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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5일 05시 54분 등록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고려대학교출판부와 기파랑에서 출판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작년 EBS 라디오에서사부님께서 진행하셨던 '고전읽기' 방송 내용을 참고하여 정리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박정미 옮김/기파랑

*구본형의 마지막수업

-Chater 1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생각정원

 

 

1.    저자에 대하여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1875년에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1886년 부친의 권유로 육군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감상적인 연애시를 쓰기 시작했다.

 

초기 작품으로 엮어진 <기도시집>을 출간한 이래 <형상시집>, <말테의 수기> 등을 선보였고, 말련의 역작인 <두이노의 비가>, <오르포이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서는 죽음으로써 삶을 완성하는 존재의 새로운 정치를 개척하였다. 끊임없는 방랑 속에서 살았고, 2천 편이 넘는 시와 단편소설, 희곡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1926 12월 스위스에서 5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1)

: 당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십시오. 당신에게 글을 쓰게 하는 근원을 탐구하십시오. 글쓰기가 좌절되었을 때 과연 죽을 수 밖에 없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무엇보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깊은 밤 가장 조용한 시간에 스스로 물어보십시오. 나는 글을 써야 하는가? 깊은 답을 찾아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드십시오. 이 심각한 질문에 대하여 강력하고 단순하게 나는 써야만 한다라는 말로 응답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을 그 필연성 위에 따라 세우십시오.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해주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진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가을날을 들어봤습니다.

저희가 10월의 주제 젊음하면서 첫번째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책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요. 그래서 릴케의 가장 대표적인 시라고 할 수 있는 시를 들어봤는데 라이너 마리아 릴케, 도대체 어떤 시인인가요?

 

1875년에 프라하에서 태어납니다. 프라하는 이 당시에 독일령 뭰헨의 수도였죠. 그리고 나서 매우 병약했는데요. 그러나 이제 사관학교에 아버지의 권유로 들어가게 됩니다. 잘 못견디죠. 그래서 1년 좀 지나서 나오게 되고 그러나 그때부터 시작(詩作) 시작을 합니다. 그때부터 시를 짓고 19세에 첫 번째 시집 인생과 소곡이라고 하는 것이 출간이 됩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에 자기보다 14살이나 많은 루 살로메라고 하는 무척 매력적인 여인을 만나서 자기의 인생이 바뀌게 되는데 이 루 살로메와 릴케의 이야기는 우리가 조금 더 흥미진진하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20대 후반이 되어 12년 동안 파리 생활을 하면서 드디어 인생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로댕을 만나게 되고 이때부터 자신의 시인으로서의 길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다시 클라라 베스트호프라고 하는 로댕의 제자와 결혼도 하게 됩니다.

 

1910년에 6년에 걸쳐서 말테의 수기를 쓰게 되는데요. 이 말테의 수기는 사실은 여기서 한번 다뤄보고 싶은 아주 중요한 젊은 날의 방황기죠. 파리 생활을 중심으로 한. 6년 간에 걸친 수기를 쓰기 되는데 수기처럼 보이는 사시 자서전적인 장편 소설이에요. 단편들이 막 묶여져 있는 소설이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구요. 그리고 비가의 세계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또 한명의 여인 마리 탁시스 후작부인을 만나면서 다시 창작의 불꽃 속에 자기를 던지게 되면서 두이노의 비가를 쓰게 되죠.

 

내 눈빛을 꺼 주소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 눈빛을 꺼 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아 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밤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부러뜨려 주소서, 나는 손으로 하듯 내 가슴으로 당신을 끌어안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막아주소서, 그러면 나의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

내 뇌에 불을 지르면, 나는 당신을 피에 실어 나르겠습니다.

 

: 릴케의 주위에는 여러명의 여자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이 여인만큼 릴케의 영혼을 감동시킨 여인은 없었습니다. 22살에 36살 즉, 14살의 연상의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이 루 살로메는 그 당시의 지적 세계를 흔들고 있던 여인이었습니다. 릴케만 좋아한 건 아니었구요. 러시아 장군의 딸이었는데 젊어서 취리히에 공부를 하러 왔어요. 그 당시에는 폐병에 걸려있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흰 얼굴이 더 희게 보여서 매우 주목하게 됐었구요. 키가 크고 몸매도 아주 날렵합니다. 그리고 지적으로 튀어나온 이마에다가 아주 도발적인 입술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묘사만 해도 벌써 굉장히 매력적인 여인이구나. 겉에서 볼 때도.. 거기다가 이 눈빛도 깊고 빛나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라고 얘기해요. 그래서 릴케 뿐만 아니라 니체도 이 여인에게 반했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선 프로이트도프로이트의 제자를 하게 되는데 프로이트도 이 여인에게 매우 깊은 연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이렇게 보여요. 어쨌든 남편은 결혼을 해서 칼 안드레아스라고 하는 언어학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좋은 부부로써 살았어요. 그렇지만 루 살로메는 여러 스캔들에 늘 남자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런 입장이었지만 육체적으로는 굉장히 엄격하게 지내서 다행히도 수많은 남자들과 정신적인 교류들을 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릴케 역시 연인으로써, 스승으로써, 이 루 살로메에게 많이 경도되게 되죠.

 

: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랑과 우정과 묘한 것들이 끊겨지진 않고요. 맨 마지막에 릴케가 죽기 바로 전에 마지막 편지를 쓰게 되는데 구술로 쓴 편지가 바로 이 루 살로메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그래서 시작도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여로 시작하고 끝날 때도 나의 사랑하는 사람으로 끝나는 영원한 연인이었죠.

: 예술가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계기를 줄 수 있는 여자이라면 보통 매력을 가진

: 보통이 아니죠. 서로가 서로에게 당신만이 나의 진실입니다. 라고 얘기를 했었죠.

: 릴케가 사랑이란 소유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 그래요. 맞아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저럴 수 없는 것이죠.

: 릴케는요. 시와 산문, 희곡 등 아주 위대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것이 연작시 두이노의 비가입니다. 릴케 미학의 완성품으로 불리는 두이노의 비가 들어보시죠.

 

두이노의 비가 : 1비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내가 이렇게 소리친 들 천사의 계열 중 대체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

한 천사가 느닷없이 나를 가슴에 끌어안으며

나보다 강한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 쓰러지고 말텐데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뎌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임으로

우리 이처럼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를 파멸시키는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나 이러한 심정으로 어두운 흐느낌의 유혹소리를 집어 삼키는데

, 대체 우리는 그 누구를 필요로 하는가

천사들도 아니고 인간들도 아니다

영리한 짐승들은 해석된 세계 속에 사는 우리가 마음 편치 않음을 벌써 느끼고 있다

우리에게 산등성이 나무 한 그루 남아 있어 날마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건 어제의 거리와

우리가 좋아하는 습관의 뒤틀린 맹종

그것은 남아 떠나지 않았다.

