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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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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7일 21시 43분 등록

10기 면접여행 후기

2014. 3. 17 정수일



1부. 연분홍 치마와 봄바람


프롤로그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고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으라고 하실 무렵 선생을 만났다. 처음 만나 사랑하고 깊이 사숙하게 된 것이니 말하자면 선생은 내게 첫사랑인 셈이다. 이렇게 보낸 세월이 얼추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즈음이 되어간다.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에 대한 관심은 1기 때부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응시하지 못한 것은 게으름과 두려움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믿음이 부족했던 것이다. 따뜻하게 먹여주던 곳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약함 때문이다. 두려움과 공포를 걷어내지 못하고 늘 주저앉았다. 미늘이 있는 바늘인 줄 알면서도 달려있는 미끼를 포기할 수 없어 덥석 물었고 결국 그 바늘을 빼는데 그로부터 이십여 년이나 흘렀다. 중간에 몇 번쯤은 조금 진지하게 연구원 응시를 궁리한 적이 없지 않았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렇게 변죽만 울리다가 아무것도 못했다. 선생을 몹시 사숙하고 사모했지만 결국 한번도 뵙지 못했다. 통한이다. 이제 막다른 골목으로 스스로 몰아 넣어놓고 나서야 선생께로 한 발짝 가까이 떼어놓을 수 있은 용기가 생겼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늦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간부터 보는 몹쓸 병통 탓이다. 


그의 삶을 닮고 싶다면 그에게로 가야한다. 할 수만 있다면 그에게로 가서 그를 데려와야 한다. 나는 그의 삶을 닮을 것이지만 결국 나답게 닮아낼 것이다. 지난 삼 개월은 그에게로 가기위한 첫 번째 관문이었다. ‘나의 이야기’와 ‘4주간의 레이스’는 익숙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열중할 수 있었다. 열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이제 내 일이 아니다. 이제 첫 번째 관문을 넘을 마지막 고비에 닿았다.


이제 여기 또 하나의 게으른 영혼이 그를 따라 변화의 강을 건너가려 한다. 이 찬란한 여정에서 훌륭한 스승과 뜻을 함께하는 동기간이 있다면 그들은 희망이며 이정표가 될 것이다. 채찍이 될 것이고 의지가 될 것이다. 삶은 결국 혼자 사는 것이지만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들을 만나러 간다.


이번 여행은 내게 이런 것이었다.



첫 번째 관문을 넘어라.


2014년 3월 15일 이른 아침, 플랫폼엔 아직 겨울의 미련이 칼칼하게 남아있다. 자연은 엄중하여 곧 봄을 데려 올 테지만 겨울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제법 차가운 아침바람엔 아직 떠나지 못했던 지난날의 내가 남아 뒹굴고 있었다.

‘딩동’ 06:14분 카톡이 울었다. 

“출발함다. _김종호”

“모닝콜 감사합니다. _정수일”

난 이미 플랫폼에 도착하고 있었다.

두어 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플랫폼에서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있을 무렵 꽤재재한 비둘기 몇 마리가 발끝으로 날아들었다. 막 빛을 받기 시작한 레일이 반짝이고 있었고 제법 차갑던 바람은 떠오르는 해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플랫폼 너머 멀리서는 안개인지 아지랑이인지 모를 몽환적인 흐림이 빛과 함께 피어오른다. 조짐이 나쁘지 않다. 


우리들이 카톡으로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을 무렵 난 걷고 있었다. 김종호는 아직 열심히 패달링 중이었고 이동희는 한정화 선배의 엽서 선물을 동기들에게 뿌렸다. 

11:09분 “오장동 함흥냉면에 도착했습니다. _김정은” 가장 먼저 김정은이 도착했다. 나는 아직 걷고 있었고 김선형과 이은심은 마을버스를 탔다. 

우리들은 아마 모두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속에 있었던 모양이다. 아직 일면식이 없었지만 이렇게 소통은 시작되고 있었고 이제 난 그들을 만날 것이었다.


첫 만남의 시작은 포옹이었다. 스킨십으로 첫 만남을 열어 준 오 선배는 에너지가 가득 차 보였다. 미리 여러분이 와 계셨고 또 속속 그들이 도착했다. 모두들 반가웠지만 아직은 어색하고 서먹하다. 마치 오장동 함흥냉면 맛을 닮았다고나 할까! 


