의 경계가 가깝게 닿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가정부 리나) 부엌이나 장장을 쌓아 둔 광에서 머리 없는 난쟁이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거나 작은 푸줏간에서 이웃집 여인들과 싸울 땐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되어 버리고 다른 세계에 속했다.

-----> 엄마가 모르는 아이들만의 그늘. 두려운 수아언니. 폭력. 얼음 돼 버리는 아이들.


비밀에 둘러싸여 있었다. 모든 일이 그랬다. 내 자신이 가장 그러했다.


분명 나는 발고 올바른 세계에 속했고 내 부모님의 자식이었다. 그러나 내 눈과 귀가 향하는 곳 어디에나 다른 세계가 있었다. 나는 다른 세계 속에서도 살고 있었다.


내게 낯설고 무서운 일이라 해도, 그래서 그곳에서 양심의 가책과 불안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한동안 가장 살고 싶어 한 곳은 금지된 세계였다.


[15]

13살 공립학교 아이-프란츠 크로머

그 애는 명령을 했고 우리는 복종을 했다.

----> 아이스크림, 철봉, 제한된 친구


나는 그들 사이에서 이방인이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이나 나의 태도가 그 아이들 눈에 거슬리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라틴어 학교 학생에 좋은 집안의 아들인 나를 프란츠 크로머가 좋아할 리 없었다.

----> 어린시절 경험, 흑과 백. 어두운, 밝은......... 두 세상.....

나는 무엇을 대립구조로 보여주나?

챙겨짐, 못 챙겨짐.  관심받음 관심 못 받음. 형제들 사이의 생존경쟁, 약육강식, 짐승들처럼

저마다의 살 궁리. 위안과 치유, 힘받음. 친구들의 왕따. 


나는 그것이 두려운 나머지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꾸며 대기 시작했다. 대담한 도둑 이야기

----> 나의 거짓말. 늦은 귀가에 대한 변명. 그 조차도 관심 못 받는??


[18]

그 애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고, 배신 따위는 죄책감을 느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이런 일에 다른 세계의 사람들은 우리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선 뿐만 아니라 악도 알도록 가르쳐야 한다. 악을 경험하고 악에 대처하는 지혜를 갖도록 해야 한다.


[20]

그 손을 보며 나는 그 애의 손이 얼마나 난폭한지, 얼마나 나에게 깊은 적개심을 샂고 있는지, 내 삶과 평화를 파괴하려 하는 지를 확실히 느꼈다.

[23]

내 구두에는 더러움을 묻혀 왔다. 발 깔개에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더러운 발. 나는 우리 집의 세계에 전혀 알 수 없는 그림자를 몰고 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비밀과 불안을 가졌다 해도 오늘 내가 가져온 것에 비하면 모두 장난이나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운명이 뒤쫓아 와 내게 손을 뼏쳤다. 이 손에서 어머니조차도 나를 구해 낼 수 없고, 어머니가 알아서도 안 되었다.

-----> 어두운 운명의 그림자. 어린 시절 가장 처음으로 느꼈던 것은?  친구 따라 갔다가 우연히 도둑질하다 집힌. 초등시절 왕따 당한 사건. 셋째 언니들의 놀림. 수야, 포도주 사건   


지금 이 잘못으로 인해 새로운 잘못들을 저지를 것이고.....나만이 알고 있는 숨길 수밖에 없는 운명의 비밀을 갖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똑똑히 느꼈다.

-----> 나만 알고 있는 운명의 비밀....하나....둘.....셋..... ㅋㅋㅋ


[24]

분명한 것은 내가 비밀 하나와 죄 하나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나 스스로 감당해 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 나의 거짓말, 언니들 앞에서의 영웅행각, 그리고 얼떨결의 도둑질, 달걀집 여자의 눈빛...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집에 오는 그 여자. 엉덩이를 뒤뚱뛰뚱거리며 걷는. 날씬한, 그러나 못됐게 생긴 눈....  달아빼는 나.


나의 죄-어린 아이를 두려움과 공포에 빠뜨리는, 죄에 대한 혹독한(?) 대가 .

하나, 호기심에 머리 정수리에 잔디밭 만든 것

둘,  받아쓰기 빵점 받은 것.

셋,  밤에 밀감 까먹다 모르고 씨 먹은 것.

