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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0일 00시 03분 등록

구스피릿(9) 39번째 북리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1. 저자 소개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연극과에서 공부했다. 1979년《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첫 장편소설《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에는 2009년을 기점으로 천만 부가 판매된 대표작《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하여 하루키 신드롬을 낳았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2006년 체코의프란츠카프카상, 2009년 이스라엘 최고 문학상인예루살렘상, 2011년에는카탈루냐국제상을 수상했다. 전세계 45개 이상의 언어로 50개 이상의 작품이 번역 출간된 명실상부한 세계적 작가로, 특히《1Q8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등의 최근작은 독자들이 출간일 꼭두새벽부터 서점 앞에 늘어서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비채근간《먼 북소리》《재즈의 초상》 등 개성적인 문체가 살아 있는 에세이 역시 소설 못지않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그밖에 《도쿄기담집》《애프터다크》《시드니!》등 다수의 작품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스물아홉 살의 어느 봄날, 진구 구장(도쿄)의 맨흙더미 외야석에 누워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 것이다. 재능이나 능력이 있든 없든, 아무튼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써보고 싶다고. 그 옛날 뭔가 쓰려고 하면 느껴지던 부담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새로 사 온 싸구려 만년필과 원고지를 테이블에 나란히 놓아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가라앉고 안심이 되었을 정도였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중 p.152 작가의 말)’

그의 시작은 이렇게 단순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천복을 찾은 것처럼, 글쓰기가 그에겐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고, 책상위에 만년필과 종이를 올려놓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그였다. 그렇게 첫 책이 나왔다. 그의 시작은 그렇게 소박했다. 성공도 돈도 명예도 명작을 원한 것도 아닌, 오직 쓴다는 것에만 집중한 그런 소박함이었다.

 

<주요저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9

1973년의 핀볼 1973のピンボ  1980

양을 쫓는 모험 をめぐる  1982

중국행 슬로보트 国行きのスロウ  1983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1983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遇見100%的女孩  1983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世界りとハドボイルドワンダランド  1985

빵가게 재습격 パン屋再襲  1986

노르웨이의 숲 ノルウェイの  1987

댄스 댄스 댄스 ダンスダンスダンス  1988

TV피플 TVプル  1990

먼 북소리 太鼓  1990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国境太陽西  1992

태엽 감는 새 연대기 ねじまきクロニクル  1995

밤의 원숭이   1995

렉싱턴의 유령 レキシントンの  1997

스푸트니크의 연인 スプトニクの恋人  1999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どもたちはみな  2000

해변의 카프카 のカフカ  2002

어둠의 저편 アフタ  2004

도쿄 기담집 東京奇譚集  2006

1Q84 1Q84  2009

잠 ねむり  2012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色彩たない 多崎つくると、  2013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9

내가 그 참뜻을 이해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의 일이지만, 당시에도 최소한 그 말은 내게 일종의 위안이 되기는 했다. 완벽한 문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9

그러나 그래도 역시 뭔가를 쓰려고 하면 언제나 절망적인 기분에 사로잡혔다. 내가 쓸 수 있는 영역은 너무나도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9

8년 동안 나는 계속 그런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8년 동안. 긴 세월이다.9

무론 모든 것으로부터 무엇인가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하는 한,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는 게 그렇게 크고 고통스런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론이다.10

다양한 사람이 찾아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고, 마치 다리를 건너듯 발소리를 내며 내 위를 지나가고 나서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입을 꼭 다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0

결국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요양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기 요양을 위한 사소한 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10

그러나 정직하게 얘기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정직해지려고 하면 할수록 정확한 언어는 어둠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버린다.10

나는 글에 대한 많은 것을 데릭 하트필드에게서 배웠다. 거의 전부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10