4.19 묘역에서 우리는 우리의 여행을 고하였다. 아~~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을 열어놓은 선열들의 영정 앞에서 우리의 출정을 고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삶이 지독한 우연의 반복이라는 믿음은 또 이렇게 우연히 증명되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3월 15일이 아닌가!

새벽의 좋았던 느낌이 확실히 틀리지 않았음이라. 그대들의 다짐들이 문득 궁금해진다. 


호텔에서 여장을 풀자마자 한쪽에선 밝고 따뜻하게 와인을 열고 안주를 담아내셨고 다른 한쪽에선 선생님들의 엄포와 공갈과 협박이 넘실거린다. 이런 양동작전이라니 웃으면서 뺨때리기는 아무나 구사하는 전술이 아니었을 텐데 역시 꼼꼼한 배려가 돋보인다. 와인과 함께 공헌에 관한 공갈들이 한 순배 돌고나자 드디어 면접의 시간이 열렸다.


선배 선생님들의 돌직구는 묵직했다. 더불어 꼼꼼한 검토와 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더해졌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아직 일면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허한 부분을 단박에 무찔러 들었다. 지난 삼개월의 시간보다 30분의 면접동안 느낀 것이 더 많았던 것은 결국 그들의 노력과 살과 살이 맞닿는 공간에서 비롯된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들의 걱정과 염려는 충분히 수긍되는 것이었으며 그것이 결국 스스로를 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리라. 스승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스승의 유지를 이어가려는 선배님들의 의지와 희망은 이번 기수에서 실험될 것이고 증명될 것이란 것을 어렴풋이 읽어낼 수 있었다. 하여 그들의 기대와 고뇌와 부담은 관문을 넘어 강을 건너려는 우리들보다 오히려 컸을 것이란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선배님들의 고뇌와 노고와 희망이 눈물나게 고맙다.


능이버섯과 함께 푹 고아낸 오리는 벌써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는 버섯과 오리의 조합처럼 선배 선생님들과 우리는 이제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고 있었으며 불과 몇 시간 이전의 어색함이나 쭈뼛거림은 걸쭉한 국물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돌아가는 소주잔과 건배창이 훨씬 자연스럽다. 역시 소통은 밥상 앞에서 하는 것인가 보다.


그날 밤, 아직은 조심스럽고 어색함이 남아있었으나 따뜻하고 편안했으며 순했다. 신재동 선배의 하모니카 선율은 그 밤의 농도와 닮아 있었다. 잔잔한 떨림과 기대와 설렘이 하모니카 선율을 타고 스며들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육성은 결국 음악이 되었고 우리들은 놀라웠으며 즐거웠다. 그렇게 밤은 깊어갔고 드디어 새벽에 닿았다. 수많은 말과 알콜과 웃음들은 잘 섞이고 버무려져서 서로를 알아가려는 몸부림으로 새벽토록 익어갔다.

아직 깊고 두꺼운 새벽 4시! 우리는 잠시 헤어졌다.


2014년 3월 16일 아침, 첫 번째 관문의 문턱을 넘은 역사적인 아침이 열렸다. 바람은 따스했고 북한산의 아침공기는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둘러앉은 동기들의 모습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났다. 결의에 찬 모습에서 일신의 기운이 넘친다. 깊게 흘러내린 다크서클 너머로 안광이 번뜩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또 우리는 그렇게 하룻밤의 탈피를 경험하고 있었다.


아쉬운 포옹너머로 완연한 봄이 작렬하고 있었다.



공헌에 대하여


내가 팀에 공헌할 수 있는 물질적, 육체적 기여는 어떤 것이 있을까? 즐거운 고민이다.


#1


팀 활동의 핵심은 팀워크다. 팀워크란 공통의 목표를 위해 구성원들이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매우 유기적으로 상호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서로 다른 구성원들이 같은 목표의 달성을 위해 각자의 능력을 모아 호흡을 맞추고 각각의 상황을 조율하면서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벅차다. 남는 사람은 부족한 사람에게 보태고 부족한 사람은 남는 사람에게서 보충한다. 가능하다면 명확한 책임과 역할을 분장할 수 있어야겠지만 사람의 일이란 것이 기계화된 프로그램이 아닌 바에야 그 경계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 유연성이란 그래서 필요한 것이고 이런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할 때 전체의 합은 부분의 합을 넘어 시너지가 된다.