, 그리고 밤, 밤 우주로 가득 찬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파먹어 들어가면

누구에겐들 밤 만이 남지 않으랴

그토록 그리워 하던 밤. 쓸쓸한 이의 가슴 앞에 힘겹게 서 있는

약간의 환멸을 느끼는 밤

밤은 사랑하는 이들한테는 더 쉬울까

, 그들은 그저 몸을 합쳐 그들의 운명을 가리고 있구나

너는 아직 그것을 모르는가

우리가 숨쉬는 공간을 향해 한아름 네 공허를 던져라

그러면 새들은 더욱 당차게 날개 짓하며 

넓어진 대기를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파리 1903. 2. 17

당신의 시에 대해서는 내가 간섭할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어떤 비평도 나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예술 작품을 접하는데 비평의 언사보다 해로운 것은 없습니다.

비평이 언제나 크고 작은 오해로 끝나고 마는 것은 차라리 다행입니다.

모든 사물들은 우리가 대체로 그러려니 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파악되거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물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것들은 어떤 말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공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보다 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예술작품들이며 이 예술품들은 우리의 삶이 덧없이 흘러갈지라도 그 생명을 지속하는 신비로운 존재들입니다.

 

당신은 시선을 밖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아무도 당신을 충고하거나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말입니다. 오직 한 가지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당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십시오. 당신에게 글을 쓰도록 명령하는 그 근거를 탐구하십시오. 그 근거가 당신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글쓰기가 좌절되었을 때 과연 죽을 수 밖에 없는지를 스스로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무엇보다도 이것이 중요합니다. 깊은 밤 가장 조용한 시간에 스스로 물어보십시오. 나는 글을 써야 하는가? 답을 찾아 당신의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십시오. 그리고 그 답이 긍정적이라면, 당신이 그 심각한 질문을 강력하고 단순하게 나는 써야만 한다는 말로 응답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을 그 필연성에 따라 세우십시오. 당신의 삶은 아주 하찮고 무심한 순간까지도 이 충동의 표시와 증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자연에 다가가십시오. 그러고는 당신이 보고, 체험하고, 사랑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마치 최초의 인간처럼 말해보십시오. 제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충고는 이것밖에 없습니다.

 

당신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당신의 삶이 흘러나오고 있는 그 깊은 곳을 살펴보라. 그 근원에서 당신은 창작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 답이 어떠한 것이든 그것을 해석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오. 어쩌면 당신이 예술가의 소명을 받을 것으로 입증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밖에서 주어질 수 있는 어떠한 대가를 묻지 말고 그 짐과 크기를 짊어지십시오. 창조하는 사람은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가 되어야 하며, 모든 것을 자기 자신 안에서 그리고 그가 연결되어 있는 자연 안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당신이 이처럼 당신의 내면으로 당신의 고독 속으로 내려갔다가 시인이 되기를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더라도 내가 당신에게 부탁하는 이러한 내면 성찰이 헛된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당신의 인생은 거기서부터 고유한 길을 찾게 될 것입니다.

 

끝으로 당신에게 충고하고 싶었던 것은 당신의 발전 과정을 조용하고 진지하게 성숙시켜 나아가라는 것입니다. 바깥으로 시선을 향하고 바깥에서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심하게 당신의 발전을 해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문들은 오직 당신의 가장 고요한 시간에 가장 내밀한 감정만이 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북소리에 발 맞춰가지 마라. 네 내면의 북소리 그 북소리에 발자국을 맞춰서 네 길을 가라. 네 삶을 살아라. 이 병약에 보이는 이 외소한 릴케의 이 목소리 속에서 아주 웅장함이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이 첫 번째 편지가 바로 그 얘기 입니다. 비평 우스운 얘기다. 그 비평이 네 속에서 나오고 있는 함성을 막는 일을 하지 말아라. 네 속에서 내면을 보고 그리고 너의 작품을 써라. 이런 이야기죠. 이 이야기는 젊은이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그 일,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느냐 그러면 그 일을 해라 그 위에 네 미래를 건설해라. 그런 뜻이죠.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2)

 

: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계산하거나 헤아리지 않는다는 것. 나무처럼 성숙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나무는 수액을 재촉하지 않고, 봄날의 폭풍 속에서도 안심하고 서있습니다. 그 폭풍 뒤에 여름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여름은 그래도 오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피사 근교 비아레조 – 1903 4 5

친애하고 존경하는 카프스씨,

 

나는 오늘 당신에게 두 가지만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그 첫째는 반어법입니다. 반어법의 지배를 받지 마십시오. 특히 비창조적인 순간에는 그러지 마십시오. 창조적인 순간에는 삶을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으로 그것을 사용해 보십시오. 순수하게 사용한다면 그것도 순수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 반어법에 너무 익숙하다고 느낀다면 그것과의 친숙성이 점점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십시오. 그런 다음 크고 심각한 대상들로 눈을 돌리십시오. 그 앞에서 반어법은 작아지고, 매우 난처한 것이 될 것입니다. 사물의 깊이를 추구하십시오. 반어법은 결코 그곳까지 내려가지 않습니다. 당신이 반어법으로 위대한 일의 언저리까지 가게 된다면 이러한 방식의 이해가 당신 본질의 필연성에서 나온 것인지를 실험해보십시오. 왜냐하면 심각한 사물들의 영향 아래에서 반어법은 우연한 것일 경우, 당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거나 실제로 당신이 타고난 것일 경우, 더욱 강해져서 하나의 진지한 연장이 되어 당신의 예술을 만들 때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여러 가지 수단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내가 오늘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둘째는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내가 가진 모든 책들 가운데 내게 꼭 필요한 책은 몇 가지가 안 됩니다. 그 중의 두 가지는 내가 어디에 있는 언제나 내가 지니고 있는 물건들 가운데 있습니다.

 

: 로댕하고의 인연은 매우 중요한 만남이에요. 아마 그 릴케가 여러 사람들의 선생들을 보게 되는데 그 중에 대단히 존경하는 스승으로서의 만남은 이 로댕하고의 만남입니다. 그래서 이 로댕하고는 로댕의 비서로서 같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 로댕이 엄청난 일 벌레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그 속에서 우리가 introduction에서 얘기했던 그것을 느끼게 돼요. , 봄이 왔을 때 초조해하지 말아라. 초조해하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여름이 오고, 그 여름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도 예술가로서 초조할 필요 없다. 자빠지고 깨지고 그러더라도 언젠가 시간이 되면 그 자리에 가 있을 거다. 근데 어쩌면 독자들이 오늘릴케가 가을처럼 이렇게 글쓰는 법 뭐 이런 것에서만 얘기하니까 이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자꾸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 똑같이 한번 대입해 보는 거에요. 내가 지금 어떤 마케팅 전문가로 일을 하고 있거나 또는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내가 화가로 일을 하고 있거나 내가 뭘 하고 있던지 간에 나에게도 이러한 인내와 열정들 속에서 시간이 지나게 되면 뭔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될 거다. 그러면서 나는 그 길을 내 길이라고 생각하고 걷게 될 거다. 이게 똑 같은 성장의 과정이거든요.