넷,  나쁜 말? 쓴 것

다섯, 의리?없이 바른 말 한 것

여섯, 우연히 텔레비전에 손 짚은 것

일곱, 외동아들, 남동생 데리고 찻길 건넌 것.

여덟, 가나다라마바사 vs, 영희, 철이, 엄마vs아빠 싸움

  

그러나 살아나갈 궁리를 하다!  또는 공포에 떨며 그 순간을 견뎌내기. 아~ 스트레스~~!

스트레스 녹여내기는? 난간를 타며, 복도를 기어오르며, 계단을 뛰어내리며, 구석구석 탐험하며

모험을 떠나며....

위로받기는? 부엌간 할머니, 식모 언니. 할머니, 할머니, 이웃 친척들.


나의 죄 있으나 대가 안 치루고 무사히(?) 넘어간 경우

하나, 늦게 퇴근 이유  어물쩡

둘, 성적표 가져다놓고 그냥 자기


어쩌면 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 순간부터 앞으로 영원히 나쁜 길로 빠져들어 악한 사람들과 비밀을 나누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복종하고, 분명 그들과 비슷한 사람이 되겠지.

-----> 이런 느낌 들 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어른 하나, 또는 언니 하나 만 있으면 그 아이는 구원 받는다. 아이가 숨통 틔울 곳. 그곳이 없으면 아이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나는 내 아이에게 숨통 틔울 공간인가? 나 아닌 다른 멘토들, 따뜻한 주변 사람들을 가질 수 있도록 열어주어야 한다.


(주목 구절)

나는 그 비난을 묵묵히 견뎌 내면서.......그러다 보니 새롭고 묘한 감정이 마음속에 불꽃처럼 튀었다. 그것은 날카롭게 날이 선 듯 한 반항심이었다. 내가 아버지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순간, 적은 신발만 꾸짖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버지가 경멸스럽게 느껴졌다.....그것은 추악하고도 적대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강하고 깊은 매력이 있었고, 이 느낌은 다른 어떤 생각보다도 더 단단하게 나를 내 비밀과 죄에 결박시켰다.

------> 고등학교 때 어머니의 꾸짖음. 나의 반항어린 미소. 어머니 고르르 넘어감. 그 순간 내가 이겼다는 묘한 쾌감.... 그리고 그 후로 어머니는 심하게 꾸짖지 않았던 것 같은 기억


[25] (주목 구절)

지금까지의 모든 체험 중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권위에 내가 새긴 최초의 칼자국이었고, 내 유년 시절을 이루는 기둥에 가한 최초의 칼질이었다. 그것은 모든 이가 각자 자신이 되기를 위해 스스로 무너뜨려야 하는 기둥이었다. 누구도 감지하지 못한 이런 체험으로 우리들의 운명에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선이 그어져 간다. 그런 칼질과 균열은 점점 늘어나고 아물고 잊혀져 가지만, 우리 마음 속 가장 비밀스러운 암실에서는 여전히 살아남아 계속 피를 흘린다.

---> 최초의 칼질..... 문장 죽인다~!  헤세가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 무너뜨려야 하는 기둥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나는 그 무너진 자리를 위로하고 스스로 치유해주는 잠재력에 대해 이야기 할 거다


그 새로운 느낌 때문에 곧 나 자신이 무서워졌다. 나는 곧바로 엎드려 아버지의 발에 키스라도 해 용서를 빌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 속 본질적인 것은 그 무엇도 사죄할 수 없었다. 어린아이도 그 정도는 어떤 지식인보다 잘 느끼고 있었다.

---> 내가 때 묻어 더럽혀진 것 같은 느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죄책감. 그러나 그런 건 없어. 그걸 깨닫게 되는 거야. 너는 더렵혀지지도 깨끗해지지도 않는 존재야. 그런 상황이 있었을 뿐 네 마음을 지워버려. 너는 너야. 너는 그대로야 너는 더렵혀지지 않았어. 미르가 말했습니다.


미르의 위로도 내 처진 어깨를 일으켜 세우진 못했다. 나는 끊임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뛰어내렸다. 여덟칸, 아홉칸, 열칸....... 열칸은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쿵. 쿵. 쿵!


