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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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란 무엇이던가?
회사에 취업한지 5년이 되어간다. 이전 직장까지 합하면 약 7년이다. 그리 오래진 않지만 늘 속한 부서에서 막내였다. 남들은 1~2년 이면 후배를 받곤 하던데 그래서 늘 위에서 지시나 부탁을 받는 것이 아닌 후배에게 무엇을 알려주기도 하고 때론 시킴도 하던데... 하는 부러움이 있다. 그래도 나름 막내로써 살아가는 방식을 체득한 것이 있다면 소통이다. 그저 눈칫밥이라고도 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어떤 기준과 생각을 담아 주관적으로 체득해온 것이다. 요즘 리더나 어떤 뜻을 전달하는 사람에 소통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나는 팀원이나 어떤 뜻을 전달 받는 이에 있어서의 소통에 대해 평소 생각하는 바에 대해 몇 자 적어 본다.
회사에 들어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팀장께 '넌 왜 말 길을 못 알아듣냐?' 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때마다 마음속으론 '주어 목적어 다 생략하고 동사만 가지고 어떻게 알아듣냐, 뭔가 명확히 전달해야지' 하는 반감도 느끼곤 했다. 이럴 땐 소통과 관련된 글을 보여드리며 이렇게 해주시면 좋겠다고 넌지시 말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나 자신에 대한 당당함도, 용기도 부족했다. 이에 나름 터득한 방법은 팀장의 생각과 행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 때는 물론이고 평소 모습을 관찰하며 팀장의 생각은 어떠할지, 나의 담당업무에 비춰 무엇을 궁금해 할 것이고 질문할지를 고민했다. 다행이 그 과정은 어렵지 않았고 습관이 되기에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은 노력과 관심이 금방 좋은 결과로 나타났기에.
이후 어느 정도 팀장의 생각이 읽히자 소통에 자신이 생겼다. 자만은 아니었겠지만, 이젠 업무에 자신도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예상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을 시키면 다 안다는 듯 지시의 의미를 명확히 파악하지 않은 체 나의 생각대로 일을 끝내고 보고하곤 했다. 운이 좋으면 바로 'OK!' 였지만, '이게 아니 였잖아!' 는 피드백을 받을 땐 일 전체를 다시 해야 했다. 몇 번 반복되자 자연히 겸손해졌다. 내가 아는 것, 대략 알아들은 것이 잘못된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에 어떤 일을 받으면 비록 전달하는 지시의 의미와 결과가 예상되더라도 어떤 질문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중간 중간에 한번씩 확인을 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눈높이를 점점 맞춰갈 수 있었다. 이전에는 좀 더 많은 관심으로 환경의 흐름 속에서 팀장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겸손해지니 작은 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단순히 지시로부터 시작한 결과를 어떤 형식에 맞춘 보고서가 아닌, 말이나 짧은 글로서 간략히 전달해야 할 때가 많아졌다. 더욱이 최소한 담당업무에 있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먼저 제안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전처럼 미리 이리저리 살펴보고 중간에 확인하여 보고서에 자세히 나열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적었고, 위에서 기다려 주지도 않았다. 이때 많이 들은 말은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였다. 알아서 하기를 원했고,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에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향후 액션을 구체적으로 알아듣게 말해 달라는 뜻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팀장의 생각, 그가 원하는 방식과 논리로 나의 뜻을 명확히 세워야 했다. 예전처럼 팀장이 시킨 하나하나의 일을 단순히 따라가는 것이 아닌 나의 뜻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에 적응될 무렵 스스로 소통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팀장께선 비로서 '이제야 말이 통하네' 하신다.
소통... 조직의 막내로서 위 사람을 탓하자니 답이 없었다. 평소 주위 환경과 사람에 대한 관심, 그 과정에서의 겸손, 그리고 자신의 뜻을 마음속에 세워야 시원하게 풀렸다. 막내 생활, 그 끝은 없을 듯 하다. 회사에 밑 사람이 많아져도 지역 사회라는 좀 더 큰 관점에서 보면 늘 밑에 사람이다. 살아가며 불통에서의 불만을 느낀다면 그 불화는 나에게 있다고 보며, 이는 관심과 겸손으로 받아들이고 내 안의 뜻을 명확하게 두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일이다. (그래도 가끔은 기대한다. 역지사지 하여! 전달하는 이도 평소 이런 부분을 고려해 줬으면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