 

될 수 있는 대로 미학적 비평문을 읽지 마십시오. 그것들은 생명 없이 경직되어 돌처럼 딱딱하고 무의미한 편파적 견해이거나 오늘은 이랬다 내일은 저랬다 하는 교묘한 언어 유희에 지나지 않습니다. 예술작품은 한없이 고독한 것이며 그 무엇보다도 비평으로는 그것에 다가갈 수 없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예술작품을 이해할 수 있고, 간직할 수 있으며 예술작품에 대해 올바를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설명이나 서평 또는 소개의 글을 읽더라도 그때마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느낌이 더 옳다고 생각하십시오. 설사 당신이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신 내면의 생명이 자연스럽게 성장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신을 천천히 다른 인식으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당신의 판단이 방해를 받지 않고 나름대로 조용히 발전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그런 발전은 모든 진전과 마찬가지로 깊은 내면에서 나와야 하며,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억압되거나 재촉 당할 수 없습니다. 견디고 잉태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인상과 감정의 모든 싹이 온전히 가슴 속에서, 어둠 속에서, 무의식 속에서, 이성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어떤 불가사의 속에서 완성되도록 하고 깊이 겸허한 마음과 인내심을 지내고 새로운 명징성이 분만되는 시간을 기다리십시오. 그것이 바로 예술적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이해할 때도 그렇고 창작을 할 때에도 그렇습니다. 거기엔 시간으로 재는 것도 없으며, 세월도 소용없습니다. 10년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계산하거나 헤아리지 않는다는 것, 나무처럼 성숙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나무는 수액을 재촉하지 않고 봄날의 폭풍 속에도 안심하고 서서 그 폭풍 뒤에 여름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따위의 불안을 갖지 않습니다. 여름은 그래도 옵니다. 그러나 여름은 마치, 영원히 앞에 놓여 있기라도 하듯이 그렇게 근심 없이 조용히 오래 참는 자에게 옵니다. 나는 그것을 매일 그리고 고통들 가운데서 배웁니다. 나는 그 고통들이 고맙습니다. 인내, 그것이 전부입니다.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3)

 

: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세요. 그러면 먼 미래에 어느 날일지는 모르지만 그 질문의 해답 속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기파랑 pg 39
고통에 짓눌리고 지친 몸으로 열흘 전쯤 파리를 떠나 북쪽의 탁 트인 평야로 왔습니다. 이곳의 드넓음과 고요함 그리고 하늘이 나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여기로 오는 내내 비가 줄기차게 내리더니 오늘에서야 날이 개어 거친 바람이 불어대는 땅 위에 햇살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밝아진 이 순간을 틈타 당신에게 안부를 전하기로 했습니다.

 

기파랑 pg 40~41

그렇지만 당신이 지금 내 눈을 편히 쉬게 해주고 있는 것과 유사한 대상에 의지한다면 해결책이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당신이 자연에, 그리고 자연의 단순한 것에, 거의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작으면서도 크고 무한한 것이 될 수 있는 것에 의지한다면, 당신이 하찮은 것에 그와 같은 애정을 갖고 아주 소박하게 이용자로써 빈약해 보이는 것에 신뢰를 얻고자 노력한다면, 모든 것이 더 쉽고 조화로워지며 어딘가 모르게 더 유화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깜짝 놀라 뒤에서 멈칫거리는 이성이 아니라, 당신 내면의 가장 깊은 의식 속에서 그런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기파랑 Pg. 41~40

당신은 너무나 젊고 무엇보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당신 마음 속에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잠겨 있는 방이나 낯선 언어로 쓰인 책과 같이 의문 자체를 즐기도록 노력해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를 답을 구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그런 식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무엇이든 지속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계속 의문을 가져 보십시오. 그러다 보면 먼 어느 날엔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해답 안으로 들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당신한테는 기쁨이 넘치고 순수한 방식으로 삶을 발전시키고 조형해나갈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자신을 키워나가되, 큰 믿음을 가지고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오로지 당신의 의지나 내면의 어떤 위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거부감을 갖지 마십시오.

 

기파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g. 42~47

남자와 여자가 그릇된 감정이나 불만에서 벗어나 반대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형제나 이웃으로서 서로를 찾고 또 자신에게 부과된 성의 무게를 진지하고 참을성 있게 같이 짊어지기 위해 인간으로서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 , 이 이야기는 생산과 창조라고 하는 문맥으로 이해해야 할 겁니다. 그러니까 여성이 가지고 있는 모성은 역시 아이를 낳는 힘생명을 품었다가 생명을 잉태하고 낳게 되는 이런 힘들을 이제 얘기하는 건데남성은 그게 없죠. 남성은 그게 없지만 그러나 거기에 준하는 또 위대한 작품들을 창작해 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니까 이제 바로 이러한 것을 출산해낸다 그러면 남자 역시 생명에 준하는 그런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모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래서 릴케는 늘 그런 것을 얘기해요.  모든 것은 가슴 속에 품어 잉태하였다가 산달이 되면 분만하는 것이다. 남자도 그럴 수 있다.” 자기의 시() 가 바로 이 산달이 돼서 분만되어 나온 생명이라는 것이죠.

 

기파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g. 47~49

고독한 자는 언젠가 많은 사람들한테 가능해질지도 모를 것을 지금부터 미리 준비할 수 있고 실수가 적은 자신의 손으로 일구어낼 수 있습니다…(중략)

내 모든 바람은 당신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으며, 나의 믿음이 당신과 늘 함께 합니다.

-       당신의 라이너 마리아 릴케

 

: 그렇죠. 이제 여러 종류의 표현들을 하고 있는데 음이 고독이라고 하는 것을 사랑하고 고독이 만들어 낸 고통을 즐겨라. 이 속에서 이 고통은 아름다운 비탄의 소리를 낼 텐데 이것이 바로 시().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하죠. 그런가 하면, 가까운 사람이 멀어질 때 우리는 고독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도 또한 괴로워하지 마라. 네 세계가 넓어지면마치 한번 그런 상상을 해보는 거죠. 공간이 좁은 공간에 촘촘하게 있을 때는 마치 너하고 나하고 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데 내가 있는 공간이 밑에서부터 쭈~욱 쭉쭉 넓어지면 내가 가깝다고 느꼈던 그 사람도 저 ~멀리 서서히 멀어져 가잖아요. 그럴 때 .. 나는 이제 정말 고독해졌다. 저 사람과 멀어졌구나.”이렇게 생각하지 마라. 그건 네가 정신적으로 성장한 거다. 네가 성장을 기뻐하고 축하해줘라. 이게 이제 릴케가 얘기하는 고독이죠. 그래서 아무하고도 같이 갈 수 없는 너 만의 길, 거기에 들어섰다고 하는 것이 바로 성장이고, 고독이 갔다 준 선물이다.  이렇게 얘기하죠.