나는 사람의 質을 가늠하는 여러 가지 특성 가운데 ‘성실’을 으뜸으로 친다. 어떤 경우에도 성실은 미덕이다. 사람의 재주야 천인천색 만인만색이라 하겠으니 가진 재주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제각각일 테지만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들 게으른 다음에야 참다운 성취가 있을 수 없다. 하물며 스스로를 닦고 다듬어야 하는 공부의 자리에 성실보다 귀한 덕목은 없을 것이다. 함께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도 다름이 없겠다.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참여’다. 멤버십은 함께 함으로 해서 생기는 것이다.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나눈다. 함께해야 할 때 함께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주어진 책임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 자신의 나태와 무능력 때문에 전체가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는 팀에 존재할 자격이 없다.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응원’이다. 팀 활동이 언제나 꽃노래 부르는 봄날일리 없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태풍이 올 것이다. 그것이 사람 사는 곳의 이치일 것인데 문제는 이런 환란에 대처하는 방법과 자세다. 훌륭한 팀은 어려울 때 잘하는 팀이다. 좋을 때 잘하는 것은 누구나 한다. 팀원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어야 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팀 활동에 있어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한 가지는 ‘딴죽걸기’다. 자신은 걷지도 않으면서 뛰려는 사람 발목이나 걸고넘어지려는 행태를 수없이 보아왔다. 얼개가 옳으면 옳은 것이다. 굳이 옳은 아홉을 두고 아닌 하나를 집요하게 찾아서 문제제기랍시고 들고 나선다. 이건 그만두자 라는 것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문제는 해결하기위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 없다.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가장 큰 적이다.


내가 가진 능력과 노력으로 더 많이 팀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다행이겠다. 모든 경우 팀 활동을 위해선 미리 수고하고 나중까지 귀찮아야 할 일들이 있다. 설거지나 청소 따위의 귀찮고 성가신 일들 말이다. 대체로 안 되는 집안은 이런 일들을 서로 미루느라 엉망이 되고 만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지라 소임이 주어진다면 기꺼이 맞으려한다. 접시를 깨려는 사람이 많은 팀이나 조직일수록 활력이 넘치는 살아있는 조직이다. 나는 기꺼이 접시를 깰 것이다.


이래서 맡게 된 소임이 데카상스의 아지트를 만들고 다듬는 일이다. 바로 ‘카페 데카상스’를 말하는 것이다. 이곳은 앞으로 오랫동안 데카상스들의 토론과 쉼터가 될 것이다.



#2


사각의 프레임 안에 세상을 가두는 작업은 내겐 참 경이로운 작업이다. 그 대상이 풍경이건 사람이건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순간 파인더 너머의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언제부턴가 사진은 내게 취미이상의 무엇이었다. 취미라고 하기엔 너무 가벼운 것이다. 

파인더로 본 세상에 매료되어 카메라를 만지작한지도 어는 덧 강산이 두 번쯤 변할 만큼이나 되어간다. 잘 만들어진 물건에 대한 기계적 관심과 주변의 소소함 들을 묶어두고자 시작한 것이니 예술 할 생각은 애시 당초 없었다. 내게 카메라는 그저 모양이 다른 기록의 도구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순간순간 특별한 책임과 함께 쾌락의 절정을 경험하게 된다. 대상의 일부, 삶의 일부가 될 수도 있겠는데 그것이 내 프레임 안으로 녹아들어 투영되는 순간 난 셔터를 끊는다. 순간이다. 길어야 30분의 1초!

그 짧은 순간은 마치 억겁의 무게로 필름이라는 플라스틱 조각에 맺힌다. 시간을 잡아 둘 수 있다는 허망한 소망이 이렇게 실현되는 것이다. 이로써 절대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그, 그들 또는 그것의 시간은 24×36 mm의 조그만 프레임에 영원히 갇혔다. 


나는 특별히 프레임 안에서 다루어지는 작업이 삶의 기록이길 기대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며 내 방식으로 만나는 세상이다. 삶은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치 가운데 중요한 한가지다. 기록되지 않는 모든 것은 소멸된다. 기록되는 모든 것도 결국 소멸 될 것이지만 프레임 안에서만은 알알이 살아남는다. 내가 글을 잘 썼더라면 카메라를 잡지 않았을 것이다. 글이 짧으니 사진으로 쓰고 모자란 것이 있으면 글로 보태고 내게 기록이란 이런 것이다.


