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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0일 11시 57분 등록

                                                      너나 잘하세요                                    Oh 미경

 

언어의 궁극적인 목적은 항상 침묵이고, 침묵은 실천이다.

 

이솝은 노예다. 이솝 주인이 잔치를 하려는데 이솝에게 말했다.

“친구들을 불러서 연회를 베풀 생각이니 장에 가서 가장 좋은 것만 사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사오지 말게.”

그는 짐승의 혀만을 사서 그것을 온갖 소스를 뿌려서 요리시켰다. 전채요리고 두 번째 요리고 디저트고 간에 모든 것이 혀뿐이었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그 같은 요리를 선택한데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나 결국에는 물려 버렸다.

“내가 가장 좋은 것만 사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

 

“혀보다 더 나은 게 어디 있습니까? 혀는 시민생활을 이어주는 끈과 같은 것입니다. 학문의 열쇠이고 진리와 이성의 도구이지요. 사람들은 혀를 써서 도시국가를 건설하고 다스리며 또 가르치고 설득합니다. 의회에서 통치를 하고 모든 의무 중에 으뜸가는 제신을 찬양하고 바로 이 혀를 통해서이지요.

 

“좋다! 그러면 내일은 제일 나쁜 것을 사오너라. 오늘 왔던 손님들이 다시 올터인데 다른 식으로 대접하고 싶으니까.”

그 다음날도 이솝은 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라고 하면서 똑같은 요리만을 내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이솝은 혀를 사온다.

 

“혀는 온갖 갈등의 근원이며 송사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분열과 전쟁의 원천입니다. 혀가 진리의 도구라고들 하지만 오류의 도구이기도 하고 더 나쁜 것은 중상모략의 도구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은 혀를 써서 도시국가를 파괴하기도 하고 사악한 일들을 믿게 만듭니다. 혀가 한편으로는 신들을 찬양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들의 권능에 대한 불경한 언사를 내뱉지요. ”

 

탈무드에도 혀에 대한 경구들이 있다. 유대인들에게 이런 수수께끼가 있다.

‘사람에겐 귀가 둘, 눈이 두 개 있는데 입은 왜 하나밖에 없는가.’

‘입으로 말하기 전에 귀를 이용해 두 배로 잘 듣고, 눈을 이용해 두 배로 잘 관찰하기 위해서다.’

 

유대 속담에 ‘양쪽 귀를 거리로 기울여라’는 말이 있다. 유대인 과학자 A. 펜지어스는 자신의 발상 비밀에 대해 “난 회부에서 사물을 보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거리를 두고 사물을 보기 때문에 관찰자로서 분석할 수 있고, 넓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결과나 의미가 보이는 것이다.

 

다보기가 드디어 스무살이 되었다. 그녀의 독립을 위해서 나도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함께 살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고 간섭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난 토요일, 서울에 수업을 가야 하지만 한없이 자고 있는 다보기. 그냥 내버려두었다. 본인이 한 번 당해봐야 다음에 자신의 일도 챙겨서 할 것이 아닌가. 늦게 일어나서 선생님께 전화했다. 다보기가 부탁을 해왔다. 기차역에 데려다 달라고. 그냥 미소를 머금고 아무런 말없이 태워다주었다. 자녀가 스무살이 되니 나의 몸가짐이나 말하는 순간이 조심스러워진다.

 

지나온 일들을 반추하면서 반성한다. ‘혹여 엄마라는 이름으로 과도하게 자녀 일에 간섭은 하지 않았는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편에게 함부로 말을 하고 요구를 하지 않았는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예의를 차리고 거리를 두어야 한다. 가깝기에 함부로 말해서도 안되고 함부로 행동해서도 안된다.

입은 모든 화의 근원이며 세치 혀가 자신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나의 삶을 반성하는 의미다. 혹여 내가 혀로만 살고 몸으로 살고 있지는 않는건지.

 

말이 많다는 것은 변명을 의미한다. 나약하고 비겁하고 남루하다. 남을 살리는 혀를 사용하자. 상대가 나에게 물으러 왔을 때만 나의 생각을 대답해주면 된다. 상대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함부로 말하는 것은 오버다. 즉 필요로 하지 않는 조언을 하는 것은 오버하면서 사는 거다. 남의 인생에 간섭하는 것이다. 나에게 말하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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