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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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붙여넣으니 자꾸 에러가 나는 부분들이 보이네요. 정확한 내용은 첨부 참조 부탁드립니다.
4주차로 접어드는데도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아 민망하기만 합니다.
10기 예비 연구원 여러분 모두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 다시 뵐 수 있기를 희망하며 다음 한 주 즐겁고 힘차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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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지적 레이스: 괴테와의 대화를 읽고
1. 저자에 대하여
이 책의 저자 요한 페터 에커만(1792~1854)은 빈젠이라는 독일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에커만의 집안은 전형적인 독일의 하층민이었으며 암소 한마리를 키우며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보따리 장수를,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하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에커만은 집에서 기르던 암소를 돌보거나 밭일을 하며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던 추억을 즐겁게 회상하는 것으로 보아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자랐던 것 같다.
어려운 가정형편 이었던 만큼 에커만은 제대로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틈틈히 학교를 다니며 읽기와 쓰기를 익혔고 우연한 기회에 미술에 대한 재능을 알게 된다. 부모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있던 어느날 밤 담배 봉지에 그려진 그림을 모사하며 행복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사실적 모사의 충동을 알게 되었고 그림들을 베껴 그리며 주변으로까지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그는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였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인해 화가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김나지움 입학 대신 법원의 서기로 일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화가의 꿈을 가슴 한 구석에 품고 살던 그는 군대를 다녀와 화가로서의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먹게 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스승 밑으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람베르크를 찾아 하노버로 짐을 꾸려 떠난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그는 람베르크의 그림을 반복하여 모사하다가 병을 얻게 된다. 하나의 특출난 재능이 주어지는 것도 행운이지만 그 재능을 어린 시절 발견하는 것 또한 하늘이 주시는 선물일 것이다. 아직도 나만의 특별한 재능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나 같은 이도 답답한 상황이지만, 특별한 재능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발전시켜나갈 수 없었던 에커만도 얼마나 하늘이 원망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병이 나았을 무렵에는 람베르크 제자와의 우정을 통해 유익한 책을 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에커만은 저자의 재능을 얼마큼이나 흉내낼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다시 한 번 모사에의 강렬한 충동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괴테의 시를 만나게 된다. 괴테의 시집을 읽으며 그는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었으며 자신도 모르고 있던 내면을 느끼는 경험도 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괴테처럼 좋은 시를 쓰고자 하는 열망에 휩싸이게 되고 위대한 시인들과 동일한 길을 걷기 위해 25세의 늦은 나이에 김나지움에 다니는 열정을 보여준다. 가슴의 열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학생들과 공부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에커만은 현실에 순응하면서도 그의 꿈을 계속 키워나갔고, 또 기회가 왔을 때 과감히 행동에 옮기는 용기를 보여준다.
또 다시 운명의 장난이 시작되었다. 직장과 학업을 동시에 수행하던 그에게 다시 병마가 찾아온
것이다. 결국 그는 대학 수학을 포기 할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지치지도,꺾이지도 않았다. 괴팅겐의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하는 등 시행착오도 거쳤지만 그는 진정으로
원하던 문학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1823년, 그는 그의 저작인 ‘시학논고’를 그가 존경해마지 않는 롤모델인 괴테에게 보내며 추천사를 요청하게 된다. 그의 간절한 소망을 하늘이 이제서야 알아채고 그를 도왔던 것일까? 괴테는 무명의 젊은이인 에커만에게 화답하게 되고 9년여에 걸친 이들의 만남이 시작된다.
그리고 에커만은 이 시간동안 괴테와의 만남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이 기록은 괴테의 사후 ‘괴테와의 대화’ 3부작으로 출간 된다. 그리고 이 책은 니체로부터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양서’로 평가 받을 만큼 괴테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고 있다. .
에커만은 괴테와의 교류를 통해 괴테와 여러 사상에 대해 토론하고 그의 생각을 들을 기회를 갖게 된다. 예술작품을 접하기도 하고, 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하기도 한다. 또한 여행을 다녀올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그리고 괴테 또한 에커만을 통해 그의 작품에 대한 값진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말년 작들을 마무리 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이 책에서도 파우스트 제2부의 출간은 에커만의 덕이 크다고 적혀있을 정도이니 아마 노년의 괴테에게는 많은 힘이 되는 제자이자 아들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에커만은 괴테와의 대화에서 매우 겸손한 모습만을 보여주지만, 실제로는 다방면에 우수한 통찰력을 지닌 인재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괴테와 색채론을 토론할 때의 모습이라던지, 괴테가 읽어봐줄 것을 부탁한 논고들에 대해 날카로운 피드백을 제시할 때의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본인의 생각을 표현한 문장들 또한 감칠맛이 난다. 아마 그렇기에 괴테도 1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그를 곁에 두고 아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나서 왠지 에커만을 떠올리면 짠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괴테와의 대화 이후 그의 책이 출간 된 적이 없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괴테와 같은 대문호의 곁에서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가졌음에도 꿈 많던 문학 청년은 왜 그 스스로의 이름으로 만든 책을 만들어 내지 못했을까? 그의 겸손한 성품 때문에 차마 괴테의 명성에 누가될까 용기 있게 발간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괴테의 천재성에 압도당해 그 자신의 천재성은 미처 펼쳐보지도 못하고 꺾여버렸던 것일까? 혹은 괴테와의 대화 라는 작품을 완성해내고는 이내 지쳐버렸던 것일까? 괴테와의 대화를 통해 한껏 성장한 그가 청출어람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만의 개성을 가미한 문학을 꽃피운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역사의 기록에서는 가난과 싸우다가 62세의 나이로 죽음을 에커만의 모습만을 볼 수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난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인생을 개척했던 에커만, 괴테라는 대문호 곁에서 그를 한결같이 존경하고 그에게 힘이 되어주며 그와의 대화를 성실히 정리하였던 그는 괴테와의 대화를 남기는 천명을 다하여 주었고 이렇게 그의 꿈을 이루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 괴테와의 대화 1권
P7
구 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그분의 말씀의 풍성함에 견주어 볼 때 내
가 그 중에서 글로 옮겨 적은 것은 실로 미미하다. 그러므로 나는 마치 두 손을 활짝 펴고
상쾌한 봄비를 잡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그 빗물의 대부분을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고 마는
소년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P10
사람들이 ‘진리’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이 다만 하나의 대상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에라도 결코 작거나 협소하거나 제한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아무리 단순한 것이라 할지라도 동시에 포괄적인 그 무엇으로서, 넓고 깊은 자연법칙의 다양한 계시들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쉽게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진리는 주장한다고 해서, 아니 주장에 주장을 거듭한다고 해서, 혹은 주장과 반론을 거듭한다고 해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총합해야만 비로소 근사치에 도달할 수 있을 뿐이다.
P10
이 모든 주장과 모순들이 진리의 개별적인 측면이며, 그 모두가 합쳐져서 본질을 드러내고 진리 자체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러저러한 경우에 있어서 언뜻 보면 모순 되어 보이는 말들도, 그것들이 다양한 계기들과 변화무쌍한 시기들의 산물인 점을 고려하여 이 책에서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다.
P18
나는 인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간은 그가 아주 우연하게 행한 일을 통해서 자신에게 잠재해 있는 더욱 높은 것을 배우게 되는 법이라고. 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그 자체로서는 보잘것없는 일이었지만 나의 인생 전체에 하나의 전기를 마련해 주었고, 잊을 수 없는 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P27
이 사람들이 논하고 있는 실물들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독서로부터는 아주 일반적인 것밖에 얻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시의 예술적인 효과라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해 왔고 또 그 효과를 높게 평가해 왔다. 하지만 나는 소재가 주는 효과야말로 본래적인 힘을 가졌으며, 모든 것이 거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이 작은 시집 ‘하프와 칼’에서 그 점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말하자면 나는 쾨르너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우리를 억압해 왔던 것에 대한 증오를 가슴속에 품고 있었고, 그와 함께 해방전쟁을 치렀으며, 고난에 찬 행군과 야영과 전초 근무와 전투를 체험했고 게다가 비슷한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내가 그 시집에서 그토록 깊고 강력한 공감을 느꼈을 것이다.
P28
테오도르 쾨르너의 이러한 재능이 정말 영광스럽고 부럽기만 했고, 아울러 그를 어느 정도 흉내라도 낼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마음속에서 솟아 올랐다.
P29
이제 스물네 살이 된 나의 내면에서는 감정과 욕구와 선한 의지의 세계가 생생하게 살아 넘쳤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신적 교양이나 지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사람들은 나에게 우리나라의 위대한 작가들을 연구해 보라고 권했으며, 특히 실러와 클롭슈토크를 추천하였다.
하지만 그들을 읽고 난 뒤에도 나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이 위대한 작가들이 걸어간 길은 나의 성향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이 무렵 나는 처음으로 괴테라는 이름을 듣고는 그의 시집 한 권을 샀다. 나는 그의 시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말 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었다. 비로소 눈이 뜨이기 시작하고 참다운 자각에 도달하는 듯한 느낌이었으며, 이 시들 속에는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의 내면이 비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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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와의 첫 만남을 묘사한 글이다. 다시 한 번 나 또한 이러한 경험이 있었던가! 를 생각하며 나 또한 책을 읽으며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 감동이 지속되는 기간은 너무도 짧았던 것 같다. 또한 그 마음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저자에 대해 멀리서 존경심을 키우기만 했지, 내가 실제로 그 저자를 만나보려는 노력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에커만은 실제 괴테를 닮고자 노력하고 또 따르고자 노력하여 결국 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느낀 감동을 넘어 실제로 저자를 닮고자 하는 노력을 했던 에커만이 존경스러워 보인다.
P31
이런 위대한 작품들에서 내가 이해하게 되는 것은 다만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것뿐이며, 특수한 것에 대한 이해는 언어적인 면이나 역사적인 면을 막론하고 학교나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적 지식이나 일반교양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나이도 이미 상당했고 또 사정도 여의치 않았지만 그들과 똑같은 길을 가보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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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길을 미리 가 있는 사람들의 길을 따르고자 하는 에커만의 결심이 참으로 대단하다. 아직 30대임에도 나는 이미 너무 늦었어..라는 생각을 종종 하며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있는 내 스스로가 매우 부끄럽게 느껴진다. 굉장히 늦은 나이지만 그들이 가고자 하는 길을 향해 꿈을 키워나가는 그를 나도 본받아야 하겠다.
P34
인간은 내면에서 솟구쳐 오르는 충동이 지향하는 바를 따라야 한다고 굳게 믿었으므로 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P35
나에게는 스스로의 힘으로 계획을 관철하고,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문학 작품을 쓰는 데 정신을 집중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다.
나는 그에 대항하여 운명이란 성격에 의해 좌우되는 것임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말로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것들에 맞서려고 했다. 인간이 현재에 씨를 뿌리면 미래에 그것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뿌린 씨앗에 따라 좋은 열매를 맺거나 혹은 나쁜 열매를 맺는다는 진리를 표현하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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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내가 가진 신념과 꿈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뿌린 씨가 나의 노력을 통해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을 보고 싶다.
P36
나는 우선 작품을 고쳐 써서 무대에 맞게 만들려고 했으며, 그보다 우선 전반적으로 작품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 만큼 교양을 쌓기로 했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나에게 부족한 모든 걸 얻을 수 있고 생활 형편도 나아지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대학에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은 이제 열망으로 변했다. 나는 희망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시집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충분한 사례를 기대할 만큼의 명성이 없는 처지 이므로 나의 형편에 유리하도록 예약 주문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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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시집까지 출간하는 에커만의 행동력에 감탄한다. 절박한 마음으로 실제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지금 나에게는 필요한 상황인데 에커만처럼 도전해볼 수는 없을지…
P41
괴테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시인들 중에서 내가 진정으로 신뢰하는 인도의 별로서 날마다 우러러보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은 나의 사고방식과 일치하며 조화를 이루었고 나를 언제나 더 높은 사상으로 고양시켰다. 나 또한 다양하기 그지 없는 대상들을 다루는 그의 고귀한 예술의 근본을 더욱더 탐구하고 모범으로 삼고자 노력했다. 그러므로 그를 향한 나의 사랑과 존경심은 거의 열정이라 할 만했다.
P42
괴팅겐에 도착한 직후에 나는 괴테에게 나의 경력과 학력을 간단히 적어서 나의 시집 한 권과 함께 보냈다. 그 후 그가 나에게 간단한 답장을 보내왔을 뿐만 아니라, 또한 여행객으로부터 괴테가 ‘예술과 고대’라는 잡지에 나에 관해 호의적인 글을 쓰고자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뛸 듯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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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에커만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용기있게 괴테에게 연락하며 만남을 청했던 에커만은 기대치 않았단 답장과 괴테의 호의까지 받게 된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옛말이 새삼 떠오른다. 나 또한 지금에 와서야 왜 그간 구본형 선생님께 미리 연락해보지 못했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괴테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던 에커만이 부럽게만 느껴진다.
P46
“자네 생각이 옳아. 한 가지 일을 분명히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많은 일에도 쓸모가 있는 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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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많은 나..그래서 더욱더 많은 일을 해보려고 하고 그 모든 것을 다 잘해내지 못하는 것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아닐까..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내는 일에 더욱더 집중하자는 생각이 드는 한편, 또 한계 있는 나의 재능에 좌절 하지 말고 내가 또 잘해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자는 생각도 동시에 떠올랐다. 숫자에 약하더라도, 덤벙덤벙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이 많이 있을 테니 말이다.
P53
자네가 묵묵히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 그래야만 마침내 가장 확고하고 순수한 세계관이 생겨나는 법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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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엉덩이의 힘을 기르고 계속 성실히 임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그것이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다시 내일부터 또 도전해보자!