 

로마 1903 10 29

기파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g. 51~55

 

또 하나의 젊음

처음 비포장 도로를 달린 우리는 잔뜩 주눅이 들었다.

하루 만에 무려 아홉 번이나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던 것이다.

 

: 샤르트르가 20세가 최고의 인물이라고 꼽았던 체 게바라, 그가 부유한 가정에서 몸이 약한 아이로 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그러나 스물 세 살이 되던 해 체 게바라는 책 속에서 알게 된 더 넓은 세상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 500cc짜리 고물 오토바이 한 대를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하루에 아홉 번이나 바닥에 나동그라졌습니다. 9개월 간의 여행이 끝난 다음, 그러나 이 청년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떠날 때 나는 사라지고 없다.” 그 동안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할 줄 알게 되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었던 것을 말합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미지의 세상을 향해서 여행을 시작했던 체 게바라. 삶의 혁명을 일으켰던 그 젊음의 순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4)

 

: 미래는 그것이 생기기 훨씬 전에 미리 우리 내부로 들어와 변화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운명이 그를 내부에 살고 있는 동안에도 그것을 자신 속으로 흡수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그 운명이 지금 막 그들 내부로 들어온 것으로 착각하여 당황합니다. 저절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운명의 밑바닥에도 변화의 법칙은 늘 눈을 뜨고 있습니다.

 

기파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g. 57~61

친애하는 카프스씨, 곳 크리스마스가 될 테니 당연히 내 인사를 받으셔야지요. 축제 분위기 속에서 당신이 짊어진 고독의 무게가 평소보다 더 무거워지더라도 그것의 위대함을 깨닫는다면 그 고독을 즐기게 될 것입니다. 위대하지 않은 고독은 어떤 것인가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고독은 한 가지 밖에 없으며 그 단 하나의 고독은 위대하고 짊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략>

카프스씨, 사람들과 당신 사이에 공통점이 없다면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들과 가까워지도록 노력해보십시오. 아직까지는 밤이 있고, 나무와 많은 나라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있으며 아직은 사물이나 동물 모두 사건으로 가득 차 있음으로 당신도 거기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 근데, 이 릴케를 이해하게 될 때 크게 핵심적인 단어가 몇 개있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단어가 바로 이 고독입니다. 그리고 사랑, , 뭐 이런 것들이 릴케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정리해야 하는 단어들이거든요. 그 속에는 릴케만이 이해하고 있는 특별한 의미들이 있어요.

 

: 현대인의 특징이라고 하는 게 바빠야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바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치가 없는 것처럼 얘기해요. 그래서 나 바뻐이렇게 얘기하는 게 편안한 것 같아요. 근데, 어쨌든 이렇게 바쁜데, 이렇게 바쁘게 시간을 쓰다 보면 결국 자기한테 남아있는 시간의 양은 아주 적거든요. 그 적은 양의 시간조차도 자기를 위해서 쓰지 못하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다. 그래서 결국 술집을 기웃거리고, 여자나 남자를 기웃거리고 그리고 세상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이런 것에다 자기의 시간을 쓰게 되는데 그러면 절~대로 너는 인생을 제대로 살 수가 없다.

그러니까 네 그 남아있는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네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써라, 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쓸 때 우리는 고독해야 된다. 고독하다고 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다. 그러니까 너 혼자 내면에 침잠하고 그 속에서 네 목소리를 듣고 네 북소리를 들어라. 그래야 네가 글을 쓸 수 있고, 네 길을 갈 수 있다. 이게 릴케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생각이기 때문에 어디에 가나 고독이에요. 고독, 너를 들여다보는 집중된 내면의 성찰의 시간이다. 이 순간을 놓치지 마라 이렇게 얘기하는 거죠.

 

길이 보이지 않으면 일단 주어진 일을 해라

신이 그대를 어느 곳에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그대가 있어야 할 곳이다.

위대함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든 그것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을 수 있는가에 있다

올바른 것을 찾기 위해 한참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설사 몇 번은 헛된 시도를 하더라도 용기만은 잃지 마라

실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되,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도 말아라

 

이게 이제 슈바이처가 한 이야기인데 제일 좋은 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평생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 원하는 것이 아직 보이지 않을 때는 지금 하고 있는 일, 이 일을 아주 잘하고 사랑하는 법을 익혀라. 그러면 그 일 그 자체가 너에게 하는 이야기들이 있을 거다. 그러면 아마 네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알게 될 거다. 이제 이런 뜻인 거 같아요.

 

기파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g. 62~65

당신한테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신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어서 어린 시절을 생각하는 것이나 그 시절과 관련된 단순함이나 적막함을 떠올리는 것이 불안하고 괴로운 일이라면 카프스씨, 당신이 정말로 신을 잃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혹 당신이 신을 가져본 적이 아직 한 번도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그런 적이 있다면 대체 언제였나요? 성인 남자들도 애를 써야만 가질 수 있고 그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 신을 한낱 아이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중략>

불쾌한 마음을 버리고 인내심을 가지십시오. 그리고 막 오려고 하는 봄에게 흙이 안겨주려고 하는 것보다 더 어려움을 생성과정에서 신에게 안겨주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십시오.

즐거운 시간 보내고 기운 내십시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네네 그러니까 릴케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인데, 여기서 얘기하는 주여~” 두이노의 비가의 첫 줄에 우리가 봤던 천사이러한 개념들은 전부 기독교적인 개념은 아니에요.

릴케가 늘 생각하고 있는 이 신의 개념은 우리 속에 들어와 있는 신, 그러니까 예술가로써 내 속에 이미 현시되어 있는 신, 이런 개념으로써 완벽한 전체로서의 개념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그 로댕이 오랜 동안의 스승이었는데 로댕의 집에서 처음 식사를 할 때 그 로댕이 기거하고 있던 집은 매우 초라한 집이었어요. 겨우 이슬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이런 거주지였는데 그때 로댕은 너무 유유자적해요. 마치 자기 지붕 위에 하늘이 있고 그 하늘 밑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그 자세를 가지고 있단 말이죠. 오직 일하고 그 일 속에서 창조의 기쁨으로써 조물주와 같은 느낌을 갖고 있는 이런 느낌을 계속 받은 거에요. 이런 표현이 가능해요. 로댕이 조각을 할 때 마치 그게 손 하나를 만든다면, 로댕에게는 손 밖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육 일 동안 그 손을 만들고 그 손 위에 천궁을 이렇게 얹혀놓았다. 그리고 하루를 쉰다. 이런 표현을 쓸 때 그 속에서 천지창조의 하나님의 모습을 보는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로댕을 우상화 하는 게 아니라 이 신이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이미 주고 우리 안에 신으로써 거주하고 있으니 우리는 내면을 탐구해서 내 속에 들어와있는 이 신적인 요소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창조해야 된다. 이런 개념이죠.

