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유형선
  • 조회 수 135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4년 3월 3일 10시 24분 등록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그것도 어렵지 않아요.
죽고 죽이는 일도 없을테고, 신앙도 없겠지요.
모든 인간들이 평화롭게 살아간다고 상상해보세요

- 존 레논 이메진(Imagine) 중에서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화류계 출신이다. 어머니는 호스트, 아버지는 호스트바를 운영했다. 1년에 10억을 벌었다고 소문이 날 만큼 장사는 잘되었다. 그러나 피겨선수로 장래가 보이는 딸을 위해 아버지는 호스트바 운영을 그만두었다.

화류계 출신이었던 어머니는 과거 발레리나를 꿈꿨다. 3살 딸에게 발레를 가르쳤다. 훗날 딸은 일본을 대표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되었다. 아사다 마오의 이야기이다.

어머니는 2011년 간질환으로 48세 젊은 나이에 별세했다. 당시 아사다 마오는 캐나다 퀘백에서 그랑프리 준비 중이라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결국 경기를 포기하고 긴급 귀국했다. 어머니는 마오의 간이식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아사다 마오는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트리플악셀도 기어코 성공해냈다. 성적은 중위권이었지만, 울음을 쏟아내며 떠나가는 마오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명실공히 피겨의 여제 김연아도 은퇴했다. 올림픽에 개입한 자국 편들기. 러시아는 김연아에게 올림픽은 교과서 속의 '이상'이 결코 아닌 매몰찬 '현실'임을 은메달로써 증명해 주었다. 수많은 세계적 피겨 전문가들도 김연아의 은메달은 공정치 못하다는 비판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작가 공지영은 '김연아의 은메달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은메달입니다. 금메달 주인공의 품에 안긴 은메달이니까요'라고 평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달랐다. 마지막 무대에서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김연아. 올림픽 정신은 '내 편 들기'가 아님을 '예술'로 보여주었다.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공동체를 이루는 이상을 모두가 함께 상상해보자고 춤추었다.

그 환상적인 동작 뒤에 가려진
고독의 땀과 눈물을 잠시 잊고
우리는 모두 동화의 주인공이 되었지
그 순간만은 모든 시름을 잊고
한마음으로 기뻐하며 응원하는
너의 가족이고 애인이 되었지
- 이해인 수녀 (김연아의 이매진 공연을 보고 남긴 글)

IOC는 올림픽에서 공식적인 국가순위를 매긴 적이 없다. 이해인 수녀님 표현을 빌려보면, 올림픽의 정신은 '지구촌 모두가 가족이며 애인'임을 보여주는 데 있다. 트리플악셀을 번번히 실패했던 아사다마오도, 불공정 판정에 가슴을 쓸었던 김연아도, 중력이란 현실에서 하늘이라는 이상을 향해 치솟는 인간의 열정과 꿈을 보여주던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우리는 오늘도 '상상'이 밥 먹여주느냐는 소리를 듣도 산다. 쉽게 말해 중력 덕에 땅에 발붙이고 살고 있으니 허튼 공상 버리고 밥 먹고 사는 현실에 만족하라는 훈계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아사다마오와 김연아의 춤도 우리에게 또다른 가치를 보여주지 않던가! 더 높은 그곳을 향해 도약하라! 두려움이 경이로움으로 변화하는 그 곳을 상상하라! 우리도 매일매일 그렇게 살고 있다. 팍팍한 현실에서 넘어지기 일쑤이지만, 내일은 좀 더 높이 멀리 뛰어오를 수 있으리라 상상하며 살고 있다. 꿈 같은 현실을 상상하고 온몸을 던져 솟구치는 일도 엄연한 우리의 일상이다. 

오늘 퇴근길에는 존 레논을 들어보련다. 그리고 상상해 보리라. 욕심도 굶주림도 없고 인간애와 형제애가 있을 뿐인 그런 세상을!

2014-03-03

IP *.62.188.7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