P56
“가능하면 대작을 쓰는 것을 피하도록 하게.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재능과 탁월한 노력을 겸비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작 앞에서는 고생하는 법이기 때문이네. 나도 그런 식으로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알고 있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던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것만 착실히 했더라면 백 권의 책이라도 썼을 텐데 말이야
현재는 언제나 현재로서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네. 시인의 마음속에 날마다 솟아오르는 사상이나 느낌은 그 모두가 표현되기를 원하고 또 표현되어야만 하네. 그러나 보다 큰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가득 차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모든 사상을 등지고 생활 자체의 안락함까지 잃어버리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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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바로 지금 현재에 충실하는 것의 중요성. 다시 한 번 나만의 소명을 찾을 수 있길, 그리고 그에 집중하여 탁월함을 기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대작을 만들려는 욕심보다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과 노력을 통해 계속 계속 읽고 싶은 단편 동화 같은 삶을 살 수 있기를…
P57
“시인이 날마다 현재를 염두에 두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을 한결같이 신선한 기분으로 다룬다면 무언가 좋은 걸 만들 수 있고, 때로는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모든 것을 잃지는 않는다네. “
P58
“다시 방황하거나 모색할 것이 아니라 노인들의 충고를 유용하게 받아들이면서 즉시 올바른 길로 나아가야 하지. 그러나 언젠가 목표로 데려갈 발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네. 모든 발걸음이 바로 목표가 되고 또 발걸음 그 자체로 간주되어야 하는 걸세.”
P59
“자네에게 날마다 주어지는 것을 모두 곧바로 받아들이도록 하게. 그러면 대개 그때마다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고 나날이 기쁨을 느낄 거야. 그러고는 그것을 우선 포켓판 책자라든지 잡지에 게재하게. 그러나 결코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자네 자신의 뜻에 따라야만 하네.
세상은 너무나 넓고 풍부하며 인생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시를 쓸 계기가 모자라는 일은 결코 없어. 하지만 모든 시는 어떤 계기에서 쓰여야 하네. 말하자면 시를 쓰는 동기와 소재가 현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이. 그 때 마다의 특수한 경우가 보편적이고 시적이 되는 것은 시인의 손길을 거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네. 이런 의미에서 나의 모든 시는 그 어떤 일을 계기로 쓰였으며, 그 모두가 현실에서 자극을 받고 현실에 그 뿌리와 기반을 두고 있어.
일상적인 대상으로부터 흥미 있는 면을 발견해 낼 정도로 정신의 활동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바로 그 점에서 시인의 가치가 드러나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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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나에게 주어지는 것을 받아들이고 또 거기에서 좋은 결과와 기쁨을 얻는다는 것…내 뜻에 따라 그것을 운용한다는 것…일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의미를 발견해내는 것..내가 계속 노력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P61
“자네가 잘 해낼 수 있는 부분들을 독립적으로 표현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걸 만들 수 있을 거야.”
특히 내가 경고하는 바는 자기 멋대로 커다란 걸 꾸며내지 말라는 것이네. 그런 경우에 사람들은 사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억지로 나타내려고 하네. 젊은 시절에 성숙한 생각에 도달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도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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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려고 꾸며내기 보다는 그저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집중이 더 중요하다.
P66
괴테는 모든 사람들을 매우 친근하게 대했다. 그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다가가서 자신이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오히려 손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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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남들보다 더 아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어 그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강요하거나 괜히 잔소리만 많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괴테는 나보다 훨씬 대단한 역사에 길이 남을 대문호인데도 다른 이들에게 늘 친절히 대하고 경청하는 습관이 있었다니 참으로 대단하다. 많이 말하기 보다는 좀 더 듣고 또 들을 수 있기를…또 경청을 통해 상대방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기를…
P79
그의 눈은 등불을 반사시키며 빛나고 있었고 그의 표정은 온통 쾌활함과 힘과 젊음으로 가득했다.
P81
“하지만 특수한 것을 포착하고 표현하는 것 또한 예술 본연의 생명이라네. 보편적인 것에 머무른다면 누구나 우리를 따라할 수가 있어. 하지만 특수한 것은 그 누구도 모방하지 못한다네. 왜냐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특수한 것이 공감을 얻지 못할까 염려할 필요는 없어. 모든 특징은 그것이 아무리 고유한 것이라 할지라도 보편성을 가지며, 돌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표현 대상도 마찬가지로 보편성을 가진다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반복되며, 이 세상에 단 한 번만 존재하는 건 없기 때문일세.
P98
“말하자면 나는 한 장의 카드에 거금을 걸 듯이 현재에다가 모든 것을 걸었네. 그러고는 그 현재를 과장 없이 가능한 한 높이려고 한 것일세” 이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괴테의 창작 방식을 명백히 보여주는 동시에 널리 경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의 작품의 다양성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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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괴테 또한 모든 것을 걸어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을 보며, 역시 내 모든 마음과 힘을 다해 노력할 때에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된다.
P109
“무릇 한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란 성장기라 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그것에 대해서 ‘시와 진실’의 몇 권에 이미 상세하게 언급했었지. 그리고 그 뒤부터 본격적으로 세상과의 갈등이 시작되는데. 이러한 것들은 거기에서 무언가 결과가 생겨날 때에만 흥미로운 것이네.”
P111
자자한 명성, 높은 지위란 인생에 있어서 좋은 일이야. 하지만 나의 모든 명성과 지위로 할 수 있었던 일은 기껏해야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그들의 견해에 대해 침묵하는 것뿐이었네.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은 나의 생각을 모르게 된다는 점에서 득을 보긴 했지. 하긴 그마저 없었다면 사실 지독히도 재미없는 삶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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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 주지 않기 위한 침묵. 그리고 경청..
P111~112
사실 나는 지금 열여덟 살이 아니라 기쁘다네. 내가 열여덟 살이었을 때는 독일도 겨우 열 여덟 살이어서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 요구되고 있고, 어느 쪽을 보아도 기이 막혀 있는 형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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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작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글이다. 더 이상 쉽게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없는 시대. 이전 세대들이 해왔던 전철을 밟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이 시대를 살아나가는 우리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P115
“수작이 아니라는 것은 그러한 화가들에는 일반적으로 푸생의 위대한 개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네. 시인들의 경우도 그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어. 이를테면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기법을 본받으려 하지만 아주 서투른 모방에 그치고 마는 시인들이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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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만의 아름다움, 나만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P116
“결국 우리의 연구로부터 남는 건 실제로 적용되는 것뿐이니까.” 나도 그 말에 동의하면서..
교수들의 강의 중 에서 기억에 남는 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 것들 뿐이며, 내가 나중에 직접 실행에 옮겨보지 못한 것은 모두 잊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P119
“다만 천성적으로 정직하다는 것이 중요하네. 그래야만 훌륭한 착상들이 마치 신의 아들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언제나 우리들 앞에 나타나서 ‘우리 여기 있네!’ 하고 소리쳐 부를 걸세.”
P126
“이미 이 세상에서 무언가 제대로 된 것을 이루려고 하면서 날마다 노력하고 투쟁하고 영향을 미쳐야만 하는 유능한 사람은 내세의 세계는 되는대로 내버려 둔 채 이 현세에서 유용한 일을 찾아 활동하는 법이지. 더군다나 불멸성이라는 관념은 현세에서의 행복이라는 점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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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고 싶다는 욕망은 어쩌면 현세에 대한 아쉬움으로 인함이 더 클 것이다. 죽는 순간 후회가 남지 않도록 현세에서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
P128
“미감은 평범한 작품이 아니라 가장 뛰어난 작품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자네에게 가장 뛰어난 것들만을 보여주고 있는 거네. 그리고 자네가 거기서 확고하게 발판을 굳힌다면 여타의 것들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평가할 수 있는 척도를 가지게 되는 셈이지. 또한 자네에게 여러 가지 종류들마다의 가장 뛰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이유는 어떠한 종류도 소홀히 보아서는 안 되며, 위대한 재능이 정점에 도달한 것이라면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것이 만족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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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작품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평가함으로서 길러지는 미감. 나에게 고전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P133
“이 세계를 예감에 의해서 미리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나는 눈 뜬 장님이었을 것이고 그 어떤 탐구나 경험도 전혀 쓸모 없는 헛된 노력에 지나지 않았을 거야. 물론 빛은 존재하고 색채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네. 하지만 자신의 눈 속에 빛과 색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외부세계의 빛과 색채도 알아보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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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알아 볼 수 있는 마음의 빛과 색채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 눈에는 무엇만 보인다..라는 말도 있는 것 처럼 제대로된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내 자신부터가 아름다워질 수 있기를….
P135
“ 매너리즘이란 언제나 완성만을 염두에 두면서 창작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태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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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중요성… 나 또한 너무 완성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며 과정의 즐거움을 누리고 또 그 속에서 배움을 얻는 기회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P150
“대체적으로 보아 한 작가의 문체는 그 내면의 충실한 반영일세. 명석한 문장을 쓰려고 한다면 우선 그의 영혼이 명석해야만 하며, 스케일이 큰 문장을 쓰려고 한다면 우선 스케일이 큰 성격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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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나의 내면부터 성숙하게 다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과연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글을 쓰기 위하여 내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P158
“75세나 되면 이따금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더없이 편안해진다네. 왜냐하면 우리들의 정신은 결코 파괴되지 않는 존재이며, 영원에서 영원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활동이고 굳게 확신하기 때문이야. 그것은 지상에 있는 우리들의 눈에는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결코 가라앉지 않고 언제나 계속 빛나고 있는 태양과 같은 것이네.”
P173
“각고의 연습과 철저한 생활환경을 통해서 수련되어야만 진정한 시인의 반열에 들 수가 있겠지.”
P176
“정력의 분산을 조심하고 힘을 집중하게…. 세상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고, 우리들 자신에게도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않은 그러한 시도들을 생각하면 불쾌감마저 드네.재능 있는 사람은 아마도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고 자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테지. 그러나 그렇지가 않아. 자신의 과오를 후회하는 날이 오고 말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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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잘하려 하는 것 보다는…나만이 즐겁게 하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괴테가 거듭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P177
영국의 것에서 자신의 기반을 다지며, 자신의 힘을 유용한 것에 집중하게. 그리고 자네에게 아무런 결실을 가져다주지 않거나, 자네에게 맞지 않는 모든 일은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 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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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서 배움이 없지는 않겠지만 결실이 없는 일은 과감하게 그만두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두는 것...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일들인 것 같다.
P179
“인생은 짧네.” 하고 괴테가 덧붙여서 말했다. “그러니 서로간에 즐거움이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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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생, 사람들과 교류하며 더욱더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하자. 성취에만 가치를 두다보니 자꾸만 사소한 즐거움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지…. 최근 진급과 관련해서 이를 큰 기쁨이라고 여기기 보다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그 기쁨을 나누는 것을 즐겁게 여기지 않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P179
“자연은 자신의 길을 가고 만다네.” 하고 그가 말했다. “우리에게 예외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을 자연법칙을 따른 것이지.”
P191
“시의 진정한 힘과 영향의 본질은 상황과 모티프에 있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않는 거네. 그리하여 모티프가 아무 구실도 하지 않은 채, 느낌과 시구의 울림을 통해서만 그 어떤 종류의 존재를 비추어주는 수천의 시들이 생겨나는 것 또한 무지의 소산이긴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라네.”
P195
“우리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풍성하고 다양한 삶은 비록 그 어떤 뚜렷한 경향이 없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왜냐하면 경향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단지 개념을 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지.
P204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어. 매일매일 열정에다 자신을 맡긴 채,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네. 자기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다른 사람은 도무지 인정하지 않았으니, 결국 자신은 엉망이 되고 세상은 그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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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또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조화롭게 살아나가는 인생이 중요하다.
P205
“모든 것을 부정하는 태도는 결국 부정적인 것으로 나아가기 때문이지. 그리고 부정적인 것이란 무와 다름없는 게 아닌가. 이를테면 나쁜 것을 나쁘다고 해보았자 무슨 이득이 있겠나? 게다가 좋은 것을 나쁘다고 하게 되면 그건 더욱 나쁜 일이 되고 마네. 올바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사람은 결코 비방을 해서는 안 되며, 불합리한 일이 있더라도 개의치 말고 오직 바른 일만 하면 되는 걸세. 요컨대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순수한 기쁨을 느끼는 그 무언가를 건설하는 게 중요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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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일에도 부정하기 보다는 오직 바른 일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 부정적인 논쟁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지 되돌아보게 된다.
P213
시인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왜냐하면 세계 전체가 자신이 다루어야 하고 표현해야만 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P214
왜냐하면 통찰력과 생의 활동은 서로 구분되어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예술은 그 구체적 실현이란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어렵고 커다란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어렵고 커다란 문제를 거장답게 극복하려면 자기 자신의 삶의 생생한 경험이 요구되는 법이다.
“나의 시 작품의 구체성은 내 눈의 빈틈없는 주의력과 연습 덕분이었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나온 지식도 높이 평가해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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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생생한 경험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통찰력. 그리고 노력…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조금 더 세심하게 느끼고 관찰하려고 노력해보자.
P216
“무엇보다도 자신을 제한시키고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네.”
함께 있는 동안이면 그는 언제나 나로 하여금 옆길로 새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며, 늘 한 가지 분야에만 집중하도록 당부했다. 내가 자연과학 분야에 눈을 돌릴 기미가 보이기라도 하면 그는 나에게 그것을 그만두고, 지금은 문학에만 힘을 쏟으라는 충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이 나의 현재의 길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경우에 괴테는 읽기를 그만두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아무런 실제적인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P222
“요컨대 사람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만 배우는 법이야.”
P225
우리는 시와 시인의 본질을 추상적인 정의에 의해서 표현하려고 애를 쓰지만 명석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미학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정의를 내리려고 해 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고 괴테가 말했다. “상황에 대한 생생한 감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이야말로 시인을 만드는 걸세.”
P230
“우리는 고상한 격언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말해야 하네. 그 이외의 것은 자기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어야겠지.”
P231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에는 그 결과가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현명하고 올바른 행동이라고 해서 언제나 유리한 결과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그 반대의 행동이라고 해서 언제나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오리려 정반대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수가 종종 있으니까. 얼마 전에 나는 앞서 말한 서적상들과의 협상에서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고, 그 일 때문에 몹시 자책을 했었지.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바뀌어서 만일 내가 그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커다란 실수가 될 뻔했네. 그러한 일은 인생에 있어서 종종 되풀이되는 법이어서, 이러한 사실을 꿰뚫어 보는 현실주의자들은 뻔뻔스럽고 대담하게 그들의 사업에 착수하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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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인생사 역시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역시나 어떤 결과가 있을 지를 예상하며 주춤하기 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또 그 상황에 순응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한 일이겠지?
P296
“요한 축제의 불을 끄지 마라. 즐거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 비는 쓸수록 닳아 없어지지만 어린아이는 끊임없이 태어나는 법.