 

기파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g. 67~71

…. 하지만 배움의 시간은 언제나 길고 고립된 시간인 만큼, 사랑은 오래 가고 삶 안으로 깊숙이

파고듭니다. 고독, 또는 고양되고 심화된 외로움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사랑은 처음

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헌신하고 전념하며 제2의 누군가와 결합한다고 하는 것은 개개인에게 있어 성숙해지고 자기 안에서 무언가 될 수 있으며 세계가 될 수 있는 숭고한 계기가 됩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세계가 되라는 것은 개개인에게 너무 크고 염치없는 요구이며, 말하자면

택함과 부름을 받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단지 그런 의미에서 즉, 자신을 갈고 닦는 일로써 자신

에게 주어진 사랑을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카푸스

내 삶의 한가운데를 떨면서

탄식도 한숨도 없이

칠 흙 같은 고통 지나간다.

내 꿈이 피어낸 순수한 눈 꽃은

고요하기 그지 없는 내 날들의 축복

그러나 큰 의문이 점점 더 자주

내 길을 가로막으면 나는 작아지고

호숫가를 지나가듯 추위에 떨며 지나간다.

그 물결 재 볼 용기도 없이

그 때 머리 위로 내려앉는 고통은 여름날의 잿빛처럼 흐르다

이따금 별 하나 반짝이는 흐린 밤

그러면 두 손으로 사랑을 찾아 더듬는다

뜨거운 입이 찾아내지 못하는 소리로 빌고 싶기에

 

기파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g. 75~79

사랑이라는 어려운 일이 우리의 성장 과정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너무 커서 초보자인 우리가 감당하기에 버거울 정도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참고 견디면서 우리에게 다가올 사랑을 무거운 짐이나 견습기간쯤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 존재의 가장 진지한 진의를 숨긴 가볍고 경박한 온갖 놀이에 자신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 다음에 올 세대들이 작은 발전을 감지하거나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중략>

...한 가지 더 당부하자면, 소년 시절 한 때 당신에게 주어졌던 그 위대한 사랑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 시절 당신의 마음속에 크고 훌륭한 소망들, 그리고 당신이 살아가는 데 지금까지고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굳은 결의들이 영글어 있었는지 말할 수 있습니까? 그 사랑은 강하고 힘있게 당신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사랑이 당신에게는 최초의 고독이었으며 당신이 자신의 삶에 최초로 행한 내면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카프스씨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당신의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우리 릴케를 이해할 때 가장 핵심적인 단어가 고독, , 그리고 사랑 뭐 이런 이야기들을 했거든요.  릴케의 사랑이 또 별나요. 그래서 사실은 릴케가 결혼을 하고 나서 그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못했어요. 나중에 헤어지게 되니까요. 그런데 릴케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핵심은 뭐냐 하면,결국 서로에게 고독이라는 그 끔찍하게 따라붙는 이 고독이라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보호해줘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소유하는 사랑이 아니고 상대방의 고독을 지켜주는 사랑,

상대와 세계와 내적으로 소통하는 어떤 창조적 인간, 이런 얘기를 자꾸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고독이 서로를 보호해주고, 서로의 경계를 그어놓고, 서로에게 인사하는 이런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내 사랑이 너를 구속하지 않고, 너는 네 인생을 살고, 나는 내 인생을 살 것이다. 그 다름, 이 다름을 서로 보호해줄 수 밖에 없는 것. 이 사랑 속에서 우리는 창조적일 수 있다. 이런 이야기에요.

 

또 하나의 젊음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만드는 것이다.

생각하는 물음표와 행동하는 느낌표가 하나가 되었을 때

젊음은 다시 태어난다.

 

: 평론가에서 언론인, 교수, 그리고 문화부장관까지 다양한 영역을 누비며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어령, 그는 대학도 채 졸업하기 전에 스물 세 살의 젊은 나이에 우상을 파괴하러 왔다라고 원로들에게 외쳤죠. 하지만 정말로 이 글은 정말로 문단의 위선과 허세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도 젊음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어령, 그의 삶에서 젊음은 탄생시키는 것임을 배웁니다.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5)

 

: 인간과 동물과 사물의 아름다움은 시간에 의해 위협을 받습니다. 시간이란 순간이며 모든 젊음은 왔다가 사라져가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이란 잠자는 자들에게는 언제나 그냥 스쳐가는 것들입니다. 그러니 시간을 셈하거나 다음을 그저 기다리지 마십시오. 지금 바라보는 것이 바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세계임을 잊지 마십시오.

 

기파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g. 81~85

 

친애하는 카프스씨,

당신은 스쳐 지나가는 여러 가지 큰 슬픔을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것조차도 당신한테 힘들고 마음 상하는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처럼 큼 슬픔이 그냥 스쳐 지나갔다기보다는 당신의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지는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보십시오...<중략>

 

우리는 더 먼 훗날 그 일이 일어나면자신이 새로운 것과 유사하며 가깝다는 것을 가슴 속 깊이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생소한 것이 아니라 단지 오래 전부터 우리의 일부였던 것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은 필요한 일이며, 우리의 발전도 점차 그런 방향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자살률 1위라고 하더라구요.

: 그렇죠 OECD 국가 중에서 이제 1위인데, 언젠가 한번 그런 말씀 드린 적이 있기도 같기도 한데그게 왜 그럴까? 이유가 있는 거 같애요. 저희의 문화가 특히 이제 최근에 최 현대사로 넘어오면서부터 이렇게 엄청난 경제적 기적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모든 즐거움과 기쁨을 뒤로 다 유보시키고 지금은 인내로써 끌고 왔던 게 많았던 것 같애요. 그러니까 학교 공부도 그렇고 돈을 모으는 것도 그렇고 그러다 보니까 즐기지 못한 거죠. 기쁨과 행복으로 자기를 채울 수 있는 이제 그런 여지들을 많이 뒤로 미뤄놨어요. 그러다 보니까 정말 그러면 뒤가 되면 행복해지는가? 그랬을 때 보니까 여전히 또 뭔가 결핍이 생기고 허탈하고 뭔가 공간이 생겨서 뭔가 채워야 될 것 같고, 이렇게 되어 있단 말이요. 그러니까 끊임없는 인내와 참을성으로 밖에는 볼 수가 없죠. 그래서 좀 행복한 나라가 어떻게 살고 있나를 보면, 늘 그래요. 지금에, 지금에 아주 충실해요. 지금에. 지금 아주 작은 거라 하더라도 거기에 즐기고 느끼고 그리고 그것을 감탄하고 이런 훈련이 되어있게 되면 삶은 매우 행복해지는 것 같애요. 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부유하냐와 관계 없이요. 그래서 이제 릴케도 늘 얘기했던 게 뭐냐 하면, “지금, 지금의 짐, 그 지금을 경험하는 것,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 바로 여기에 집중해라이런 얘기를 참 많이 하잖아요. “초조해하지 마라. 다 오게 되어있다.” 이런 얘기들은 우리도 많이 새겨야 될 이야기인 것 같아요.

