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에달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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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란 무엇인가?
김종호 칼럼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화장을 하고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건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목숨을 걸만큼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간절히 원한다는 말일 것이다. 여기서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지기(知己)라고 하는데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서로 뜻이 통하는 것이 물 흐르듯 하는 사람이다. 즉, 지기란 영혼의 교감이 있는 사람이란 말도 될 것이다. 지기는 소울메이트(Soulmate)라
봐도 무방하겠다. 영혼의 동반자, 서로의 혼이 어우러져 교감하는
사람을 얻을 수 있다면 그를 위해 목숨을 걸만하지 아니한가?
다산(茶山)에게는 형이자 지기(知己)인 정약전이 있었고, 연암(燕巖)에겐 연암그룹이 그의 지기(知己)였다. “괴테와의 대화”를
쓴 에커만과 괴테도 지기(知己)나 소울메이트가 아니었을까? 언젠가 안동 지방의 400년 전 묘지에서 나온 조선조의 한 미망인의
쓴 애절한 사랑의 편지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를 어여삐 여겨 사랑할까요?”의 주인공들도 소울메이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도 이런 영적
교감과 같은 소통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우리 영혼의
부름 때문일 것이다. 공명할 대상을 찾아서 우리 영혼은 끊임없이
SOS를 보내고 있다.
“저녁을 먹고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 마시자고 말할 수 있는 친구 …. 그
가 여성이어도 남성이어도 좋다” 유안진의 지란지교에 나오는 대목인데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바람인 것
같지만 이것이 요즘 나의 가장 큰 갈망이라면 갈망이다.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다. 서로 통할 수 있는 코드만 있으면 된다. 언제라도 헐렁한 츄리닝에
샌달 끌고 찾아갈 수 있는 벗이 그립다. 이웃도 모르는 너무나 닫힌 사회에 살다 보니 숨쉴 공간이 필요하다. 위의 시가 회자되는 것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벗이 그만큼 귀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내게 거의 매주 점심시간에 만나는 사람이 있다. 서로 약속을
한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거의 한 번 꼴로 만나 식사하고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관심사를 묻고 대화를 나누는데 1시간
반이 꿈결 같이 흘러간다. 그 분은 나보다 거의 7-8년
나이가 많은 업계의 선배 되는 셈인데 서로 죽이 잘 맞는다. 매주 만나도 대화가 박진감이 있다. 우리의 소통 코드는 ‘제2의
인생 어떻게 멋있게 살 것인가?’ 이다. 또한 주말이면 자전거
동아리 친구들 네댓 명이 모여 산으로 들로 자전거하이킹을 떠나곤 하는데 이 때는 단연 자전거가 상호 소통의 매개가 된다. 이들은 나의 소통의 숨구멍들이라 하겠다.
이렇게 서로 통하는 사람을 갈망하는 것은 남자나 여자나 사람으로 태어난 자의 숙명이다. 사람 인(人) 자를 보라.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로 그려져 있으니 사람은 관계를 구축하여 소통하며 살아야 할 존재라는 뜻일 게다. 어딜
가나 ‘카톡’ 소리가 끊이지 않고 카톡하느라 코를 박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마치 문자로라도 충족하지 못한 소통에의 갈증을 채워 보려는 듯하다.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지 못하다 보니 이렇게 더욱 카톡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우리는 왜 진정한 소통을 잘하지 못하는 걸까?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갈증이 나는 바닷물을 마신 것처럼 카톡을 하면 할수록 왜 더 더욱 소통에 목이 마르는 걸까?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구조가 자신이 공헌한 만큼 대접을 받는 구조이다 보니, 현대인들의 일반적인 대인관계의 틀은 기브앤테이크다. 내가 해 준
것만큼 상대도 해 주기를 바라고 그러한 묵시적인 약속이 잘 지켜질 때에만 서로의 관계가 유지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도 갚아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떠나지 않고, 자신이
남에게 베풀 때도 최소한 감사의 표시 정도는 기대하게 된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이러한 기브앤테이크 마인드가
바탕에 조금이라도 깔려있으면 진실한 소통은 물 건너 간다. 거절당할까 봐, 상처 입을까 봐 두려워하며 적당히 발만 담그고 살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해양훈련을 간 적이 있다. 조교는 수영을 못하는 나를 불문곡직하고 깊은 바다 속에 던져 넣었다. 물을 됫박으로 먹고 거의 실신 지경에 이르러서야 건져주곤 했는데 어느 순간 신기하게도 내 몸이 바다 위에 떠있는
걸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온 몸을 관계의 바다 속에 풍덩 던져 넣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온전히 던지지 않고서는 소통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소통을 잘 하려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까? 우선은
자신을 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자기의 껍질을 깨고 나와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상대방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끝으로 괴테가 에커만과에게 소통의 공감대로 제시한 것이 문학이었듯이 서로간에 소통할 공감대가 필요하다. 서로간의 공통된 취미나 관심사를 포착해 내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서 많이 연구하고 공부하여 그의 기질, 적성, 취향, 재능과
꿈 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면 알수록, 그 사람과의 소통코드를 찾아내기가 수월해 질 것이다. 나와 아내는 무척 다르다. 나는 밖으로 나다녀야 휴식이 되는데 반해
아내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면서 침대에서 뒹굴어야 휴식이 되는 사람이다. 소통의 공감대를 찾아 몇
일 고심하다가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아내가 맛집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소통코드는 “맛집 탐방을 하자, 가는 수단은 자전거로 하고” 이다.
결국 아내의 승인을 얻어 내었고, ‘자전거 맛집탐방’은
우리 부부의 건강하고 맛있는 소통코드가 되었다.
소통이란 나를 ‘풍덩’ 주는
것.
"소통의 공감대를 찾아 몇 일 고심하다가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아내가 맛집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소통코드는 “맛집 탐방을 하자, 가는 수단은 자전거로 하고” 이다. 결국 아내의 승인을 얻어 내었고, ‘자전거 맛집탐방’은 우리 부부의 건강하고 맛있는 소통코드가 되었다."
박수를 보냅니다. 부부가 같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좋은 것같습니다.
저희는 반대로 제 아내는 스쿠버 다이빙 강사라 제가 따라 다닐 수가 없네요.
세상에는 여러가지 삶이 있는 것같습니다.
3차 모임에서 뵙고 싶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