창 밖을 내다보기만 하면 거리를 쓸고 있는 비나, 마구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소멸하고 다시 끊임없이 젊어지는 세계의 상징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가 있지. 그러므로 아이들의 놀이와 젊은이들의 즐거움은 시대에서 시대로 이어지며 뿌리를 내려가는 것이라네. 왜냐하면 그와 같은 것이 성숙한 어른들의 눈에는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아이들은 아이들임에 변함이 없고, 이것은 어느 시대이든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네. 그러므로 요한 축제의 불을 금지하여 아이들의 즐거움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네.”
P300
“제어하기 어려운 것,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종종 강제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과 경건한 마음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이 노벨레의 목표였지.”
P302
“시인만이 자기가 자신의 대상에 어떤 매력을 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러므로 무언가 쓰려고 할 때는 결코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서는 안 되네.”
P305
“자유란 불가사의한 것일세.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분수를 지킬 줄만 알면 누구라도 쉽게 충분한 자유를 얻을 수 있지. 그러나 자유가 넘칠 만큼 있어도 사용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이 방과 그에 연결된 옆방을 보게, 열린 문 사이로 내 침대가 보이지. 둘 다 그리 넓지 않은 데다가, 여러 일용품이나 책이나 원고, 그리고 미술품 등이 방이 비좁도록 들어차 있어. 그러나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네. 겨울 동안 내내 이 방에서 살아왔고, 바깥 방들에는 거의 발도 들여놓지 않았지. 이 넓은 집을 갖고 있어봤자 자유가 있어봤자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봤자, 그것들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건강하게 살면서 자기 일에 종사할 만한 자유만 있으면 그것만으로 족하네. 그 정도의 자유라면 누구든 쉽게 얻을 수가 있지. 그 다음에 우리는 자신들이 지켜야만 하는 일정한 제약 조건 아래서만 자유롭네. 가령 시민은 그가 태어난 신분에 맞추어 신이 정해준 한계를 지키고 있는 한, 귀족과 마찬가지로 자유이네. 귀족도 왕후와 마찬가지로 자유이네. 왜냐하면 귀족은 궁정에서 의례적인 것을 조금 지키기만 하면 자기도 왕후와 동등하다고 느껴도 무방하기 때문이지. 우리는 자기 위에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함으로써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기 위에 있는 것을 존중함으로써만 자유로워지는 거네. 왜냐하면 우리는 자기 위에 있는 것을 존경함으로써 자기를 거기까지 높이고, 위에 있는 것의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우리 자신도 고귀한 것을 몸에 지니면서, 아울러 그것과 동등하게 될 가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네. 나는 여행 중에 종종 북독일의 상인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식사할 때 나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나와 동등하게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나와 동등해지는 것은 아니야, 반면에 그들이 나를 소중히 여기면서 제대로 응대할 줄 알았더라면 나와 동등하게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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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유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진정한 존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글이다. 나의 위에 있는 것들에 대한 존경을 통해 나 자신을 높인다는 것…다른 이들을 더욱더 배려하고 존중함으로써 나 자신이 더욱더 존중받는 것은 아닐지..
P323
“요즈음 들어서 더욱더 잘 알게 되었지만 시라는 것은 인류의 공동재산이며,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수백의 인간들 속에서 생겨난 것이네. 어느 작가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잘 쓰고, 조금 더 오랫동안 다른 사람보다 두각을 나타낸다는 그 정도가 전부일뿐이야.”
P324
“오히려 그 어떤 모범이 필요할 때는 언제라도 고대 그리스인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네. 그들의 작품에는 항상 아름다운 인간이 그려져 있으니까. 그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해서 우리는 단지 역사적으로만 검토를 하면서 그중 좋은 것을 가능한 한 받아들이면 되는 거네.”
P339
“우리는 묵묵히 올바른 길을 가기만 하면 되네. 다른 사람이야 멋대로 자기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두세. 그것이 가장 좋아.”
P341~342
“늘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세계라는 것이 이처럼 단순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존재할 수는
없었을 테지. 이 빈약한 땅은 이미 수천 년 동안이나 경작되어 왔지만 그 지력은 언제까지
나 그대로네. 약간의 비가 내리고 약간의 해만 비치더라도 매해 봄마다 초록이 싹트는 것이
며, 그렇게 계속되어 간다네.”
P343
“나와 실러의 관계는 둘도 없는 것이었네. 왜냐하면 우리는 상대방에게서 공통의 지향점이라는 더없이 훌륭한 유대의 끈을 보았기 때문에 이른바 특별한 우정이라는 게 따로 필요가 없었던 거네.”
P346
“자네에게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것을 말해 주고 싶군. 요컨대 자연에는 도달할 수 있는 것과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잘 분간하고 심사숙고해야 하네. 어떤 일을 끝내고 어떤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가를 통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이미 절반은 이룬 셈이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도 평생 동안 도달 불가능한 것에 매달려 헛고생만 할 것이네. 진리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서 말이야.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알 만큼 현명한 사람은 도달 가능한 것에만 정진을 하고, 그 영역에서부터 출발하여 모든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자기의 위치를 굳히는 것이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나아가다 보면 심지어는 도달 불가능한 것으로부터도 약간의 그 무엇을 얻어 낼 수도 있을 테지. 물론 최종적으로야 다음과 같이 고백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말이네. 자연의 이런저런 일들에 접근하는 데는 그 어떤 한계가 있으며, 자연이란 그 배후에 언제나 인간의 능력으로는 캐낼 수 없는 그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라고 말이야.”
P360~361
“나는 요즈음 아주 운이 좋게도 유명한 대가들의 뛰어난 스케치 작품들을 싼값으로 구할 수 있었네. 이러한 그림들은 아주 귀중한 것이야. 왜냐하면 그것들은 예술가의 순수한 정신적 의도를 그대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창조의 순간에 품고 있었던 기분 속으로 우리를 바로 이끌어 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네. 이 성전 안의 소년 예수를 그린 그림을 보면 필치 하나하나마다 예술가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위대한 명랑성과 밝고 고요한 결의가 드러나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러한 기분 좋은 느낌은 금방 우리들에게로 전해지지. 게다가 조형미술은 순수한 객관적 성질의 것이어서 감각을 심하게 자극시키지 않으면서도 우리들을 곧장 끌어당긴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네. 요컨대 이와 같은 작품은 우리들에게 전혀 말을 걸지 않거나, 아니면 아주 결정적으로 말을 걸거나 둘 중의 하나이네. 반면에 시라는 건 아주 막연한 인상을 주고, 감각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듣는 이의 성질과 능력 여하에 따라 그때마다 다른 것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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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예술가가 순간 보고 느낀 것들을 전해주는 촉매제이다. 우리는 예술작품을 보면서 예술가와 함께 소통하고 잊고 있던 감각을 일깨우게 된다.
P382
“시의 본분은 원래 인생살이의 자잘한 분쟁을 가라앉히고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이나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도록 만들려는 데 있는 거이지. 그런데 지금 세대는 어떤가. 모든 진정한 힘 앞에서는 두려워하면서 그 어떤 허약한 대상만을 상대로 해서 편안하고 시적인 감동을 품는 형편이 아닌가.
나는 그들의 시를 ‘병원 문학’이라고 불러줄 생각이네. 거기에 비할 때 순수한 티르타이오스의 시는 단순히 전쟁의 노래를 부를 뿐만 아니라 인생의 전투에서도 이겨내도록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워주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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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문학’ 이라는 표현이 참신하면서도 귀엽게 다가온다. 앓는 소리만 하는 당대의 시들을 골리기 위한 비유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글들에게도 병원 문학이라는 말을 불일 수 있을 것 같다.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먼저 희망과 용기의 증거가 되어야 겠지?
P425
“거기에 모든 것이 달려 있어. 사람이란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면 우선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네. 단테는 우리에게 위대해 보이지만, 사실 그의 배후에는 수백 년의 문화가 있네. 로트쉴트 은행은 화려하긴 하지만 그 많은 보물들을 얻기까지는 한 세대 이상이 걸렸어. 이러한 것들의 본질은 그 모두가 생각보다는 깊은 곳에 있네. 우리의 잘난 독일의 예술가들은 그러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고, 개성의 허약함과 예술적 무능함으로써 자연을 모방하고는 그 무언가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지. 말하자면 그들은 자연 ‘아래에’ 있었네. 무언가 위대한 것을 이루려면 그 전에 자신의 교양을 높이 쌓아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만 그리스 사람들과 같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실제적인 자연을 자신의 정신의 드높은 곳으로 이끌어 올릴 수 있고, (내적인 허약함에서든 외적인 장애 때문이든 간에) 자연 현상을 다룸에 있어서 지향점으로만 남아 있는 그것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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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교양을 높이 쌓아 위대한 것을 이루어야 한다. .
P430
“지금은 뛰어난 인재들이 자연과학 분야로 모여들어 있어. 그들을 바라보노라면 절로 흐뭇해진다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시작은 잘 했지만 오래가지 않아, 과도한 주관성이 그들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들어버린 거야. 또 다른 일부는 지나치게 자료에 집착하여 수도 없이 모았지만 그것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게 되었네. 전체적으로 본다면 근원현상으로 밀고 들어가 개별적인 현상들을 지배할 수 있는 이론적인 정신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지.”
P436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순수함과 도덕성만을 인격 형성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피해야 하네. 모든 위대함은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의 인격을 높여주는 걸세.”
P445
위대한 수학자인 라그랑주가 언급되었는데, 괴테는 특히 그의 뛰어난 인품을 강조하였다. “그는 선량한 사람이야.” 하고 그가 말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위대하다네, 왜냐하면 선량한 인물이 재능을 갖추고 있으면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도록 도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 그가 예술가든 자연과학자든 시인이든 그 밖의 무엇이든 상관없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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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인품이 있는 자들로부터 발휘될 때 더욱 세상을 위대하게 만드는 법, 재능만 있어서는 되지 않는다.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선량한 인품을 길러야 한다.
P449~450
재능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가 않아. 그보다는 오히려 총명할 필요가 있지. 또한 넓은 세계에 살면서 시대를 주도하는 인물들의 의도를 알아낼 기회를 가져야 하며 스스로도 이익과 손해를 감수하면서 함께 참여해야 한다네. 자연과학 연구에 정진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 모습을 결코 알지 못했을 거야. 자연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일에 있어서 우리는 순수 직관과 순수 사고, 감각의 오류와 오성의 오류, 성격의 허약함과 성격의 강력함에 좌우되고 말지. 모두가 다소간 유연성이 있고 가변적이며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어. 그러나 ‘자연’에게 만은 농담이 통하지가 않아. 자연은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진지하며 언제나 엄격하고 언제나 옳다네. 그러니 결함과 오류는 언제나 인간의 것일 뿐이야. 자연은 어중간한 자를 경멸하며, 다만 전력을 다하는 자, 진실한 자, 순수한 자에게만 복종하면서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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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을 다하는 자. 진실한 자. 순수한 자에게 기회가 오고 비밀이 열린다.
P467
그의 색채론과 관련지어 볼 때 그는 마치 선량한 어머니와도 같다. 자신의 뛰어난 아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 못할수록, 그 아이를 더욱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 말이다.
P469
“화려한 저택에 살게 되면 금방 게을러지고 비활동적이 된다네. 반면에 약간은 무질서하고 약간은 집시풍이기도 한 이 초라한 방과 같은 수수한 주택이 나에게 어울리는 것일세. 그래야만 활동적이게 되고, 나 자신으로부터 창조하려고 하는 자신의 내밀한 본성이 마음껏 활개를 펼 수가 있네.”
P486~487
“명성이란 사소한 게 아니야. 나폴레옹도 그 위대한 이름 때문에 세계의 거의 절반을 쳐부수지 않았던가!” 대화는 잠시 끊어졌다. 그러나 괴테는 나폴레옹에 관해 쓴 새 책을 화제로 삼아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진실의 힘은 위대한 것이네. 신문 기자나 역사가나 시인들이 나폴레옹 위에 덧씌운 그 모든 후광이나 환영은 이 책의 경악스러운 리얼리티 앞에서 모조리 사라지고 말았어. 그런데도 이 영웅은 작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이 드러난 만큼 더욱 커져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말했다. “그 인격에는 일종의 독특한 마력이 들어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즉시 그의 것이 되어 매달리면서 그가 하라는 대로 했던 것입니다.” 괴테가 말했다. “물론 그의 인격은 탁월했어. 그러나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그를 지배자로 모시면 자기들의 목적이 이루어진다고 확신한 점에 있었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것이 되고 말았던 게지. 배우들도 자기가 좋은 역을 맡으리라고 믿으면 새로 온 무대 감독일지라도 그의 말을 잘 듣는 것과 마찬가지지. 이것은 낡은 이야기지만 여전히 되풀이되는 이야기라네. 인간의 본성이란 하여간에 그런 식으로 되어 있으니 말이야. 무턱대고 남을 섬기는 자는 없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득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꺼이 그렇게 하는 거지. 나폴레옹은 인간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 그래서 인간들의 그러한 약점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거야!”
-
나에게 득이 된다고 생각할 때 다른 이를 섬기는 인간의 본성
P496
“나폴레옹이 특별히 위대한 점은 어느 때건 한결 같은 인간이었다는 거네. 그는 전투 전이든 전투 중이든 승리한 뒤든 패배한 뒤든, 그는 언제나 굳건하게 서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분명히 알고 결단을 내렸네. 그는 항상 환경에 적응하면서 어느 순간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대처할 수 있었어.”
-
환경에 적응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히 알며 결단을 내린 나폴레옹
P497
“그러나 그가 페스트 병 환자를 방문한 건 사실이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자라면 페스트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시범을 보이기 위해서였지. 그리고 그가 한 일을 옳았네! 나의 체험에서도 한 가지 사례를 들 수 있어. 부패열이 돌았을 때 어쩔 도리 없이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었지만 나는 단호한 의지력만으로 병에서 자신을 지켰네. 그러한 경우에 정신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믿기 어려울 정도이네. 말하자면 정신력이 온몸으로 스며들어, 온갖 해로운 영향들을 물리치는 적극적인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게지. 그와 반면에 공포심이란 나태하고 쇠약하며 예민한 상태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들로 하여금 어떤 적에게도 맥없이 굴복하도록 만든다네. 이러한 점을 나폴레옹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자신의 군대에 대해서 장엄한 모범을 보여주어도 별다른 위험이 따르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네.”