: 그런 얘기 하잖아요. 순간을 즐기라구.

: 네네.. 카르페 디엠이죠.

 

기파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g. 86~88, 90~92

누군가 자기 방에 있다가 어떤 준비나 과도기 같은 것도 없이 갑자기 산 꼭대기에 우뚝 세워진다면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무엇에 비할 바 없는 불안감과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존재에 내던져진 느낌이 그를 파멸로 몰아갈 지경에 이르겠지요…<중략>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것도 체험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되도록 넓게 받아들여야 하고, 듣도 보도 못한 일 등 어떤 것이든 그 안에서 가능해야 하니까요. 그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용기입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기묘하고 이상한 그리고 해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용감해지는 것 말입니다…<중략>

 

우리의 세계가 공포에 차 있으면 그것은 곧 우리의 공포이며, 우리의 세계에 메울 수 없는 틈이 있으면 그 틈은 곧 우리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또 그곳에 위험이 있으면, 우리는 그 위험까지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중략>

 

어째서 당신은 어떤 불안감이나 어떤 고통, 어떤 우울한 기분 같은 것을 당신의 삶에서 내쫓으려 합니까? 그런 상태들이 당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아직 모르면서 말입니다. 당신은 어째서 그 모든 것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는 문제로 자신을 괴롭히려 합니까? 당신이 과도기에 있으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 그렇죠. 그래서 우리가 그 전에 릴케가 사물의 속을 들여다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네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고 거기에 집중하고, 뭐 이런 얘기를 했는데도대체 릴케가 그 말 속에서 그런 것들을 자기에게는 어떻게 적용을 했을까, 자기의 문학 속에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이거를 보여주기 위해서 제가 간단하게 좀 답변 대신에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말테의 수기중에 나와있는 문구인데, 말테는 이제 젊은 시절에 파리에 있게 되지요. 그리고 이제 자전적 소설인데 어느 방에 들어가요. 비난한 곳, 낡은 방인데 그 방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이거야 말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고 하는 릴케의 수준과 역량을 이제 보여주는데 제가 한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낭독>

벽지를 발랐던 벽은 생활의 끈적끈적하고 깊이 가라앉은 습기 찬 공기

아직 단 한 번의 바람으로 불어낸 일도 없는 탁한 공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겨드랑이 밑에서 배어 나와 옷을 흠뻑 적시고 무겁게 하는 땀 냄새

뭉클어진 발의 악취가 스며나고 있었다.

그을름 냄새,

감자의 잔잔한 냄새,

오래된 돼지 비계의 깊이 가라앉은 미끈미끈한 냄새,

보살핌을 받지 못한 어린 아이의 달콤하고 집요한 냄새,

학교에 가는 어린아이의 공포가 섞인 냄새

그리고 골짜기 밑바닥처럼 깊고 몽롱한 뒷골목에서 올라오는 갖가지 냄새가 섞여

도시에 내리는 더럽혀진 빗 속에 녹아있었다.

그리고 그 냄새는 하늘에서 방울져 떨어졌다. 

 

: 저도 이제 책을 쓰고 그리고 이제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제자들이 있고 그러다 보니까 종종 이제 고민을 들고 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 뭐 여러 종류입니다. 인생의 고민도 있고, 글쓰기의 고민도 있고 여러 종류의 고민들이 있는데, 고민의 해결을 해주려는 마음을 언젠가 한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이게 굉장히 어리석은 짓이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내가 뭘 기술적인 부분은 조언을 줄 게 있었어요. 글에 대한 얘기라던가, 이런 건 그런데, 인생 자체에 대한 것, 뭐 이런 게 오면은 그것은 해답이 없습니다. 정말 릴케가 말했듯이 네가 지금 느낄 수 없다고 그러면 그 일은 견뎌야 되는 거고 그리고 때가 되면 언젠가 그 시간이 돼서 산달이 되면 너는 알게 될 것이다. 질문을 가져라. 질문을 놓치지 않으면 언젠가 그 해답을 알고 그 안에 들어가게 될 거다.” 이게 너무 와 닿는 게 지금 얘기하면 잔소리 밖에 안 되는 것도 있고, 지금 얘기하면 뻔한 얘기밖에 안 되는 게 있는데, 그저 잘 들어주면 지가 얘기하면서 정리를 해요. 그런데 그런 경우가 참 많아요. 그리고 때가 되면 알만한 거는 그저 뭐 같이 좀 잘 갈 수 있도록 토닥거려주는 뭐, 이런 모습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기파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g. 97~101

친애하는 카프스씨,

요 근래 편지 없는 동안 나는 계속 집에 없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 너무 바빠서 답신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도 벌써 편지를 여러 통 쓰느라 내 손이 지쳐서 글씨를 쓰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아 적게 할 수 있다면, 당신에게 할 말이 많을 텐데, 사정이 그렇지 못하니 당신이 보내오는 장문의 편지에 짧은 답장 밖에 보내 주질 못 하는군요…<중략>

 

그 시에서 내가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얼마나 위대하고 굉장한 것인가에 대해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기파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g. 103~106

카푸스씨, 당신이 보내주신 그 근사한 편지를 받고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실 겁니다. 진실 되게 그리고 호소력 있게 당신이 전해준 소식은 내게 너무나 반가운 것이었고, 오래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내게는 정말 좋은 소식으로 여겨졌습니다… <중략>

 

한마디로 말해, 나는 당신이 그런 엉터리 예술에 빠질 위험을 이겨내고 거친 현실 어딘가에서 고독하고 용기 있게 지내고 있어 마냥 기쁩니다. 다가오는 해에도 당신이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더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당신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또 하나의 젊음

빈민 수용소에 있을 때나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을 때도

, 내가 세계에서 제일 가는 배우라고 믿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한 생각이라니 어이없게 들리겠지만

그래도 내가 그렇게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

나를 구했다.