얼굴에 상처가 나 있다. 코 등 위에 일자로. 엄마는 그 상처를 보면 늘 걱정한다. 아이는 상처에 아무 느낌 없다. 상처가 나를 움츠러들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처는 아이와 세상을 연결해준 계단이 선사한 선물. 계단을 오르내리며 살려내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잊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 아이에게 코 등에 찍힌 상처는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는 그저 그렇게 흉이 진 일상의 한 조각이었다. 더구나 아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달라져 버린 집안의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저녁 내내 애를 써야만 했다. 벽시계와 책장, 성경과 거울, 책꽂이와 벽에 붙은 그림들이 나에게 작별을 고했고....


나 자신이 스스로 어둡고 낯선 세계에, 겪어 보지 못한 미지의 시계 한 가운데에, 흡입력 있는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서 있음을 감지했다. 나는 처음으로 죽음을 맛보았고, 그 맛은 쓰디쓴 맛이었다. 왜냐하면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자 두려운 새 삶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 내 상황과 느낌, 내가 삐죽삐죽 나 있으면 세상도 삐죽삐죽 모나 보인다. 내가 슬프면 세상도 울고.....  첫 경험....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 한 가운데 흡입되어 내가 서 있는 낯선 느낌.


[26]

그다음 나는 다시 낮의 일을 떠올렸고 적의 눈을 응시했다.


[28]

저금통을 깨뜨려서 뜯는 일은 아주 쉬웠다.

그러나 저금통이 부서진 자리를 보니 무척 슬펐다.


[31]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이나 놀이를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그 휘파람 소리가 나를 뚫고 들어와 따라다니며 나를 구속했다.


휘파람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와 내 마음의 줄을 탁 끊어 놓았고, 어린 시절 추억과 상상들을 산산조각 냈다.


[33]

그 시절의 나는 일종의 정신 착란 상태였다. 우리 집의 정돈된 평화 가운데서 나는 겁먹고 고통받으며 유령처럼 지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할 수도 없었으며, 내 자신을 잊어버리고 지내지도 못했다.



카인


[34]

구원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에서 왔다.


단지 아이들은 선생님을 대할 때의 어른스럽고 단호한 그의 음성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의 이름은 막스 데미안이었다.


그는 전혀 과제를 하는 학생처럼 보이지 않았고, 자신만의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처럼 보였다.

그는 우월해 보였고 침착했다.


눈은 마치 어른의 표정을 띠고 있었으며-그런 것을 아이들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약간 슬픔이 어린 냉소를 머금고 있었다.


[37]

내 생각에는 말이야, 카인의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어.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이 분명 완벽한 진실이고 정의인 명제들이지만, 이 모두를 선생님들의 가르침과는 다르게 볼 수도 있는 거야.


[38]

사람들은 카인의 자손들이 무서웠던 거야. 그래서 사람들은 그 표적을 원래대로 우월한 훈장처럼 설명하지 않고 반대로 설명한 거야.


[39]

‘왜 그들을 해치우지 못한 거야?’라고 물었다면, ‘우리가 겁쟁이라서.’라고 대답하지는 않았을 거야. ‘해치울 수가 없어. 그들은 표적을 지니고 있거든. 신이 그들에게 표적을 주셨어.’하고 말한 거지.


카인은 강자고 아벨은 겁쟁이라니!


그렇다면 모든 살인자는 신의 사랑과 보호를 받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아닌가!


[41]

나는 일종의 아벨이었다.


아버지로 대표되는 밝은 세계와 지혜를 단칼에 꿰뚫어 보며 경멸했다. 그렇다. 그때의 나는 분명 카인이었고 이마에 표적까지 달고 있었지만 수치심을 느끼기보다는 이것은 표창이라고 우쭐댔다.

나는 죄악과 고통으로 인해 아버지와 선하고 경건한 사람들보다도 더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43]

나는 현실보다 꿈속에서 더 많이 살았다.-나는 원래 꿈을 많이 꾸는 편에 속하는 아이였다.-그래서 나를 쫓는 그림자 때문에 힘과 활기를 읽어 가고 있었다.


가장 무서웠던 꿈은 아버지를 살해하는 꿈이었다.


[45]

내 처지를 이해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인간의 본질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자신의 감정을 이성으로 변화시키는 걸 익힌 어른들은 꼬마들에게도 이런 이성이 존재할거라 상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꼬마들의 경험도 무시한다. 하지만 나는 평생에서 그때처럼 절박한 경험과 고민을 한 적이 드물다.