나는 책은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많이 읽어오지도 않았다. 숫자로 한 번 따져 볼까? 대학교 입학 전까지 읽어본 책이라면독후감으로 읽은 책 10권 내외? 고등학교 2학년 즈음 되었을까, 집안 책장에 꽃혀 있던 몇 권 되지 않는 책들 중 유독 눈에 띄는 빨간 표지의 책, ‘내일이 오면(시드니 셀던)’을 읽고 흠뻑 빠져버린 통속(?!) 또는 흥미소설의 대가 시드니셀던의 책 15권 내외 그리고 사이사이 나의 손을 스쳐 지나갔을 법한 책 10권 내외. 그렇다면 대략 30권 정도의 책을 정독한게 아닐까 싶다. 대학에서는 더욱 더 가관이었다. 물론 필요에 의해, 성공을 위해 책을 자주 빌린 편이긴 했지만 읽은 책은 거의 없다. 인문사회서적은 따분했고, 소설은 시간낭비 같았다. 독서의 불모시대였던 대학생활 나의 눈을 사로잡은 두 권의 책이 있었다. 고 박완서 선생님의 책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와 문제의 작품 ,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  - 여담이지만 상실의 시대 2013년을 기점으로 누적 천만부 판매를 돌파했다세상에나 역시나 이 두 책 다 읽지 않았다.            그러니까, 결국 대학 졸업할 때까지 내가 읽은 책은 100권이 채 안된다는 말. 27세를 꼭 채우고 졸업했으니, 나의 독서분량은 100권이라 하더라고 1년에 4권이라는 말이다.      이런 불규칙적이고 의무적인 독서인생에 특별히 영향을 준 작가가 있겠는가? 없었다. 적어도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 , 나의 사상적 기반이 된 칼릴 지브란십대들의 쪽지’, ‘좋은 생각은 제외다. 이 책들의 사상(?!)은 아마도, 나의 무의식에 침참해 있을 확률이 다분하다. 그리고 시드니 셀던도 제외다. 내가 반전을 좋아하는 이유가 아마도 시드니 셀던 때문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면, 나에게 글에 대한 많은 것을 주신 분은 아마도 돌아가신 구본형 선생님이 아닐까 싶다. 대학 졸업 후에는 처세서나 경영서 또는 자기계발서에 매달렸는데 그러다 만난 분이 구본형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데뷔작을 읽고 난 뒤 매해 읽는 첫 책은 거의 구선생님 책이었다. 공식적으로 출간된 21(?!, 유고집 제외) 3권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 읽었다. 그러니 문법적으로나 뉘앙스, 사상적으로 선생님의 영향을 어찌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앞으로 나에게 영향을 줄 작가 몇 명, 또는 내가 알아가고 싶은 작가가 몇 명 있다. 그 중 한 명이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 그 외, 박범신, 김탁환, 니코스 카잔차키스, 괴테?, 조셉캠벨, 신영복, 정혜윤 등). 말이 길었다. 결국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한번쯤은 통달해야하는 작가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원하는 원치 않던, 난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적어도 첫 책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정서상, 그리고 스타일상 나와 잘 맞는 편이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하트필드 자신은 마지막까지 작가 싸우는 상대의 모습을 명확하게 포착하지 못했다. 결국 불모라는 건 그런 뜻이다. 11

그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죽었다는 사실도 그리 대단한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12

하트필드는 좋은 글에 대해서 이렇게 쓰고 있다.                 글을 쓰는 작업은, 단적으로 말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의 거리를 확인하는 일이다. 필요한 건 감성이 아니라 잣대.”(<기분 좋으면 왜 안 되는데?>1936).13

15년 동안 나는 참으로 많은 걸 내팽개쳐 왔다. 13

나도 뭐 그리 다르지 않다.