.”
P514~515
“어느 시대건 거듭해서 말해져 온 것이지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하네. 하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었고, 원래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기묘한 요구라네. 인간이란 어떤 것에 뜻을 두고 어떤 것을 얻으려 할 때면 외부 세계, 즉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의지하게 되네. 그리고 자기의 목적에 필요한 만큼 그 외부 세계 알고 그것을 자기에게 쓸모 있게 만들지.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그가 즐기고 있거나 괴로워하고 있을 때뿐이야. 그래서 고통과 기쁨을 통해서만 그가 무엇을 구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가를 배우게 된다네. 여하간 인간이란 불가해한 존재여서 자기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며, 세상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고, 더군다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 나도 역시 자신을 알지 못하며, 또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아. 사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렇네. 내 나이 마흔에 이탈리아에 있었을 때. 나에게는 조형 미술에 대한 재능이 없고, 그러한 나 자신의 경향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정도까지는 자신을 알 만큼 현명했던 거네. 내가 무엇을 그릴 때라도 구상적인 것에 대한 충분한 욕구를 느낄 수 없었으니까. 대상들이 닥쳐와 스며들면서 나를 압도해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그 어떤 두려움이 있었던 거지. 어느 편인가 하면 보다 연약한 것. 중용적인 것이 나의 성격에 맞았네. 풍경화를 그릴 때 나는 희미한 원경에서부터 그리기 시작하여 중경에 이른 후에는 언제나 전경에 합당한 심을 실어주기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나의 그림은 결코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가 없었어. 또한 연습도 하지 않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잠시 멀어져 있다가 다시 착수하기를 거듭하는 식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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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P521
“일평생의 어느 시기든 그 전후 시기와 비교하면 장점도 단점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일세. 내가 마흔이었을 때에는 일부의 일에 있어서 현재와 마찬가지로 아주 분명하고 현명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나았던 점도 있었지. 그런 한편 지금 내 나이 여든에도 그 당시와는 바꾸고 싶지 않은 장점들이 있네.”
내가 대답했다. “말씀을 듣고 있자니 식물의 형태 변화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개화기에서 푸른 잎의 시기로 돌아가거나, 종자와 과일의 시기에서 개화기의 상태로 거슬러 올라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겠습니다.” 괴테가 말했다. “자네의 비유는 내가 말하고 싶은 걸 잘 나타내고 있네” 그가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가지런한 톱니 모양의 잎사귀를 생각해 보게. 마음껏 자라난 상태에서 갑갑한 떡잎의 상태로 왜 되돌아가고 싶겠는가? 생각해 보세. 여기에 최고 연령의 상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식물이 있다면 그 아니 유쾌하겠나? 이제 개화나 결실기를 지나 더 이상 생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성하게 성장을 계속하는 식물이 있다면 말이야.” 괴테가 계속해서 말했다. “애석한 것은 인간이 일생을 통해 그릇된 경향에 의해 방해를 받으면서도, 마침내 거기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그런 그릇된 경향을 결코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네.”
P522
“통찰력을 얻게 되었지.” 하고 괴테가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위안을 한다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잘못에서건 이끌어낼 수 있는 이점일세. 재능이 부족한 자가 음악에 힘을 쏟아부어도 대가가 되지 못하리라는 건 뻔하지만, 그래도 거장이 만든 작품을 알아보고 존중하는 것만은 배우게 되는 걸세. 내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였다 해도 물론 나는 결코 화가가 되지는 못했겠지. 그러나 미술의 온갖 분야를 두루 익혔기 때문에 선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잘된 것과 그릇된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던 거네. 이러한 이득은 결코 작은 게 아니었어. 이처럼 잘못된 경향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아무런 이득도 따르지 않는 경우는 드문 것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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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일이든 배움이 없는 시도는 없다. 실패한 일이라도, 잘못된 일이라도 무엇이든 가르침이 있고 이를 배워 교훈을 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P540
‘고전적인 것이든 낭만적인 것이든 다같이 좋은 것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이 형식들을 이치
에 맞게 사용하여 거기서 뛰어난 것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두 형식을 다 엉성하
게 사용한다면, 그 어느 쪽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P576
“사람이 혼자 있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야.” 하고 괴테가 말했다. “특히 혼자서 일한다는 건 좋지 않아. 무언가 일을 이루려고 하면 오히려 다른 사람의 협력과 자극이 필요한 거네. 내가 ‘아킬레우스’나 여러 담시들을 완성한 것도 실러 덕분이었는데. 그는 나로 하여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세웠던 거네. 내가 ‘파우스트’ 제2부를 완성한다면, 그것을 자네의 공으로 돌려도 될 걸세. 이제까지 자네에게 종종 말하곤 했지만, 자네가 그 점을 알도록 하기 위해 이렇게 거듭 말하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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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지성이 부각되는 시대이다. 나라는 인간은 부족하기에 다른 사람의 협력과 자극이 필요하다. 연구원 꿈벗들과도 이렇게 서로에게 협력과 자극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P589
몇몇 배우들의 연기에서 확인되듯이, 고귀하지 못한 것이 개성마저 잃으면 그 즉시 참을 수 없이 비천한 것에로 떨어지며, 반면에 개성을 얻게 되면 그 즉시 예술의 드높은 영역으로 높여진다.
P597
신은 행복의 모든 원천과 능력을 인간의 마음속에 심어 놓았으며,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든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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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복은 내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인데…신이 주신 행복을 만들 수 있는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P598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삶들이 저를 감동시키면서, 제 자신의 삶은 어떠한 모습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리하여 제 마음속에는 이제 세 가지 커다란 욕구가 꿈틀거리게 되었습니다. 나의 지식을 늘리고, 나의 삶을 개선시키며, 이 두 가지가 가능하게 되면 무엇보다도 그 어떤 의미 있는 일을 이루어야겠다는 것입니다. 이 마지막 욕구와 관련하여 제가 할 일이란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P603
이런 시구를 떠올렸습니다.
신에게 감사하라. 신이 그대를 곤궁에 빠뜨리더라도. 그리고 또 신에게 감사하라. 신이 그대를 다시 놓아주더라도.
P620~621
이러한 개념, 이러한 느낌은 일생 동안 자네를 따라다니면서 풍성한 결실을 맺어줄 것이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 정당성을 입증받게 될 것이네. 요컨대 오류는 도서관 측의 것이고, 진실은 인간 정신의 편일세. 책은 책을 통해 그 세력을 늘리게 될지도 모르지. 그러나 생동하는 근원법칙에 전념하다 보면 정신은 만족을 얻게 되는 법이네. 단순한 것을 파악하고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며, 애매한 것을 명확하게 밝혀줌으로써 말이야.
P623
나는 이제 다시 유기체적 자연에 대한 관찰에 전념할 수 있게 되어 기쁠 따름이며, 나에게 주어진 소명에 기꺼이 순종하려 하네. 내가 사십 년이 넘도록 고수해 온 이 오래된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네. 우리는 이러한 원칙에 의존함으로써, 그 정체 파악이 가능한 미로 속을 제대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한계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많은 소득을 올린 후인지라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하여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일세. 고금의 모든 철학자들도 더 이상을 이룰 수는 없었네. 더 이상을 글로 나타내는 것은 정도를 넘어서는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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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에 기꺼이 순종하는 자세. 나의 소명은 대체 무엇일까?
P650
“작가가 자기 인생의 각각의 단계에서 기념비를 남기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점들을 명심해야 하네. 즉 타고난 소질과 선한 의지를 유지해야 하고, 어느 단계에 있어서도 순수하게 보고 느껴야 하며, 부차적인 목적을 가지지 않고 생각했던 대로 곧장 충실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네. 그렇게 하여 그의 글이 그 쓰인 단계에서 볼 때 옳았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올바른 것으로 남아 있게 되는 법일세. 훗날에 그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더라도 상관없이 말이네.”
P654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는 벌써 일 년도 넘게 이 번역 작업에 몰두해 왔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장애가 앞을 가로막아 지긋지긋할 정도로 작업이 지체되었지. 마음속으로 이 일에 신물을 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네. 그런데 이번에 이 모든 장애들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일이 생겼지 뭔가. 내가 이렇게 머뭇거리고 있는 동안 외국의 뛰어난 연구자들이 일을 진척시켰고, 그로써 나의 물레방아에 아주 적당한 양의 물이 공급되는 결과가 되었으니 말이야.
나는 살아오는 동안 이러한 일을 여러 번 겪었네. 그리고 그러한 경우에는 보다 고차원적인 작용, 즉 그 어떤 데몬의 힘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된다네. 우리가 숭배를 할 수 있을 뿐, 감히 그것에 대해서 설명은 할 수 없는 그 어떤 데몬의 작용을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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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긍정적인 동시에 또 하늘의 도움에 감사하는 자세를 지닌 괴테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데몬의 작용으로 기적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P660
“요컨대 목적에 대한 질문, 즉 ‘왜’ 그런가를 묻는 질문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네. 그러나 ‘어떻게’ 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셈일세. 왜냐하면 내가 ‘황소는 어떻게 하여 뿔을 가지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이 질문은 나로 하여금 황소의 신체 조직을 관찰토록 만들며, 아울러서 사자에게는 왜 뿔이 없고 또 뿔을 가질 수도 없는가를 가르쳐주기 때문이네.”
P678
“인간에게는 거쳐 지나가야 할 인생의 여러 단계가 있으며, 그 단계들은 각기 고유한 미덕과 결정을 가지고 있네. 그러한 미덕과 결점은 그것들이 나타나는 시기에 있어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리고 어떤 점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걸세.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 그 사람은 아주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리게 되고, 이전의 미덕과 결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네. 그리고 그 자리에 다른 기질이나 나쁜 버릇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서 마침내는 궁극적인 변화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그때 우리가 어떤 모습일는지 우리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걸세.”
P695
“인간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법이야. 예컨대 어떤 사람들은 이류 정도의 것으로 자신의 생계를 꾸리고 있는 터이므로, 어느 정도 장점을 가진 문학을 보게 되면 농간을 부려 실제로 비난할 만한 것을 기어이 찾아내고 그것을 철저하게 비난하고 혹독하게 깎아내리는 걸세. 그렇게 해야만 자기들이 칭찬하는 이류 정도의 것을 더욱 훌륭하게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
P696
“하지만 인간은 또한 데몬적인 것에 대항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도록 노력해야 하네. 나로서도 현재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과 사정이 허락하는 한 열과 성을 다하여 일을 훌륭히 마무리 짓도록 애써야만 하겠지. 이러한 일은 프랑스인이 코디유라고 부르는 놀이와 같은 걸세. 던져진 주사위가 많은 걸 결정하지만, 그래도 놀이판 위에서 말을 잘 써나간다는 것은 그 놀이를 하는 사람의 현명함에 달려 있으니까 말이야”
P703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괴테는 나에게 슈뢴의 논문 한 편을 건네주었다. 곧 출현할 혜성에 간한 글이었는데, 괴테는 내가 그런 문제에도 완전히 문외한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P712
“그(메르크)는 꼭 파산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상상했던 것만큼 살림 형편이 나빴던 것은 결코 아니었네.”
P714
“요컨대 우리들 인생의 사건이나 사실은 그것이 실제 현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무언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한에 있어서만 중요한 걸세.”
P718
내가 말했다. “일단 해보시지요. 저절로 잘될 테니까요.”
P720~721
베랑제는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파벌에 끼어들지 않았지. 그는 마음속으로 이미 충족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그에게서 아무것도 줄 수도 빼앗을 수도 없었던 거네.
P726
괴테는 자기 자신이 저지른 조그만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그러한 것을 보는 경우 별로 기분이 좋지 않네.” 하고 괴테가 말했다. “자신의 도덕적인 자아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여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 예민한 양심을 말해 주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러한 양심은, 만일 부지런한 활동을 통해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는 우울증 환자를 만들어내고 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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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것도 좋지 않다. 내 스스로 내 편이 되어주자. 내가 저지른 잘못에는 배움이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P737
“나는 서투른 솜씨라면 모두 죄악과 같이 미워하네. 더구나 국정에 관련한 서툰 솜씨는 특히 미워하지. 그렇게 되면 수천 수백만의 국민들에게 바로 재난을 초래하기 때문이지.”
P739
하나의 완전한 인간이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앞에 누워있었다. 감동에 찬 나머지 나
는 불멸의 영혼이 육체에서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잠시 동안 잊었다. 나는 그의 가슴에 손을
대보았다. 한없이 깊은 정적뿐이었다. 나는 옆으로 몸을 돌려 참았던 눈물을 쏟고 또 쏟았다.
2) 괴테와의 대화2권
P12
그의 이야기는 그의 작품처럼 다양했다. 그는 언제나 동일한 사람이면서 언제나 다른 사람이었다. 그 어떤 위대한 이념이 그를 사로잡기만 하면, 그의 입에서는 샘물처럼 풍성하게 끊임없이 말이 솟아 나왔다. 그 말들은 마치 온갖 꽃들이 피어 있지만 너무나 눈부신 나머지 그것들을 꺾어 화환을 만들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봄날의 정원과도 같았다. 또 어떤 때는 마치 그의 영혼에 안개라도 내린 듯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정말이지 얼음 같은 차가움으로 가득차서, 눈서리가 내린 들판 위를 스쳐 가는 살을 에는 바람과도 같은 날도 있었다. 그러다 다시 보면 그는 어느새 숲속의 모든 가수들이 덤불과 관목 숲에서 우리를 향해 환호하고, 뻐꾸기가 푸른 대기를 뚫고 울어대며, 실개천이 울긋불긋 꽃이 핀 목초지를 졸졸거리며 흐르는, 활짝 웃음 짓는 여름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 기꺼이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와 가까이 있음에 더 없는 행복감을 느끼며, 그의 말에 우리의 마음은 더없이 넓어졌던 것이다.
P13
그의 자제력은 대단한 것으로서, 그의 존재의 탁월한 특성이었다. 자제력은 언제나 자신의 대상을 지배하면서 그의 작품들에 경탄스러운 예술적 완성을 부여하는 저 고귀한 분별력의 자매인 것이다.