그런 확신이 없었다면 나는 고달픈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일찌감치 삶을 포기해 버렸을 것이다.

 

: 전 세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찰리 채플린이었지만 사실 그의 삶의 출발은 비극에 더 가까웠습니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고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입원해있었습니다. 더욱이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찰리 채플린의 어린 시절은 말할 수 없이 불우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될 것이라는 믿음, 한 번을 웃기기 위해서 최소 백 번을 연습했던 열정이 그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무언가를 위해서 백 번을 연습한 적이 있습니까? 이 무한적인 반복과 실험 이것이 바로

젊음인 것입니다.

 

3.             내가 저자라면

[목차와 전체적인 뼈대]

이 책은 육군학교에 재학 중인 카프라는 젊은 시인지망생이 당시 유명한 시인인 릴케에게 자신의 고민을 상담하기 위해 보냈던 편지에 그에 일일이 친절하게 애정을 담아 답변해 준 릴케의 10편의 편지로 구성이 되어 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장절]

<41> 당신은 너무나 젊고 무엇보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당신 마음 속에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잠겨 있는 방이나 낯선 언어로 쓰인 책과 같이 의문 자체를 즐기도록 노력해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당신에게 주주지지 않을지도 모를 답을 구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그런 식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무엇이든 지속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계속 의문을 가져 보십시오. 그러다 보면 머 어느 날엔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해답 안으로 들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당신한테는 기쁨이 넘치고 순수한 방식으로 삶을 발전시키고 조형해나갈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자신을 키어나가되, 큰 믿음을 가지고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오로지 당신의 의지나 내면의 어떤 위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절대 거부감을 갖지 마십시오.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Chapter 1.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간절하다면 그 일을 계속하라

<20> 이미 유명한 시인이었던 릴케가 시인 지망생에게 일일이 답장을 해준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아마도 시인 지망생의 열정에 부응하는 것이 시인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릴케는 시인 지망생이 보낸 시와 편지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에서 릴케는 자신의 시가 어떤지를 묻는 시인 지망생에게 밖을 향한 시선을 안으로 돌리라고 충고한다.

 

<21-21>자기 안으로 침잠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에게 글을 쓰게 하는 그 근거를 캐보십시오. 그 근거가 당신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살펴보시고 글쓰기가 좌절되었을 때 죽을 수 밖에 없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깊고 조용한 밤에 스스로 자문해보십시오. 나는 글을 써야 하는가? 답을 찾아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십시오. 그리고 그 답이 긍정적이라면, 당신이 그 진지한 의문에 대해 강력하고 확고하게 써야만 한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의 생애를 그 필연성에 따라 세우십시오. 당신의 삶은 아주 하찮고 무심한 순간이라도 이 충동에 대한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자연에 다가가 보고, 체험하고, 사랑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말로 표현해보십시오. 제가 당신에게 해줄 충고는 이것밖에 없습니다.

 

<21> 다른 사람의 북소리에 발 맞춰가지 말고 자기 내면의 북소리에 맞춰 자신의 길을 가라는 릴케의 목소리가 귓가에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것 같다. 릴케는 젊은이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그 일, 그 일이 간절하다면 그 일을 계속해라. 그리고 그 위에 네 미래를 건설해라.

 

인내, 그것이 전부입니다

<21> 편지를 릴케는 느린 소통의 시간이라 예찬했다. 그에게 편지 쓰는 것은 취미이자 일상이었다.

 

<22> 릴케는 <닐스 뤼네>에는 인생의 아주 은밀한 향기부터 그 가장 무거운 열매가 지닌 충만하고 큰 맛까지 모두 다 들어 있는 것 같다면서 운명 자체가 마치 폭넓은 직물과도 같아 그 안에서 한 올의 실은 한없이 부드러운 손길에 이끌려 다른 한 올의 실 옆에 놓이고 다른 수백 올의 실이 그것을 안아 지닌다고 말한다…. 먼저 당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 책이 마음을 울리면 그 사람의 또 다른 책을 읽어라. 그리고 그 사람의 책을 모조리 읽은 다음에는 그 사람이 인용한 다른 사람들의 책들을 읽어라. 이는 고전을 읽는 가장 훌륭한 독법인 것 같다.

 

<23> 미학적이고 비평적인 글은 되도록 읽지 마십시오. 그런 글들은 생기 없이 경직되어 돌처럼 딱딱하고 무의미한 편파적 견해이거나 오늘은 이러쿵 내일은 저러쿵 하는 노회한 언어 유희일 뿐입니다.

 

<23> 예술작품은 끝없는 고독에서 나오는 것으로 비평으로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예술작품을 이해하고 간직할 수 있으며 그 부당함에 대해 불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설명이나 서평이나 소개의 글을 무시하십시오. 당신 자신과 당신의 느낌이 옳다고 생각하고 거기 따르십시오. 설사 당신이 틀렸더라도 당신은 내적인 삶이 지닌 자연스러운 성장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다른 인식으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당신의 판단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독자적이고 은밀하게 발전하도록 내버려두십시오. 그런 발전은 모든 진보와 마찬가지로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강요되거나 재촉 당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은 만삭이 될 때까지 잉태되었다가 태어납니다. 모든 인상과 감정아 싹이 가슴 속, 어둠 속, 무의식 속, 이성으로는 닿지 못할 어떤 불가사의 속에서 완성되게 하고 겸허한 마음과 인내심으로 새로운 명징성이 태어날 시간을 기다리십시오. 그것이 바로 예술적으로 살아가는 길입니다. 예술을 이해하거나 직접 창작할 때도 그렇습니다.

 

거기에는 시간을 척도로 재는 것은 없습니다. 즉 세월은 소용없습니다.  10년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계산하거나 헤아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나무처럼 자란다는 의미입니다. 나무는 수액을 재촉하지 않고 봄의 폭풍 속에도 의연히 서서 그 폭풍 뒤에 여름이 오지 않을까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여름은 그래도 오니까요. 그러나 여름은 마치 영원이 눈앞에 놓여 있는 것처럼 근심 없이 조용히 참는 자에게 찾아옵니다. 저는 그것을 매일 고통 속에서 배웁니다. 나는 그 고통들이 고맙습니다. 인내만이 전부입니다.

 

<24> “인내만이 전부입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이 한마디로 요약되는 것 같다. 아니, 예술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 이 한마디로 요약되는 것 같다. 마케터든 디자이너든 인내와 열정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뭔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길이 바로 내 길임을 깨닫게 된다. 자기 분야에서 나만의 시각을 열고 외부의 시선에 예민해지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고독의 다른 이름, 성장

<25> 릴케는 젊은 카푸스에게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의문 자체를 즐기라고 충고한다. 지금은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를 답에 집착하는 대신 계속 의문을 품고 있으면 어느 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해답 안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질문을 품고 살다 보면 경험을 통해 자기의 해답을 갖게 되리라는 이 말은 성급하게 정답을 찾아 빠르게 인생을 질주하고 싶어하는 젊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충고다.