마치 엔진 이 고장난 비행기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짐을 내던지고, 좌석을 뜯어버리고, 마지막에는 불쌍한 남자 승무원을 내몰듯이, 15년 동안 나는 온갖 것을 다 내팽개치고 그 대신에 거의 아무것도 몸에 지니지 않았다.13

살아생전 할머니를 언제나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어두운 꿈만 꾸지. 더욱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꿈조차 꾸지 않는단다.”13

나는 이런 면에서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팔을 뻗어 살며시 할머니의 눈을 감겨준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79년 동안이나 품어왔던 할머니의 꿈은 여름날 도로에 떨어진 소나기 빗방울처럼 흔적도 없이 조용히 사라져 무엇 하나 남지 않았다. 13

인생은 그런 것. 뭐 조금 더 열심히 살고, 몸과 마음이 부서져라, 그렇게 불나방처럼 살면 이름쯤은 남길 수 있을지도……

내게 글을 쓰는 일은 몹시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한 달 동안 한 줄도 쓰지 못할 때가 있는가 하면, 사흘 밤낮을 계속 썼는데 그것이 모두 엉뚱한 내용인 경우도 있다. 14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일은 즐거운 작업이기도 하다. 삶이 힘든 것에 비하면 글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너무나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14

그렇지.

우리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실제로 인식하는 것 사이에 시연이 가로놓여 있다. 어떤 긴 잣대로도 그 깊이를 측정할 수가 없다. 14

만약 당신이 진정한 예술이나 문학을 원한다면 그리스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된다. 참다운 예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노예 제도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예가 밭을 갈고 식사를 준비하고 배를 젓는 동안, 시민은 지중해의 태양 아래서 시작 詩作 에 전념하고 수학과 씨름했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15

모두가 잠든 새벽 세 시에 부엌의 냉장고를 뒤지는 사람은 이 정도의 글밖에는 쓸 수 없다.        그게 바로 나다.15

무라카미 하루키도 작가로서의 인생의 시작을 이렇게 열등하게 바라봤다.

2

이 이야기는 1970 8 8일에 시작해서 18일 뒤, 그러니까 같은 해 8 26일에 끝난다.

3

부자 놈들은 모두 엿이나 먹어라.”16

좁은 가게 손님은 넘쳐날 지경이었고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침몰 직전의 여객선 같은 광경이었다.16

쥐는 열 손가락을 차례 차례 찬찬히 다 점검하기 전에는 다음 얘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다.17

내가 보기엔 서로 마주 보고 앉은 두마리의 녹색 원숭이가 바람이 빠지기 시작한 두 개의 테니스공을 서로에게 던지고 받는 것 같았다.17

왼쪽 원숭이가 자네고, 오른쪽이 나겠지. 내가 맥주병을 던지면 자네가 술값을 던져주고.” 나는 감탄하며 맥주를 마셨다.18

“… 물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머리가 필요하지만, 계속 부자로 있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말하자면 인공위성에 휘발유가 필요 없는 것과 같은 논리지. 빙글 빙글 같은 곳을 돌기만 하면 되는 거야. 하지만 나나 너는 그렇지가 않지. 살아가기 위해서는 계속 생가고해야 하거든. 내일 날씨에서부터 욕조의 마개 사이즈까지 말이야. 안그래?”19

“… 모두들 언젠가는 죽지. 하지만 말이야. 그때까지 50년은 더 살아야 되고,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면서 50년을 사는 건 분명히 말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5천 년을 사는 것보다 훨씬 피곤하다고, 안 그래?” 20

4

우리는 피아트의 지붕에 나란히 걸터앉아 희끄무레해지기 시작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무 말 없이 담배를 몇 개비 피웠다.21

나를 쥐라고 불러줘.” “왜 그런 별명이 붙었지?” “잊어버렸어. 아주 오래전의 일이어서. 처음 얼마 동안은 그렇게 부르면 불쾌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사람은 무엇이든지 익숙해지는 법이거든.”23

맥주의 좋은 점은 말이야, 전부 오줌으로 변해서 나와버린다는 거지. 원 아웃 1루 더블 플레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야.”24

배를 타고 태평양 한가운데를 지나다 배가 침몰한다. 튜브를 잡고 겨우 살아남는데 헤엄쳐 오는 여자와 만난다. 그녀와 함께 튜브를 쥐고 버티다가 맥주를 마신다. 배가 침몰하며 수면위로 둥둥 떠올라 그들과 함께 하는 맥주를 말이다. 그리고 수영을 할 줄 아는 여자는 이틀을 꼬박 수영해서 가까운 섬에 도착하고, 남자느 구조된다. 그리고 몇 년 뒤….. 그들은 강릉의 한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다

p.26~27에 나오는 황당하지만 기발하고 기가막힌 이야기.

