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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7일 09시 37분 등록

설 명절 지난 며칠 후, 큰 아버지와 큰 어머니를 찾아 뵈었다. 동갑내기인 두 분은 몇 해 전 팔순이 넘었다. 팔 남매를 두었으며 어느새 외증조부, 외증조모가 되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자식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던 분이셨다. 지금도 사십에 낳은 막내가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아 걱정을 한다. 작년에는 딸 (내게는 사촌 여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나 쓰라린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신다. 노화도 소리 없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고왔던 큰 어머니 얼굴에는 쪼글쪼글 주름이 지고 군데군데 검버섯이 피어났다. 관절염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니신다. 큰 아버지는 등까지 굽어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총기(聰氣)도 여전했다. 삶의 목적의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식들이 장성했지만 여느 부모처럼 자식을 향한 사랑이 애틋하다. 두 분이 자식들간의 우애를 다져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집 근처 장남이 하는 음식점에 매일 들려 소일거리를 하고 뒤늦게 시작한 종교활동도 적극적이다. 신도들과 교류도 하며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문득 60대 후반에 우울증과 고독으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찾지 못해 70대 초반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80대의 노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어떨까.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서 어느 한 지역에 거주하는 80대 노인들을 상대로 그들이 갖는 불만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바 있다. 불만 중 하나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을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아프고 허약해 곧 죽을 사람들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로부터 인정 받고 환영 받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일자리가 없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80대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자신이 어떤 일자리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능히 그 일을 해낼 수 있고 자격조건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80대라도 어떻게 몸과 마음을 관리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역동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삶의 의지나 희망을 포기하고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생전의 아버지는 일손을 완전히 놓은 후 ,삶의 의욕과 목적의식을 상실했다.    

 

80대 노인들의 불만사항을 보면서 하물며 50대 중년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오십 대에 들어서면 인생의 또 다른 전환을 맞는다. 직장에서, 가정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보는 시기이다. 퇴직에 이은 실직이 현실로 다가온다. 자녀들도 성인으로 성장해 부모 곁을 떠난다. 부부관계도 애틋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의 권태와 무기력이 찾아온다. 새로운 인생의 지도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우울과 좌절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지 모른다. 다시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꿈은 젊은이들한테만 허락된 것은 아니다. 마흔 이후 중년이라도 꿈을 꿀 수 있다.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열정과 동기가 있어야 한다. 20년 또는 30년 넘게 한 분야에 종사를 했으면 이제는 새로운 분야에서 또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흥분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 동안의 경험과 지식이 사장되지는 않는다.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을 활용할 기회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 오십 대의 퇴직 후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암울하게 보인다.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인생의 패배자처럼 느껴진다. 무능함과 무기력에 자신감이 없어진다. 잠시 고통을 잊기 위해 재취업을 해도 그리 오래지 않아 다시 나올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 앉으면 쇠락의 길로 간다. 인생의 흥망성쇠를 피할 수 없고 살아가면서  오름과 내리막 있지 만, 오십에 영원한 쇠퇴의 길로 들어서기에는 자기 파괴적이고 자신의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지만  중년 한 시기, 특히 퇴직 후의 시기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다. 싦든 좋든 선택을 해야 한다. 아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누가 좌절과 무기력으로 점철된 쇠퇴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남은 인생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열정과 도전으로 새로운 도약을 하는 것이다.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 결과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 꿈을 추구하다 보면 어느 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빛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고독과 우울속에 패배감과 무기력으로 하루하루 사는 고통보다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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