----> 그래서 꼬마들의 상태, 이야기에 귀 기우려야 한다. 아이는 어른의 부속품이 아니다. 아이는 존중받아야 하고 가슴 깊이 이해 받아야 한다.

[47]

나는 그때 완전히 어린애였다. 하지만 우리들이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비밀스럽고 야릇한 금지된 일들을 남녀가 할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 외숙모의 부탁으로 초딩 5학년 땐가? 사촌 동생들을 데리고 간 동시상영관의 악몽... 야릇한 영화 다음에 만화 영화를 한다. 나는 그곳에 계속 있어야 하나 고민. 동생들을 데리고 나왔다. 만화 영화를 포기하고... 그리고 사촌 동생의 엄청난 원성을 들었던 기억. 어른들에게는 차마 말 할 수 없었던.... 아이고야... 세상 살기 힘들어. 나는 왜 그때 깡이 없었을까? 좀 못된 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상처받기 쉬운....


[48]

사람은 뭔가 불안함에 떨 때 잘 놀란다고 생각하지. 겁쟁이들은 언제나 불안함에 떨고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네가 겁쟁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렇지 않아? 뭐, 네가 영웅이라는 말도 아니지만. 너에겐 두려워하는 뭔가가 있어. 하지만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한다니.


[49]

사람은 누구 앞에서든지 다른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그런데도 누군가가 두렵다는 건 나를 다스리는 힘을 타인에게 맡겨 버렸기 때문이야.


[51]

“..네가 그 녀석을 두려워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이라는 걸 너도 알지, 그렇지 않아? 두려움이 우리를 망치게 하는 거야......네가 진짜 사나이가 되려면 그 두려움을 벗어던져내야 해, 알겠지?“


[53]

넌 그 녀석에게서 벗어나야 해.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 녀석을 때려 죽여서라도 말이야.


[57]

데미안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다음날, 다시 찾은 자유에 충분한 확신이 서고 다시 이 자유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겼을 때 내가 그토록 간절히 염원하고 소망했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고해를 한 것이다.


[57]

데미안은 이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고, 이 세계에 어울리지도 않았다. 데미안은 크로머와는 달랐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 또한 나를 유혹하는 사람이었다. 다시는 알고 싶지 않은 또 다른 나쁜 세계와 나를 엮으려는 유혹이었다.


[58]

나는 크로머의 손아귀에서 풀려났지만 내 스스로의 힘을 벗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러고는 자극과 경고로, 조롱과 풍자로 나를 지금보다 자립적인 인간으로 만들려고 애썼을 것이다. 지금에서야 난 알았다. 인간에게 자아를 향해 나아가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는 것을!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60]

하지만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자아에 도달하기 위해 걸었던 발자취뿐이다.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휴식처, 행복의 섬과 낙원들의 매력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득한 광채 속에 남겨 놓으려 한다. 그 시절로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유년 시절에 관해서는 나에게 어떤 새로운 일들이 닥쳐와서 나를 앞으로 내몰고 찢겨 냈는지에 대해서만 더 이야기하려 한다.


이런 충격은 언제나 ‘다른 세계’에서 왔으며 불안함과 강요와 양심의 가책을 함께 가져다주었고 언제나 놀랄 만큼 혁신적이어서 내가 머무르려고 애썼던 평화로운 상태를 뒤흔들어 놓았다.


[61]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다. 이 경험들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인생의 분기점이 된다. 자기 삶의 욕구가 주변 세계와 갈등에 빠지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서 쟁취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이것을 이겨내야 어른이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랑했던 모든 것이 갑작스럽게 우리를 떠나려고 하고 고독과 죽음처럼 치명적인 추위에 둘러싸인 공간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고 느낄 때, 유년시절이 무너져 내리고 그제야 우리들의 숙명인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일생에 걸쳐 단 한 번 가능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경험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채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고, 잃어버린 낙원을 꿈꾸며, 수많은 꿈 중에 가장 악질적이고 가장 살인적인 꿈에 매달려 헤어 나오지 못한다.