쥐의 소설에는 뛰어난 점이 두 가지 있다. 우선 섹스 장면이 없다는 것과 한 사람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가만 내버려둬도 죽기도 하고 여자와 자기도 한다. 그런 법이다.28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하게 만들어졌다군. 누가 한 말이야? F.케네디.29

열어젖힌 창문으로 바다가 아주 조금 보였다. 작은 파도가 막 떠오른 태양빛을 반짝반짝 반사했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지저분한 화물선 몇 척이 지겨워 죽겠다는 듯이 떠 있는 게 보였다. 무더운 하루가 될 것 같았다. 34

바다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만나고 싶어지고, 사람을 만나고 있으면 바다고 보고 싶어져. 이상하지.36

외로우면 그 외로움을 누군가를 통해 풀고 싶어지지만, 막상 외로움이 해소되면 또 다시 홀로 고독을 즐기고 싶어 한다. 변덕스러운 사람.

그녀의 말투에는 나를 짜증스럽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그녀는 나를 그리운 기분에 젖어 들게 하였다.40

그녀는 한 손에 빗을 쥔 채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울어버리면 마음이 편해질 텐데,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울지 않았다. 43

소는 코에 커다란 코뚜레를 꿴 채, 입에는 흰 장미 한 송이를 물고 웃고 있었다. 무척이나 천박한 웃음이었다.45

굉장히 무더운 밤이었다. 계란이 반숙이 될 정도의 더위였다. 47

11

멋진 토요일 밤, 지금부터 아홉 시까지 두 시간 동안 화끈하고 신나는 음악을 틀어드리겠습니다. 그리운 곡, 추억이 담긴 곡, 즐거운 곡, 춤추고 싶어지는 곡, 지긋지긋한 곡, 구역질 나는 곡, 뭐든지 좋습니다. 52

라디오 방송 상황을 ON, OFF 의 상황을 묘사하며 통해 이상과 현실, 솔직과 가식, 외면과 내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추측하건대, 남들에게 멋드러지게 보여지는 재즈바운영이 그리 멋지고 고상한게 아니라는 모습에서 나온 설정, 또는 그 모습을 이야기하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2

쯧쯧쯧, 그러면 안 되죠, 라디오를 들어야 한다구요. 책을 읽어봤자 고독해질 뿐입니다. 안 그런가요?56

일주일 전에 화장실에 쓰러져 있던 새끼 손가락이 없는 아가씨였다.61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린 채, 네 손가락으로 전표 다발을 팔랑팔랑 넘겼다.64

나는 빈약한 진실보다 화려한 허위를 사랑한다’65

소설쓰기를 은유적으로 말하는건가?

뛰어난 지성이란 대립하는 두 개념을 동시에 포용하면서 그기능을 충분히 발휘해 가는 것이다.’65

18

나는 등나무 의자에 앉아 반쯤 졸면서, 펼쳐져 있는 책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빗발이 굵은 소나기가 뜰의 나뭇잎을 적시고는 물러갔다. 비가 지나간 뒤에는 바다 내음이 나는 눅눅한 남풍이 불기 시작해, 베란다에 늘어놓은 관엽식물의 잎을 살며시 흔들고 커튼을 흔들었다.68

19

얘기하자면 길지만, 나는 스물한 살이다.70

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아래를 지나갈 때는 언제나 우산을 펴 들고 걷는다네. 왜냐하면 위에서 사람들이 줄줄이 떨어지거든.”71

