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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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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7일 11시 56분 등록

 

 

칼럼10. 글쓰기 & 책쓰기

--- 그 나물에 그 밥특별 요리 비법

1. 큰세프 작가seo'컨셉' 구라떨기

2. 추억의 반추-이야기 습작 중

3. 헤세, ‘난 수레바퀴 아래서라도 살아남을 래요

4.

 

 

 

 

                             *  *  *  * *

 

 

지난 주 내내  무척 힘들었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으며 너무 감정 이입이 컸던 게다.

게다가 중 2 올라가는 딸 아이가 나더러 대화 좀 하자고 면담신청이 들어왔다.

'요즘 자기는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모르겠고 자신이 마냥 싫고 아무 것도 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헤르만 헤세를 읽는 내내, 경쟁으로 치닫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 좌절감 느끼고

또 나 역시 나 자신을 돌아보며 책을 제대로 쓸 수 있을 지, 이 세상에 제대로(?) 살아남을지 하는 불안감에

감감한 한 주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아이의 심정 토로는 온통 내 머리 속을 범벅으로 만들고 말았다.

 

나는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어딘가 도망가서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쉬고 싶은 심정이었다.  살면서 가끔,  아니 자주 이런 감정을 느낄 때가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다.  나는 언제부터 이런 감정을 느꼈고 이런 감정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궁금해졌다.  거기에서 무언가 해답이 있고 사랑하는 딸아이에게도 '어떤' 말을 들려줄 수 있을 듯 했지만,  나는 아이의 심정 토로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렇구나'하며 들어줄 뿐,  나는 태양처럼 아이를 그윽하게 비쳐주며 아이 속에 품고 있는 어떤 방향으로 아이가 자라나도록 힘을 써주는 그건 엄마는 되지 못했다.  나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부모는 자식에게 태양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아이는 해바라기처럼 태양이 비춰주는 삶의 자양분을 죽죽 빨아먹으며 자신이 햇살의 도움을 받았는지 어떤지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자기 안에 품고있는 삶의 씨앗을  스스로 키워가는 것이라고.  

 

나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었지만 내 모습은 그런 부모 모습이 아닐 때가 더 많았다. 

특히 이번 주 내내,  헤르만 헤세가 들려주는  소위, 그의 자가치유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으며  나는 책에서 에너지를 얻기 보다는 그간 축적해 놓은 내 에너지 빠져 쑤욱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헤세는 그 소설 쓰고 치유를 얻었는 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내 안에 어루만져줘야 할 어린 아이가 있음을  발견한다. 한 주 내내 감정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내 안에 무엇을 들여다 보아야  내가 휘둘리지 않을까?

 

 

어떤 상황을 마주할 때,  '어쩔겨? 그냥 되는 대로 하면 되지!"하며 배 째라는 식의 용감함도 가끔씩 내 안에서 튀어 나오지만 늘 삶은 나에게 묵직한 고통과 불안을 들이밀며 나를 시험한다.  기쁨도 고통도 함께 존재하는 것이 삶이라고 하지만,   삶의 어느 지점 부터 오르락 내리락 롤러코스트를 타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둘리는 나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내가 가끔 불안하다.  특히 중2 올라가는 딸 아이의 최근 심정토로는  엄마로서 이 경쟁 사회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 지 몰라 나도 해매게 된다.  이럴 때는 자괴감에 빠진다. 들어주는 것 외에 내가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없음을 발견할 때면 더욱 불안이 몰려온다. 

 

   

나는 지난 주 내내 헤세가 미웠다.

그 잘났고 섬세한 묘사 표현으로,  해맑고 영특했던 주인공 소년 하나를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한 채,  죽음으로 내몰아버리는 그의 소설이 참으로 원망스럽고 잔인했다.  그는 왜 주인공을 살려내지 않고 차라리 죽음 안에 쉬게 만들었을까?  헤세 자신은 신학교를 뛰쳐나와 '시인 외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시계 수리공으로 서점 점원으로 일하며 자기만의 길을 꿋꿋히 걸어가지 않았는가?

 

나는 어쩌면 '힘을 주는'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만을 듣고 싶었는 지 모르겠다.  처절한 현실 묘사는 희망조차 짓밟아버리는 잔인함이 있기에.  헤세의 소설은 뛰어나고 훌륭했지만 참으로 아프다.  길이 없다. 나는 헤세처럼 쓰지 않을 것이다.  무언가  희망을 잡고 싶다.

 

어린 시절,  내가 힘들 때면  즐겨하는 나만의 놀이가 있었다. 

어린 영혼에 상처가 났을 때는 내 안에 숨어있는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건다.  "그것을 해...그것을 하란 말이야.."  나는 혼자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계단을 오르 내리고 춤을 추고 난간을 탄다.  내가 재미를 느끼고 잘 하고 싶고 잘 한다고 믿고 싶은 어떤 놀이가 나를 버티게 했다.   나는 알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려면 조금은 독한 용기가 필요한 것도.   내가 원하는 것은 가끔은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하려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반 협박하며 저지하는 엄마의 갈라지는 목소리도 견뎌내야 한다.  어른에게 휘둘리지 않는 아이가 되어야 한다.  어른에게 맞서는 것, 그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나를 감싸주는 포근한 어른도 있지만 세상은,  부모님은,  학교 선생님은 그렇지 못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른에게, 세상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린 아이일 지라도 내 안의 목소리가 명령하는 것을 잘 따를 수 있다면 언제나 불안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을 살아 갈 내공이 생기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에게는 '길잡이'가 필요하다. 