[64]

데이안의 얼굴은 소년의 얼굴이 아닌 또 다른 무엇이었다. 여자의 얼굴도 조금은 담긴 것 같았다. 데미안의 얼굴은 어른이나 아이, 나이 들었거나 어리거나를 넘어서서 왠지 수천 살쯤 되거나 시간을 초월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짐승이나 나무나 별이 그렇게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69]

하지만 우린 사람들을 잘 관찰할 수는 있어. 그러면 가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지는지, 또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꽤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지. 그렇게 하면 대개 그 사람이 다음 순간엔 무엇을 할 건지도 예측할 수 있는 거지.


[71]

나방들이 필요로 하는 것, 꼭 얻어야만 하는 것들만 찾기 때문이야. 그렇게 할 때만이 믿을 수 없는 일까지 성공할 수 있는거야.


[73]

만약 네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관철시키고 싶다면 갑자기 상대방의 눈을 흔들림 없이 응시해봐. 그때 상대가 하나도 불안해하지 않으면 그 일을 단념하는 것이 좋아. 그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얻어 낼 수 없으니까 말이야.

----> 내공 싸움. 딸이 나를 흔들리지 않고 응시한다면 아이는 자유인. 다 큰 것이다.


[77]

데미안이 말한 공인된 신의 세계와 금지된 악마의 세계에 관한 생각은 바로 내 생각과 일치했다.


내 자신의 문제가 곧 모든 인간의 문제이고 모든 삶과 생각의 근원이 되는 문제라는 의식이 어떤 성령처럼 나를 뒤덮었다. 내 자신의 독자적이고 개인적인 삶과 생각이 위대한 사유의 강에 포함되어 있음을 느끼면서 나는 불안하지만 한편으로는 경건한 심정이 되었다. 그러한 깨달음은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고 가벼운 행복감을 느끼게 했지만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 통찰에는 가혹하고도 떫은 맛이 있었다. 그 안에는 인생에 대한 책임이, 나는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며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헤쳐 나가야한다는 의식이 담겼기 때문이었다.

  

[79]

그러니까 우리들은 공인된 것과 금지된 것을 각자 자신의 힘으로 찾아야만 해.

금지된 일들을 한 번도 하지 않았어도 실제로는 악당이 될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어.


[81]

“말뿐인 이야기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 조금도 가치가 없단 말이야.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질 뿐이야. 자기 자신한테 멀어진다는 건 죄악이야. 사람은 거북이처럼 자기 자신의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베아트리체


[85]

소년다운 귀여움은 전혀 찾아보기 어려워서 나 자신조차 이런 모습으로는 남에게 사람받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나 스스로도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다.


나는 막스 데미안을 마음 깊이 동경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데미안을 미워했고, 내 자신이 짊어지게 된 죄악 같은 병과 생활의 공허함의 책임을 은연 중에 데미안에게 떠 넘겼다.


[89]

베크의 말은 내 이상 속의 사랑보다는 보잘 것 없고 평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것들은 모두 현실이었고 생활이며 모험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것을 모두 실제로 경험하고, 그 경험을 아주 일상적인 일로 여기는 사람이 내 곁에 앉아 있는 것이다.


[90]

취해 있었다. 기분이 나쁘고 몹시 괴로웠다. 그럼에도 고통 이외에 뭔가 매력적이고 감미로움이 있었다. 그것은 혁명과 방종이었고 생명력과 정신이었다.


[91]

내 마음은 너무나 오랫동안 맹목적이고도 미련하게 움츠러들어 있었고 너무나 오랫동안 숨죽인 채 약하게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가책이나 고통의 전율, 영혼의 추악한 감정까지도 반가웠던 것이다. 그 속에서는 분명 감정이 있었고 불꽃이 타오르고 심장이 고동쳤다. 비참함 속에서도 나는 이렇게 해방과 봄 같은 무엇을 느꼈다.


[94]

우리를 고독하게 만들어서 신이 우리 자신에게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길은 너무도 많다. 신은 그때 나와 함께 이런 타락의 길을 갔다.


[97]

나는 그 여인에게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98[

나는 다시 무너져 버린 생활의 폐허 속에서 ‘밝은 세계’를 재건하려는 노력을 진지하게 시작했으며 마음속에서 어둠과 악을 몰아내고 완전히 밝은 세계 속에 머무르려는 열망으로 신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101]

내가 완성시킨 그림 앞에 앉아 있지니 어떤 야릇한 감동이 전해져 왔다.

