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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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무엇인가?
“내가 입고 있는 옷과 갓은 세상이 알지 못하는 것이고, 그 수염과 눈썹은 천하가 처음 보는 바이며, 반남의 박씨는 중국 천하가 들어보지 못한 성씨이다. 여기서 나는 성인도 되고 부처도 되고 현자도 되고 호걸도 되려니, 이러한 미치광이 짓은 기자나 접여와 같으나 장차 어느 지기와 이지극한 즐거움을 논할 수 있으리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의 유전자에는 보헤미안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항상 떠나고 싶은 욕망을 안고 산다.
그러다가 정말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최대한 잠을 줄이고 그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봐야 한다는 지론으로 몸을 혹사시키곤 한다.
그래도 그때만큼은 피곤함도 모른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경험의 즐거움으로 고통에 대한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 같다.
여행지에서만큼은 ‘살라,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을 철저하게 실행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시한부 인생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 느낌 때문인지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한 동안은 더 열심히 일상생활에 임하게 된다.
느낌 아니까!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다. 언제나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주된 이유는, 아직은 ‘밥과 존재’의 문제가 다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시간이 주어지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지면 항상 1순위는 여행의 몫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연암의 말이 가슴을 두드린다.
여행지에서는 지금의 나를 벗어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더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변한다. 없던 용기도 생기고, 표정에는 활기가 넘친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간직한 어린 아이가 되었다가도 분위기에 맞춰 리듬도 타고 느낄 줄 아는 여성 또는 남성이 되기도 한다. 그 동안 잠들어 있던 팔색조들이 모두 기지개를 펴고 활동을 개시한다.
일상에서는 삶의 무게에 눌리고 이성으로 단단히 잘 묶어 놓았던 것들을 더 이상 통제 할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어진다. 그 시간 만큼은 자유가 허락된다.
떠나기 위해 돌아가는 것일까? 돌아가기 위해 떠나는 것일까?
상사화처럼 떠나는 것과 머무는 것은 한 자리에 있을 수 없기에 사람은 항상 한 쪽을 그리워 하면서 살게 프로그램화 되어 있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