행복한 순간이 찾아오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강력한 데몬이 그의 내부에서 발동을 하고, 저 자제심은 사라져버리게 된다. 그럴 때면 그의 이야기는 청춘의 자유를 얻어, 마치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강물과 같이 쏴쏴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그러한 순간에 그는 자신의 풍요로운 본성 속에 있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훌륭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P21
자기 아이들을 위해서 애를 쓰는 아버지들의 어리석은 행동이 결국 헛될 뿐이라는 테마를 재치 있게 설명해 주었다.
P22
모스하임은 라틴어로 다음과 같은 아주 특이한 말을 남겨놓고 있었다.
“명예는 노고와 고뇌의 원천이요, 무지는 행복의 원천이다.”
P30
독일의 소설가들이 먼저 그들의 수많은 독자들의 취향을 망쳐 놓았는데, 이번에는 다시 독자들이 소설가들의 취향을 망쳐 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소설가들은 그들의 원고를 받아줄 출판업자를 찾기 위해 이제 자기들 편에서 앞장서서 다수 독자들의 나쁜 취향에 영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P35
괴테는 며느리에게 자기는 날이면 날마다 선물을 받는 술탄 황제의 입장에서 그 물건을 보관하겠노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의 며느리가 말했다. “아니에요. 아버님은 오히려 그 물건을 보고 아이처럼 좋아하고 있어요!” 괴테는 그 말에 미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P36
나는 괴테에게 오늘은 건강이 어떤지 물었다. “나폴레옹이 섬에 있을 때만큼은 나쁘지 않네.”
P37
어쨌든 내 며느리의 이번 겨울 여행은 힘만 들었지 소득은 없을 거네. 하지만 그렇게 아무 소득도 올리지 못한다는 게 오히려 젊은이들에게는 무한히 많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 여하간 전체적으로 봐서 의미 없는 일은 아닐세! 이따금 정신 나간 짓도 해보아야지, 다시 정신 차리고 삶을 제대로 살게 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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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일탈이 필요하다. 미친 짓을 해보고 나서야 다시 이 세상을 살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 항상 즐거울 수 만은 없듯이 어두움 속에 침잠도 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올라올 수 있는 힘이 생긴다.
P41
선생님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입증된다 하더라도 선생님은 그 새로운 학설과 함께 오래 고립되어 있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괴테가 대답했다. “나는 그런 일에는 익숙해 있고 또 각오도 되어 있네. (중략) 내가 이 위대한 자연의 대상에 관하여 수백만 명 중에 올바른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십 년 동안이나 자신에게 말해 왔으니, 과연 자랑할 만하지 않단 말인가? 이러한 우월감 때문에 나는 적대자들의 어리석은 오만함에도 견딜 수 있었던 거네. 사람들은 온갖 방법으로 나와 나의 학설을 적대시하고 나의 생각을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했지.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의 완성된 작품에 대해 커다란 기쁨을 느껴왔네.”
P42
하느님의 위대함을 마음속 깊숙이 느끼는 자라면, 말문이 막히고 외경심 때문에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도 못할 테지.
P43
여성을 사랑하는 것은 지성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지요. 아름다움이나 젊음이라든지, 익살과 신뢰감이라든지, 성격, 결함, 변덕 그리고 그 밖의 것들 때문에 여성을 사랑하는 것이지 결코 여성의 지성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지요. 물론 여성의 지성이 빛난다면 우리는 그것을 높이 평가하고, 그 처녀는 그럼으로써 우리의 눈에 그 가치를 무한히 높이게 되겠지요. 그리고 이미 사랑하고 있는 사이라면 지성은 두 사람을 묶어주는 역할을 할 테지요. 하지만 지성 자체는 우리를 불타게 하거나 열정을 불러일으킬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P44
셰익스피어가 인간의 본질 전체를 모든 방향에서 그리고 모든 깊이와 높이에서 이미 철저하게 다 묘사해 놓았기 때문에, 후계자인 자기에게는 할 만한 일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음을 알게 될 걸세.
내가 영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그 다양한 걸작들이 이제 겨우 눈을 뜨기 시작하는 어린 나에게 그 큰 힘으로 닥쳐왔더라면 나는 압도되어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을 것이네. 그러면 내가 지내왔던 것처럼 패기만만한 걸음으로 나아갈 수는 없었을 것이고, 다만 어디엔가 출구가 없나 하고 심사숙고하며 한동안 사방을 두리번거렸을 테지.
P45
그러나 그의 고향으로 찾아가서 그가 살았던 나라의 토양과 시대적 분위기를 체험하면서 그의 동시대인들과 그 직접적인 후계자들을 연구하게 된다면, 벤 존슨이나 메신저나 말로, 그리고 버몬트나 플레처 등으로부터 불어오는 힘을 호흡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때도 셰익스피어는 거대하게 솟은 위인으로 남겠지요.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그의 기적이 이해가 되고 또 그의 손으로 이루어진 많은 작품들이 그의 세기와 시대의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분위기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될 겁니다.
셰익스피어는 스위스의 산맥과도 같네. 만일 몽블랑 산을 드넓은 뤼네부르크의 황무지로 바로 옮겨놓는다면 어떻게 되겠나. 그 거대함 앞에서 말문이 막히고 말 테지. 그러나 이웃하고 있는 높은 산들, 즉 융프라우나 핀스터아오호른이나 아이거 그리고 베터호른이나 고타르나 몬테로사 등을 넘어 제 고장으로 몽블랑을 찾아간다고 생각해 보세. 그래도 몽블랑은 여전히 거대한 봉우리이긴 하겠지만 이전처럼 우리를 놀라게 하지는 않을 걸세.
P46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진무구하게 마치 꿈속을 거닐 듯이 창작에 전념해야만 그 어떤 위대한 것이 생겨날 수 있는 법인데, 이제 그러한 분위기는 전혀 불가능하게 되었네. 현재의 재능 있는 작가들은 말하자면 그 모두가 대중 앞의 쟁반 위에 놓인 격일세. 날마다 오십여 곳이나 되는 다양한 지역에서 발간되는 비평적인 신문과 잡지들이 대중들에게 부질없는 풍설을 퍼뜨리는 지경이기 때문에 건전한 것은 생겨날 수가 없는 지경이지. 오늘날에는 그러한 분위기에서 물러나 일부러라도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으면 모든 게 끝장이야.
P47
“진실할 수 있고 또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여간 시대의 분위기가 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네. 시인이란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찾아야 하는 존재이며, 외부에서 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시인을 위태롭게 만드는데 말일세.
그것은 펠리칸처럼 나 자신의 심장의 피로 먹이를 주어 만든 것이었네. 거기에는 나의 가슴속에서 나온 내면적인 것이라든지 감정과 상상이 너무도 많이 들어 있어서, 그러한 분량의 책이라면 열 권을 쓰고도 남을 정도이네.”
P49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창작을 하게 되었고, 바로 그러한 사정이 ‘베르터’를 탄생시킨 심정 상태로 나를 몰아넣었던 걸세. 나는 삶을 살았고 사랑했고 많은 고통을 받았네! 그것이 전부야.
베르터의 시대는 자세히 관찰해 보면 세계 문화의 흐름에 속한다기보다는 각 개인의 삶의 과정과 연관되어 있다네. 그 과정에서 각각의 개인은 타고난 자유로운 자연의 감정을 가지고서 낡은 세계의 제한된 형식에 순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거지. 막혀버린 행복, 저지된 행동, 이루어지지 않은 소원 등은 특정한 시대에 국한된 장애가 아니라 모든 개개인에게 주어진 불행이네.”
그는 자주 라파엘로에 몰두하는데, 그것은 뛰어난 작품을 계속 가까이 함으로써 자신의 교양을 유지하는 한편, 고귀한 인간의 사상에 대해서 끊임없이 숙고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그는 나에게 그러한 작품을 소개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었다.
P50
“여하간 나는 중용을 지키느라 애썼네.”하고 그가 덧붙여서 말했다. “나의 마음을 괴롭히면서 충동질하는 것을 그대로 다 쏟아 부었더라면, 그 몇 쪽 되지 않는 시가 완전한 책 한 권의 부피로 늘어났을 것이네.
사람들은 결코 나라는 인간에 만족하지 않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나와는 다른 인간이 되기를 나에게 요구한 셈이었지. 또한 세상은 내가 만들어낸 작품에 대해서도 만족하는 일이 드물었어. 나는 불철주야 전력을 다하여 새로운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세상에 공헌하려고 애썼네. 하지만 세상은 그 작품을 좋게 보아주었으니 오히려 나더러 감사의 표시를 하라는 식이 아니겠나. 사람들은 나를 칭송했지만, 나는 그것을 기뻐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네. 그들을 기뻐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네. 그들은 나로부터 내심 그 어떤 겸양의 말을 기대하면서, 내 스스로가 자신의 인물과 작품이 전혀 무가치하다는 점을 밝히도록 요구하는 것이었네. 하지만 그런 행동은 나의 본성에 거슬리는 것이었어. 만일 내가 그와 같은 위선과 거짓을 행하려고 했다면, 나는 가련한 룸펜에 지나지 않았겠지. 그러나 자신이 느끼는 진실 그대로를 보여줄 만큼 충분히 강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자부심이 있는 인간으로 여겨졌고, 오늘날까지도 그렇게 여겨지고 있다네. 종교적인 일이나 과학적, 정치적인 일 할 것 없이 온갖 분야에서 나는 위선적으로 행동할 수가 없었으며,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도록 용기를 가져야만 했네.”
P52
그녀는 이렇게 말했지. ‘앞으로 나는 부당해 보이는 모든 행위를 엄격히 삼갈 것이고, 또한 사교장에서든 궁정에서든 다른 사람들이 저지르는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 내 의견을 말하겠어요. 어떠한 불의에 대해서도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류 민주주의자라는 비방을 받는 일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P53
“사람들은 결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믿으려고 하지 않으며, 나의 모습을 진정으로 보여줄 모든 것으로부터 눈길을 돌린다네.”
P54
“위정자는 지속적으로 정의롭게 통치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시대에 맞게 상황을 개선해 나가야 하네.”
P55
“다른 나라의 변혁을 도입하려는 모든 시도는 만일 그 필요성이 자기 나라의 깊은 본질에 뿌리박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어리석기 짝이 없고, 결국 이러한 조율의 모든 의도적인 혁명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게 된다네.
한 민족이 거대한 개혁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하느님도 그들과 함께 하시면서 그 개혁을 성공시킬 것이네. 하느님은 그리스도와 최초의 제자들과 함께 있었음이 분명하네. 왜냐하면 여러 민족들이 사랑이라는 새로운 가르침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하느님은 또한 루터와도 함께 하셨음이 분명하네. 왜냐하면 성직자 제도에 의해 일그러진 가르침을 정화시킬 필요가 있었던 게지. 그러나 내가 언급한 이 두 위대한 힘은 기존 체제의 벗이 아니었네. 오히려 이 두 힘은 낡은 누룩을 털어내야 하고, 더 이상 거짓과 불의와 결함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던 걸세.”
P62
“일부 영민한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의 주변을 직접 관찰해 볼 계기를 갖게 될지도 모르겠지. 그리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바로 가까이에 있는 자연에 대한 그러한 개인적인 깨달음은 종종 그 관찰자가 본격적인 전문가가 아니면 아닐수록 더욱 소중한 법이네.”
“그러면 아는 게 많을수록 관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기존의 지식이 오류와 결합되어 있는 경우라면 물론 그렇겠지! 단호한 화성론자는 오로지 화성론의 안경을 통해서만 보려고 하며, 수성론자와 최근의 지각융기론의 신봉자들도 자신들의 안경을 고집하기는 마찬가지야. 배타적인 유일한 관점에 사로잡힌 그러한 모든 이론가의 세계관은 그 순진무구함을 상실하였으며 대상들은 더 이상 그 자연적인 순수함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네. 그래서 그러한 학자들이 나중에 깨달은 내용에 관해 보고하더라도 우리는 대상들에 대한 진리를 결코 얻지 못하고, 오히려 매우 강력한 주관이 개입된 관점만을 가지고서 대상들을 받아들이게 될 뿐이라네.”
P63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다는 오랜 진리가 옳을 걸세. 학문의 세계에서도 우리는 학식과 가설에 사로잡힌 나머지 더 이상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자들을 보게 된다네. 그러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모든 것이 신속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들고 말지. 그들은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것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거리에서 절친한 친구들 알아보지 못하고 뛰어 지나가버릴 정도로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과도 같네. 그러나 자연을 관찰함에 있어서는 어떠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떠한 선입견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차분하고 순수한 마음이 필요하네. 예컨대 어린아이는 꽃에 달라붙어 있는 딱정벌레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그 단 하나의 단순한 대상에 집중을 하지. 그래서 그와 같은 시간에 구름의 형성에 있어서 뭔가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하며 시선을 그쪽으로 돌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걸세.”
P64
“우리 모두가 훌륭한 조수에 지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것을 바라고, 또 철학이니 가설이니 하는 엄청난 기구를 이리저리 함부로 끌고 다니기 때문에 사태를 망쳐버리는 걸세.”
P68
“불타 무너져라! 더욱 아름답게 일으켜 세울 것이니.”
P70
“극장에서는 관객에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으며 또 관객이 원치 않을 경우에는 입을 다물기만 하면 그만이거든. 왕처럼 아주 느긋하게 앉아서 모든 것이 눈앞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원하는 대로 정신과 감각을 누릴 수 있는 걸세. 그곳에는 문학과 그림이 있고, 노래와 음악이 있으며 연극의 기법을 비롯하여 그 밖에 없는 게 없을 정도지. 그리고 그러한 모든 예술에다가 젊음과 아름다움의 매력마저 더해져 의미 있는 수준으로만 연출된다면 그날 하루 저녁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축제가 벌어지게 되는 셈이지. 때로는 졸작도 있고 때로는 수작도 있겠지만, 그래도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거나 담배 연기 자욱한 답답한 사교장에서 트럼프 놀이를 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을 테지.”
P72
“어떤 작품이 나의 선택을 받으려면 무언가 의미 있는 내용이 들어 있어야 했지. 위대하고도 유익하며 명랑하면서도 우아해야 했네. 그리고 어떤 경우든 건강하고 그 어떤 핵심이 들어 있어야 했네. 병적인 것, 허약한 것, 애처로운 것과 감상적인 것, 그뿐 아니라 무시무시한 것, 소름끼치는 것, 그리고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것이라면 그 모두를 배제시켰네.
