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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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쏟아지던 강릉에서 잠시 고립을 맛봤습니다. 십 여년만의 느낌이었지요.
뜻밖의 호사를 누리며 굽이치는 바다와 쏟아지는 눈과 푸른 물컵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싯구절,
오늘은 이시를 나누고자 합니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詩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 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로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곱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그러나 온갖 관계를 피해 고립을 원해 정작 '홀로' 가 되어도 또다시 그곳에서 하다못해 사물과라도 관계를 맺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우리와 맺고 있는 모든 관계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 맺어진 관계입니다. 그러니 어찌 그 관계가 축복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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