연구원 활동을 하는 동안 역시 나는 이 기록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다듬어 정리하면 한 묶음의 역사가 될 것이다. 사진이 가진 힘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는 이야기다. 사진을 보는 순간 까마득하게 물러나 있던 기억들이 마치 막힌 보가 터지듯 쏟아진다.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아무리 찰라지간 이었어도 사진은 그것을 또렷하게 재생해낸다. 이런 기쁨을 연구원들과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허락된다면 이런 기록들이 책이나 전시 따위로 다듬어져도 좋겠다. 아무려면 어떤가! 찬란한 기록이 될 것이다.


#3


음다흥음주망(飮茶興飮酒亡)이라는 말이 있다. 다산선생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하는데 술을 경계한 것인지 차를 찬양한 것인지 아리송하다. 내용인 즉 차를 가까이 하면 흥하고 술을 가까이 하면 망한다는 말인데 지극히 옳은 말이다. 


2006년 어느 날 나는 중국 광동지방의 어느 작은 도시에 있었다. 습생이 맞지 않아서 악전고투 중이었는데 일을 하다가 지치면 지도중인 기업의 사장에게 자주 놀러가곤 했다. 이때마다 커다란 머그잔에 칡즙색이 도는 뜨거운 물을 한잔씩 내어놓곤 했는데 마시고 나면 꽤 맑아져서 다시 일을 하곤 했다. 그에게 그것의 정체를 물었더니 책상서랍에서 덩어리 하나를 꺼내더니 툭툭 먼지를 털고는 불쑥 내밀며 선물이라고 했다. 나는 이렇게 차와 인연을 맺었고 열정적으로 사귀었다.


차는 본디 생활이지 형식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현대 차 문화는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너무 높은 곳으로 가버렸다. 나는 이런 행태에 반대한다. 


차가 우리에게 주는 미덕은 무엇일까?

임어당 선생은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차의 발견보다 더 중요한 발견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차는 사교 상에 아주 유용하고 음식물처럼 위를 채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때때로 즐길 수 있다. 색과 향은 눈과 코로도 즐길 꺼리를 주는 유익이 있다. 더불어 탁월한 건강식품이다. 담배나 술 따위와 비교할 것이 아니다.


이런 고졸함과 운치를 연구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한 잔의 차와 함께 뜨거운 이야기들이 치열하게 넘쳐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흥겹다. 차는 우리에게 교우의 기쁨을 더 해 줄 것이고 뜨거운 토론 뒤의 쉼과 치유를 줄 것이다. 하여 그 만남과 이야기들은 윤기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청복을 연구원들과 함께 누릴 것이다.


이렇게 내게 남는 것이 있다면 나눌 것이고 부족한 것은 기꺼이 채워갈 것이다.



에필로그


일박삼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와 받은 밥상이 봄으로 가득했다. 첫물 파김치에 쑥국 그리고 비지찌개가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파김치는 걸쭉하고 부드러웠다. 단침이 한입 가득 고인다. 이번엔 젓갈이 아주 안성맞춤으로 간이 되었다. 미끈거리지 않고 깊은 단맛이 아주 일품이다.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간 쑥국은 봄을 담아놓은 맛이다. 아직도 보글보글 끓고 있는 비지찌개는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묶은 김치와 큼지막한 쇠고기가 듬뿍 들었다. 한 숟가락 밥에 걸쳐 입에 넣으니 저절로 눈이 감기고 감탄이 나온다. 맛있는 밥상엔 봄처럼 어머니가 다녀가신 모양이다. 순간 모든 것이 뭉클하고 아름다웠다. 여기서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이번 여행은 짧았으나 결코 짧지 않았다. 면접여행을 떠나면서 나는 익숙한 것들과 결별을 도모하였고 그곳에서 함께할 동지들을 만났다. 떠남과 만남은 이렇게 동전의 양면이었던 것이다. 다시 돌아온 나는 아주 조금 더 자랐을 것이다.




IP *.104.9.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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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00:11:36 *.213.30.41

어쩜 이리도 생생하게 그려지게 쓰셨을까.

