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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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친구들과 관련하여 특별히 인상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없다. 그 당시 초등학교 시절 여자아이들의 우정이라는 것에는 우정도 질투심 때문에 한 순간에 퇴색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 같다. 나보다 더 예쁜 옷, 좋은 장난감을 가졌다는 이유로 시기하고, 또 선생님이 더 예뻐한다는 이유로 시샘하여 따돌리고, 요즘의 교내 ‘왕따’와 같이 특정한 한 아이를 놓고 전체가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형태의 따돌림은 아니었어도, 그 당시에도 아이들 사이에‘왕초’노릇을 하는 아이가 있었고(주로 얼굴도 예쁘고 인기도 많은) 그 아이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였으며, 왕초인 아이가 미워한다는 이유로 같은 그룹의 멤버인 나도 어쩔 수 없이 한 아이를 따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왕왕 생겼던 거 같다.
인기 녀의 친구 따돌림은 마치 놀이처럼 그룹 내 아이들을 번갈아 가면서 따돌림의 대상을 바꾸어 갔고, 나도 언제 그 친구에게 밉보여 따돌림의 대상이 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사필귀정’이라고 종국에는 그 따돌림을 주도하던 아이의 정체(?)가 밝혀져 그 아이 자신이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저학년 때 친구들 간의 끈끈한 우정은 모호했을 지라도 단짝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은 있다. 그 친구와 함께 했던 활동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보다는 그 친구의 성품이나 분위기가 더 선명히 기억나는 것은 아마도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서인가 보다.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 윤수는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였다. 상대적으로 표현력이 풍부하여 종일 재잘대던 내 이야기를 한번도 지루한 내색을 하지 않고 열심히 잘 들어주었다. 항상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남동생 때문에 친구네 집에 놀러 갈 때에도 매번 동생을 데리고 가야 했는데, 마침 내 남동생과 동갑내기 남동생을 둔 윤수네 집에 갈 때에는 동생을 편하게 데리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나와 윤수를 더욱 가깝게 해준 계기가 되어 준 것 같다. 매일 같이 등하교하고, 또 집도 바로 같은 아파트 같은 동이라서 방과 후에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놀았다. 그러다가 내가 같은 동네이지만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또 학년이 바뀌어 반이 바뀌면서 다른 친구들을 사귀면서 소원해졌는데,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복도를 지나다 혼자 복도를 지나가는 윤수를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하기 보다는 마치 배신자가 된 것처럼 왠지 머쓱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그래도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늘 또래보다 의젓하고 어른스럽던 단짝친구 윤수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에는 ‘우정’이라고 하면 책에서 읽었던 피더어스와 데이몬처럼 친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도 내어놓을 수 있는 끈끈한 우정을 생각했고, 그런 우정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우정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런 진실한 우정의 친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랬고, 그런 바램과 함께 “순결은 흰색이라 더러워지기 쉽고, 사랑은 핑크색이라 바래기 쉽지만, 우정은 무색이라 영원하다”라는 글귀를 외우며 그런 우정을 항상 꿈꾸며 살았었다. 그런 우정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어른이 되어 더욱 절실히 느끼지만, 흔하지 않은 것이기에 그토록 바라고 소망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 시절을 추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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