그것은 신과 같은 초상의 일종이거나 신성한 가면처럼 보였고, 절반은 남성적이고 절반은 여성적이었으면, 나이를 초월한 모습으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강한 의지가 엿보였으며, 남모를 생명력이 충만하면서도 딱딱하게 굳은 것처럼 보였다.

-----> 데미안을 닮았구나. 자기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인간 본연


[103]

그러자 점차 그 얼굴은 베아트리체나 데미안이 아니라 내 자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속은 나의 생명을 이루고 있는 것이고, 나의 마음, 나의 운명 혹은 나의 수호신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시간과 금언이 수록된 노발리스의 책이었다.

한 구절... ‘운명과 마음은 하나의 개념에 대한 이름들이다..’


[107]

“우리들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들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들어있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112]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114]

“.....이 이름은 그리스의 주문과 관련 있다고 보이는데 오늘날에는 대개 야만족들이 믿고 있는 어떤 악마의 이름이라고 간주되고도 합니다. 그러나 아브락사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뜻한다고 여겨집니다. 우리는 개괄적으로 이 이름을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하는 상징 역할을 하는 일종의 신의 이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한다.


하지만 사람은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존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악마까지도 포용한 새로운 신을 갖거나 아니면 신에게 예배하는 동시에 악마에게도 예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아브락사스가 신인 동시에 악마인, 바로 우리가 찾던 그 신이었다.

-----> 니체가 선악에 대해 한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116]

아주 내면적인 이 영상과 외보에서 찾아온 탐구 대상인 신의 암시 사이에는 어떤 무의식적인 관련이 있었다. 그것은 점점 일정하고 긴밀하게 결합되었다. 나는 이 암시의 꿈에서 아브락사스를 부르고 있음을 점차 감지했다.


쾌감과 공포, 남자인 동시에 여자인 것의 혼합, 성스러움과 전율의 뒤섞임, 다정스러운 순수함을 뚫고 지나가는 깊은 죄악의 암시. 이것이 내 사살과 꿈과 아브락사스의 영상이었다.


[117]

내가 할 수 없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처럼 나의 내면에 숨겨진 목표를 끄집어내서 내 앞에서 확실히 내놓는 일이었다.


[123]

“아닙니다. 전 그저 음악 듣기를 좋아할 뿐입니다. 당신이 연주하시는 그런 구속이 없는 음악, 듣고 있자면 사람이 천국과 지옥을 잡아 흔든다고 느끼게 해 주는 그런 음악 말입니다.


[132]

(음악가) 피스토리우스는 꿈을 해석할 줄 알았다. 놀라운 이야기 하나가 떠오른다. 나는 꿈을 꾸었느데 그 꿈속에서 나는 날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비상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힘으로 크게 도약해서 대기를 가르고 내던진 것이었다.

----> 곤이 되고 붕새되고..... 장자의 변혁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피스토리우스는 그꿈을 이렇게 해석해 주었다.

“당신을 날 수 있게 비약이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커다란 특전이오. 그것은 모든 힘의 근원과 연관된 감정으로 그런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누구나 불안을 느끼게 마련이오.


당신은 유능한 청년답게 계속 날고 있는 거요. 그러니 이것 봐요. 당신을 계속 휩쓸리게 하는 커다랗고 알 수 없는 보편적인 위대한 힘에 섬세하고 가냘픈 자신의 힘이, 더해지는 것을 깨달게 될 것이오.  그것이 하나의 기관, 하나의 방향키가 되어 당신 스스로 점차 삶의 주인이 되어가오. 기막힌 일이지요.


[133]

하늘을 나는 자들에게는 안전한 땅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보다 깊은 예감이 부여되어 있소. 하지만 이들이 거기에 대한 어떤 열쇠나 방향키를 갖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밑바닥도, 끝도 없는 곳으로 굴러들고 마는 거요.

----> 밑바닥에 굴러들어서 그곳에서 다시 비상하는 것이다. 영혼의 근원에 있는 호흡조절기

 

당신은 그것을 할 수 있소.


당신은 하나의 새로운 기관, 즉 호흡 조절기를 가지고 그걸 하고 있소. 이제는 당신의 영혼이 근원에 있어서는 얼마나 ‘개인적’이지 않은지 알 수 있을 거요.