피울님의 글은 언제나 부러움의 시선을 머무르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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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07:35:32 *.104.9.186
참치님 역시 양파일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직구도 좋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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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00:48:58 *.185.21.47

정~~~정말이지 그대는 유혹의 옴므파탈!!!

         사진이면 사진, 노래면 노래, 차(茶)면 차.

수~~~수없이 많은 망설임과 두려움 속에 두드린 문을 이제는 활짝 열어재치고

일~~~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그대 모습에,

         피울님 스스로의 자긍심으로 두발로 서게 되었네요.

 

3차까지 무사히(?) 치열하게 고뇌하면서 통과 하신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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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07:37:40 *.104.9.186
감사합니다. 선배님!
삼행시. 중독성 있는거로군요.
다음엔 제가 포옹을 청해 보겠습니다.
용기가 필요할테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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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11:16:50 *.14.90.161

정말 그러네요. 듣고보니 못하시는게 정말 없으시네요.

집안에서 말과 딸들과의 뽀뽀 말고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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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08:50:01 *.104.9.186
남의 딸들과 뽀뽀하는 것도 매우 서툴러서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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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02:09:54 *.119.88.236

멋져요~  진짜 옴므파탈 맞으신 듯. 글과 노래와 차까지 모든 걸 갖추셨네요.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되살려낸 시간들이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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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07:40:08 *.104.9.186
ㅎㅎ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에 뵐때는 좀 더 다채롭도록 노력해 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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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14:11:56 *.94.41.89

성실. 참여. 응원 ^^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피울님은 참 배울점이 많은 분 같아요. 담에 차 한잔하면서 이야기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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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14:11:56 *.94.41.89

성실. 참여. 응원 ^^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피울님은 참 배울점이 많은 분 같아요. 담에 차 한잔하면서 이야기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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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08:49:16 *.104.9.186
얼마나 좋았으면 같은 댓글을 두개씩이나. 고마워요 새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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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18:46:45 *.223.25.214
"삶은 결국 혼자 사는 것이지만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와 차, 배낭이 잘 어울리는 그대는 천상 예술가!
예술가가 외톨이가 되기 쉬운데 그대는 어우러짐의 미학을 아는 멋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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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08:51:13 *.104.9.186
저 외로웠습니다.
남은 반 생은 형님 덕분에 덜 외롭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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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00:40:54 *.255.177.78

"간부터 보는 몹쓸 병통 탓이다"

"삶은 결국 혼자 사는 것이지만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허한 부분을 단박에 무찔러 들었다"

"역시 소통은 밥상 앞에서 하는 것인가 보다."

"아쉬운 포옹너머로 완연한 봄이 작렬하고 있었다."

 

전 포옹이 제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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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09:21:56 *.104.9.186

좋은데 뻘쭘한...잘생긴 사람한테만 벌때처럼 모이더군요.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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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11:11:04 *.94.164.18

전 두 분다 안한것 같은데요. 그럼 누구랑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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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23:27:46 *.255.177.78

다음부터는 옆에 가까이 붙어 있으시오 ^^ 안보이면 찾아가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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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10:05:54 *.62.188.121
첫사랑과의 20여년만의 감격적인 해후!! 가슴 뭉클합니다!! 어찌 그리 오래 참으셨는지요?? 앞으로 보여주실 글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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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23:34:57 *.104.9.186

앨리스님 만나서 저도 뭉클합니다.^^

시가 좋더군요.

기대됩니다. 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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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23:23:13 *.186.179.86
보이차 끓여준 피울님~
저는 9기 드립커피 담당인데
피울님의 보이차 맛보며
저도 보이차로 방향전환 할까 생각 중 ~^^*
제주도 텐트여행 중국여행 등등
내가 바랬던 삶을 바람처럼 사셨네요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또 뵐게요. 9기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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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23:34:20 *.104.9.186

뵙고 찐한 이바구 나누고 싶습니다.

저두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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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0 00:40:39 *.177.80.163

면접에서 뵈었을때 좀은 고독한 산장지기 느낌~

어두운 밤,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차를 건네는 까페지기~~

ㅎㅎ데카상스의 까페지기가 되셨어요..제 느낌이 딱 맞았어용.ㅋㅋ

수정된 공헌사항 체크했고 반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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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0 09:33:57 *.104.9.186

이 분위기 딱 맘에 드는데요.

맘에 드는 캐릭터입니다.

촉이 좋으시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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