우수한 작품을 연구하고 훌륭한 배역을 끊임없이 연습해야만, 타고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도 그 어떤 단계에 도달할 수 있거든.”
P74
“일정 부분은 엄격한 관리에 의해서, 그리고 보다 맣은 부분은 사랑에 의해 이룰 수가 있었네. 그러나 그 대부분은 통찰력에 의해서 그리고 인물의 명망에 좌우되지 않는 공정함에 의해서 이룰 수가 있었네.
나는 자신을 위태롭게 했을지도 모르는 두 가지 적 앞에서 자신을 지켜야 했네. 그 하나는 재능 있는 자에 대한 나의 열렬한 애정이었는데, 그 때문에 나는 편파적으로 될 우려가 있었지. 다른 하나는 말하고 싶진 않지만 자네는 눈치 챘겠지. 우리 극장에는 젊고 아름답고 게다가 영혼이 우아하기 그지없는 여성들이 없지 않았네. 그들 중 몇몇의 경우에는 나도 열정적으로 이끌려드는 느낌을 어찌할 수 없었고. 여성 쪽에서도 나를 받아들일 태세였지. 그러나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에게 말했네. ‘더 나아가선 안돼!’라고 말이야. 나는 자신의 지위를 자각하고 있었고, 또 내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네. 나는 여기서 하나의 사적인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한 단체의 지도자로서 있는 것이며, 이 단체의 성공은 나 자신의 순간적인 행복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말일세.”
P75
“내가 몸가짐을 철저히 지키고 언제나 자기 자신을 절제함으로써 극장의 주인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거지.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조심성도 언제나 잃지 않았네. 그것이 없으면 어떠한 권위라도 금방 허물어지는 법이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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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가 얼마나 본인을 절제하고 조심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 자기 절제가 중요하다.
P86
“무대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젊은이라면 우선 그의 인품을 살펴본다네. 그러면서 그에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 어떤 매혹적인 힘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네. 왜냐하면 자기 통제력이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아주 호감 가는 인물로 만들어 보여주지 못할 정도의 배우라면 대체적으로 재능이 없기 때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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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인품의 중요성. 자기 통제력이 약한 편인 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
P87
“위대한 작가의 숭고한 작품을 손에 쥐어 주면서 그가 참으로 위대한 것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지. 그 다음에는 정열적이고 격정적인 작품을 주어서 그의 힘을 시험해 본다네. 그러고 나서는 맑고 이성적인 것과 재기 발랄한 것, 그리고 반어적인 것과 기지에 찬 것 등을 보여주면서, 그가 이러한 것들을 앞에 두고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또 정신적인 자유를 충분히 유지하는지를 살펴보는 걸세. 그 다음에는 상처받은 가슴의 고통과 위대한 영혼의 고뇌가 담긴 작품을 주어서, 그가 감동적인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능력이 있는지 알아본다네.”
P89
자연과학자들은 한 영역의 무한히 세밀한 부분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반면에 괴테의 삶의 목표는 더욱 보편적인 거대한 법칙을 직관하는 데 있었다. 괴테는 언제나 그 어떤 거대한 종합을 추구하기는 했지만 세부적인 사실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자신의 예감을 확증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괴테가 그토록 노골적인 애정을 보이면서 저명한 자연과학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지속하려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에게서 모자라는 것을 그들에게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미비한 점을 그들로부터 보완하려고 했다. 그는 이제 몇 년 안에 여든 살이 된다. 하지만 그의 연구심과 체험에 대한 열정은 지치지 않을 것이다.
P90
자신의 연구의 그 어떤 방향에서도 그는 함부로 종결하거나 가볍게 끝을 내버리는 법이 없다. 그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끝없이 배우고, 또 배우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그럼으로써 영원한, 조금도 시들지 않는 청춘의 인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P97
셰익스피어나 몰리에르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네. 그 두사람도 자기들의 연극으로 무엇보다 돈을 벌려고 했지. 하지만 이 주요 목적을 달성키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모든 걸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도록 애써야 했고, 오래된 고전 작품과 병행하여 이따금씩 관객의 인기를 끌 수 있는 매력적이고 유익한 신작도 공연토록 해야만 했네.
P115
화살은 얼마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내가 달려가서 화살을 주워오자 괴테가 “다시 한번!”하고 말했다. 이번에는 수평 방향으로 정원의 모래 길을 겨누었다. 화살은 삼십 보 가량 어느 정도 똑바로 날아가더니 곧 머리를 숙이고 획 소리를 내면서 땅에 떨어졌다. 괴테가 활을 쏘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마음에 들었으며, 다음과 같은 시구가 떠올랐다.
나이가 나를 떠나버렸는가? 또다시 나는 어린아이가 되었단 말인가?
나는 화살을 주워 와서 다시 그에게 주었다. 괴테는 나에게 다시 한번 수평 방향으로 쏘아보라고 청하면서 자기 서재의 덧문에 나 있는 점 하나를 과녁으로 정해 주었다. 나는 쏘았고. 화살은 목표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화살이 무른 나무에 너무 깊이 박히는 바람에 빼낼 수가 없었다. “그대로 놔두게” 하고 괴테가 말했다. “며칠 동안은 이번 놀이의 기념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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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와 같이 활 쏘는 것에도 열심인 괴테. 그리고 과녁을 벗어난 화살도 기념물로 생각할 줄 아는 괴테..이러한 모습들이 그를 장수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P117
알고 보면 인간은 단순한 존재야. 인간의 본성이 제아무리 풍부하고 다양하고 헤아릴 수 없다 하더라도. 인간이 처하고 있는 모든 상황은 금방 들여다보이는 법이네.
P118
이리저리 헤매지 말고, 바로 푸생과 클로드 로랭의 모범으로 삼아 이 두 대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라고 말이야. 그렇게 하면 그들이 자연을 어떻게 관찰하였는지 그리고 자신들의 예술관이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을 어떤 식으로 이용했는가를 분명히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네.
P119
말하자면 우리의 강점은 내버려두어도 어느 정도 저절로 형성되지만, 우리의 본성 속에 잠재되어 있는 싹이나 소질은 날마다 자기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의 강점으로 발전시키려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걸세.
P126
천편일률적인 것은 우리를 수동적이게 만들지만, 모순은 우리를 생산적으로 만들어준다네.
P143
배우는 시인이 자기의 대상을 대할 때 느꼈던 최초의 열정을 다시 우리 마음속에 불러일으켜야 하네. 온갖 시련과 위험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자기 가슴속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해 내며 신선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쐬고 있는 힘찬 그리스 사람들과 영웅들을 우리는 눈앞에서 보고 싶은 거네.
P145
“제가 보기에 그 배우는 자기 앞의 대상에 대해 커다란 애정을 쏟는 것 같았습니다. 부지런히 자신의 배역을 연구하여 모든 세부적인 것을 하나하나 분명하게 체득함으로써 주인공의 삶을 완전히 익히고 아주 자연스럽게 거기에 푹 파묻힙니다. 그래서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정확한 강세로 발음할 수 있게 되는데, 너무도 확실한 연기여서 프롬프터가 조금도 필요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P146
“다른 모든 선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바로 하느님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네. 이것은 결코 인간 성찰의 결과물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 아름다운 천성이지. 이것은 인간 누구에게나 조금씩 부여되어 있지만, 천부의 자질을 타고난 아주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최고도로 주어져 있는 거네. 이러한 사람들은 위대한 행위나 가르침을 통해 그들의 성스러운 내면을 드러내며, 또 이러한 내면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랑과 존경을 보내고 힘닿는 한 그것을 본받으려 하는 걸세. 그리고 윤리적 미의 가치와 선의 가치는 체험과 지혜를 통하여 깨달을 수가 있었던 거네. 왜냐하면 악이라는 것 그 자체는 결국 개인과 전체의 행복을 파괴한 것으로 드러났고, 반면에 숭고하고 정당한 것은 개인과 전체의 행복을 가져오고 확고하게 해준 것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윤리적 미는 가르쳐질 수 있었고, 또 명백한 형태로 온 민족에게 전파될 수 있었던 걸세.”
P150
“나는 미학자들이 우스워 죽겠어.” 하고 괴테가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미’라는 말로 부르고 있긴 하지만 표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을 몇 마디 추상적인 말로써 개념화하려고 애쓰고 있으니 말이야. 그러나 미는 근원현상이네. 그것 자체가 현상으로 나타나는 일을 결코 없지만, 그 반영은 창조적 정신의 다양하기 그지없는 발현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네. 자연 자체와 마찬가지로 그토록 다양하고 무수한 형태로 말일세.”
P153
내가 말했다. “선생님의 말씀에서 결론을 끌어낸다면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까요? 어떤 생물이든 그 자연스러운 발전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말입니다.” “바로 그렇다네.” 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발전의 절정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먼저 말해야겠지.” 내가 대답했다. “이런저런 생물에 고유한 특성이 완전하게 나타나는 성장의 시기라고 봅니다만.” “그런 의미라면 별다른 이론은 없을 걸세.” 하고 괴테가 대답했다. “게다가 이렇게 덧붙인다면 더 안성맞춤일 테지. 그러한 특성이 완전하게 나타날 뿐더러, 생물의 모든 부분의 성장이 자연의 사명에 합치될 때, 즉 합목적성을 띨 때라고 말한다면 말이야.
P160
“우리는 어떤 화가의 붓 자국과 신인의 말 하나하나를 지나치게 정확하고 세심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네. 오히려 우리는 대담하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만들어진 예술작품을 가능하다면 똑같은 정신으로 다시 직관하고 즐겨야 하는 걸세.”
P169
재능을 가진 어떤 사람이 신속하면서도 신나게 발전하려면 국민 사이에 지성과 교양이 널리 퍼져 있어야 하는 거야.
우리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비극 작품에 경탄을 보내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건 개개의 작가들이 아니라 그 작가들이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그 시대와 국민이라네. 왜냐하면 이 작품들이 서로 간에 조금씩 차이가나고 또 그들 중의 어떤 시인이 다른 시인보다 다소간 위대하고 보다 더 완벽해 보인다 하더라도, 전체를 통틀어 개관해 본다면 그 모든 것에는 단 하나의 일관된 특성만이 있기 때문이네. 그것은 바로 웅대함, 유익함, 건강함, 인간적인 완전함, 거기에다가 고상한 생활의 지혜와 숭고한 사고방식, 순수하고 강력한 직관이라는 특성을 가진다네
요컨대 이러한 특성은 개개인에게만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국민과 시대 전체에 속하는 것이며 그 속에서 형성되고 있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네.”
P177~178
“전체적으로 볼 때 시인으로서 그 어떤 추상적인 것을 구상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나의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인상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었습니다. 활기찬 상상력이 나에게 제공하는 감각적이고 생명감 넘치며 사랑스럽고도 다채로운 갖가지의 인상을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시인으로서 내가 한 일은 그러한 직관과 인상을 마음속에 서 예술적으로 다듬고 형성하고 또 생생하게 묘사하여 나타나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내가 묘사한 것을 듣고 읽는 동안 나와 똑같은 인상을 받도록 하는 일 이외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P193
“나이 들어서는 종종 이런 생각이 들더군. 내가 여기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영광을 보는 것도 이로써 마지막이라고 말이야. 그러나 언제나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지 뭔가. 그러니 오늘도 나는 이렇게 바라네. 우리 둘이 언젠가 이곳에서 좋은 날을 다시 함께 보내게 되겠지 하고 말이야. 앞으로는 더 자주 이곳에 오기로 하세. 사람이란 좁은 집구석에만 있으면 쭈그러들기 마련이야. 이곳에서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위대한 자연처럼 위대하고 자유롭다는 느낌이 드는 걸세. 아니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야.”
“나는 여기에서 많은 지점들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 지점마다 내 오랜 삶의 풍성한 기억들이 연결되어 있다네. 저 일메나우의 산 너머에서 젊은 시절에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이 있었던가! 그리고 저 아래쪽 사랑스런 에르푸르트에서 얼마나 많은 모험을 해보았던가!”
P194
“나는 누가 아무리 군주의 위치에 있다고 할지라도 그와 동시에 올바른 인간적 성품과 쓸 만한 인간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결코 존경하지 않았네. 나의 천성 자체가 괜찮았고 나 자신도 스스로를 고귀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야. 그러므로 사람들이 나를 군주로 만들어주었다고 한들, 나는 그것이 별달리 특이한 일이라고는 느끼지 않았을 걸세.”
P206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자력이 특히 강하게 작용하고, 심지어는 아주 멀리까지도 그 힘이 미친다네. 젊은 시절에 나는 이런 경험을 자주 했었네.”
P223
“거기에서 우리는 그 어떤 신성을 마주하고 있는 걸세.”
“나는 그 앞에서 기쁨과 경탄을 금할 수가 없네. 종류가 다른 새끼에게 먹이를 먹여주는 행위가 자연을 관통하는 그 어떤 보편적 법칙성을 가진 것이라면 그로써 많은 수수께끼가 풀릴 테지. 그리고 또 하느님께서도 고아가 된 어린 까마귀들이 호소를 하면 돌보아 주시리라는 것도 분명한 일이고.”
P228
“자네는 제2의 샌디야. 저 유명한 트리스트람의 아버지 말일세. 반평생 동안 문짝이 삐거덕 거리는 소리에 화를 내면서도 기름 몇 방울 쳐서 날마다 겪는 불쾌감을 해소할 결심을 하지 못했던 사나이 말일세.”
P230
“모차르트의 모든 작품이 여기에 해당한다네. 그의 작품에는 세대에서 세대로 계속 영향을 끼치면서 쉽사리 소진되거나 사라지지 않는 생산적인 힘이 들어 있는 걸세.”
P232
“어떤 사람이 이루어낸 작품이나 행동의 양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을 생산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거네.
내가 보기에 그들은 비생산적일 뿐이네. 왜냐하면 그들이 쓴 작품에는 생명력도 영속성도 없기 때문이지.”