아직 어리고 여린 영혼을 지켜 줄  태양처럼 따뜻하며 그저 비춰줄 뿐인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  그것은 부모일 수도 있고 좋은 스승일 수도 있고 늘 미소 지어주는 이웃 집 할머니일 수도 있다.   아이만의 놀이일 수 있고 마음껏 뛰어놀 들판일 수도 있다.  포드라운 털올 얼굴을 부벼대는 강아지일 수도 있고 친구의 활짝 웃은 미소일 수도 있다.  아이가 첫 관계를 맺는 엄마와의 사랑 나눔이 아이의 자존감과 정서 안정에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심리학에서는 말하지만,  이 세상에는 그건 첫 관계를 맺지 못한 아이들이 허다하다.  나는 아이가 세상 속 어려움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며 자라나는 힘을 아이의 잠재력,  재능에서 본다.  그 부분만 꺾지 않고 자라나게 시간을 주고 여유를 주면,  모든 아이들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위로하며 자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내 어린 시절에서 그것을 배웠고 그 이야기를 내 딸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다.  나만의 색을 담은 자전적 소설로.     

     

 

헤세는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줄기가 잘린 나무는 뿌리 가까이에게 새순이 싹튼다.

상처 입은 영혼은 이와 같이 봄같은 그 시절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새순이 상처를 치유하는 새 희망처럼 자란다고 해도 ,  다시 제대로 된 나무가 되지는 못한다."

 

 

그는 '다시 제대로 된 나무가 되지 못한다'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헤세는 죽기 직전의 주인공 한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경쇠약에 걸린 주인공 한스는  잃어버린 어린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휩싸여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추억의 숲속을 헤매인다.  한스는 어린시절 가졌던 직접 체험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그 추억들은 지나치게 강하고 또렷히 현재의 일처럼 떠오른다.  그것은 삶의 '열정, 재미' 그 자체였으며 억압과 탐욕으로 망가진 자신을 샘물처럼 뚫어 주듯 마음 속에 솟구쳐 오른다."

 

하지만,  헤세는  마음 속에 솟구치는 어린 시절의 샘물은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자라게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다시 제대로 된 나무를 만들지 못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는 그는 아주 가볍운 깃털처럼 주인공 한스를 죽여버린다.  아무 의미 없는 존재로 버려진 것 처럼.  왜 그랬을까?  왜  헤세는 '제대로 된 나무가 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본래 없던 존재처럼 주인공을 죽여버릴까?  나는 이 대목에서 헤세 자신 안에 곪아있는 아픈 상처를 본다.  그리고 단 한번도 제대로 폭발시켜 버리지 못한 착한 천재, 헤세의 분노를 본다.  천재적인 모범생 가면을 완전히 던져 버리지 못했던 헤세는,  이 소설을 통해서 잔인하게 한번쯤 주인공 한스, 즉 헤세 자신을 죽여버려야 했을 것이다.  그래야 세상에 복수 할 수 있었기에. 그래야  헤세 자신이 다시 태어날 수 있었기에.  책을 통해 털어놓는 헤세의 성토를  가슴으로 느끼고 읽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아픔을 나눠가진 만큼 우울하고 무거워졌다.  아마 이 소설을 쓰고 헤세 자신은 좀 가벼워졌을 것이다.       

 

 

나는 헤세 그와는 달리, 봄같은 시절로 돌아가서 새순이 상처를 치유하듯 새 희망에 자라나고 싶다.

나무 역시 매 순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법이다.  나는 헤세에게 말하고 싶다. "본디 제대로 된 나무는 없다"고.  매 순간을 이겨내고 살아내며 내 안의 생명력을 질기기 이어가는 것이다.  어린시절 가지고 놀았던  신나고 재미났던 내 안에 잠재한  놀이감을 한껏 뿜어내며.  이 사실을 나는 소설로 쓰고 싶다.  헤세가 <수레바퀴 아래서> 소설 한 편 쓰고  읽는 독자에게 자신의 아픔을 툴툴 털어내고 자기 스스로는 좀 개운해졌을지는 몰라도, 읽은 독자 중 한 사람인 나는 마음이 감감하며 우울해졌다는 사실을 그에게 따지고 싶다. 나는 희망과 재미를 담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 있더라도.   

 

 

아이가 내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 지 하루가 지났다.

나는 아침에 늦잠자는 아이를 깨우지 않았다.  계획대로 다시 시작할 학기 공부 예습을 하라고 권유하지도 않았다.  하루종일 그냥  놔둘 생각이다.  나의 중학시절을 되돌아 본다.  그 시절,  미칠 것 같이 터져나오던 가슴 속 에너지가  지금 내 가슴을 쿵쿵거리게 한다.  어디로 솟구쳐야 몰라 당황했던 사춘기 시절,  우리 때는 그래도 요즘처럼 팍팍하지는 않았다.  나는 내 아이를 믿는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다시 살아나서 신나게 무언가를 하리라는 것을.

 

지금 아이는 영화 '레미제라블' 를 보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고 춤추기를 좋아하는 아이.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딸 아이에 배터리 충전기가 되어 주고 있다.

감성을 녹여드는 목소리와 멜로디를 들으며 따라 부르는 아이.

 

내가 어린시절에 끊임없이 난간을 타고 어딘가에 기어오르고 물구나무 서며 나를 위로하고 살려냈듯이

딸 아이는 혼자 노래를 따라 부르며  경쟁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북한 김정일도 무서워서 안 쳐들어온다고 알려져 있는

이른바,  질풍노도의 절정인 '중2'를 살아가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서 스스로 위로받으며,  아이는 지금 배터리 충전  중이다.

 

 

                                                                                                                                    2014년 2월 17일

                                                                                                                                    서은경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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