 

<26> ‘남자의 내면에도 모성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모성은 생산과 창조로 이해해야 한다. 남성은 여성처럼 생명을 잉태하는 힘은 없지만 위대한 작품들을 창작해내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26> 릴케는 시를 잉태해 분만하기 위해서는 고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독을 사랑하고 고독이 만들어낸 고통을 즐기다 보면 고통이 아름다운 비탄의 소리를 내게 되고 그 소리가 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가까운 사람이 멀어져도 괴로워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세계가 넓어가면서 가깝다고 느꼈던 사람도 멀어진 것이니 자신의 정신적 성장을 기뻐하고 축하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릴케가 얘기하는 고독이었다. 누구하고 와도 같이 갈 수 없는 자신만의 길에 들어서는 것, 그것이 바로 고독의 선물인 성장이다.

 

<26> “축제 분위기 속에서 당신의 고독은 평소보다 참기 어렵더라도 그 위대함을 깨닫는다면 고독이 기쁠 것입니다. 위대하지 않은 고독은 어떤 것인가. 이렇게 자문해보십시오. 고독은 한 가지 밖에 없으며 그것은 위대하고 참기가 쉽지 않습니다.

 

<26> 고독은 릴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단어다. 릴케의 고독이란 무엇일까?

 

<27> 자기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독한 시간 말이다. 고독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다. 그러니까 홀로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27> 성찰의 시간은 진로를 결정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가장 좋은 것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평생 즐기는 것이지만 자기가 원하는 일이 아직 보이지 않을 때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그 일 자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창조적인 삶의 관건, 사랑

<27> 릴케 앞에 기도하는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릴케를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이다. 여기서 신은 기독교적인 개념은 아니다. 릴케가 생각하는 신은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신, 그러니까 예술가의 내면에 이미 현시되어 있는 신, 완벽한 전체로서의 신을 뜻한다.

 

<27> 로댕은 마치 자신의 일 속에서 창조주와 같은 기쁨을 누리는 것 같았다. 마치 천지를 창조하는 하느님처럼, 릴케는 로댕을 우상화했던 것이 아니다. 다만 신이 이미 인간에게 무언가를 주어 우리 안에 신으로서 거주하고 있으니 우리는 우리 내면을 탐구해 이 신적인 요소로 창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8> 천재가 아니었던 릴케는 자기 내면에서 끊임없이 신을 찾으며 꾸준하게 노력한 시인이었다.

 

<28> 저는 다른 사람이 옮겨 적은 자신의 작품을 다시 음미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새로운 경험인지를 잘 알고 있기에 옮겨 적은 시를 당신에게 보내드립니다. 다른 사람의 시로 생각하고 읽어보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시가 어떤지 가슴 깊이 느껴질 것입니다.

 

<28> 그리고 고독한 가운데 그 고독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뭔가가 당신 내면에 있다고 해서 혼란스러워하지는 마십시오. 당신이 그런 바람을 침착하고 냉철하고 하나의 도구처럼 이용한다면 당신의 고독이 널리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28> 수련기는 언제나 길고 고립된 시간인 만큼 사랑은 오랜 세월 삶의 내부까지 깊이 파고드는 고독입니다. 고독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승화되고 심화된 독거입니다. 사랑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헌신하고 전념하며 제 2의 누군가와 하나가 되는 것은 개개인이 성숙해지고 자기 내부에서 그 무언가가 되고 세계가 되는 숭고한 계기입니다. 타인을 위해 세계가 되라는 것은 개개인에게 과도한 요구입니다. 젊은이들은 단지 그런 의미에서, 즉 자신을 갈고닦는 일로써만 사랑을 이용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카르페 디엠

<30> 스위스 역사학자인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과거가 아무리 친절해도 그 다음 세대가 읽을 때는 불친절할 수밖에 없다고.

 

<31> 릴케는 슬픔을 일컬어 무언가 새로운 것, 미지의 것이 우리 안에 들어오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슬픔과 고독은 우리 삶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체험이라는 것이다.

 

<31> 늘 미래만을 향하는 삶은 행복할 수가 없다. 행복은 현재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아주 사소한 것조차 즐기고 느끼고 감탄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으면 삶은 아주 행복해지는 것 같다. 경제적인 풍요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그리도 릴케도 늘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 바로 여기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니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카르페 디엠.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라

<31> 릴케는 고독을 자기 방에 있다가 어떤 준비도 없이 느닷없이 산꼭대기에 세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갑자기 벽도 지붕도 사라지고 홀로 깊은 산속에 서 있는 불안한 느낌. 그래서 뭔가 파멸에 몰릴 것 같은 느낌.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것도 체험해보아야 한다고 릴케는 말한다.

 

<32> “우리는 우리 존재를 되도록 넓게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것, 심지어는 전대미문의 것까지도 그 안에 들어가도록. 그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유일한 용기입니다. 어째서 당신은 어떤 불안감이나 고통이나 우울함을 당신의 삶에서 쫓아내려 합니까?” 그런 것들이 당신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모르면서 말입니다.”

 

<32> 릴케는 불안도, 고통도, 우울도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며 즐기라고 카푸스에게 친절하고 충고한다. 사실 누군가의 고민에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게도 종종 고민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의 고민은 여러 종류다. 인생의 고민도 있고, 글쓰기의 고민도 있고, 언젠가 한번은 고민을 해결해주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있는데, 결국은 그게 굉장히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기술적인 부분은 조언해줄 수 있지만 인생 자체에 대해서는 해답이 없다. ‘언젠가 시간이 돼서 산달이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질문을 가져라. 질문을 품고 잊지 않으면 언젠가 그 해답 안으로 들어가게 될 거다라는 릴케의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다. 그저 잘 들어주기만 하면 스스로 얘기하면서 정리하는 경우가 참 많기 때문이다.

 

<32> ‘의구심을 잘 길들이면 아주 좋은 특성을 만들 수 있으니 잘 빚어보라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닮으려고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되라는 충고를 하는 것이다. 릴케의 조언은 한결같았다.

 

<33> 이 책의 제목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였지만 결국 카푸스는 시인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꿈은 이루지 못했어도 젊은 그의 방황이 아름답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꿈을 찾아 달려드는 젊음은 아름답다.

 

<33> 혁명가인 체 게바라는 말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현재 이루어질 수 없는 꿈 하나를 별처럼 품자.” 가슴에 별을 품은 리얼리스트, 이런 모순적 상황이 바로 우리 인간의 조건이다. 가슴속의 별이 언젠가는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리얼리스트가 되어 현실 속에서 분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 아니 젊음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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