P235
“그 같은 인물들은 천재적인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어서 독특한 데가 있네. 말하자면 그들은 ‘청춘의 반복’을 체험하는 걸세.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단 한 차례의 젊음이 주어질 뿐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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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서도 꿈으로 가득찬 청춘을 반복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제 3의 청춘, 제 4의 청춘으로 내 삶을 풍요롭게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239
“그런 식으로 장면들을 억지로 짜내게 되면 커다란 결점이 생기게 마련인 것이네. 그러므로 아무것도 짜내지 않는다는 게 나의 방침이네. 생산적이 아닌 시간에는 빈둥거리면서 보내거나 잠이나 자면 될 일이고. 생산적이지 않은 날에 억지로 써 봐야 나중에 기분만 상하게 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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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또한 비생산적일 때가 있었나보다. 그렇다. 일이 있으면 휴식도 필요한 법.. 그러나 나는 비생산적인 날이 더 많다는 것이 문제다. 생산적인 날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P241
“자네도 알겠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그 중년기에 전환점을 맞이한다네. 청년기에는 만사가 순조롭고 행복하게 돌아가던 사람도 어느 순간 그 운명이 돌변하여 재난과 불운을 잇달아 겪게 되는 법일세.
사람이란 결국 무로 돌아가는 거라네! 모든 비범한 인간은 그가 이루어야 할 그 어떤 소명을 타고나는 법이며, 그것을 이루고 나면 더 이상 사람의 모습으로 지상에 머물 필요가 없어지는 게지. 그리하여 하느님의 섭리는 그를 또다시 다른 용도로 돌려쓰게 되는 걸세. 이 지상에서는 모든 일이 순리에 따라 이루어지며 데몬은 차례차례 사람의 다리를 걸어 쓰러뜨리는 거네. 나폴레옹도 그랬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랬지. 모차르트는 서른여섯 살에 죽었고, 라파엘로도 거의 비슷한 나이에 죽었으며, 바이런은 그보다 겨우 몇 년 더 살았네. 하지만 그들 모두 자신의 천명을 완벽하게 이루었지. 그들은 가야 할 나이에 갔네. 그리고 이 땅에 더 오래 살도록 되어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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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람들이 항상 단명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들이 천명을 완벽히 이루었다고 생각하니 나름대로 위안이 된다. 나에게 남겨진 시간들을 통해 천명을 완전히 이루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은 삶의 시간들을 내 천명을 실천하며 해야할 일을 충실히 할 수 있기를…
P246
“사람의 본성에는 놀라운 힘이 숨겨져 있어서 거의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우리를 위해 무언가 좋은 걸 마련해 준다네. 나는 평생 동안 눈물을 흘리며 잠든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 눈물 속에서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모습이 나타나 나를 위로하고 축복해 주었네. 그러고 나면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원기를 얻어 씩씩하게 일어나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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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던 날 또한 나를 위로하고 축복해주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하는 괴테의 사고를 본받아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다. 나를 좌절시키는 것도, 나를 일어나게 하는 것도 결국 내게 달려있는 것이다.
“우리의 환경은 지나치게 인공적이고 복잡하며, 음식이나 생활 방식에 있어서도 건강한 자연을 상실하고 있네. 모두들 세련되고 정중하기는 하나 다정다감하고 진솔할 수 있는 용기가 결여되어 있고, 그 때문에 자연스런 성향과 마음씨를 가진 정직한 사람은 아주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 거지.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가식적인 뒷맛이 남지 않는 인간적인 생활을 순수하게 누려보기 위해서, 저 남쪽 바다의 섬나라에 그야말로 야만인으로 태어나 살았으면 하고 바랄 때가 종종 있네.”
P251
“그들은 나 같은 사람이 즐겁게 느끼는 것을 무가치하고 시시하게 보고 있고, 오로지 이념에 푹 절어 고차적인 사변의 문제에만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게 확연히 드러나는 걸세. 건전한 감각이라든지, 감각적인 것에서 느끼는 기쁨이라든지 하는 건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으며, 젊은이다운 감정이나 청춘의 환희와 같은 것은 모두 제거되어버렸으며 또 회복하기도 불가능한 상태이네. 여하간 이십 대에도 젊지 않았으니 사십 대에 어떻게 젊어질 수 있단 말인가!”
P254
“그것은 내 적들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고 또 남을 해치지도 않는 무기였네. 나는 그 무기를 가만히 수중에 넣고 있었지만 실은 그 무기를 잘 활용하였던 걸세. 다른 사람들의 악의 때문에 내 마음속에 독한 감정이 생기는 걸 그 무기로 방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야. 만일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적들의 공개적이고 이따금은 악의적인 해코지를 아프게 느끼고 또 부풀리기까지 하면서 시달렸을 테지. 그러므로 저 짧은 시들은 나에게 사적으로 중대한 도움을 주었던 걸세. 그러나 독자들에게 나의 사적인 시빗거리를 밝혀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았고 또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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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유명한 만큼 아마 많은 팬이 있었던 것처럼 적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해코지하기 보다는 혼자 해학적인 시를 쓰면서 해소하였던 현명함을 보여준다.
P258
“우선 기본 자료를 아주 열성적으로 그리고 세심하게 모았어. 그러고 나서는 그 모든 것에다가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영혼을 불어넣었지. 또한 그 서술이 아주 적확하고 간결해서, 행동과 행위가 연속적으로 밀려오는 듯이 등장하고, 그 모든 장면이 너무도 생생하고 생동감에 넘쳐서 보고 있는 사람이 현기증이 날 정도이네.”
P262~263
“세상이란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만큼 그렇게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는 건 아니라는 걸 말이야. 진보를 가로막는 데몬들이 끊임없이 여기저기 도처에서 나타나, 전체적으로 보면 앞으로 나아가기는 하나 그 속도가 아주 느릴 수밖에 없는 걸세. 더 살아보게. 그러면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네.”
“어쨌든 인류는 오래도록 존속할 테지만 그 앞길에 헤쳐 나가야 할 장애물은 언제든 있기 마련이고, 인류의 힘을 길러줄 온갖 역경도 무수히 등장할 것이네. 물론 인류는 앞으로 보다 더 현명해지고 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고 보다 많은 실행력을 가지게 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네. 시대마다 편차가 있을 뿐이라고 보는 게 차라리 맞겠지. 나는 하느님이 더 이상 인류에게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시간이 오리라고 보네. 그러면 하느님은 모든 것을 파괴하여 다시 한번 새롭게 청조하게 될 걸세. 나는 모든 것이 그러한 방식으로 예정되어 있음을 확신하며, 먼 미래에 그러한 회춘의 시대가 다가올 시간까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믿고 있네. 하지만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물론 좋은 시절도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 사랑스럽고 오래된 대지 위에서 몇 천 년이고 온갖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게 될 것이네.”
P265
“그 어떤 사건과 관련하여 그분에게 진언되는 열 명의 목소리 말고도 그분은 열한 번째의 보다 나은 자기 자신의 내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낯선 속삭임들은 귀 너머로 흘려버렸지.
그분은 어떤 일이든지 직접 확인하고 스스로 판단을 내렸으며 모든 경우에 있어서 자기 자신의 생각을 가장 확고부동한 근거로 삼았네. 게다가 그분은 과묵한 성격이어서 한번 꺼낸 말은 반드시 행동으로 옮겼지.”
P270
“어떤 사람이 이름을 얻는다는 건 그 사람 안에 이미 그럴 만한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네. 명성은 구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일부러 그것을 구한다는 건 모두 헛된 일이네. 현명한 처신과 온갖 교묘한 수단을 사용하여 일종의 명성을 얻을 수도 있을 테지. 하지만 거기에 내면의 보석이 들어 있지 않다면 그 명성은 헛될 뿐이며 다음날까지 유지 되지도 않을 것이네.”
P271
“독일의 통일 여부를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네. 우리 나라의 훌륭한 도로와 앞으로 생겨날 철도가 그 할 일을 다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상호 간의 사랑으로 하나가 되고, 일치단결하여 외적에 맞서는 게 중요하네. 독일의 탈러 화나 그로셴이 전국 어디서나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는 점에서 하나가 되고, 나의 여행 가방이 독일의 서른 여섯 개 모든 나라 어디에서나 검열 없이 통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일이 되기를 바라네. “
P281
그는 책 읽기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며 많은 독자들의 무지몽매함을 조롱하였다. 많은 독자들이 아무런 예비적인 연구나 준비된 지식도 없이 마치 소설책이라도 읽는 듯이 철학과 학문의 저작들에 곧장 덤벼든다는 것이었다.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철부지 독자들은 독서하는 법을 배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가를 모르네. 나는 팔십 년간이나 거기에 몸을 바쳤지만 아직도 목표에 도달했노라고 말할 수 없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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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왔던 나였지만 지적 레이스를 하면서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특히 이번 책은 더더욱 기본적인 지식(괴테 시대의 사상가, 문학, 예술가 관련 지식 등)이 더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느껴졌다. 독서에 너무 부담을 가지거나 압박을 받지도 말고 그 자체를 즐기되 관련 지식을 쌓고 책을 또 한 번 읽어보기로 다짐해본다.
P282
“나는 잘 알고 있네. 그러한 과학 학술 모임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말이네. 하지만 그러한 회의의 장점은, 서로 간에 알게 되고 또 서로 간에 좋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데 있네. 그 결과 어떤 중요한 인물의 그 어떤 새로운 학설이 인정을 받게 되고, 또한 이 인물이 다시 어떤 다른 분야에 서로 우리 견해를 인정하고 지원해 줄 가능성이 마련되기 때문이지. 어쨌든 현실의 사정은 어떤가. 어떤 일이 생겨나도 그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아무도 모르는 형편이 아닌가.”
P283
“진정한 상상력이란 이 지상의 현실적 토대를 떠나지 않으며, 현실적인 것과 이미 알려진 사실을 척도로 삼아서 예감하고 추정할 수 있는 대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말하네. 그러므로 이러한 상상력은 에감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며 또한 그러한 예감이 이미 알려진 다른 법칙과 모순되지 않는가를 검토한다네. 그러나 이러한 상상력은 그 전제조건으로, 생동하는 세계를 조망하고 그 법칙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포괄적이면서도 냉정한 머리를 필요로 하네.”
P292
“오랫동안 위협하던 벼락이 마침내 우리를 맞힌 거네. 적어도 우리는 더 이상 끔찍한 불확실성에 시달릴 필요는 없게 되었네. 이제는 우리가 자신의 생을 어떻게 다시 제자리에 놓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네.” 나는 괴테 앞에 놓은 종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것이 선생님의 위안입니다. 일을 한다는 것이 우리를 고통 속에서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뛰어난 방편이 아니겠습니까.” 괴테가 대답했다. “살이 있는 동안에는 머리를 하늘로 높이 쳐들고 있어야 하네.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동안에는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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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비의 죽음을 맞이하고 슬픔에만 잠겨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을 다시 제자리에 놓기 위해 노력하는 괴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살아 있는 동안 머리를 하늘로 높이 쳐들고 해내기 위해 고삐를 늦추지 않는 삶…참으로 경탄스러운 삶의 태도이다.
P292~293
그러고 나서 그는 아주 고령의 나이까지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흔의 나이에도 그녀는 젊었었네. 그녀는 균형을 유지하며 사는 법을 알고 있었지. 이 지상의 일에 있어서 정당하게 주어지는 것 말고는 더 이상 바라지 않았으니 말이야. 그녀는 죽음에 대해서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네. 그녀가 열여덟 살에 중병에서 회복되었을 때 , 주변 사람들이 그녀가 빠져 있던 아슬아슬한 위험에 대해 말해 주자, 그녀는 아주 차분하게 이렇게 말했네. ‘죽었다고 해도 별다른 게 있었을까요! 죽기로 되어 있던 존재가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갈 뿐인데요.’ 그 후 그녀는 칠십 년 이상을 더 살았네. 사랑을 하며 사랑을 받고, 삶의 온갖 기쁨을 마음껏 누리면서 말이야. 그러나 삶을 소진시키는 온갖 열정을 그녀는 특유의 이러한 평정심으로 내려다보며 극복하였던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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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을 유지하며, 평정심을 가지며 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테지만 이것이 바로 삶을 오래오래 즐겁게 살 수 있는 비결인 것 같기도 하다.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사랑하고 사랑받고 기쁘게 살았던 니농이 부럽기만 하다.
P302
괴테는 아주 생산적인 시기에는 대체로 독서를 하지 않았다. 어쩌다 읽는다고 해도 가볍고 명랑한 책을 택해 휴식에 도움이 되도록 했고, 아니면 현재 다루고 있는 소재와 조화를 이루거나 글의 진행에 도움이 되는 책만 골라서 읽었다. 반면에 아주 중요하고 심한 자극을 주는 독서는 아예 피하였는데. 그 이유는 차분한 창작에 방해가 되고, 또 그의 현재 관심을 분산시켜 본궤도에서 탈선시킬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P310
“베랑제도 그 묘사능력이나 그 내면에 있어서 가치가 있는 사람일세. 훌륭한 개성이 돋보이지. 게다가 대단한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야. 자기 자신의 내부에 확고한 뿌리를 두고서 순수하게 자기 자신으로부터 발전해 나가며 또한 철저하게 자기 자신과의 조화를 유지하고 있네. 그는 무엇이 시류에 맞는가? 무엇이 효과적인가? 무엇이 대중의 인기를 끄는가? 따위를 결코 묻지 않는다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무얼 하고 있는가? 하고 물으며 그것을 모방하는 일도 결코 없다네. 그는 대중이라든지 이런저런 당파의 요구에는 개의치 않고, 항상 자신의 천성을 지키며 일해 왔네. 물론 그도 염려스러운 여러 시기에 직면하여서는 대중의 기분이나 소망이나 요구에 귀를 기울이긴 했지.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내면은 더욱 굳건해졌네. 그리고 바로 그렇게 되는 것이 자신의 내면과 대중의 내면이 조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확신했네. 여하간 그는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이미 살아있던 것이 아니라면 함부로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네.”
P321
“주어진 대상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멀찌감치 거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절대적으로 필연적인 요소에만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은 물론 문학의 거장에게만 속하는 일로서,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이네.”
P332
“마음 좋은 할아버지를 그렇게 못살게 굴어서 되겠니! 네 무게 때문에 완전히 녹초가 되실거야.” “그래 봤자 소용없어요.” 하고 볼프가 대답했다. “곧 잠자러 갈 테니 할아버지는 그때 안 귀찮게 푹 쉬면 되잖아요.” 괴테가 그 말을 이었다. “지금 보시다시피 사랑이란 언제나 다소 뻔뻔한거요.”