그러고 나서 우리는 일요일자 <아사히 신문> 위에서 관계를 가졌다.71

가족을 헐뜯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은 아닌가 봐. 기분이 우울하네. 신경 쓸 것 없어. 누구나 뭐가 됐든 문젯거리를 끌어안고 사는 법이니까.77

새끼 손가락이 없는 게 마음에 걸려? …… 전혀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다른 여자 애들이 목이 굵다고 고민하고 정강이에 털이 많아서 신경 쓰는 것과 비슷한 정도야.79

22

나는 시간만 있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텔레비전을 봐. 뭐든지 다 보거든. 어제는, 생물학자와 화학자가 토론하는 걸 봤어. 혹시 너도 봤니?”84

진정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달만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 어떻게 될까? 무료해서 미쳐버릴까? 짜증나서 돌아버릴까? 아니면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것처럼, 무언가 큰 정보와 영감을 얻고, 이를 씨앗삼아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을까. TV 가 아니어도 좋다. 드라마나 영화를 하루 종일. 30일만 보고 싶다. ㅡㅡ

그녀는 식탁에 가느다란 팔꿈치를 얹고 그 위에 기분 좋은 듯이 턱을 괸 채, 내 눈을 들여다보며 얘기했다.87

그녀는 테이블 너머로 살며시 손을 뻗어서 내 손에 포개고, 한참 동안 그대로 있다가 손을 거두었다. 89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흐른다.90

절감한다. 2014년 청마의 해, 갑오년의 하루하루가 후두두 떨어지고 있다. 벌써 3월이다. 도대체……..

23

나는 그동안 줄곧 인간의 레종 데트르에 대해서 생각했고, 덕분에 기묘한 버릇이 생기게 되었다. 모든 사물을 수치고 바꾸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버릇이었다. 약 여덟 달 동안 나는 그런 충동에 시달렸다. 전철에 타자마자 승객 수를 헤아리고, 계단 수를 전부 세고, 시간만 나면 맥박 수를 했다.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1969 8 15일부터 이듬해 4 3일 사이에 나는 강의에 358번 출석했고, 섹스를 54번 했고, 담배를 6,921개비 피운 것으로 되어 있다. 90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6,922개비째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91

꿈을 꾼 건 오랜만이었다. 너무나 오랜만이라 그게 꿈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 한동안 시간이 걸렸다.97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온몸에 끈적끈적하게 배어나는 땀을 샤워로 씻어내고, 토스트와 사과 주스로 아침을 대강 때웠다. 담배와 맥주 때문에 목구멍에서는 마치 오래된 솜을 쑤셔 박은 것 같은 맛이 났다.97

거리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는 18년 동안 이 곳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거리는 내 마음속에 굳건히 뿌리를 내렸고, 추억의 대부분은 이곳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대학으로 진학한 봄에 이 거리를 떠났을 때, 나는 진심으로 안도와 숨을 내쉬었다. 여름방학과 봄방학 때 나는 이 거리로 돌아오지만 대개는 맥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낸다.103

30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나는 마음속의 생각을 절반만 입 밖으로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유는 잊어버렸지만 나는 몇 년 동안 그 결심을 실행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이 생각한 것을 절반밖에 얘기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사실을 발견했다.106

소설을 쓰려고 해, 어떻게 생각해?” (…) “좋은 소설이지. 나 자신에게는 말이야. 난 내게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러나 적어도 쓸 때마다 자기 자신이 계발되어 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안 그래?”110

자신을 위해서 쓰느냐…… 아니면 매미를 위해서 쓰느냐지.”110

매미? P.110~113 을 참조

31

안 그래? 강한 인간 따윈 어디에도 없다구. 강한 척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뿐이야.114

32

데릭 하트필드는 그 방대한 작품량에도 불구하고, 인생이나 꿈이나 사랑에 대해서 직접 얘기하는 일이 극히 드문 작가였다.

