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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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란 무엇인가?
며칠 전 아이들과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15분)’ 프로그램을 보다가 ‘청각장애인 특집 강연회’를 보게 되었다. 소통을 위해서는 눈,귀,입이 필요한데, 공기처럼 공기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살아가듯이 눈과 귀, 입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그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살았다는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장의 내 마음을 남한테 전달하는데 급급하고, 왜 저사람은 이해를 제대로 못하지 하는 소통의 어려움만 생각했을 뿐이지 눈 때문에, 입 때문에 귀 때문에 하는 생각은 전혀 하지를 못했고, 고마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살아왔다.
세바시 프로그램 중 농아학교 선생님이 발표중에 읽은 시다. 장애가 있어서 서로 대화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래도 같이 소통하고, 같이 공감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아이와 난 우린 함께 울고 웃었다...
아이는 눈과 손을 놀리고
난 입과 귀를 놀린다
아이들의 손은 허공에서 말이되고
나의 입은 귓속에서 말이 된다
아이는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고
난 손을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한다
얼마전 우린 함께 울고 웃었다
손으로 말을 하는 아이는
자막을 읽으며 울고 웃었고
귀로 소리를 듣는 나는
귀로 소리를 들으며 울고 웃었다
아이와 나는 같이 영화를 보았다
자막처리가 된 영화를 보며
아이와 난 함께 울고 웃었다
아이와 나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농인 사제가 되신 분도 나오셔서 키릴 신부의 말을 인용했는데, 그 말에소통의 핵심이 다 들어 있다.
“장애인이라고 나와 다르다고 이상하게 보는 분들도 있지만 서로 다를 뿐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주고 눈높이를 맞춰 도와주고 사랑을 나누고 그렇게 하다보면
반드시 차별이 없고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 오리라 믿습니다.”
‘소통은 다름에 대한 인정이고, 그것에 대한 존중이다.’ 이것이 소통의 핵심이라고 본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참 어려운 일이다. 리더십의 핵심도 ‘소통’이라고 리더십 교육을 가서도 매번 듣는데도 잘 안된다. 왜 이렇게 소통이 어려운것일까?
우리는 소통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적이 없다. 어릴때는 부모님이 말씀을 하시면 무조건 들어야 했다. 말씀하시는것에 질문을 하거나 다른 얘기를 하면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하면서 혼나고, 말대꾸한다고 하면서 혼났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가르치기기만 하시지 “질문있는사람? ” 하고 물어보시지만 그 질문에 진짜 질문하면 “수업시간에 제대로 안듣고 뭐했냐” 하면서 핀잔을 받아야 했다.
대학교 가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교수님이 질문있는 사람하고 물어보시지만 질문하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특히 점심 시간을 앞두거나 맨 마지막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학생은 다른학생의 질타까지 받는다.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다. 회의가 끝날 때쯤 “질문있는 사람 질문을 해봐”하지만 그때 질문을 하면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핀잔이나 주변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이 질문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질문을 하고 회의실을 나오게 되면 “ 왜 쓸데 없이 그런 것을 질문해 서 회의시간만 길어졌자나 ”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닌 질문을 하라고 해놓고서는 ...
이렇게 30~40년을 보내고 나면 마음속에 응어리만 진다. 그래서 늘 소통에는 답답함만이 남아있고 ‘통通’하는 날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저러지 말아야지 굳건히 마음을 먹지만 직급이 올라가서 내가 그 위치에 있게 되면 나도 그렇게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스스로에게 경악을 한다.
이공계 출신일수록 소통에 더 취약하다. 디지털적인 사고로 ‘0’아니면 ‘1’에 익숙하고, 한 개의 지식을 아느냐 모르냐,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평가하기에 아날로그적 사고인 0과 1사이에 있는 무수히 많은 숫자를 어느덧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소통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갈수록 처리해야할 안건들은 많아지고 그것을 일일이 다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많은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심적 여유가 없어지기에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이 쉽지 않기에 갈수록 소통이 어려워지게 된다.
하지만, 소통이란 결국엔 혼자하는 독백이 아니라 ‘통’하기 위한 누군가가 있는것이고,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 기반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통의 대상은 주로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었다. 남한테 나의 마음을 전달하고, 남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에 나 조차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데,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는것이란 더욱 더 어려운것이었다.
하지만 남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소통이 선행되어야 한다. 남과의 소통에서 내가 과연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그 경계를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보다는 표정이나 분위기 때문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는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
또한, 내가 정말 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몇마디만 들어보고 ‘또 이런 얘기를 하려고 온거군..’하는 생각보다는 정말 말하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정관념과 편견을 안갖으려고 해도 이미 몸은 그동안 최적의 경로로 구성된 뇌 회로가 있기에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주의깊게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끝까지 들으려면 때로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과 소통하고 싶으면 말하는 사람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호응도 해주고, 같이 공감해주는 노력들을 해야 하리라.
남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소통이 선행되어야 한다. 남과의 소통에서 내가 과연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그 경계를 알아야 한다
내가 정말 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몇마디만 들어보고 ‘또 이런 얘기를 하려고 온거군..’하는 생각보다는 정말 말하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공감도 많이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네요 ^^ 감사합니다~
제 자신과의 소통이 그동안 많이 부족했던 것만 같고..나혼자 소통을 잘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게 아닌가도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