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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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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6일 00시 11분 등록

 

 

한 동안 중부지방을 뒤덮었던 중국발 미세먼지가 사라져서 다행입니다. 미세먼지 가득하던 날 서울에 들렀다가 눈이 따갑고 머리마저 아파 와서 얼른 숲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한 이틀 짬짬이 숲을 걸었습니다. 날은 따스해졌고 햇살도 좋았습니다. 양지바른 쪽 숲에서는 나의 주력 농사인 산마늘이 일제히 새싹을 틔웠고 부지런한 놈들 이미 반쯤 잎을 열어 놓고 있었습니다. 이 추세라면 예년보다 한 열흘 쯤 산마늘 수확이 빨리질 듯합니다. 저녁에는 경칩 전인데도 다시 개구리가 울었습니다. 하지만 따스한 날일지라도 어둑해지면 아직은 아궁이에 장작을 지펴야 합니다. 새벽에는 얼음 어는 날이 많으니까요.

 

경칩을 앞두고 다시 날이 추워졌습니다. 오늘은 종일 바람이 예리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밤은 개구리가 울지 않고 있습니다. 부엉이 소리와 고라니 소리만이 초승달의 밝기를 더 키우는 중입니다. 그래도 이 추위는 오래 머물지 못할 것입니다. 이내 산마늘은 제 잎을 활짝 피울 테고 개구리들은 와글와글 개천의 허공을 소리로 채울 겁니다. 그렇기까지 여러 차례 세찬 봄바람 불어오는 날 있을 것입니다.

 

봄바람이 거센 날에는 낙엽의 마지막 이동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때는 낙엽들이 솟구치며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지요. 바람이 거센 날 숲에 앉아서 열려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여러모로 특별한 체험이 되기도 합니다. 그 하늘에서 이따금은 까마귀 떼를 볼 때가 있습니다. 녀석들은 꼭 까악- 까악-’ 울음을 남기며 멀어집니다. 운이 좋은 날에는 매나 말똥가리 같은 맹금류의 선회비행을, 더 운이 좋은 날에는 그 비행의 어느 시점에 그들이 풀 섶을 향해 번개처럼 내리꽂는 사냥의 광경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새들의 비행을 볼 때마다 나는 생각합니다. ‘저놈들을 배워야 하는데... 저놈들의 저 비행을 배워서 나도 내 삶을 유영하듯 살아야 하는데...’ 민들레가 꽃을 지우고 하얀색 씨앗 공을 만들었다가 바람을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 볼 때도 그렇습니다. 늦은 가을 은빛의 박주가리 씨앗이 제 씨앗 주머니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 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놈들 저 비법을 배워야 하는데, 바람을 타고 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모든 새에게, 혹은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는 씨앗들에게도 바람은 양면적 역학으로 작용하는 환경입니다. 그것은 먼저 저항의 측면으로 작용합니다. 매나 솔개가 바람의 역풍에 떠밀려 선회 비행의 궤도를 이탈하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 꽃이 열매를 맺고 씨앗으로 바뀌기까지 그 바람이 그들의 순항을 가로막는 장면을 보신 적도 있을 것입니다. 폭풍우에 설익은 열매가 떨어져 나뒹굴 때 바람은 모두 전진을 가로막는 저항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그 저항의 시간을 건너기만 하면 녀석들은 모두 바람을 타고 날아오릅니다. 아니 오히려 바람이 있어 닿고자 하는 그 먼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바람의 역학은 그렇게 양면적입니다. 그것은 전진을 가로막는 저항이지만 동시에 그 바람이 있어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대 삶의 전진과 도약을 가로막는 장애는 무엇이던가요? 내 삶이 어떤 저항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새의 비행을 생각합니다. 은빛으로 빛나는 민들레나 박주가리 씨앗의 여행비법을 생각합니다. 저항의 양면적 역학을 받아들이려 애씁니다. 그대 앞에 놓인 저항을 잘 다루시기 바랍니다. 마침내 타고 넘어 날아오를 수 있는 동력으로 삼으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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