야곱의 싸움


[134]

나는 내 동년배들의 즐거움이나 생활을 함께 나눌 수가 없었고 가끔은 그들과의 관계에서 절망적인 거리감을 느끼면서 내 생활이 폐쇄적인 것에 깊은 자책과 걱정이 들기도 했다.


[135]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진 마시오. 가령 자연이 당신을 박쥐로 만들었다면 타조가 되려고 애쓰지 말란 말이오.


“아브락사스는 당신의 생각이나 꿈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진 않을 것이오. 그것을 결코 잊지 마시오. 그러나 만약 당신이 흠잡을 데 없이 모범적인 평범한 사람이 되어 버리면 그는 당신을 버릴 것이오. 당신을 버리고는 자기의 사상을 요리하기 위한 새로운 그릇을 찾아가고 말 것이오.“


[137]

“모든 종교는 아름답소. 종교는 바로 영혼이오. 사람이 그리스도교의 만찬을 먹든, 메카로 순례를 가든 그것은 매한가지요.”


[140]

“우리가 보는 사물이란 우리들의 내부에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오. ”

[147]

야곱과 신의 천사 사이의 싸움에 관한 말로서, “그대 나를 축복치 않는다면 내 그대를 놓아주지 않으리로다.”였다.


[148]

내 생활의 모든 것은, 가장 은밀한 비밀에 이르기까지도 되풀이되는 것처럼 보이던 추억은, 어제 오늘로서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앞선 미래를 반영하고 오늘로부터 나를 분리시켜 더 새로운 생활의 형식으로 나를 이끌어갔다.


[159]

누구에게나 ‘사명’은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스스로 선택하고 해석하고 임의로 관리할 수 있는 사명은 없다는 깨달음이 날카로운 불꽃처럼 나를 불태웠다.


각성된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는 단 한 가지, 자신을 찾고 자신의 내부에서 견고해져서 그 길이 어디에 닿아 있건 간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길을 더듬어 나가는 일.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임의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는 것이며, 그 운명을 자신의 내부에서 송두리째, 그리고 온전하게 끝까지 지켜 내는 일이다.


[160]

나는 자연에 던져진 돌이었다. 불확실하고 새로운 것 속으로, 어쩌면 허무 속에 던져졌을 것이다. 자연에 던져진 것을 나를 본연의 깊이에서 움직이게 하고 그 의지를 나의 내면에서 느끼면서 송두리째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만이 나의 천직 같았다.

 


에바 부인


[170]

사람은 흔히들 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 그들은 결코 자기 자신에게 귀의하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거야. 내부의 알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을 품은 자들의 공동체라니!


[171]

인간성의 의지란 결코 국가나 민족, 단체나 교회 같은 오늘날의 공동체와 같지 않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날 거야. 자연이 인간에 원하는 바는 오히려 각 개인의 마음 속에, 자네나 나의 마음 속에 새겨져 있어. 그것은 그리스도의 마음속에, 니체의 마음속에도...


[175]

그 여자의 눈길은 충족이었고 그 여자의 인사는 귀향을 뜻했다.


“아무도 집으로 돌아 갈 수는 없어요.”

“그러나 친밀한 두 길이 나란히 뻗어 있을 때는 온 세계가 잠시 동안은 고향처럼 느껴지지요.”


[178]

“그래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꿈을 발견해야 하는 거예요. 발견하고 나면 길은 한층 쉬워지지요. 하지만 영원히 계속되는 꿈이란 없어요. 또 다시 새로운 꿈이 나타나지요, 어떤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돼요.”


[181]

에바부인! 그 이름은 정말 완전히 그분이게 어울리는 이름이야. 모든 존재의 어머니 같단 말이야.“

-----> 에바란 이름의 유래가 있나보군. 뜻이 뭐지?


그런데 여기 집 안에는 사랑과 영혼이 있었고 전설과 꿈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 에바부인처럼...사랑과 영혼과 전설과 꿈이 살아 숨쉬는 집... 살려내는 집


[188]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또 요구해서도 안 되지요. 사랑은 끌려오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게 되는 거지요.”


[189]

그는 단순한 한 사람의 여인을 얻는 대신 온 세계를 그의 마음속에 지니게 되었다. 하늘의 모든 별은 그의 내부에서 타올랐고 그의 영혼을 뚫고 지나가며 환희의 불꽃을 튕겼다. 그는 사랑을 했다. 자기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를 잃어버리기 위해 사랑을 한다.