하트필드가 <장 크리스토프>를 끔찍하게 좋아했던 이유는, 책이 한 사람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참으로 정성스럽게 차례대로 묘사하고 있는 데다 엄청나게 긴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정보인 이상 그래프나 연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으며, 그 정확함은 양에 비례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116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걸 소설에 쓴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117

34

나도 이따금 거짓말을 한다.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했던 건 작년이다. (…) 그러나 만일 우리가 1년 내내 쉴 새 없이 지껄여대면서 그것도 진실만 말한다면, 진실의 가치는 없어져버릴지도 모른다. 123

그녀는 입 안에 빵을 잔뜩 문 채 인간의 긍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124

35

정면에는 조선 회사 독의 불이 어른거리고, 그 주위에는 화물을 내려 흘수선이 올라온 그리스 국적의 화물이 마치 내버려진 것처럼 떠 있었다. 흰 페인트가 칠해진 갑판은 바닷바람을 맞아 빨갛게 녹슬었고, 그 옆에는 병자의 부스럼 딱지처럼 조개껍데기가 다닥다닥 들어붙어 있었다.129

여름의 향기를 느낀 건 오랜만의 일이다. 바다 내음, 먼 기적 소리, 여자의 피부 감촉, 헤어 린스의 레몬 향, 석양 무렵의 바람, 엷은 희망 그리고 여름날의 꿈…….131

36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사막 같은 건조한 침묵 속으로 내 말은 눈깜짝할 사이에 삼켜졌고 씁쓸함만이 입 안에 남았다.135

37

나는 이 편지를 어제 오후 세 시가 조금 지나서 받았습니다. 방송국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 편지를 읽고, 저녁 때 일이 끝난 후 항구까지 걸어가서 산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청취자님의 병실에서 항구가 보인다면, 항구에서도 병실이 보일 테니까요.139

나는 그 중년의 부부를 바라보며 측은함과 생의 감사함을 느꼈다. 그 중년의 부부는 나를 보며 무엇을 느꼈을까.

산 쪽에는 정말 많은 불빛이 보였습니다. 물론 어느 불빛이 청취자님의 병실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어떤 것은 가난한 집의 불빛일 테고, 어떤 것은 커다란 저택의 불빛일 것입니다. 어떤 것은 호텔의 불빛이고, 학교와 회사의 불빛도 있을 것입니다.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139

38

아끼지 않고, 베푸는 자는 항상 베풂을 받게 된다.”142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143

39

나는 스물아홉 살이 되었고, 쥐는 서른 살이 되었다.143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꿈이란 결국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144

왼쪽 손가락이 네 개밖에 없는 여자와는 그 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었다.145

여름이 되어 그곳으로 돌아가면, 나는 언제나 그녀와 함께 걷던 길을 걷고, 창고의 돌계단에 걸터앉아서 홀로 바다를 바라본다. 울고 싶을 때는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법이다.145

40

(데릭 하트필드)의 다섯 번째 단편은 1930년에 <웨어드 테일스>에 팔렸는데, 당시의 원고료는 20달러였다. 그 이듬해 1년 동안 그는 한 달에 7만 단어씩 써댔고, 그 다음 해에는 10만 단어, 죽기 전 해에는 15만 단어를 써댔다. 레밍턴 타자기를 반 년마다 새 것으로 갈았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146

이 정도는 써야 작가가 되는 것인가

하트 필드는 참으로 많은 걸 증오했다. 우체국, 고등학교, 출판사, 당근, 여자, ……, 열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반면 그가 좋아한 건 세 가지밖에 없다. 총과 고양이와 어머니가 만든 쿠키다.147

그러나 1938년 어머니가 죽었을 때, 하트필드는 뉴욕까지 가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사에서 뛰어내려 개구리처럼 납작해져 죽었다.147

그의 묘비에는 유언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니체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한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147

 

후기를 대신하여  하트필드, 다시 한 번……

데릭 하트필드라는 작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소설 따위는 쓰지 않았을 거라고까지 말할 생각은 없다. 그런 내가 나아간 길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었을 것만은 확실하다. 148

