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14년 3월 3일 11시 56분 등록

No 44                                               책쓰기에 대한 단상

 

삶이 어렵고 바닥일때 책을 읽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갈 수 있었던 힘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책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인류가 존재해오면서 겪은 사건들, 사건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해온 것들,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생각의 표현들, 자신의 이야기들, 주위의 이야기들, 우리 이웃들이 살아가는 모습들, 내 마음속에 깊이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의 표현들, 상상을 바탕으로 판타지를 그려내는 것들-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죽다가 살아난 이야기들, 천 일 밤마다 이야기를 계속해 한 나라 왕의 마음을 돌리는 천일야화,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에 대한 지구 미래 판타지 소설들, 죽음 위에서 살기 위해 시를 쓰는 시인들 등등...

책쓰기의 소재는 무궁진지하고 써야 할 이야기들은 많지만, 내가 쓰고자 하는 것과 쓸 수 있는 이야기는 다르다(?)

 

한주내개 책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했다.

막상 연구원 막바지에 자신의 책쓰기에 대한 말을 하려고 하니, 1년간 먹고 살기 위해 일하고 북리뷰 하고 칼럼 쓰느라 내 책쓰기에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다. 어쩌면 지난 1주일동안 쉬면서 9기 연구원으로서 한해 동안 공부한 것을 정리하고 라벨을 붙이고 연구원 일지를 작성하면서 나의 오프과제들을 정리했다.

한주 한주를 어떻게 그렇게 잘 보냈지. 그때는 미치지 않고는 정신이 제대로 박혀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과제를 수행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자신의 책을 쓰시오” 하고 하니 막막하기도 했다. “1년간 과제 하면서 자신의 책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하지도 않을 수가 있냐” .

 

책을 쓴 선배의 조언으로 다음과 같은 사람은 책을 못 쓴 연구원들의 공통점을 짚어주었다.

첫째, 주제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인 사람

둘째,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만 쓰려는 사람

셋째, 자신의 생애에서 최고의 책인 역작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넷째, 삶의 우선순위가 책쓰기가 아닌 사람 혹은 책쓰기가 절실하지 않은 사람

이상과 같이 네가지를 뽑았다.

 

나는 역작을 쓰고 싶어도 그럴만한 실력이나 능력이 없으니 이것은 통과.

개인적인 이야기만 치중할 것이 없으므로 이것도 통과.

주제가 구체적이지 못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하나 그리 추상적이지 않은 것 같으니 이것도 통과.

 올해 내 삶의 우선순위는 책쓰기다.  책쓰기는 연구원의 졸업작품이다.

 

오로지 3명의 심사관만 보는 석사논문 쓰는데도 마음 졸이고, 잠못자는 밤과 수정하고 수정하고 다시 가져가도 퇴짜는 일상의 일처럼 되었던 일들....

하지만 내 책쓰기는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우연히 짚어서 볼 수 있는 내 책의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즉 나와 세명의 심사관보다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데서 책쓰기는 해볼만하다.

작년 2013년에는 연구원으로서 공부하는 것이 우선순위로 모든 활동을 연구원 과제를 최상위층에 놓고 활동했다. 그렇다면 올해 우선순위는 책쓰기다.

 

가까이 살고 있는 선배를 찾아가서 몇가지 질문을 했다.

책쓰기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자신을 넘어서야 하는 과정이다. 초고 원고를 두달만에 쓰고 그 초고를 수정하는 데만도 5번의 수정을 거치니 1년이 지났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에 출판한 한 친구는 2012년 가을, 매일 원고를 작성하여 약 3개월만에 끝내고 2013년 3월 기획서를 40여군데 뿌렸더니 2군데서 연락이 왔고 5월경엔가 계약하고 그 나머지는 수정하고 수정하고 수정을 거쳐서 올해 2월 초에 책을 출판했다.

책쓰기를 하는 초보저자라면 쉽지 않을 것을 예상한다.

 

전문가라서 책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책쓰기를 하니 전문가가 되었다 -문요한

 

그렇다면 왜 책을 쓰고 싶어하는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의 시선과 아이디어, 재배치로 정리하고 싶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내가 하는 업(業)의 연관성이 있다. 책을 씀으로써 그 분야 전문가로서 첫발걸음을 떼고자 한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듯이 누군가 나의 책을 읽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세상은 공짜가 없다. 내가 받은게 있으면 그 받은 만큼 혹은 더 많이(능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되돌려줄 줄도 알아야 하니까. 아기들도 뒤집고 기고 일어서고 나서도 얼마동안 첫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서있기만 할 뿐..... 어느 순간 첫발걸음을 떼고 나면 드디어 걷기가 시작된다. 이제는 홀로 오롯이 첫 발걸음을 떼야 할 시간들이다.

IP *.185.21.47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