P335
“오히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자연적인 힘을 타고난 사람들이 대체로 가장 겸손하네. 그와 반면에 특히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거만하다네. 은혜로운 자연은 보다 높은 관점에서 볼 때 자연 자신으로부터 무시당했다고 볼 수 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균형과 보완을 위한 수단으로써 자만심을 내려주었네.”
P344~345
“내 생각으로는 모든 개인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며 우선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해야 하네. 그리고 저기에서부터 마침내 전체의 행복이 틀림없이 생겨나는 거네. 게다가 그 교의는 내가 보기에 전적으로 비실제적이며 실천 불가능한 것이네. 모든 자연과 모든 경험에 반하는 것이며, 수천 년 이래의 모든 일들의 진행과정과 모순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의 의무를 다하고 모두가 자신이 맡은 일의 테두리 내에서 정직하고 유능하게 행동한다면 전체의 안녕은 저절로 이루어지네. 나는 작가로서의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전체를 이롭게 할까?라고 물은 적은 결코 없었네. 오히려 언제나 자신의 통찰력을 키우고 자기 인격의 질을 높이면서, 내가 훌륭하고 진실하다고 깨달은 것만을 표현하고자 늘 애를 써왔을 뿐이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보다 커다란 범위에서 영향을 미치고 이로운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 않네. 다만 이것이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 전적으로 필연적인 일의 과정, 즉 자연적인 힘들의 작용에 있어서 언제나 일어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이라는 점을 알아야 하네.”
P346
“나의 원칙은 잠정적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네. ‘아버지는 자기 집을, 수공업자는 자신의 고객을, 성직자는 이웃간의 사랑을 돌보고, 경찰은 시민들의 기쁨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이네!”
P354
“조각조각 만들어진 기계의 부분들은 함께 조립할 수가 있고, 그런 대상의 경우에 ‘합성’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무방하겠지. 그러나 그 하나하나가 살아서 스스로를 형성하며 하나의 공통적인 영혼에 의해서 스며 있는, 유기체의 부분들에다가는 그러한 용어를 적용시킬 수 없네.”
P357
“자연에 대한 연구보다 우리에게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은 없네. 자연의 비밀은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지만 우리 인간들은 점점 더 깊이 그것을 들여다볼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네.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불가해한 것으로 남게 된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자연은 우리에게 영원한 매력을 가지는 걸세. 그리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자연에로 다가가서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발견을 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이네.”
P360
“자연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비밀을 보여주는 건 아니야. 오히려 자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장난기가 많은 처녀와도 같네. 온갖 애교로 남자를 유혹하지만 막상 붙들거나 소유하려고 하면 우리 남자들의 팔에서 빠져나가 버리는 처녀들 말이네.”
P366~367
“아무리 자기 멋대로 하려고 해도, 우리 모두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집단적 존재이네. 생각해 보게나.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 우리의 소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적으며, 우리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말일세! 우리 모두는 우리 앞에 살았던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로부터 받아들이고 배워야 하네. 가장 위대한 천재라 할지라도 그 모든 것을 자신의 내부로부터 끌어내려고 한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될 테지. 그런데도 다수의 매우 유능한 사람들이 그 점을 깨닫지 못하고서 독창성이라는 미몽에 사로잡힌 채 반평생을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다니는 것이네.”
P368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본래 나의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어디 있겠나. 보고 듣고 분간하고 선택하고, 본 것과 들은 것에다가 약간의 정신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어느 정도 숙달된 솜씨로 재현해 내는 능력과 경향을 제외한다면 말이야. 나의 작품들은 결코 나 자신의 지혜에 의해서만 생겨난 것이 아니라, 나의 외부에 있으면서 작품의 재료로 주어졌던 수천의 사물과 인물에 힘입은 것이네. 바보와 현명한 자, 총명한 자와 고루한 자, 어린아이와 청년들, 그리고 원숙한 노인들, 그 모두가 자신의 감각으로 느낀 것, 그들이 생각한 것, 그들이 살아오고 활동하고 축척한 경험들을 나에게 말해 주었지. 그러므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하여 씨를 뿌린 것을 손으로 움켜쥐거나 수확하는 일 그 이상은 할 수 없었던 것이네.
다만 중요한 것은 ‘뜻을 높게 두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재능과 끈기를 발휘하는’ 걸세. 그 밖의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어. 그러므로 미라보가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 외부의 세계와 그 힘을 이용한 것은 전적으로 옳았네. 그는 재능 있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재능 있는 자들은 그의 강력한 천성의 데몬에 이끌리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와 그의 지도에 기꺼이 따랐던 거지. 그리하여 그는 한 무리의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들을 주변에 두게 되었으며, 그러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열정을 불어넣어 자신의 보다 높은 목적을 이루게 행동하도록 만들었던 거네. 그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행동할 줄 알았다는 바로 그것이야말로 그의 천재성이고 그의 독창성이며 그의 위대함이었던 걸세.”
3. 내가 저자라면
1) 뼈대와 구성
이 책은 에커만이 괴테를 만나게 되는 1823년부터 괴테가 사망1832년까지 약 9여년간 1000여번의 만남을 통해 그려진 기록을 시간 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고 1~2부를 1권, 3부를 2권으로 구성해놓았으나 딱히 각 부별 구성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단순히 2권은 1권의 출간 후에 추가적으로 발간되었기 때문에 2권이 되었고 1권과 겹치는 시기들이 있는 점은 다소 아쉽다. 2권을 출간 할 시에 1권도 같이 개정하여 1~2권이 시간의 순서대로 일목요연하게 한 편의 서사시를 보는 듯이 펼쳐졌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초반에는 에커만이 본인이 괴테를 만나기 까지의 여정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으나, 괴테를 만나면서부터의 내용은 일기 형식으로 최대한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중간 중간에 괴테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들도 있으나 사실적인 기술이 주를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에커만이 본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했던 초반의 구성이 에커만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나가게 되면서 나 또한 저자의 마음이 되어 괴테를 만나는 듯한 느낌을 가지도록 만들어주는 부분이 책에 대한 친근감을 한껏 높여주었기에 시간이 흐르면서 에커만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지 않는 부분들이 아쉽다. 에커만이 주인공이 되어 괴테와의 만남을 통해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들, 성장하는 모습 등을 가미하는 부분이 많았다면 더욱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을 것만 같다. 특히 1권의 경우 읽다 보면 괴테의 발언록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을 정도로 대문호와의 대화가 지루한 적도 있었다. 에커만의 개성이 반영되었다면 에커만을 통해 한층 더 쉽고 재미나게 괴테와 대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권의 경우 1권 대비 그 날의 상황 설명도 많이 되어 있고, 에커만과의 오고가는 대화들도 많이 실려 있다. 특히 소레와 같은 다른이가 관찰한 내용도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1권보다 풍부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2권의 마지막 부분에는 작품 해설과 작가연보가 실려있는데 이 것은 나 같은 일천한 독자에게는 매우 도움이 되는 구성이었다. 저자인 에커만에 대해서 더 알고 싶었는데 그러한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었으며, 책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책을 마치면서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책장을 덮어버리는 것만 같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부가적인 설명들을 읽으면서 다소간의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2) 감동적인 장절
전반적으로 읽는 내내 괴테라는 사람은 참 시대가 낳은 천재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에게 압도 당했던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성실한 연구, 지금 이 시대에 살았더라도 필시 존경 받는 인물이었을 것만 같은 통찰력, 긍정적인 사고를 잃지 않고 환경에 순응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점 등은 앞으로 살아가는 내내 본받아야 할 것이다.
너무 많은 장절들이 다 마음을 울리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아래 내용들을 공유하고 싶다.
이 무렵 나는 처음으로 괴테라는 이름을 듣고는 그의 시집 한 권을 샀다. 나는 그의 시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말 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었다. 비로소 눈이 뜨이기 시작하고 참다운 자각에 도달하는 듯한 느낌이었으며, 이 시들 속에는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의 내면이 비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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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와의 첫 만남을 묘사한 글이다. 다시 한 번 나 또한 이러한 경험이 있었던가! 를 생각하며 나 또한 책을 읽으며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 감동이 지속되는 기간은 너무도 짧았던 것 같다. 또한 그 마음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저자에 대해 멀리서 존경심을 키우기만 했지, 내가 실제로 그 저자를 만나보려는 노력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에커만은 실제 괴테를 닮고자 노력하고 또 따르고자 노력하여 결국 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느낀 감동을 넘어 실제로 저자를 닮고자 하는 노력을 했던 에커만이 존경스러워 보인다.
나는 그에 대항하여 운명이란 성격에 의해 좌우되는 것임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말로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것들에 맞서려고 했다. 인간이 현재에 씨를 뿌리면 미래에 그것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뿌린 씨앗에 따라 좋은 열매를 맺거나 혹은 나쁜 열매를 맺는다는 진리를 표현하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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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내가 가진 신념과 꿈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뿌린 씨가 나의 노력을 통해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을 보고 싶다.
“자네가 묵묵히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 그래야만 마침내 가장 확고하고 순수한 세계관이 생겨나는 법이니까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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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엉덩이의 힘을 기르고 계속 성실히 임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그것이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다시 내일부터 또 도전해보자!
“가능하면 대작을 쓰는 것을 피하도록 하게.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재능과 탁월한 노력을 겸비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작 앞에서는 고생하는 법이기 때문이네. 나도 그런 식으로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알고 있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던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것만 착실히 했더라면 백 권의 책이라도 썼을 텐데 말이야
현재는 언제나 현재로서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네. 시인의 마음속에 날마다 솟아오르는 사상이나 느낌은 그 모두가 표현되기를 원하고 또 표현되어야만 하네. 그러나 보다 큰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가득 차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모든 사상을 등지고 생활 자체의 안락함까지 잃어버리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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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바로 지금 현재에 충실하는 것의 중요성. 다시 한 번 나만의 소명을 찾을 수 있길, 그리고 그에 집중하여 탁월함을 기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대작을 만들려는 욕심보다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과 노력을 통해 계속 계속 읽고 싶은 단편 동화 같은 삶을 살 수 있기를…
“인생은 짧네.” 하고 괴테가 덧붙여서 말했다. “그러니 서로간에 즐거움이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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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생, 사람들과 교류하며 더욱더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하자. 성취에만 가치를 두다보니 자꾸만 사소한 즐거움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지…
어쨌든 내 며느리의 이번 겨울 여행은 힘만 들었지 소득은 없을 거네. 하지만 그렇게 아무 소득도 올리지 못한다는 게 오히려 젊은이들에게는 무한히 많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 여하간 전체적으로 봐서 의미 없는 일은 아닐세! 이따금 정신 나간 짓도 해보아야지, 다시 정신 차리고 삶을 제대로 살게 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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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일탈이 필요하다. 미친 짓을 해보고 나서야 다시 이 세상을 살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 항상 즐거울 수 만은 없듯이 어두움 속에 침잠도 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올라올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람의 본성에는 놀라운 힘이 숨겨져 있어서 거의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우리를 위해 무언가 좋은 걸 마련해 준다네. 나는 평생 동안 눈물을 흘리며 잠든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 눈물 속에서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모습이 나타나 나를 위로하고 축복해 주었네. 그러고 나면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원기를 얻어 씩씩하게 일어나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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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던 날 또한 나를 위로하고 축복해주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하는 괴테의 사고를 본받아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다. 나를 좌절시키는 것도, 나를 일어나게 하는 것도 결국 내게 달려있는 것이다.
3) 보완점
- ‘친절한 에커만씨!를 원해요’
사실 이 책을 보면서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많이 깨달을 수 있었다. 괴테가 하는 이야기들,
그리고 에커만과의 토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여러 번 책을 거듭 읽고 또 읽어야만 했다.
만약 내가 배경 지식으로 대화의 주요 주제가 되는 동시대의 인물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괴테와 함께 웃고 에커만과 함께 감명받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은 내가 더욱더 지식을 쌓고 난 후 다시 또 읽어야 할 책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느끼는 부분들이 더욱 많아지는 데에는 그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 나와 같이 책이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독자들을 위해 에커만이 동시대 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추가해놓거나 그들이 비꼬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등을 조금은 더 해석하여 놓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은 그러한 대화가 펼쳐진 상황에 대한 설명들을 곁들여 놓는다 던지 말이다.
에커만은 괴테의 말이 곡해되어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지 않고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고 싶어하긴 했기에 이렇게 구성하는 것이 그에게는 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저자는 괴테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조금은 독자들에게 친절함을 보여주어도 좋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 ‘짜임새 있는 구성을 위한 소제목 배치’
매일 매일의 대화 주제가 달라지고, 그 날 하루에도 여러 주제로 대화를 하기에 그 모든 것을 따라 잡기에는 다소 정신이 없을 때가 많았다. 3주차 과제인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이 통찰력 있는 소제목들을 잘 배치해놓았던 것처럼, 괴테와의 대화에서도 이러한 짜임새 있는 구성이 추가되면 좋을 거 같다. 각 날의 일기들에도 소제목을 붙인다던지, 그것이 어렵다면 연도별로 소제목을 구성하여 해가 갈수록 달라지는 괴테의 사상이나 인식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와 준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또한 제목을 달아 카테고리화 하다보면 전체 책에서 번복되는 부분들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더불어 독자들도 생각을 정리하면서 책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듯 하다.
- ‘내가 원하는 것은 1,2권의 통일’
책의 분량이 어마어마한 점도 이 책에 몰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었던 만큼 전체적으로 조금 더 다듬어 책의 핵심 알맹이만을 가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2권의 중복되는 내용들이 최소화 되도록 조정한다던가, 2권을 1권에 편입시켜 구성하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또한 1권 보다는 추후 발간된 2권의 내용이 더욱더 정제되어 있는 느낌이 드는 만큼 1권도 2권처럼 정수 중의 정수만 뽑아 구성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1권을 읽다 보면 물론 일기의 형식이라고는 하나 단순 사실만을 전달하는 경우 이런 글을 왜 써있지? 라는 느낌을 받는 부분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괴테의 동일한 철학과 사상이 다양한 형식의 문장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느낌도 있어 이를 최소화하는 작업도 추가되면 좋을 듯 하다. 괴테와의 대화를 온전히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독자들에게 괴테의 대화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편집의 결단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