종말의 시작


[205]

아무리 군인으로서의 의무와 공통적인 위험이 그들을 획일화했다 하더라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나 죽어가는 사람들이나 대단히 훌륭한 태도로 운명의 의지에 접근하는 것을 보았다.


[210]

붕대를 감는 것은 몹시 아팠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나는 열쇠를 발견했고, 때때로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형상이 졸고 있는 그곳, 내 자신의 내부에 완전히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나는 단지 그 어두운 거울 위에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이젠 완전히 데미안과 같은, 내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내 자신의 모습을 거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3. 책 소개와 평가 


(1) 목차와 전체적인 뼈대

 

 

서문

두 세계
카인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베아트리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표적 야곱의 싸움
에바 부인
종말의 시작

작품 해설 - 헤르만 헤세의 자기 성찰의 기록
작가 연보 - 헤르만 헤세 연보

 


주인공 싱클레어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라틴어 학교에 다니던 열 살 싱클레어는 따스한 가정에서 자라며‘선의 세계’만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소년 프란츠 크로머에게 사과를 훔쳤다는 허풍을 떨면서 ‘악의 세계’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의 내면에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가 공존한다는 것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신비한 소년 데미안을 만나고, 그가 들려준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통해 선과 악의 진실을 깨닫는다.


싱클레어는 상급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데미안과 헤어진다. 다시 어둠의 세계에 빠지게 된 그는 위태롭게 방황하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데미안의 편지를 받고, 참된 자아를 발견하며 자신만의 내면을 구축하는 방법을 깨우친다.



(2) 감동적인 절 또는 장


첫 장인 <두 세계>, 데미안을 만나기 전까지 11살 싱클레어가 겪었던 위기상황과 심리 묘사, 그리고 싱클레어가 살았던 동네와 집, 분위기 묘사가 특히 인상적이다. 어린 아이의 심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그린 것은 헤세 자신이 그런 상황을 당해 본 경험에서 나왔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세밀히 들여다보며 자신의 내면과 만나고, 그 경험을 인간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끌어내어 ‘두 세계-밝은 세계, 어둠의 세계’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깊은 통찰력이 참으로 부럽다.     

  

4장은 주인공이 <베아트리체>를 그리면서 여자이기도 하고 남자이기도 하고 누군가와 닮았기도 하고 또 알 수 없기도 하고..... 좌절과 방황과 탐구를 반복하며 질긴 노력 끝에 그의 첫 번째 표적을 완성한다. 싱클레어의 자아가 첫 번째 답을 제시하는 장이다. 베아트리체란 그림으로 자아의 속성, 자아의 모습을 풀어가는 이야기 방식이 재미있다.

 

   


(3) 내가 저자라면


청소년 시절, 데미안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사실 그때는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고 읽었다. 알에서 깨어나야 세상인 열린다는 새의 투쟁 이야기가 강렬하게 남았고 또, 주인공이 당하는 어린 시절의 부당한(?) 악의 세계 그림자가 정말로 싫었다. 나도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너무도 공감 가는 대목이었다.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는 알 듯 모를 듯 나에게 읽혀졌다. 


그리고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데미안을 다시 본다. 작가가 말하려는 두 세계 이야기도 자아 발견과 성장 이야기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게 들어온다. 아마도 마흔을 넘은 나이가 주는 삶의 연륜 때문일 게다. 내가 데미안을 찾은 이유는 나의 자전적 소설을 쓰기 위해 평생을 ‘성장’이란 화두에 관심을 집중한 헤르만 헤세가 다시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창조적 영감을 수혈받기로 했다. 그의 글을 읽으며 그의 글을 나의 글로 바꿔보았다. 눈은 그의 글을 따라 가지만 나의 이야기, 주인공, 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그에게 질문하면 헤세는 어김없이 어떤 영감을 던져 준다. 역시 대가에게는 배울 것이 참 많다.


아직 나는 나의 자전적 소설인 첫 책 쓰기의 완전한 방향은 잡지 못했다. 그런데 헤세가 자아 발견과 성장을 말했다면, 나는 상처받은 어린 영혼이 스스로 치유하고 위로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다.


“어떤 어려움에도 네 안에 있는 잠재력이 너를 살려 낼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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