우주의 복잡함에 비하면 우리의 세계 따위는 지렁이의 뇌와 같은 것이다라고 하트필드는 말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150

 

ㅣ 작가의 말 ㅣ

부엌 테이블에서 태어난 소설 151

동네 커피전문점에서 주말에 태어난 책…… ^^::

나는 옛날부터 작가는 아니더라도,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했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 시나리오를 쓰려고 시도하다가(대학을 연극영화과에 다녔으므로), 결국은 제대로 쓰지 못하여, ‘내게는 그런 능력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아예 그런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 쓴 글은 아마도 스무살에 쓴 연애편지에 들어가 있는 그녀를 그리워하는 나의 마음을 담은 시일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내 최초의 글이라면 글일 것이다. 훗날 내가 책을 낸다면, 그리고 그녀가 그 사실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그냥 풉 웃고 넘어가겠지….. 그래도 궁금하다.  그녀가 나의 첫사랑이니까……

그러나 변명할 마음은 없지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처음에도 말했듯 아무 생각 없이 쓴 소설이다.154

이런 정떨어지는 천재같으니라고……

그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기도 하고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런 점은 소설적 테제로는 성립한다. 하지만 소설로는 어딘가 좀 불충분하다.154

당시 이 소설을 새로운 소설적 테제로 평가하는 비평도 있었고, 소설로서의 불충분함을 공박하는 비평도 있었다. 그러나 내 개인적으로는, 모두 종합적인 비평으로는 부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테제이기 때문에 불충분하고, 불충분하기 때문에 테제로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 한 쪽을 제거하면, 다른 한쪽이 성립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154        

그런데 그 작업을 진행해 나가는 사시에, 정직하게 쓰려고 하면 할수록 정직하지 않은 문장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장을 문학 언어적으로 복잡화, 심화시키면 시킬수록, 거기에 담기는 생각이 부정확해지는 것이었다. 155

타인과 다른 언어로 얘기하라.” 나는 이 소설을 쓰면서 곧잘 그 말을 떠올렸다. 그렇다, 나는 타인과는 다른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언어로.155

나는 좀더 심플하게 쓰자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쓰지 않았을 정도로 심플하게. 심플한 언어를 쌓아, 심플한 문장을 만들고, 심플한 문장을 쌓아, 결과적으로 심플하지 않은 현실을 그리는 것이다. 155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가 출판된 후에,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게 소설이라면 나도 그 정도는 쓸 수 있다.”라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 그러나 적어도, 그런 말을 한 사람 어느 누구도 소설을 쓰지 않았다. 아마 써야 할 필연성이 없었던 것이리라. (…) 그런데 나는 썼다. 그것은 역시 내 안에 그럴 만한 필연성이 존재했다는 뜻이리라.156

무조건 써야 한다. 초고는 완성해야 한다. 그래야 책으로 나올지 말지, 내가 쓰고 싶은 책인지 아닌지가 나올 것이다.

그 전화를 끊고 아내와 둘이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 센다가야 초등학교 앞에서, 날개에 상처를입어 날지 못하는 비둘기를 발견했다. 나는 그 비둘기를 두 손에 감싸 들고 하라주쿠까지 걸어가 오모테산도 파출소에 신고했다. 내내 비둘기는 내 손안에서 파르르 떨었다. 그 아스라한 생명의 증거와 온기를 나는 지금도 손바닥으로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그것은 귀중한 생명의 향기가 사방에 충만한 따사로운 봄날의 아침이었다. 신인상을 받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무 근거도 없는 에감으로.                  그리고 나는 실제로 상을 받았다. 157

 

3. 내가 저자라면.

