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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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있었던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출간기념회에는 방송인 이희구님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구본형 선생님과 이희구님의 인연, 궁금하시죠?
출간기념회에 못 오신 분들을 위해 그녀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EBS FM 라디오 <고전읽기>를 구본형 선생님과 함께 진행했던 방송인 이희구입니다. 제가 30년 넘게 방송을 했지만 구선생님과의 방송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사실 선생님은 방송이 처음이시라 서투른 부분이 많으셨죠. 방송 중에 마이크에 잡음(?)을 많이 넣으셔서 오디오 편집 때 제작진이 손을 많이 봐야 했어요. 하지만 저는 선생님과의 방송이 너무 즐거웠어요. 선생님은 어려운 고전을 저와 같은 초보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너무나도 잘 풀어 주셨어요. 선생님이 방송을 그만 두신 후 제가 다른 분들과 <고전읽기>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선생님처럼 해주시는 분은 없으셨어요. 제 눈이 너~~무 높아져서 다른 분들과는 도저히 방송을 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지금은 방송을 쉬고 있어요.(웃음) 선생님 같은 분을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선생님과 방송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할까요? 어느 겨울 날 제가 앙고라 니트를 입고 방송을 하러 왔어요. 그런데 밀폐된 스튜디오 안에서 털이 날리는 바람에 갑자기 기침이 심하게 나는 거에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생방송 도중에 제가 마이크를 내려 놓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 순간 선생님께서 마이크를 받아서 진행을 해주시는 거에요. 노래를 소개할 순서였는데 덕분에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었죠. 나중에 선생님이 그러시는 거에요. ‘난 아무래도 노래 소개는 안 되는 것 같아.’ 함께 웃던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가양’이라는 호를 지어주셨어요. 무슨 뜻이냐구요? ‘매일 집에 붙어 있는 여자’라는 뜻이에요. 제가 외출도 안 하고 매일 집과 방송국에만 왔다 갔다 하니까 선생님께서 저에게 집의 향기가 난다고 붙여주신 호랍니다. 제가 아직 결혼을 못해서 선생님께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랬더니 ‘우리 연구원들은 여자들은 아주 괜찮은데 남자들은 변변치 않아서 안돼’라고 하시더군요. 하하하하
오늘 새벽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을 읽으며 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책에서 선생님의 음성이 그대로 들리는 것 같은 거 있죠?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면서 박미옥, 정재엽 연구원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까 생각했어요. 이 사람들이 정말 미쳤구나(!) 생각했지요. 방송을 이렇게 멋진 책으로 만들어 주신 많은 분들의 노고에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저 역시 이 책의 홍보대사로 더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알리는 작업에 동참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응원할게요.
글 & 사진 : 7기 연구원 유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