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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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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5일 08시 08분 등록

 

쇠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나무들은 겁에 질렸다. 쇠로 만든 도끼로 인해, 자신들이 수없이 찍혀 나갈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었다. 나무들은 모두 두려움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때 늙은 고목이 말했다. “너희들이 자루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쇠들은 너희를 상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 <탈무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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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들지 못했습니까?” 경찰의 질문에 한 남자는 응답 없이 조용히 웃기만 했습니다. 그는 약 10여 년 전 언론에 의해 ‘현대판 노예’로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그의 나이 5살 때 자장면 한 그릇에 꼬임을 당해 44년 동안 신안의 한 섬에서 노예처럼 일하며 살아온 것입니다. 그를 유괴한 범인은 할아버지가 되었고 그는 범인 보다 더 힘이 커졌지만 저항 한 번 하지 않았고 오히려 범인을 보살펴왔습니다. 결국 그의 노예생활이 중단된 것은 스스로 노력이나 투쟁이 아니었습니다. 부당한 폭행을 보다 못한 마을 주민의 뒤늦은 신고 때문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50이 될 때까지 그는 노예였고, 유괴범은 그의 주인이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동물실험을 통해 절망이 학습된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인 바 있습니다. 고통을 피할수 없으면 무기력해지고, 이후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조건에 놓여도 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만성적인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보면 너무 무기력합니다. 그런데 단지 무기력한 것을 넘어 ‘내가 맞을 만한 짓을 했으니까 저 사람이 화가 났겠지!’라며 가해자의 논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학습된 무기력’을 넘어 ‘자발적 복종’의 단계에 이르는 것입니다. 절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바라는 대로 알아서 행동하고 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충성합니다. 

 

이는 학대가정만의 이야기일까요? 우리는 사회에 나와 돈과 권력과 줄 세우기 앞에서 부당한 대우를 겪고 한 동안 절망하고 분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이상 절망도 분노도 하지 않습니다. 기본만 하고 무기력하게 있거나 더 나아가 자기를 버리고 머리를 조아리게 됩니다. 겉으로만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강자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운명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강자를 따르는 존재가 되어 자신보다 약한 존재 앞에서 강자행세를 하게 됩니다. 강자나 가해자의 논리로 무장하면서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강자(가해자)와의 동일시'는 왜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주의가 되고, 왜 고통스럽게 학대를 받은 사람들이 또 다시 학대를 되물림 하는 지 이해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학습된 무기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발적 복종’의 단계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자처럼 생각하고 강자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스스로 자유를 포기했다는 사실 조차 망각하고 오히려 자율적 존재라며 착각한 채 살아갑니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갈수록 자기소외는 더욱 깊어져만 간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을까요?

 

지금 당신의 노력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여러분 자신일까요?  




 

 

- 2014. 3. 5.  당신의 마음을 깨우는 '문요한 에너지 플러스' 7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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