보통의 존재(이석원)’와 비슷하게 나에게 글이란 것, 책이란 것에 흥미를 갖도록 한 책. 공교롭게도 보통의 존재와 비슷한 시기에 읽은 책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대작가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이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건 2002년 어느 날, 당시 여자친구가 들고 있던 책 상실의 시대를 봤을 때였다. 물론 제목과 이름이 흥미로웠을 뿐, 별로 관심도 없었고, 관심이 있는 지금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그에 대한 관심은 작가로서의 그의 시작이다. 1978년 진구구장에서 야구를 보면서 문득 자신도 글을 쓸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한 그. 그때까지만 해도 낭만적으로 들리는 이름과 달리 중노동에 시달리는 째즈바를 운영하던 그였다. 그는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의 대 작가가 되었다. 물론, 그에게는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약 1만시간이 진작에 있었다. 10대의 대부분을 책을 읽으며 보낸 그였고. 영미 문학을 다 읽고 나선 러시아 문학으로 옮겨가고 그렇게 세계문학전집을 섭렵한 그였으니…… 어찌되었건 그의 시작은 나의 시작에 상당한 용기를 주었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물론, 여기에는 구본형 선생님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소설은 편하게 읽힌다. 일단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다. 대학생인 가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 가 있는 곳으로 놀러가 방학을 보낸다는 설정이며, 맥주를 마시며 시덥지 않은 대화를 나누며 자신들의 미래를 고민한다는 정도이다. 물론 그 사이 네 손가락을 가진 여자를 만나며 자신의 과거 기억을 더듬지만 말이다.

편하게 읽힌다. 멋부리지 않는다. 심각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그의 인생관 또는 인생을 보는 그의 시각이 나에게는 편안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나란 사람이 그런 사람 아닐까. 너무 즐겁거나 기쁘거나 넘치는 것도 안좋아하고, 반대로 너무 무거운 것도 슬픈 것도 부족한 것도 그리 달갑지 않으니 말이다. 균형잡힌 사람, 정서적으로 균형 잡힌, 또는 그렇게 보이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다. ( 그저 관조적인 것일까).

단선적인 구조가 아니다. 오늘 이랬다. 내일은 이런 일이 있었고 결국엔 이렇게 된다. 이런 구조는 아니다. 현재와 과거, 현실과 기억, 이곳과 저곳을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동떨어진 내용인 듯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최소한의 끈을 놓지 않으며 이야기를 흐름을 이어간다. 힘준듯 힘뺀듯 쓴 글인 것 같다.

단편적이고 식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 여자를 만났다. 상처를 입은 여자이다. 누구의 아이인지 모를 아이를 낙태하고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그녀였다. 나와 정신적인 교감도 통했다. 그래서 사랑해 빠지고 우리는 사랑하였다…… 라고 결론을 내지 않는다. 그저 쿨 하게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여자는 떠나고 나도 떠난다 그게 다이다.

그리고 수많은 무리카미 하루키가 등장한다. 직접적으로 로 표현된 무라카미 하루키, 결국 소설을 쓰기로 한 ’, 마지막으로 그에게 글을 배웠다고 주장하는 그, ‘데릭 하트필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겠다였다. 하지마 다시 접했을 때 생각보다 어렵네였다. 이해하기도 쓰기도 어려운 책….. 대신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관심도는 팍! 상승했다. 아마 다음 한 주는 죽이되던 밥이 되던 하루키의 책 한 권 정도는 읽게 되지 않을까. 부끄럽지만 그의 책은 얼마 전 지름신이 가져온 15권 정도 이지만 읽은 책은 단 2권뿐이다…..

 

내가 저자라면, 수필, 산문 형식의 글들을 이처럼 이야기의 구조로 풀어보고 싶다. 수필(산문)과 소설의 그 경계에서 왔다갔다하는 애매모호한 글. 물론 입체적인 구조가 좋다. 현재와 과거, 현실과 기억을 마구마구 오가며 쓰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흩어뿌리는 찌라시 같은 글. 나는 왜 이런 글을 원하는 것일까. 또 하나, 멋부리지 않고, 힘주지 않고 편안하게 어느 정도 힘을 뺀 글을 써보고 싶다. 데릭 하트필드가 말하듯,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완벽한 문장이란 존재하지 않으니너무 겁먹거나 걱정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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